소설리스트

대항해-아티팩트 에이지-218화 (218/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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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발터에게 ‘알겠습니다.’라고 호기롭게 대답한 후 토마스, 플로라를 데리고 고트론 상관 밖으로 나왔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난 갈 곳을 잃은 채 방황하고 있었다. 알바 공작의 행적에 대한 정보라니. 도대체 어디로 가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알바 공작의 위치를 확인하는 정도야 시청에 찾아가 직원에게 물어보기만 해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높은 지위의 사람이 근처에 오면 관직에 있는 사람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법이거든. 그러니 관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말단이라고 해도 알바 공작의 위치를 알고 있을 것이다.

평소라면 당장 찾아가서 약간의 뇌물을 찔러주고 알바 공작의 위치를 물어봤겠지만 프랑크 소상인으로 분하고 있는 내가 시청 직원을 찾아가 알바 공작의 위치를 물을 수는 없다. 소상인이 알바 공작의 위치를 알아서 무엇하겠나. 대답을 듣지 못할 것은 당연하고 괜히 의심 사서 병사들에게 체포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얘기 좀 해봐. 어떻게 아는 거 없어?”

토마스를 재촉했다.

“글쎄요. 저도 이런 것은 처음이라. 정보를 구하러 다닌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대놓고 물어보거나 돈으로 해결했습니다. 이렇게 몰래 정보를 구하러 다닌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군요.”

충격이다. 툭하고 던져주면 딱하고 해결책을 내놓는 토마스가 모르겠다고 하다니.

“주점은..... 안 되겠지?”

“안될 거야 없지만. 가서 죽치고 앉아서 다른 이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 방식을 이야기 하시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 대놓고 물어도 되면 돈 몇 푼 카운터에 올려놓고 정보를 알려주는 사람에게 준다고 하면 되겠지만 지금 우린 몰래 알아봐야 하니까.”

“운이 좋다면 바로 알 수도 있지만 솔직히 주점에서 알바 공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들이 있다고 해도 주변이 시끄러워서 잘 안 들리겠죠. 그리고 알바 공작에 대한 이야기를 아예 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고요. 거기에 주점에 얻는 정보는 정확도가 낮다는 특징까지 있어서.... 정 방법이 없으면 써봄직한 방법이지만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주점에서 얻는 정보의 질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점에 술 마시러 오는 사람들이라 해봐야 대부분이 하층민들이다. 중산층 이상만 되도 대부분이 집이나 파티에 가서 마시지 사람들이 바글거려서 시끄럽고 저가의 술만 파는 주점에 올 리 없으니 말이다. 하층민들의 정보는 정확하지 않다. 대부분 일을 하는 곳에서 오고 가며 엿들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주점에서 불특정 다양한 정보를 얻는 것은 쉬우나 그 정보를 전부 믿을 수는 없는 것이다.

예전에 내가 했던 것처럼 밑의 직원들을 시켜서 일부러 정보를 퍼뜨리기도 쉬운 곳이니 더 하다. 물론 나는 제대로 된 정보를 퍼뜨렸지만.

토마스가 답이 없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남은 플로라에게 시선이 갔다. 음.... 별 생각 없어 보인다. 하긴 집시 생활을 하다가 우리 상단에 와서 생활을 한 아이인데 이런 걸 알 리 없지.

납치라도 해볼까? 말단 직원은 사라져도 별로 신경 안 쓸 것도 같은데.... 아냐. 아까 보았던 항구관리가 뇌물도 요구하지 않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보아 관직에 있는 이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듯 했다. 그렇지 않고선 항구관리처럼 쉽게 뇌물을 받을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이가 뇌물을 요구하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 어느 도시를 가도 가장 썩어 있는 관리는 항구 관리거든.

괜히 들쑤셨다가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실패할 수도 있다.

“별수 없네. 일단 아직은 주점에 사람 모일 시간이 아니니까 사람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방법이 없나 생각해보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주점으로 가는 것으로 하자.”

“네.”

***

“와. 대단한데?”

무작정 돌아다니기 시작한 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어딘가로 향하는 것을 보고 따라 가다가 오게 된 이곳. 이곳은 별천지였다.

좁은 골목 양쪽에 수많은 사람들이 각각 작은 상자나 천 조각을 깔아놓고 소량의 상품을 꺼내 팔고 있었다. 물건 파는 사람들이 골목 양쪽으로 길게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안 그래도 좁은 길이 더 좁아져서 한두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로 좁았기에 들어가게 되면 불편할 것이 분명했지만 나도 모르게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말았다.

“도대체 뭐지? 다른 대륙의 상품은 제법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있는 것들은 태반이 뭔지 모르겠어. 토마스는 알겠어?”

“저도 대부분 모르는 것들입니다. 아무래도 정식으로 수입된 상품들이 아닌 듯 하군요.”

내 꿈은 전 세계 바다를 누비는 대상인이다. 그 꿈을 위해 상당히 많은 책을 읽었고 제법 유명하다 싶은 상품들은 대부분 외우고 있는 상태였다. 후추, 상아, 용연, 야자, 유향 등등. 수많은 상품의 생김새를 외우고 있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진 골목에 파는 물건들은 내가 외우고 있는 그런 상품들과는 전혀 다른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대부분 상인이 아니라 선원의 옷차림을 하고 있는데?”

선원과 상인의 차림새는 상당히 많이 차이난다. 원래 선원이나 상인이나 각 나라마다 특유의 차림새가 있으니 전 유럽 공통으로 선원과 상인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겉모습이 말끔한가 아닌가이다. 상인은 팔 물건이 없어도 옷차림은 깔끔하게 유지한다. 옷차림이 좋지 않으면 거래를 시작도 못하는 경우도 있고 거래를 한다고 해도 정식으로 구한 물품이 아니라 도둑질한 것이라 생각해 제값을 못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물건을 팔고 있는 자들은 대부분 옷차림이 깔끔하지 못하다. 윗옷과 아래옷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있고 소매가 칼로 난도질 한 것처럼 헤져있는 이들도 많았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더럽다.

그렇군. 뭔지 알겠어.

“아무래도 선주나 상인이 들여온 물품이 아닌 선원들 개인이 들여온 물품이 모양이야.”

“그런 것 같습니다.”

선원들은 무식하지만 바보는 아니다. 배를 타고 다니다보면 자신들이 가는 대륙의 물건이 유럽으로 건너오면 몇 배 비싸게 팔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프리카나 인도에서 물품들을 사서 유럽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물론 따로 선창에 보관할 수 없고 도둑맞을 수도 있기에 개인적으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작은 물품이 대부분이겠지.

보관상태도 좋지 않을 거고 말이야. 제대로 보관하지 못하고 항상 가지고 다녔을 테니 상태가 좋을리 없지. 즉, 여기서 질이 좋은 상품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뜻이다. 그래도 상인들이 취급하지 않는 다양한 상품이 있을 테니 한 번 구경하고 싶지만....

“다른 곳으로 가자. 이곳에서 알바 공작에 대한 정보를 얻기는 어렵겠지.”

대부분 흥정과 물건 구경에 정신이 팔렸을 테니까 말이다. 누가 알바 공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이곳 물건 구경은 나중에 따로 시간 내서 하는 것으로 하고 지금은 알바 공작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어?”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향하려던 찰나. 선원들이 팔고 있는 물건 사이에서 내 눈에 띄는 물품 하나를 발견했다. 나는 누가 잡아당기기라도 하듯 그 물건이 있는 곳으로 끌려갔다.

“이건....”

“오. 어서 오시오. 그것에 관심을 두다니. 취향이 상당히 고상하신 모양이오. 그것 멍청한 놈들은 못 알아보는 정말 진귀한 물건이거든? 색이 정말 아름답지 않소? 부인에게 선물해주면 정말 좋아할 거요.”

“이건 물범 아니오?”

“물범? 물범이 뭐요? 이건 물범이 아니라 블루백이라는 것이요.”

그게 물범이다. 이 인간아. 하지만 괜히 알지도 못하는 자의 잘못된 지식을 바로 잡아줄 필요는 없겠지. 이자의 말대로 블루백이 분명했다. 진한 청색의 작은 모피. 따로 염색하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이런 진한 청색을 띄는 모피는 내가 알기론 블루백 밖에 없다.

블루백. 물범의 가죽이다. 정확히는 물범 새끼의 가죽. 그 색이 신비로워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왕족과 귀족들에게 고가로 팔리는 모피.

“어디서 구했소?”

“음.... 인도에서 구했소. 후추가 나는 곳인데 알고 있소? 유럽에는 없는 신기한 것들이 많은 곳이지.”

“인도?”

그럴 리가 없는데...

“인도가 맞소?”

“당연하지. 내가 직접 갔다 온 곳인데 모르겠소?”

“이거 가격이 어떻게 되오.”

“..... 한 장에 4,000오션이오.”

이 자가 팔고 있는 블루백은 2장이었다. 내 허벅지 정도의 크기를 갖고 있는 모피 2장에 인디아스 금화 2개. 비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모피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털이 듬성듬성 빠져 있고 마감 처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털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아무리 좋게 봐도 모피로서의 상품가치는 없는 상태. 그래서 팔리지 않고 있었겠지.

아마도 바가지를 왕창 씌운 가격이겠지만 나는 순순히 돈 주머니에서 금화 두 개를 꺼내 들었다.

“오오. 여기 있소.”

선원이 냉큼 모피를 집어들고 나에게 내밀며 다른 손으로 금화를 받아가려 했다. 하지만 나는 모피를 받지 않고 선원의 손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음? 왜 그러시오. 어서 돈을 주고 블루백을 가져가시오. 인도에서 가져온 특상품이니 금화 2개를 주고 산다하더라도 당신에게 큰 이익일 거요.”

선원이 재촉했지만 난 움직이지 않았다.

“블루백은 귀족들만 사용하는 귀중한 상품이란 거 알고 있소? 귀족 중에서도 고위 귀족만이 사용할 수 있는 귀중한 물건이란 말이오. 그럼 귀중한 것을 겨우 금화 2개에 산다는 것은 오늘이 아니면 절대 다시 오지 않을 엄청난 기회요.”

그 기회 왜 나한테 파는 거야. 그냥 댁이 하지.

“사겠소.”

“그래. 잘 생각했소. 어서 가져가시오.”

“단, 그걸 어디서 구했는지 제대로 알려준다면 말이오.”

“아니. 왜 이러시오. 인도에서 구했다니까.”

아니다. 인도는 절대 아니다. 저 블루백은 포르투갈이 아직 인도에 진출하지 못했을 때도 들여왔었던 상품이니까. 비록 양이 적어서 굉장히 비싸고 포르투갈 내부의 왕족과 귀족들 사이에서 전부 소비되어 포르투갈 밖으로는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 상품인지라 실제로 본 적이 없지만 내가 본 책에서는 분명 원산지가 아프리카라 되어 있었다. 비록 정확히 어디인지는 나와 있지 않았지만.

나는 금화를 하나 더 꺼냈다.

“다시 말하겠소. 어디서 구했는지 정확한 위치를 알려준다면 금화 세 개를 주겠소. 하지만 다시 한 번 거짓말을 한다면 그냥 갈 것이오.”

“.......”

선원이 금화를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흐흐. 내가 잠깐 미쳤나 보오. 내가 인도라 그랬소? 내가 깜빡했소. 다른 걸 인도에서 구했는데 블루백을 인도에서 구했다고 착각했군. 이 블루백은 아프리카에서 구했소.”

“아프리카 어디?”

“희망봉이오.”

희망봉. 아프리카 최남단이다. 영원히 이어질 것 같았던 아프리카가 끝나고 인도로 갈 수 있는 해역이 열리는 지역. 인도로 가는 해로가 시작되는 그 지역의 상징성을 생각해 과거 포르투갈의 왕이 희망봉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지역 원주민에게 구입한 것이오?”

“그렇소. 아주 비싼 값에 구입했소. 처음에 금화 2개에 팔려고 했던 것도 거의 손해보고 파는 거였다니까. 그 노예놈들이 어찌나 돈을 밝히던지.”

웃기고 있네. 아마 헐값에 사들였을 것이다. 어쩌면 돈이 아니라 식량이나 싸구려 물건 몇 개 주고 가져왔겠지.

“그 원주민들이 정확히 어디에 사는 자들인지 아시오?”

“그런 걸 어떻게 알겠소.”

금화를 그의 앞에서 살짝 흔들어주었다.

“으음... 아마 북서쪽에서 온 자들이었을 거요. 그 노예놈들은 신발이 없으니 먼 곳에서 오지는 못했을 거고 그 근처에 살고 있겠지.”

-생물 ‘블루백(4등급)’의 정보를 30% 획득했습니다.

1차 보상으로 30의 문재 경험치가 주어집니다.

발견물에 대한 정보를 습득했습니다.

미션 달성도 1/5

넘버 127이 연이어 말을 했다. 이런 것도 발견물이 되는 건가? 정보 습득률이 30%가 된 것을 보면 선원이 말이 맞는 모양이다.

선원에게 금화 세 개를 건네주고 블루백 2장을 받으며 골목 안쪽을 바라보았다. 내가 뭔지 모르는 수많은 물건들이 있었다. 저것들 하나하나가 발견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마음 같아선 골목 끝까지 걸어가며 모든 물건을 살펴보고 싶지만....

‘다음에. 다음에 하자.’

지금은 알바 공작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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