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항해-아티팩트 에이지-211화 (21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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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1582년 7월 1일 목요일

“타이밍도 참...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얼마 전 레벨이 40단계에 올랐다. 무재나 문재, 상재가 오른 것은 아니었지만 뤼베크 상관에서 렐리 상단의 활동 중간보고를 받은 후 얻은 상재 포인트 덕분에 오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내가 모은 총 보너스 단계 포인트는 17.

그리고 현재 내 재능 각 단계는 무재 30(+3), 문재 24(+9), 상재 26(+10)이다. 지난 10개월간의 활동으로 무재와 문재는 1단계, 상재는 3단계 올릴 수 있었다. 이미 투자되어 있는 보너스 단계 포인트까지 합치면 각각 33, 33, 36 단계에 올라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다음 등급도 이제까지 그래왔듯 모든 단계가 40단계에 오르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재능을 40단계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보너스 단계 포인트는 18. 딱 하나가 부족한 것이다.

“시간이 있다면 어떻게든 등급을 올리고 이번 작전에 임하고 싶은데...”

하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없다. 어떻게든 레벨, 무재, 문재, 상재 중 하나만이라도 다음 단계로 올리면 되는 일이지만 단 시일에 다음 단계로 올릴만한 재능은 없었다.

“아쉽네. 시간이 보름만 있었어도.”

아니면 이번 작전을 한 달만 일찍 알았더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이번 작전의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시간이다. 빠른 시간 안에 알바의 암살에 성공해야 한다.

예상으로는 알바와 함께 인도양으로 향했던 병사들이 7월말에서 8월초쯤에 돌아와 알바가 준비해둔 병력들이 그 배에 타 함께 네덜란드로 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가 8월 중순이다.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어도 알바를 암살해야 했는데 혹시 예상과 달리 인도양으로 향했던 함대가 일찍 돌아올지도 모르기에 7월 중에 암살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알바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시간과 혹시 모를 변수를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출발해야 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3일이었다. 이제 이틀 지났으니 내일까지 쉬고 내일 모레 출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출발일자까지 내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나 없이 출발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늦게 도착했으면 이미 출발한 사부님도 만나지 못했을 거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몰랐겠지. 참 다행이다. 이런 위험한 임무에 나 없이 사부님만 보내지 않아도 돼서 말이다.

예전 사부님이 나 때문에 팔을 잃은 이후로 절대 다시는 사부님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각오로 수련해왔다. 그리고 지금의 나라면 짐이 되지 않음은 물론 힘이 되어 드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이번처럼 위험한 임무에 사부님께 도움을 드리는 것은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이다.

1582년 7월 2일 금요일

어머니의 표정이 좋지 않다.

“그런 임무를 맡게 되다니. 가문의 영광이구나.”

영광이라 말을 하는 어머니. 하지만 얼굴의 표정은 전혀 영광스러워하지 않고 있었다. 날 걱정하시는 거겠지.

“하지만 아직 네가 맞기엔 너무 무거운 임무 같구나. 합류한 전력이 전부 네덜란드 5강급 안에 드는 사람들 아니더냐. 네가 내 자랑스러운 아들이기는 하나 아직 그런 곳에 끼어들기는...”

“어머니. 사부님께서 함께 가십니다. 임무는 반드시 성공할 거고 저도 안전할 거예요.”

“...... 그래. 알겠다.”

극비를 요하는 임무였기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임무를 떠나기 하루 전인 오늘. 어머니에게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니가 기뻐하실 거라는 기대하기도 했다. 어머니는 항상 내가 중요한 임무를 맡는 것을 기뻐하셨으니까.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걱정스러워 하신다. 아마도 임무가 너무 위험하다 생각하시는 거겠지. 어쩌면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임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어머니. 사실 제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부님과 비슷한 위치에 올랐는지, 아니면 아직 발끝에도 못 미쳤는지. 다른 강자들과는 또 어떤지. 전혀 모르겠어요.”

전혀 모르겠다. 최근 내가 싸워본 자들이래야 평범한 해적 놈들밖에 없었다. 가장 최근에 초인과 싸웠던 것은 약 1년 전이나 그가 누구인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강자인지도 모르고 그 전에 싸웠던 광휘의 기사는 진짜 초인이 아니라 초인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 초인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난 꽤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비록 강해진 내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모르겠지만.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있어요.”

“그것이 무엇이냐.”

“제가 살고자 하면 그 누구도 절 쉽게 죽이지는 못할 것이란 것을요.”

조금 겸손하게 말했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는바 그대로 말하면 ‘내가 마음만 먹으면 그 누구도 나를 죽이지 못한다.’이다.

자신있다. 절대 죽지 않을 자신이. 단련에 단련을 거듭한 내 몸은 가까이에서 맨몸으로 핸드 캐논을 맞아도 약간의 긁힌 상처 정도만 생길 정도이며 힘은 마론도 가볍게 들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속도 또한 토마스보다 좀 느릴 뿐이지 마음먹고 달린다면 말보다도 빨리 달릴 자신이 있으며 하루 종일 달려도 지치지 않을 정도로 체력도 강하다.

신체능력만 강한 것이 아니다. 남들은 하나만 가질 수 있는 유물을 5개를 추가로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살아나가는데 필요한 능력만 따져보면 솔코를 이용해 100m가량을 순간이동할 수 있으며 래빗을 이용해 하늘을 날 수 있다. 워리어를 컴뱃아머의 형태로 만들면 대포를 맞아도 다치지 않을 정도이며 거대 돌고래를 이용한다면 바다 위에서 배 없이도 가고 싶은 곳을 마음먹은 대로 갈 수 있다.

이 정도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죽음을 당한다면... 그건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내가 멍청한 것일 터이다.

“그래. 살아와야한다. 무조건 살아와야 해. 살아만 온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넌 이제 21살이야. 앞으로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 더 많은 나이다. 네가 렐리다. 네가 없으면 렐리도 없어져.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와야 한다. 알겠느냐?”

“네. 어머니. 반드시 살아 돌아오겠습니다. 사부님과 함께.”

***

“하벨. 몸은 단련하고 있어?”

“네. 검을 조금 배우고 있습니다. 다만 제게 검을 가르쳐주는 분에 의하면 재능은 없다 하더군요.”

“누군데?”

“드노 베리타입니다.”

“아. 그래?”

드노 베리타는 내 할버드 선생이었다가 하벨의 경호를 맡게 된 용병이다. 그가 한 말이라면 신용할 수 있지. 하벨 너 정말 재능이 없나 보구나. 하긴 상인으로서 훌륭한 네가 무인으로써까지 훌륭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자. 이거 받아.”

“음? 갑자기 웬 검을 주십니까?”

들고 있던 바스타드 소드를 하벨에게 건넸다. 하벨은 의문을 표하면서도 내가 건네주는 검을 받아들었다.

“어?”

검을 받아든 하벨이 뭔가에 놀랐다.

“받아들여.”

“이건.... 이건 유물이잖습니까!”

“맞아. 그러니까 받아들여. 네게 꼭 필요한 능력을 가진 유물이니까.”

“최근 거래된 유물의 가격은 1,472만 오션입니다. 그 돈이면 상단 직원의 급여 반년분에 해당하는 돈입니다. 그런 비싼 물품을 이렇게 받을 수는 없습니다.”

역시 상인답구나. 하벨. 유물의 가치를 돈으로만 생각하다니. 그나저나 1,472만 오션이라는 거금이 우리 상단 직원 급여 반년 분밖에 안 되는 거였어? 급여로 돈이 엄청 나가는구나. 하긴 우리 상단은 선원의 숫자가 많으니까. 선원 월급은 엄청 센 편이니 급여가 많이 나갈 만도 하다. 우리 직원들 급여 주려면 돈 열심히 벌어야겠는데.

“네가 우리 상단에서 맡고 있는 직책이 뭐지?”

“부상단주입니다.”

“그래. 부상단주. 무려 렐리 상단의 부상단주지. 미래에 세계 최고의 상단이 될 렐리 상단의 부상단주다. 그런 상단의 부상단주가 허약한 일반인이면 다들 좋다고 납치해서 돈 뺏거나 강도질 하겠지.”

“그럼 나중에 렐리 상단이 세계 최고의 상단이 된 이후에 유물 구하겠습니다. 지금은 팔아서 상단 자금에 보태죠. 곧 소금 공급량이 부족해질 듯 한데 이 기회에 소금 광산 하나 더 구입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 이놈이 요즘 부쩍 토마스를 닮아가고 있다. 키가 커서 그런가. 1년 전에는 내 가슴에도 겨우 오던 녀석이 갑자기 크더니 이젠 내 턱 바로 밑까지 컸다. 그리고 부쩍 큰 키와 함께 반항기도 함께 자랐다. 예전엔 고분고분한 맛이 있었거늘. 제 2의 토마스가 되기 전에 한번 싹을 밟아놔야 하는데.

“헛소리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여. 너 없으면 렐리 상단이 세계 최고의 상단이 되는 것도 힘들어지니까.”

“단주님......”

“왜. 감동했냐?”

“저 없어지면 일 떠넘길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닙니까?”

“...... 인생 최초로 상단주한테 맡기 싫으면 빨리 받아들이고 가라 좀.”

“... 네.”

아. 힘들다. 토마스랑 같이 못 있게 해야겠어. 그러면 좀 예전의 하벨로 돌아가려나. 내가 하벨에게 준 유물은 예전 광휘의 기사와 함께 공격해왔던 펠로타라는 에스파냐 초인 간부의 검이다. 몸을 단단하게 해주는 유물. 넘버127이 분석한 바에 의하면 겉만이 아니라 몸 내부도 함께 단단하게 해준다고 한다. 그 외에는 약간의 신체능력 향상 정도가 전부인 별것 없는 유물이지만 몸 튼튼하게 해주는 것만큼은 내가 이때까지 본 유물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사용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지만 난 저것 없이도 몸이 튼튼한데다가 ‘워리어’까지 있으니까. 그리고 사용법이 검을 손에 쥐는 것인데 난 검을 사용하지 않으니 나와는 잘 맞지 않는 유물이다. 그래서 하벨에게 줬다. 저거 들고 있으면 적어도 눈먼 칼에 맞아 죽지는 않겠지.

“그거 보너스 대신이다. 사용법은 알겠지?”

“네. 이 녀석이 알려주는군요.”

“그래. 그러니까 웬만하면 잡고 다녀. 괜히 이상한 거에 맞아서 죽거나 하지 말고.”

“네. 감사합니다. 단주님. 앞으로도 상단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그냥 지금처럼만 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

작년 5월에 완공된 렐리 본가는 제법 괜찮은 저택이다. 크기야 상단 본부도 겸하고 있으니 당연히 엄청나게 크지만 내가 괜찮다고 하는 이유는 저택의 크기 때문이 아니다. 꽤 괜찮은 정원도 갖춰져 있고 내 전용의 지하 연무장도 있으며 응접실, 손님방, 오락실, 서재, 회의실 등 있어야 할 종류의 방이 전부 있었다. 마치 방 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느낌이랄까. 내가 아는 종류의 방은 다 있었다.

저택은 총 4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4층은 청소하는 하인과 하녀를 제외하면 렐리 본가의 구성원만 갈 수 있는 곳으로 나와 어머니, 토마스만 올라갈 수 있다. 가끔 플로라도 어머니가 데리고 올라가는 경우가 있지만 플로라 혼자는 올라가지 못하는 곳이다.

4층에서도 가장 크고 화려한 방은 내 방이다. 내가 아니라 어머니가 꾸몄지만 말이다.

내 방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창문을 통해서 보는 것이 아니다. 내 방에서 저택 지붕으로 갈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저택을 만들 때 내가 부탁했던 것이다. 그곳을 통해 지붕으로 올라가면 적당한 크기의 평평한 부분이 나오는 데 눕거나 앉을 수 있는 의자와 탁자가 갖춰져 있었다. 이것 또한 내가 부탁한 것이다. 지붕에 나만의 휴식 공간을 만들어 달라 했었던 것이다.

난 저택 모든 곳 중에서 이곳을 제일 좋아한다. 좋아하는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누구도 올 수 없는 나만의 공간이라서? 하늘을 볼 수 있어서? 어쩌면 배와 비슷한 공간이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저택이 선체고 내가 위치한 지붕이 갑판이고 말이다.

여하튼 본가에 있는 시간이 적은 나지만 본가에 머무는 동안에는 거의 매일 저녁 이곳에 올라와 누울 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 의자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며 휴식을 가진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모든 일을 마치고 이곳에 올라왔다.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 위험한 임무를 수행해야해서 그런지 하루 종일 이곳에 올라오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했다. 이곳에 올라오면 번잡한 모든 것에서 벗어나 있을 수 있다. 나만의 공간. 나만의....

“니야~~~.”

것이어야 했는데 저 빌어먹을 마리아 녀석.

“넌 도대체 어디로 올라오는 거냐.”

분명 입구는 닫아뒀는데 말이야.

“냐~~.”

아까 저택 4층에 올라올 수 있는 건 어머니와 나, 토마스, 플로라가 전부라고 했던가? 내가 깜빡했는데 하나 더 있다. 바로 저 마리아. 올라오라고 허락한 적도 없건만 자기 마음대로 막 올라오는 녀석이다. 4층에서 돌아다니는 것 정도야 그러려니 하겠는데 나만의 공간까지...

“다른데 가면 안 되겠냐? 딱 1시간이면 된다.”

하지만 내 말을 알아들을 리 없고 알아듣는다 해도 내려갈리 없다. 이렇게 나만의 공간을 저 녀석이 침범한 것도 꽤 여러 번이다. 매번 다시 방으로 내려놓고 입구를 닿지만 조금 있으면 어떻게든 다시 찾아온다.

“아. 모르겠다. 차라리 네가 아니라 마론이라면 마음의 안정이라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마론이 이곳으로 오기엔 통로가 너무 좁고 복잡하다. 그리고 마론은 이런 곳을 좋아하지도 않을 것 같단 말이야. 마음 같아선 솔코를 불러서 저놈 데리고 공중 높은 곳에 좀 갔다 오라고 하고 싶다. 마우리츠만 아니었어도.

“냐~~.”

“왜. 할 말이라도 있냐?”

탁자에 앉아 의자에 누워있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우는 마리아. 마치 말이라도 거는 것 같지만 정말 말을 걸고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내가 알아들을 리 없다.

“냐~~.”

“왜. 뭐. 말하고 싶냐? 말해봐. 말 못하지? 말 못하잖아.”

..... 나 좀 유치하구나. 하지만 이렇게라도 풀어야겠다. 저놈은 상전 아닌 상전이라 평소 쌓인 것이 좀 많다.

뿌득.

“어?”

갑자기 뼈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나며 마리아의 몸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놀라서 다가가려 했지만 갑자기 마리아의 몸이 커지며 일으키는 변화에 멈췄다. 팔, 다리가 늘어나고 몸통이 커진다. 온 몸의 털이 머리쪽으로 옮겨져 하나로 합쳐져 마치 긴 생머리처럼 변하고 몸은 사람의 피부처럼 새하얘졌다. 마치 사람 같.... 아니 사람 같은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변하고 있었다.

변화는 순식간에 끝났다. 그리고 변화가 끝난 그곳엔 검은색 털을 가진 고양이 마리아가 아니라 검은 머리를 가진 소녀가 한 명 서 있었다. 그것도 나체로. 나는 뒤로 물러나 경계했다.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 아론.”

소녀가 된 마리아. 아니 뭔지 모르겠구나. 여하튼 어떻게 경계를 안 하겠냐. 고양이가 사람이 됐는데.

============================ 작품 후기 ============================

좀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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