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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아티팩트 에이지-199화 (199/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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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혼자는 힘드오. 혼자가 아무리 강해도 수에는 이길 수 없지. 그리고 저기에 어떤 강자가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오. 파르마 대공과 대다수의 지휘관이 본국으로 돌아갔다고 하기에 가는 것이긴 하지만 혹시 남아있는 초인이 있을 수도 있소. 혹시 내가 장난스럽게 이야기해서 오해했다면 미안하오. 저들은 위험하오. 지금 우리끼리만 가는 것처럼 이야기하기는 했으나 이미 칼레 근처에 동지들이 기다리고 있소이다.”

“바다의 거지들 분들이 칼레 근처에?”

“그렇소이다. 이 작전은 사실 준비한지 꽤 된 작전이오. 원래 계획도 오늘 작전 시행일이고 말이오.”

그렇군. 좀 의아하긴 했다. 중요한 임무를 위해 프랑크로 가는 나를 데리고 습격을 하겠다고 하는 것도 이상했고 배웅인사를 하니 마니 장난처럼 가볍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10여년간 에스파냐를 괴롭혔던 것이 단순히 운때문이었나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역시 그런 건 아니었군. 농담도 저렇게 진지한 사람이 하니 진실처럼 들리는구나.

나를 대동하는 것은 아마도 자신감 때문이겠지. 완벽한 준비를 했다는 자신감. 절대 나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나를 데리고 습격을 강행하는 것일 터다.

“작전 시행은 어떻게... 근처에 가서 합류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신호를 주고받아 동시에 공격하는 쪽으로 하는 것입니까.”

“동지들이 숨어 있는 곳으로 가 신호를 줄 것이오. 그러면 쉬고 있던 동지들이 합류할 것이고 함께 항구를 공격할 예정이지.”

“그렇다면 아까 말씀하신 갤리온만 습격하고 온다는 것도 농담이었습니까?”

동지들이 합류한다면 기름의 양도 사람의 숫자도 늘어날 테니 갤리온뿐만 아니라 카락도 공격하려는 것 아닌가 해서 물었다.

“아니오. 그것은 진실이오. 갤리온만 공격하고 빠질 것이오. 괜히 카락까지 노렸다간 빠져나오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려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소. 정확한 계획은 이렇소. 먼저 몰래 칼레로 잠입한 동지들이 민가에 불을 지를 것이오. 그러면 육지가 혼란에 빠질 터. 그때 갤리온을 습격해 불을 지를 것이오. 이틀 뒤 칼레를 떠날 예정이었으니 이미 배에 대포용 화약도 실어뒀을 터. 갤리온이 아무리 크고 튼튼하다하더라도 화약에 불이 옮겨 붙는 순간 끝이오.”

그렇군. 갤리온만 노린다라.... 많은 것을 노리지 않는 것도 좋은 자세다. 괜히 조금만 더.. 조금만...하는 마음을 가졌다가 계획이 실패하는 법이다. 딱 핵심만 치고 나올 수 있는 자제력이 중요하지.

“그것 제가 하겠습니다.”

“으음.... 설마 내가 이렇게 이야기했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혼자 가겠다고 하는 것은 아닐 터이고, 뭔가 방법이 있는 것이오?”

방법이 없는데도 혼자 가겠다고 하는 것이면 혼내주겠다는 말투다. 계획이 나쁘지는 않다. 중요한 임무로 프랑크로 가야하는 나를 대동한 채로 작전을 시행하는 이유도 알겠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세운 계획이 아니기에 믿을 수가 없다. 나는 칼레 같은 대도시 항구에 쳐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요한은 십년 이상을 이렇게 활동했다. 그 오랜 세월동안 실패하지 않았으니 자신감이 있는 것이 당연하겠지. 하지만 난 아니다. 저들이 몇 번을 했든 난 어떻게 해왔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번이 내 첫 경험이다. 당연히 긴장되고 저들을 믿을 수 없다. 그래서 나서야 했다. 내가 칼레항 근처에 가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네.”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듣고 싶구려.”

‘거대 돌고래 소환.’

콜레가로 거대 돌고래를 소환했다. 바닷물 속에 거대한 돌고래가 소환 된 것이 느껴졌다. 거대 돌고래는 솔코와 다르게 나와 감각이나 시야를 공유하지 않기에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소환 된 것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올라와라.”

“음?”

내가 바다 한쪽을 바라보며 말을 하자. 요한도 그쪽을 살폈다. 곧 거대 돌고래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 돌고래 아니오. 혹시 소환수?”

“맞습니다.”

“저 돌고래를 이용하겠다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그리고..”

대답을 하며 하늘을 향해 팔을 쭉 뻗었다. 요한이 뭔가 이야기를 하려다가 내 행동을 보곤 내 팔과 눈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선 솔코가 열심히 날아오고 있었다.

“독수리?”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을 텐데 잘도 알아보는구나.“

“역시 맞습니다.”

“독수리와 돌고래라... 유용한 소환수인 것 같긴 하나 이 상황에서는....”

말을 하던 요한이 입을 다물었다. 점점 다가오는 솔코. 솔코가 다가올수록 평범한 독수리가 보여줄 수 없는 거대한 크기가 두각 되었다.

“혹시 저 돌고래도?”

“네. 둘 다 보통 크기가 아니지요.”

그래서 스킬 이름에도 ‘거대’자가 붙는 것 아니겠어?

***

후두둑.

“응? 비가 오나?”

갤리온 위에서 경비를 서던 병사는 갑자기 머리 위로 떨어진 액체에 하늘을 살폈다. 딱히 비가 오는 것은 아닌 듯싶었다. 병사는 자신의 머리에 묻어있는 액체를 손으로 닦았다. 미끌거리고 잘 닦이지도 않았다. 이상해서 냄새를 맡으니 기름 냄새가 났다.

“웬 기름이 하늘에서 떨어지지?”

쿵! 촤아악.

“윽. 뭐야 이거.”

갑자기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져 깨지더니 그 안에 들어있던 액체가 사방으로 튀었다. 병사도 약간의 액체를 뒤집어썼다.

“이것도 기름이잖아? 도대체 뭐야. 왜 하늘에서 기름이.... 잠깐. 기름?!”

병사가 깜짝 놀라 경계근무를 위해 불을 피워놓은 곳을 바라보았다. 다행이도 그 위로는 기름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불이 번지지는 않아있었다.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쉰 병사는 그제야 하늘을 살펴봤다. 딱히 특별한 무언가가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달이 없는 밤인지라 뭔가 하늘에 떠 있어도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말 이상하군. 그냥 하늘에서 기름이 떨어졌을 리는 없고... 보고 해야겠어.”

병사는 따뜻한 선내에서 쉬고 있을 사관을 떠올리며 움직였다. 더 이상 생각할 필요는 없다. 보고만 하면 그가 알아서 생각을 하고 조치를 취할 것이다.

선실로 가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보고 할 것이 있습니다.”

“방금 큰 소리 난거?”

사관도 들었나보다. 목소리가 잠겨 있는 것을 보면 졸다가 그 소리를 듣고 깬 모양이었다.

“네. 하늘에서 기름이....”

쿵! 촤아악.

다시 뭔가가 떨어지고 기름이 사방으로 튀었다. 병사가 급히 고개를 돌려 불쪽을 바라보았다. 이번엔 기름이 제법 튀었는지 불길이 더 강해져 있었다. 하지만 갑판에 불이 옮겨 붙지 않도록 쇠로 만들어진 받침대 위에 붙여놓았던 불이기에 갑판위에 흩어진 기름에 옮겨 붙지는 않았다.

“도대체 뭐야?”

그제야 사관이 밖으로 나왔다.

“하늘에서 기름이 떨어졌습니다.”

“뭐? 뭐가 떨어져?”

“기름입니다.”

“너 졸았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하늘에서 왜 기름이 떨어져.”

“정말입니다. 제 머리에도 튀었어요. 냄새 맡아보십시오.”

병사가 자신있게 머리를 들이밀었다. 평소라면 주먹으로 한 대 쳤겠지만 너무 자신있게 머리를 내미는 병사의 태도에 사관이 코를 들이밀어 냄새를 맡았다. 정말 기름 냄새였다. 그리고 가슴이 철렁했다.

“빨리 경계용 불 치워!”

세상에 하늘에서 저절로 기름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 분명 누군가가 일부러 기름을 던진 것일 터.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어떻게 던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유를 추측하기는 쉬웠다. 배에 불을 지르려는 것일 터다.

사관의 명령에 병사가 급히 불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하지만.

퍽.

아아악.

무언가가 병사를 가격하며 지나갔고 병사는 그 충격에 바다에 빠졌다.

“빌어먹을.”

사관이 급히 칼을 꺼내들고 사방을 살폈다. 하지만 역시나 너무 어두워 보이지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불을 하나 피워두기는 했지만 그 주변만 환할뿐 조금만 벗어나도 칠흑같은 어둠이 펼쳐져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

콰직.

사관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솔코의 날카로운 발톱이 그의 머리에 박혀 들어간 것이다. 사관이 죽은 것을 확인한 솔코는 천천히 날아올라 아무도 없는 갤리온 위를 날아 불이 놓여 잇는 받침대를 툭 치고 지나갔다. 불은 기름에 옮겨붙었고 갤리온 갑판 위는 삽시간에 불이 휩싸였다.

“불이다! 갤리온에 불이 붙었어!”

가장 먼저 발견한 병사가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 소리는 솔코를 불러들였다. 그 병사는 갤리온 위에 있던 사관과 마찬가지로 솔코의 발톱에 머리를 꿰뚫린 채 절명했다. 솔코는 다시 하늘 높이 날아올랐고 갤리온의 불을 끄기 위해 달려오는 병사들을 하나 둘 처리해나갔다. 그렇게 열둘의 병사를 처치했을 때 솔코를 경계하는 자들이 나타났고 병사들은 모여서 할버드를 든 채 하늘을 경계했다.

그리고 그들이 하늘을 경계하는 사이 갤리온의 불길은 화약에 옮겨 붙었고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곧 갤리온은 걷잡을 수 없는 화염에 휩싸였고 솔코는 사라졌다.

***

“대단하군. 정말 대단하오.”

“하찮은 잔재주에 불과합니다.”

“아니오. 정말 대단했소. 바다의 거지들에 정말 어울리는 능력이야. 혹시 합류할 생각 없소?”

요한이 눈을 빛내며 날 영입하려 했다. 왜이래. 나 비싼 몸이야. 렐리 상단의 상단주라고. 이런 말 한마디로 날 영입하는 게 가능할 것 같아?

“높게 봐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바다의 거지들에 합류해달라니 정말 영광이나 이미 빌럼 공작님께 받은 명령이 있어 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군요.”

그렇다고 매몰차게 거절할 수도 없어서 빌럼 공작님의 이름을 팔았다.

“아쉽소이다. 아론 경이 합류한다면 많은 동지들의 목숨을 아낄 수 있을 터인데... 정말 대단했소이다. 덕분에 아침에 드리지 못한 예배를 저녁에 성대하게 드릴 수 있었소이다. 갤리온 한 척이라면 헌금으로 부족함이 없지.”

“하하.”

일이 잘 풀렸다. 계획은 간단했다. 솔코가 기름을 가지고 먼 거리를 나는 것은 힘드니 거대 돌고래가 기름을 갤리온 앞까지 운반하고 솔코가 하나씩 들어서 배 위에 떨어뜨린 후 불을 붙인다는 것이 계획의 전부였다.

그런데 그게 딱딱 들어맞았다. 거기에 에스파냐의 초인이 나타나지 않은 덕분에 불을 끄지 못하게 계속해서 방해할 수도 있었다. 아마 초인은 먼 곳에 있거나 이미 본국에 복귀한 상태인 듯하다.

“동지들에게 철수하라고 신호를 보내라.”

“네.”

요한이 옆의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는 나를 전적으로 믿지 않고 내가 실패할 경우 일을 이어서 할 수 있도록 바다의 거지들을 대기시켜둔 상태였다. 그것 봐라. 그가 나를 믿지 못하는데 내가 그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어. 계획을 완벽하게 자세히 듣기라도 했으면 아주 눈곱만큼은 믿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계획도 대충 아는 상황에서 그를 믿고 칼레 항구로 쳐들어간다는 것은 할 수 없지.

갤리온의 불을 뒤로하고 우리의 배는 남쪽으로 나아가고 다른 바다의 거지들은 북쪽의 로테르담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3일 뒤 아침. 프랑크 르아브르에 도착할 수 있었다.

***

1581년 3월 2일 수요일 아침

-르아브르를 발견했습니다. 무재 포인트 50, 문재 포인트 100, 상재 포인트 50을 얻었습니다.

르아브르. 프랑크어로 항구란 뜻이다. 그냥 이름이 항구다. 이름을 짓기 귀찮았던건가? 몇 명 안 사는 작은 마을에도 이름은 붙이는 법인데 말이야.

요한은 나와 토마스를 르아브르에 내려주고 곧바로 떠났다. 칼레항구에 피해를 준 것 외에도 보급품을 싣고 돌아갈 배를 약탈해야 해서 바쁘다고 했다. 정확히는 이렇게 말했다.

‘영국 놈들에게 다 가져가기 전에 먼저 털어야 하오. 영국 놈들은 에스파냐 터는 것은 타고났는지 그놈들이 한번 다녀간 후엔 남는 것이 없어서 우리가 가져갈 것이 없다오. 물론 영국 놈들 하는 짓거리 중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짓거리이긴 하지만 말이오.’

몰랐는데 바다의 거지들도 에스파냐 선박을 제법 약탈하고 다니는 모양이다. 음... 이제 해적 욕하면 안 되는 건가? 우리나라의 영웅이 그러고 다니는데 해적 욕을 하면 요한을 욕한 게 돼버리잖아. 아냐. 요한은 나라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고 해적 놈들은 쉽게 돈벌자고 하는 일이니 다른 거야.

...... 그렇게 믿자.

관청을 찾아 입국 허가증을 받았다. 르아브르는 별로 큰 항구가 아니고 외국인도 잘 찾아오지 않는 곳이다 보니 외국인을 상대하는 항구관리가 없어 관청으로 직접 찾아가야 했다. 딱히 관청을 찾아가지 않아도 도시를 돌아다니는 데에는 지장 없고 앙주공의 눈을 피해 몰래 들어온 프랑크이긴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몰래 돌아다닐 수는 없다.

도시 밖으로 나가거나 다른 도시로 들어갈 때에는 허가증이 필요할 테니까. 외국인이 허가증 없이 돌아다니면 첩자라고 잡혀간다. 그리고 내가 공식루트를 거치지 않고 프랑크의 왕인 앙리3세를 만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괜히 몰래 접근했다가 암살자라고 잡혀가면 사형당하는 건 한순간이지.

어차피 겨우 남작이 들어와 돌아다니는 것을 신경 쓰고 외국에 있는 앙주공에게까지 알릴 사람도 없는데다가 누가 알려준다 하더라도 이미 앙리3세를 만나 용무를 끝낸 뒤일 것이다. 용무가 끝난 후에는 내가 프랑크에 들어왔다는 것이 앙주공에게 알려지든 말든 상관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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