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항해-아티팩트 에이지-196화 (196/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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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1581년 2월 23일 월요일

“그래. 야프가 돌아오는 데로 코그 하나 빼서 런던 쪽으로 집어넣어. 혹시 모르니까 80톤 군용 코그로.”

“야프 선단 전투력이 내려갈 텐데 괜찮겠습니까?”

하벨의 걱정은 당연한 거다. 발트해는 여전히 해적들이 활개치는 곳이니까.

“그래도 총 6척에 군용 선박만 2척이야. 발트해 깊숙한 곳이면 몰라도 뤼베크 앞바다까지는 걱정 없어. 그리고 발트해 3국이랑 모스크바 공국의 해군이 눈에 불 켜고 돌아다니고 있는데 해적 들고 괜히 설치진 못하겠지.”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직은 육지전투만 활발하지 해군끼리는 눈치만 보고 있다 들었지만 그래도 지금 시기에 괜히 설쳤다가는 잔뜩 독 오른 해군들에게 크게 물릴 수 있다. 아무래도 야프 선단이 주로 다니는 뱃길이 덴마크 왕국 앞바다니 말이다. 본격적인 해전이 일어나기 전에 경험 삼아 해적을 소탕하고 다닌 일은 제법 많이 일어난 일이니 머리가 있는 놈들이라면 감히 지금 설치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하벨 배타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 알지만 좀 고생해줘. 뤼베크에서 모직물 매매 가격 오는 거 봐서 별로면 다른 시장도 알아봐주고. 여차하면 야프 선단을 움직여도 돼. 괜히 배 하나만 빼서 혼자 다니지 말고 위험하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 하벨이라면 믿을 수 있지.”

하벨에게 양모와 모직물에 관련된 사업을 맡겼다. 기본적인 것은 전부 마친 상태이긴 하지만 지금부터 세세한 조정을 해야 하는 시기인지라 이 사업에서 정말 중요한 때인데 내가 자리를 비우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지. 그래도 하벨이라면 잘할 수 있을 것이다.

“플로라는 후고가 필요하다는 것 있으면 잘 지원해주고, 가끔 에흐몬트 조선소도 가서 혹시 부족한 게 있나 살펴봐줘.”

“네. 단주님.”

플로라에게는 조선소 관리를 맡겼다. 열심히 조선소를 짓고 있는 와중이기에 많은 손길이 필요하기도 하고 최근 조선소 한 쪽에서 배를 건조하기 시작했으니 자잘한 보급품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배 하나 건조하는 데에도 수많은 재료가 필요한 법이니까. 상단의 자재 공급 없이는 절대 배를 만들 수 없을 것이다.

그 일을 플로라에게 일임했다.

“후고 할아버지와 잘 상의해서 차질 없도록 할게요.”

“그래. 부탁한다.”

플로라는 조선소장인 후고와 꽤 사이가 좋다. 같이 핍박받는 민족이라 그런가. 같이 붙어다닌 시간은 별로 없었는데 어느 새 사이가 좋아져 있었다.

그리고 상인으로서의 플로라도 최근 물이 오른 상태고 말이야. 다시 만나고 처음엔 ‘오. 잘하는데?’라는 감상이었는데 요즘에는 ‘와. 잘한다.’로 바뀌었다. 상인으로서 부족한 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조선소일을 맡기는 거지. 아무리 룰로프가 절인 청어와 소금, 하벨이 모직물과 양모로 인해 바쁘다 하더라도 플로라가 능력이 안 된다 싶으면 일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어머니에게 부탁했겠지.

에이. 최근 사업 분야에 있어서 엄청난 확장을 한 우리 상단은 지금이 제일 바쁜 시기인데 내가 자리를 비워야 한다니. 하지만 거절할 수도 없다. 일을 맡긴 사람이 빌럼 공작님이니까. 얼마나 사람이 없고 힘들었으면 나한테 일을 맡겼겠어. 그 동안 발트해 개척을 맡긴다고 나한테 어떤 일도 맡기지 않았던 분인데 말이야.

그만큼 이번 일이 중요하단 뜻일 거다. ‘프랑크로 가주게.’라니. 꽤 놀랐었는데 말이야.

순간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프랑크로 가주게.’라는 말의 진의를 알기 위해서 말이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암살’이었다. 다른 귀족이라면 ‘외교’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나는 그런 일을 해본 적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제법 자신 있는 상인으로서 가는 일도 아닐 거고 말이야. 지금 상인이 프랑크로 가서 뭐하겠나. 가서 와인이라도 수입해 와?

그러니 다음으로 자신 있는 무력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제법 강한 무인이 나라가 위급한 시기에 다른 나라에 가서 할 일. ‘암살’을 떠올린 것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에 이어진 빌럼 공작님의 말은 내 상상과는 달랐다.

-사안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내가 가는 것이 맞겠지만 지금 나는 나라를 비울 수 없는 상태네. 앙주공이 날뛰고 있어서 말이야. 지금 네덜란드에서는 내가 그나마 유일하게 앙주공과 네덜란드 귀족 사이를 중재할 수 사람인데 자리를 비우고 프랑크로 갔다 오면..... 그 사이 앙주공이 무슨 짓을 해놨을지 끔찍하군. 그리고 우리 네덜란드 귀족들이 딱히 참을성이 좋은 성격은 아니어서 말이야.

무섭겠지. 원래 귀족들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는 앞뒤 안 따지고 덤벼드는 성향이 있다. 역사적으로 일어난 전쟁 중 어이없는 일로 인해 일어난 전투가 얼마나 많은가. 앙주공이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한다면 당연하게도 네덜란드 귀족들과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사이에 빌럼 공작님이 없다면 과격한 사태로까지 발전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싸운다고 해도 빌럼 공작님의 말대로 프랑크 왕실과 앙주공은 관련이 없다는 확답을 받은 후 싸워야 한다. 만약 그런 것 없이 싸웠다가 다른 나라의 원조 없이 프랑크의 침략을 받게 되면.... 네덜란드는 프랑크의 한 지방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마지막으로 룰로프에게까지 소금, 절인 청어와 관련된 지시를 내리곤 어머니께 찾아갔다.

“어머니.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큰일을 하러 가는 것이니 상단은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거라. 내 신경 쓸 테니.”

“네. 어머니.”

하벨과 플로라가 있기도 하지만 내가 걱정없이 프랑크로 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어머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어머니가 있으면 해결해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

최근 예전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처럼 어머니는 상단의 일에서 하나 둘 손을 떼고 계셨다. 워낙 깊숙이 관여를 하신지라 한 번에 완전히 손을 놓지는 못하셨지만 이제 자신은 집안일에만 신경 쓰겠다고 하셨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를 생각하면 어머니는 상단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 것 같다. 만약 지금처럼 상단 일에 관여를 하셨다면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도 꽤 큰 상단을 일구었을 것 같은데 말이야.

“명심하거라. 너는 네덜란드의 얼굴로서 프랑크로 가는 것이니 귀족으로써 행동거지 하나하나 조심하도록 하거라.”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아론 너라면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잘 할 것이니 걱정하지는 않겠다.”

말하는 어머니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어렸다가 사라졌다. 내가 프랑크에 간다는 소식에 가장 기뻐했던 분이다. 다른 녀석들에게는 이유를 이야기하지 않고 어머니에게만 이야기했는데 나라의 일을 한다며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난 돈이 가장 좋은데 어머니에게 최우선은 돈이 아니신가보다.

***

마차 안에서 할 일이 없어 가져온 책을 옆에 쌓아두고 읽고 있었다. 한권 다 읽었네.

-책 ‘헤르바르와 헤이드레크 사가’을 정독했습니다.

두 번째 정독이므로 획득 포인트가 하락합니다.

문재 포인트 19를 얻었습니다.

문재가 23(+9)단계로 올랐습니다. 지식 습득 효율과 지식 기억 한계가 늘어납니다.

오오. 드디어 문재 단계가 올랐다. 다음 책에 오를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지. 예전에 오슬로에 갔을 때 구입했던 노르웨이어 공부할 겸 해서 산 책이었는데 역시 외국 서적이라서 꽤 포인트를 준다. 외국어 공부를 동시에 해서 그런가. 여하튼 올리기 힘든 문재의 단계가 올라서 기분이 좋다. 이제 각 재능 단계는 무재 28(+3), 문재 23(+9), 상재 23(+10)이다. 대충 31, 32, 33이라 봐도 되니까 다음 등급까지 올리는 건 아직 한참 멀었구나.

그래도 별다른 사건으로 올린 것이 아니라 꾸준한 독서로 단계를 올린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프랑크 가는 길에 이런 경사라니. 나름 비밀 여행인지라 정체 안 들키려고 버니팅을 풀고 맨손으로 다녀서 그런가. 기분도 상쾌하다. 이번 프랑크행은 느낌이 좋구나.

-‘헤르바르와 헤이드레크 사가’에서 특이점을 발견했습니다.

다시 한 번 정독하길 추천합니다.

보물탐색꾼으로의 직업교체를 추천합니다.

어? 이건 뭐야. 특이점을 발견하다니. 보물탐색꾼으로 직업을 바꾸라고 하는 걸 보면 뭔가 보물과 관련이 된 건가?

‘넘버127. 특이점을 발견하다니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입니다. 책의 내용 중 특이점을 발견했습니다. 다시 정독을 하다보면 그 특이점이 단서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단서? 한자동맹의 패황을 발견했을 때와 같은 그 단서?’

-네. 하지만 아직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이지? 이 헤르바르와 헤이드레크 사가는 예전에도 읽었던 책인데.’

-정확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제 출력이 올라감으로써 인지 가능 범위가 늘어났습니다. 헤르바르와 헤이드레크 사가에 나와 있는 내용 중 하나가 최근 늘어난 범위 안의 단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네 출력이 몇이지?’

-215,174k입니다.

예전에 확인했을 때보다 3만정도 늘었다. 엄청 늘어났구나.

‘그럼. 지금가지 읽은 책 중에도 단서가 있을 수 있는데 부족한 출력 때문에 확인 못한 것들이 있을 수 있겠네?’

-그렇습니다.

아우. 그러면 신화에 관련된 책들 다시 한 번 전부 읽어봐야 하나? 너무 멀리 있는 것은 안 될 테니. 이번에 단서 발견하는 거 봐서 대충 그 안쪽에 있을 것 같은 것들 위주로 읽어봐야겠네.

‘알았어. 난 읽기만 하면 되는 거지? 딱히 다르게 해야 할 거 있어?’

-책속의 내용을 상상하시며 읽거나 그 책 내용에 대해 깊게 생각하시면 더 도움이 될 겁니다.

아무 생각없이 읽기만 하면 안 된다는 거군. 알았다. 알았어. 공부하는 마음으로, 학자의 마음으로 다시 읽어보마. 나는 바로 보물탐색꾼으로 직업을 교체한 후 책을 다시 읽어나갔다. 그리고..

-책 ‘헤르바르와 헤이드레크 사가’을 정독했습니다.

세 번째 정독이므로 획득 포인트가 하락합니다.

문재 포인트 17을 얻었습니다.

보물 ‘오딘의 명마’에 대한 정보를 습득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지역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슬로, 베르겐, 뤼베크, 코펜하겐, 스톡홀름.

오오. 보물 정보 획득이다. 예전에 단서를 얻었을 때 찾아낸 보물은 한자동맹의 패황이라 불렸던 콜레가. 얻고 보니 거의 전설급에 가까운 유물이었지. 콜레가로 소환한 솔코는 지금도 하늘 위에서 열심히 정찰 중이다. 역시 소환수라 그런지 하루종일 하늘을 날아다녀도 지치질 않는다.

그나저나 ‘오딘의 명마’라니. 말을 소환하는 유물인건가? 그건 별로 필요없을 것 같은데. 애초에 내 주무대는 바다라서 말을 탈 일이 없단 말이야. 육지에서 돌아다닌다고 해도 마차나 달구지를 주로 이용하는데다가 마상 전투같은 것도 할 줄 모른단 말이지. 으음.... 그냥 말 전용 유물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 우리 마론 초노새로 만들어주게.

으흐흐. 말 전용 유물이라니. 인간 외에 유물을 쓸 수 있을리 없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웃기네.

오슬로, 베르겐, 뤼베크, 코펜하겐, 스톡홀름이라.... 뤼베크 말고는 갈 일 없는 곳이다. 특히 스톡홀름은 전에 날 습격했던 놈들이 있는 곳이라 더 가기 힘든데.... 다음에 뤼베크에 갈 때 샅샅이 뒤져봐야겠네. 뤼베크에서 일이 끝났으면 좋겠다.

***

“니야~.”

“어어? 니가 여기 어떻게?”

암스테르담을 떠나 로테르담을 향해 한참 가던 중 갑자기 나타난 마리아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분명 마리아는 암스테르담에 놓고 왔는데 여기 어떻게 온 거지? 아니 왜 저기서 나오는 거지?

마리아가 나온 곳은 마차 좌석 쿠션 뒤쪽. 거의 틈이 없는 곳인데 거긴 어떻게 들어가고 어떻게 나온 거냐. 내가 좀 놀라긴 했나보다. ‘어떻게’란 말을 도대체 몇 번이나 쓰는건지.

“냐~~”

마리아는 폴짝 뛰더니 내 무릎위로 올라와 앉더니 눈을 감았다. ‘이제부터 쉴 테니 날 건들지 말아라.’란 뜻을 가진 행동이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마차를 몰던 토마스가 마부석과 연결된 작은 문을 열어 물어보았다. 토마스는 마차 안을 살피더니 내 무릎 위에 있는 마리아를 보곤 상황을 파악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녀석 주인님을 정말 잘 따르는군요. 여기까지 따라오다니.”

“에이. 귀찮은데. 토마스. 이제부터 네가 이 녀석 돌봐.”

“힘듭니다. 그 녀석 제 곁으로 잘 안 오는 거 아시잖습니까. 괜히 싫어하는 데 억지로 제가 돌보다가 건강이라도 나빠지면 어떡합니까. 마우리츠님이 서운해 하실 겁니다.”

“으윽.”

토마스놈이 마우리츠를 핑계삼아 귀찮은 마리아를 떠넘긴다. 저 녀석 마우리츠가 내 약점인걸 눈치 챈 게 분명하다. 분명 혼인에 대해서는 이야기 안 했지만 저놈이라면 눈치 챘을지도... 눈치 챈 뒤에도 티 안내고 지 유리한데로 이용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토마스 놈은 그러고도 남을 놈이니까.

“냐아~~”

마리아 놈... 아니 년이 하품을 하더니 본격적으로 골아 떨어졌다. 이렇게 되면 못 움직인다. 잠자는 거 깨우면 사나워지니까.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마론을 데려왔어야 했어. 마리아에게 받는 스트레스를 마론을 보면서 풀어야 하는데. 으으.

============================ 작품 후기 ============================

귀환자 강태성 때문에 3일이 삭제됐습니다.

제가 뭐에 빠지면 헤어나오질 못하는 체질이라....

그거 보면서 많이 반성했습니다.

이런 퀄리티로 하루에 3~4편씩 쓰는 사람도 있는데 난 뭐하는건가...하는 생각이.

그래서 저도 한번 해보려고요.

12시간당 1연재로 바꾸겠습니다.

ps. 사실 2연재 따당! 하면서 오려고 했는데 두번째걸 아직 반밖에 못써서 어쩔 수 없이 12시간당 1연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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