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항해-아티팩트 에이지-190화 (190/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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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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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미로의 아이들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지하미로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지하미로. 세상 곳곳에 남겨진 유물의 흔적이다. 유물의 주인 선택 방식 3가지 중 하나인 토너먼트로 인해 생겨난 던전들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미로 형식이고 지하에 형성되어 있기에 지하미로라 부른다. 그리고 그런 지하미로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프랑크 중부 리모주 북서쪽에 위치한 ‘프랑수아의 미로’일 것이다.

다들 알 것이다. 유럽의 3분의 2를 차지했던 대제 카를 5세. 그리고 그의 유일한 라이벌 프랑수아 1세. 비록 첫 전투에 패해 유럽의 패권을 카를 5세에게 넘겨주었으나 절치부심하여 힘을 회복하고 지금의 강력한 프랑크를 만들어낸 왕이다. 물론 다들 알 것이라 생각한다. 뭐니뭐니해도 신화급 유물의 소유자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프랑수아1세가 소유했던 신화급 유물이 발견되었던 곳이 바로 ‘프랑수아의 미로’이고 말이다.

유물이 발견된 던전은 버려진다. 유물이 발견된 시점에서 더 이상 몬스터도 나타나지 않고 그저 폐허가 될 뿐이니 당연했다. ‘프랑수아의 미로’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수아 1세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버려진 폐허일 뿐이었다. 하지만 프랑수아 1세가 1547년 돌연사하자 프랑크 각지의 강자들이 리모주로 몰려들었다. 프랑크의 강자만이 아니었다. 에스파냐, 신성로마제국 심지어 원수인 영국에서도 몰려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신화급 유물인 ‘신의 발걸음’을 얻기 위해서였다.

보통 전승급 이상의 유물들은 주인이 죽을 경우 어딘가로 사라진다. 그 유물들이 어디로 사라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방향 정도만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토너먼트로 인해 빛을 본 유물들은 약 20%정도가 발견되었던 던전으로 돌아간다는 통계가 있다.

신의 발걸음도 토너먼트 방식으로 프랑수아 1세가 얻은 것이니 20%의 확률로 ‘프랑수아의 미로’로 돌아갔을 확률이 높은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했다.

만약 프랑수아 1세가 병에 시달리다가 죽었다면 프랑크도 미리 대비했다가 ‘프랑수아의 미로’에 진입해 유물을 얻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정했던. 도저히 죽을 것 같지 않았던 프랑수아 1세가 돌연사 당했고 왕이 죽어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프랑수아의 미로’에 병력을 파견했지만 조금 일찍 도착했을 뿐 다른 세력들이 ‘프랑수아의 미로’에 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날 ‘프랑수아의 미로’에 모인 자들은 다양했다. 왕실, 각 지방의 영주, 신성로마제국 왕실과 영주들, 영국의 왕실, 에스파냐의 왕실, 교황청 성기사 등. 신화급 유물을 얻기 위해 수많은 자들이 모여들었던 것이다. 프랑크와의 외교적 마찰이 일어나는 것 정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신화급 유물을 얻게 되면 그깟 외교적 마찰쯤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니 말이다.

결국 각 세력들은 서로를 견제하느라 던전에 진입하지 못했다. 모두가 강력했기에 먼저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튀어나온 못이 망치에 맞을 것이기에. 하지만 언제까지고 계속해서 시간을 끌 수는 없는 일. 결국 프랑크 왕실의 주재 하에 회의가 열렸고 각 세력의 대표를 뽑아 던전을 확인하기로 했다. 일단 던전이 활성화 되어 있는지 아닌지만 확인하기로 한 것이다.

‘신의 발걸음’이 돌아왔다면 던전이 다시 활성화 되어 있을 터였다. 그 확인을 위해 각 세력 소수의 강자들이 뽑혔고 다 함께 던전의 입구로 들어갔다. 그리고 ‘프랑수아의 미로’의 주민들이 등장했다.

그들의 등장은 화려했다. 던전에 들어선 각 세력의 강자들을 습격해 죽였다. ‘프랑수아의 미로’를 터전으로 살아온 그들이었다. 이미 미로는 그들의 아지트이자 성이 되어 있었고 그 성안에 발을 들이민 각 세력의 강자들은 드래곤의 주둥이로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각 세력의 강자들은 강자라 불릴만했다. 하지만 미로의 주민들은 더욱 강력했다. 강자들을 전멸시킨 미로의 주민들은 던전을 나와 지도자와 초인이 없어진 각국의 병력들을 공격했고 대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다시 모습을 감췄다. 패잔병들에 의해 소식을 들은 각국이 뒤늦게 다시 병력이 ‘프랑수아의 미로’에 파견되었지만 이미 미로에는 개미 한 마리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패잔병들에 의하면 그들을 공격한 자들의 행색은 부랑자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그를 들은 프랑크, 에스파냐, 신성로마제국, 영국, 교황청은 이 사건에 대해 함구했다. 그들의 정예 병력이 부랑자들에 의해 전멸 당했다는 소문을 낼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그 부랑자들을 ‘지하미로의 아이들’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것이 ‘지하미로의 아이들’이 세상에 이름을 알린 첫 사건이었다.

‘유럽 각지의 독립 무장 세력에 대하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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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그림자기사라 부른다고? 도대체 뭘 봐서 기사인거야. 딱 봐도 괴물인데. 그림자 괴물이 어울리겠구만.

기이이이이이잉.

내 버니팅에 덧씌워진 퀴버가 진동하며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이번엔 창날이 아니라 버니팅 전체에 얇게 퀴버를 덧씌웠다. 저 거대한 덩치에 짧은 퀴버 칼날을 박아 넣어봤자 생채기도 안날 것 같아서 말이다.

비록 키가 2m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지만 상체만 2m다. 앉은키가 2m라고 생각해봐라. 도대체 상체가 얼마나 두껍고 클지 상상이 되는가? 키가 2m라고 했지만 몸통의 옆너비도 2m는 되어 보인다. 이 상체 뚱뚱이 녀석.

그림자 기사가 긴 팔을 뻗어왔다. 길고 두껍고 단단해 보인다. 펼쳐진 손가락 하나하나가 칼날처럼 날카롭다. 그리고 분명 담고 있는 힘도 엄청나겠지. 하지만 피하지 않는다. 플로라의 신체능력 강화까지 받은 나는 그 무엇이든 깨부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실제로 광휘의 기사들이 들고 있던 두꺼운 강철 방패도 뚫어버렸지 않나. 그런데 그림자 따위 정도야.

나도 지지 않고 주먹을 뻗었다.

키이이이이잉!

퀴버의 진동과 내 주먹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합쳐져 괴이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지지이익.

내 주먹과 맞부딪힌 그림자 기사의 팔이 두꺼운 가죽이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괴물의 비명소리나 움츠러드는 모습 같은 것은 없었다. 팔 하나가 완전히 짓뭉개진 상태에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른 쪽 팔을 뻗어왔다. 어느 새 벽을 타고 온 그림자 기사도 공격에 합류했다.

얼마 전의 나였다면 리치가 짧은 내 공격을 이어가기 위해 처음 공격했던 그림자 기사의 품으로 파고들었을 것이다. 그 후에 공격을 퍼부어 쓰러뜨리고 다른 그림자 기사에게 쇄도해 들어갔겠지. 무투술을 사용하는 나로선 공격을 적중시키기 위해 우선 접근해야 했으니 말이다.

1:1의 대인전이라면 최고의 기술 중 하나라 자부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렇게 팔 하나의 길이가 거의 2m에 달하는 다수의 괴물을 상대로는 효율적이지 않은 전투방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변형.’

버니팅을 감싸고 있던 워리어와 퀴버의 본체가 지난 몇 개월간 비싼 가격에 고용한 개인 교사에게 배운 할버드의 모습으로 변한다. 거대한 도끼날이 달린 내 키보다도 큰 2m30cm정도 되는 창. 강력한 공격력과 긴 리치를 확보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배운 무술이었다.

후우웅.

기이이이이이잉.

단단하고 덩치가 큰 워리어는 창날과 도끼 몸체를 담당하고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퀴버는 창날과 도끼날에 덧씌워져 초진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지지직. 지지지이이익!

단숨에 그림자 기사 둘의 허리를 양분했다. 크... 멋지다. 나. 비싼 돈 들여서 배운 보람이 있구나. 암스테르담에 붙어 있을 수가 없기에 원래 수업료에 웃돈을 주고 데리고 다니며 배워야 했던 할버드. 비록 수업료가 엄청 비쌌지만 지금의 한방이 그동안 피 같은 내 돈을 주며 생소한 무술을 배워야 했던 고통을 희열로 바꿔주고 있었다.

“좋아. 돈값 하는구나!”

나도 모르게 신나서 외쳤다.

“하아.... 돈값이 뭡니까. 돈값이. 체통없게끔... 그르르.”

어느새 변신을 마친 토마스가 내 옆을 스쳐지나가며 한숨을 쉰다. 니놈이 언제 내 체통을 생각했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거냐. 내 체통을 생각했으면 말대꾸부터 줄여 이놈아.

토마스가 빠르게 복면인을 향해 달려든다. 빠르다. 역시 속도만큼은 토마스가 나보다 훨씬 낫다. 적의 능력 형태는 소환. 방금 내가 소환수 둘을 쓰러뜨렸으니 복면인 본인은 무방비상태가 되었다. 재소환이 가능한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재소환이 가능하다하더라도 소환을 하기 전에 먼저 접근해서 공격을 할 수 있다면 쉽게 쓰러드릴 수 있을 터. 적을 향해 빠른속도로 돌격하는 토마스의 판단은 역시 토마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확했다.

그래. 너도 나 정도는 되는구나.

끼야아악!

솔코가 복면인의 바로 위에서 쇄도해 들어가고 있었다. 나도 토마스와 같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미 솔코에게 복면인을 공격하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였다. 인간은 자신의 머리위를 잘 살피지 않는다. 인간들은 날지 못하니까. 그래서 아무리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변을 살피는 자들이라 할지라도 머리 위는 빈틈인 경우가 많다.

솔코가 소리를 냄으로써 복면인이 눈치 챘겠지만 이미 솔코는 피할수 없는 위치에 서 있었다. 저 정도 거리에서는 토마스도 못 피한다.

카강.

역시 복면인은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막아냈다. 복면인의 머리에서 그림자가 일어나더니 솔코의 발톱을 막아낸 것이다. 그림자와 독수리의 발톱이 부딪혔는데 강철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지이익.

토마스의 공격도 막혔다. 어느새 소환했는데 그림자 기사 하나가 복면인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토마스의 손톱을 몸으로 막아냈다. 토마스의 손톱이 그림자기사 깊숙이 박혀 들어갔지만 그림자기사의 몸통이 워낙 두꺼운지라 복면인에게 닿지는 못했다. 솔코는 다시 공격하기 위해 하늘로 날아올랐고 토마스는 그림자기사의 공격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내 차례인가. 내 할버드는 분명 저 그림자기사 두 마리를 반토막으로 만들었다. 접근해서 휘두른다면 그림자기사 막든 말든 적에게 공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솔코의 발톱을 막아낸 그림자가 얼마나 단단한지는 모르겠지만... 내 할버드를 막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빠르게 복면인을 향해 달렸다.

“이런 강자를 배치해두셨을 줄이야. 대단하십니다. 오늘은 실패군요. 하지만 다음엔 성공할겁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여왕폐하.”

복면인은 그 말을 하곤 땅 속으로 스며들 듯 사라졌다.

“어? 뭐야?”

거의 도착해서 할버드를 풀스윙 할 준비를 했었는데 목표물이 사라졌다. 나는 솔코에 집중했다. 그냥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솔코의 시야로도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공간감각이다.

눈을 감고 솔코를 통해 주변을 느꼈다. 보는 것이 아닌 느끼기. 눈으로 보지 못하는 곳까지도 살필 수 있다. 예를 들면 땅속이라든지 말이다. 그리고.... 찾아냈다. 약 20m 전방 땅 속에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역시 그냥 사라질 순 없지.

그런데 빠르다. 달려서 쫓아갈 수는 없겠어. 다시 솔코에게 집중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난 솔코의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적의 위치 바로 위로 이동했다.

“그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온힘을 실어 할버드를 휘둘렀다.

쿠학!

내 온힘이 실린 할버드가 땅에 박혀 들어갔고 할버드의 날은 땅을 마치 스펀지처럼 가르고 들어갔다.

***

“흐음....”

“잡으셨습니까. 크륵.”

어느새 달려온 토마스가 아론에게 물었다.

“아니. 놓쳤어. 분명 느낌은 있었는데 말이야. 상처가 깊지 않았나봐.”

“아쉽군요.”

“일단 돌아가자. 여왕이라 주장하는 여자와 만나봐야지.”

“네.”

아론과 토마스가 떠난 자리. 그곳에는 드래곤의 발톱이 할퀴고 지나간 것 같은 큰 흔적이 남아있었다.

***

“커헉. 커컥. 커허헉.”

도심 길목 깊은 곳. 평범한 사람보다 범죄자들이 더 많은 곳. 복면을 쓰고 있는 남자가 땅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 그는 자신의 어깨를 부여잡고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의 어깨는 누가 도끼로 찍기라도 한 것처럼 깊게 패여 있었다. 출혈이 많았다. 이대로라면 출혈로 목숨을 잃을 것이 분명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복면인이 죽기를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그의 소지품을 가져 갈 것이다. 죽은 자의 것은 가장 먼저 발견한 자의 것이므로.

“이런. 도망치는데는 세계 최고인 그림자 군주께서 이런 상처를 입고 오다니. 상대가 신화급 유물이라도 가지고 있었어?”

복면인의 주변을 메우고 있는 사람들을 헤치고 몸 전체를 감싸는 로브를 입은 누군가가 앞으로 나섰다.

“크으윽. 어서 날.... 데리고....”

“걱정마라. 내 비록 너와 사이는 안 좋아도 네가 죽도록 놔두지는 않을 테니.”

그 말에 안심했는지 복면인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로브를 입은 자는 복면인을 안아들었다.

“우리가 먼저 발견했다.”

주변에 있던 사람 중 하나가 짧은 단검 하나를 꺼내들곤 위협했다.

“흐응.... 내 앞을 막으면 다치는데....”

촤좌좌좍!

“아아악!”

로브 입은 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단검을 들고 있던 남자의 전신이 수십 개의 칼날에 베이기라도 하듯 난자되었다. 온몸에 얕은 검상을 입은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우리 율법이 고아를 만들지 말자야. 그래서 웬만하면 사람은 죽이지 않거든. 하지만 고아만 안 만들면 되니까.... 어때? 누구 또 나설 사람?”

모든 이가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방금 그 광경을 보고도 나설 수 있는 자가 이런 골목에 있을 리 없었다.

“흐으응. 그럼. 난 이만.”

그는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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