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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소금은 제대로 들어오기 시작했어?”
애니 이모에게 양모를 넘기고 상관으로 돌아와 책임자 룰로프를 만났다.
“네. 헨리퀴스 녀석과 에두아르가 함부르크-뤼네부르크가 연결되는 운송로를 잘 개척한 모양입니다. 얼마 전 새로 투입한 선박으로 첫 뤼네부르크 산 소금을 받았습니다. 소금을 싣고 온 선장의 말에 의하면 함부르크 창고에 꽤 많은 소금이 보관되어 있고 그거 전부 싣고 오려면 한동안 쉬지도 못하고 고생해야겠다고 하더군요.”
에두아르는 뤼네부르크 소금 광산의 책임자고 헨리퀴스는 뤼네부르크에서 오는 소금을 함부르크에 저장하고 암스테르담으로 보내는 일을 담당하는 렐리 상단 직원이다. 풀네임은 헨리퀴스 트롬프. 룰로프나 에두아르처럼 요즘 우리 상단의 핵심 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에흐몬트 1세대다. 그 어설프던 초보 상인들이 이제 제법 괜찮은 상인이 됐다.
새로 건조된 선박이 투입되기 전에도 함부르크에서 소금이 들어오고는 있었다. 여유 선박이 없으니 함부르크의 상선에 의뢰해서 소금을 운송했었는데 우리 의뢰를 받아주는 선박이 항상 광산에서 출하되는 소금을 제대로 들여올 수가 없었다.
월 생산량이 약 290톤인데 그 많은 양을 소형선박 몇 척으로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 리 없지. 아직 290톤 전부가 함부르크로 오는 것이 아니라 100톤 정도만 오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아직 함부르크로 싣고 가겠다는 상인은 별로 없데? 여전히 3분의 1정도만 함부르크로 오고 있는 건가?”
뤼네부르크의 소금 운송상들은 전통적으로 뤼베크로 가져가 팔았다. 평생을 뤼네부르크와 뤼베크만 오간 사람들인데 갑자기 함부르크로 가라고 하니 그게 쉽게 될 리 없다. 함부르크로 가겠다는 자들에게 최우선적으로 소금을 배정해주고 가격도 조금 싸게 해주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그 수가 적다.
“네. 그래도 처음엔 조금씩 함부르크로 가겠다는 상인이 늘어났었는데 요즘엔 새로 함부르크로 가겠다는 상인이 없는 모양입니다.”
“쯧. 상인들이 그렇게 모험심이 없어서야. 소금 싸게 주고 높은 가격에 사주겠다는데도 오는 사람이 없다니. 그런 것들은 상인이 아니야.”
이래서 한 가지 품목과 루트에 안주한 상인들이 성장이 없는 것이다. 편력상인들처럼 돈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겠다는 각오를 갖고 해야 성장을 하는 법인데 말이야.
“거기는 운송 의뢰도 못하잖아? 무조건 상인들에게 소금을 팔아야 하는 거잖아?”
“네. 그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소금광산들이 내 소유로 되어 있다면 그냥 내 직원들을 투입해서 새로운 운송상단을 만들어 투입해도 되겠지만 두 곳 모두 나사우 백작의 소유로 등록되어 있는데다가 다수의 상인들에게 소량씩 팔아야 한다는 길드 법까지 있어서 그럴 수가 없다.
거기에 외국 상인에게 팔지 못한다는 법도 있으니 렐리 상단이 나설 수도 없고 말이야. 그래서 우리 광산에서 생산하는 소금의 3분의 2가 뤼베크로 가고 있었다.
물론 뤼베크에도 우리 상관이 있으니 우리 상관에 소금을 팔라고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너무 멀단 말이지. 함부르크는 배로 8~10일이면 왕복하는데 뤼베크는 25~30일이 걸린다. 거의 3배다. 시간이 금인 상인 입장에서 3배 차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차이다.
“별 수 없지. 좀 이르지만 차선책 실행하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원래는 기존 상인 중 3분의 2정도가 함부르크로 경로를 바꾸면 실행하려고 했던 계획이 있었다. 상인 경력이 오래 됐지만 규모가 작은 상단을 찾아서 계약금조로 운송장비와 인력을 갖출 돈을 지원해주고 그들에게 소금을 파는 것.
그래도 신생 상단이니 조금 어설프고 우리가 신경을 많이 써야할 것 같아서 최대한 기존 상단의 경로를 바꾸는 쪽으로 일을 진행하려 했지만 안 되면 어쩔 수 없지.
“일이 많아질 테니 이번에 고용한 직원들 좀 지원해줘.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일을 진행하는 바람에 현지에서 고용하는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을 거야.”
“네. 그리고 뤼네부르크에서 함부르크로 오는 소금이 지금보다 늘어나게 되면 한 척으로는 힘들어질 겁니다. 지금도 거의 한계라고 하더군요.”
하긴 100톤 코그로는 한 달에 3번 함부르크를 오갈 수 있을 것이고 최대 100톤 정도 운반할 수 있겠지. 만약 한 달 생산량인 290톤 전부가 함부르크로 오고 곧 새로운 광맥이 개발되어 360톤이 함부르크로 오게 되면 1척으로는 턱도 없다.
“그렇긴 하겠네. 야프 선단이 언제 오지?”
“20일은 있어야 합니다.”
“음.. 그럼 내가 직접 말하긴 힘들겠네. 어머니에게 이야기 해둘게. 일단은 바로 1척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으로 하고 함부르크로 오는 소금이 늘어나면 늘어나는 데로 추가 투입을 하자고. 내가 없더라도 어머니에게 부탁드려. 말씀드려 놓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룰로프가 야프에게 배 한척 내놓으라고 말하긴 힘들다. 룰로프가 암스테르담 상관 책임자가 되기는 했지만 야프에게 명령하고 그럴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니까.
그 뒤에도 몇 가지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린 후 룰로프를 내 사무실에서 내보냈다.
“흠... 그냥 함부르크 소금을 바로 에흐몬트로 보내버릴까?”
“암스테르담에 들리지 않고 말이죠?”
“응.”
방에는 토마스와 단 둘이 남았다. 하벨은 조선소를 짓고 있는 부두 쪽으로 갔고 플로라는 어머니에게 갔다. 요즘 플로라는 암스테르담에 오면 항상 어머니와 붙어 지낸다. 어머니가 좋은 걸까.
“그것도 좋지요. 함부르크에서 에흐몬트를 가든 암스테르담을 가든 시간은 비슷하게 걸릴테니 말이죠. 암스테르담에서 함부르크로 옮기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아낄 수 있을 테고요. 하지만.”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내가 알 수 없겠지.”
“네. 바로 그겁니다.”
렐리 상단은 내꺼다. 그런데 내가 모르는 채로 일이 진행되면 문제가 생긴다. 바로 내 주머니로 들어와야 할 돈들이 어딘가로 새버리는 문제가. 만약 한두 가지 사업만 따로 진행한다면 수시로 찾아가서 확인하면 될 일이지만 지금처럼 국내뿐아니라 국외 곳곳에서 많은 수의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면 일일이 확인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암스테르담을 본부로 정해놓고 모든 사업이 암스테르담을 거치도록 만들어놓은 것이다. 암스테르담에만 오면 모든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말이다.
비록 그로 인해 쓰지 않아도 될 비용들이 발생하는 일이 많아지겠지만 그건 감수해야지. 내 시야 밖에서 돈이 새기 시작하면 그런 비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이 새나갈 테니까.
“어때. 나도 이젠 제법 괜찮은 상인이지?”
“주인님은 예전부터 아주 좋은 상인이셨습니다.”
“하하. 토마스가 칭찬해주니 기분이 좋네.”
알고 있었던 일이지만 토마스에게 다시 한 번 확인받고 싶었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말이다. 무력 쪽 스승은 사부님이지만 상업 쪽 스승은 토마스니까. 스승에게 인정받고 싶은 제자의 마음이랄까.
“우리 빨리 아프리카에 진출했으면 좋겠다.”
“아프리카요”
“응. 거기는 흑인들이 주인이라잖아. 유럽인들이 흑인들을 상대로 거래를 하고 그런데. 노예가 아닌 흑인들도 많다고 하더라고. 그런 곳에 상관을 크게 지어서 토마스를 책임자로 앉히는 거야. 아프리카니까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을 거 아냐.”
“됐습니다. 전 평생 주인님 곁에 있을겁니다.”
“하하. 그러면 난 좋지.”
정말로.
***
“처음엔 배가 정말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요즘은 빠르다는 생각이 안 들어.”
“실제로 그리 빠른 편은 아니죠. 아마 마차와 비슷한 속도잖습니까. 다만 마차와는 달리 24시간 쉬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에 빠르다고 생각되는 거죠.”
토마스가 대답했다.
내가 타고 있는 것이 상업용 코그라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많은 화물을 싣기 위해 선창을 크게 만든 이 상업용 100톤 코그는 상당히 느렸다. 암스테르담에서 절인 청어를 가득 싣고 출발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사우호보다 빠르긴 하지만 나사우호는 500톤급 선박이지 않나. 500톤급 선박이면 좀 느려도 된다.
“그렇긴 하지. 그런데 요즘 만들어지는 배들은 코그보다 덩치가 훨씬 크면서도 속도는 더 빠르다고 들었는데. 특히 영국의 배가 그렇다고 들었어.”
사실 본 적은 없다. 이름만 들어봤지.
같은 종류의 선박이라고 해서 모두 똑같이 생긴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설계만 비슷할 뿐 나라마다 지역마다 그 모양과 형태가 다르다. 그 중에서 영국은 해적들을 위한 배를 만들다보니 대부분의 배가 속도를 중시했다. 그러다보니 갤리온마저도 선창을 극단적으로 줄여서 중간부분이 빵빵한 다른 배들과 달리 홀쭉해서 날렵하게 생겼으며 생긴 것만큼 빠르다고 들었다.
“빠르긴 하겠지만 상업용으론 좋지 않을 겁니다. 선창이 작다고 들었으니까요.”
“하긴... 어디 선창 크고 빠른 배 없을까? 노를 좀 달면 빨라질까? 아니다. 좀 빨라져도 노 젓는 선원 임금으로 적자 나겠다. 맞다. 플로라.”
“네. 단주님.”
“플로라의 능력은 배에는 걸 수 없어?”
“전에 실험해봤는데 무생물에는 걸 수가 없어요.”
“아쉽네.”
잠시 생각해봤다. 계속해서 생각해봤지만 선창 크고 속도 빠른 배는 딱히 없었다.
“배는 조선공들이 잘 알테니까. 우리 조선공들에게 한번 물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함께 고민하던 하벨이 말했다.
“그거 좋은 생각이네. 다음에 암스테르담에 돌아가면 물어보자고. 잘 기억해둬. 하벨. 내가 잊어먹으면 네가 말해줘야 해.”
“네. 단주님.”
조선공들이라면 배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테니까. 혹시 모르지. 선창 크고 속도 빠른 배가 있을지도. 뭐. 없으면 한번 생각해서 만들어보라고 해야지.
***
1581년 1월 20일 월요일
뤼베크에 도착했다. 혹시 야프 선단이 있을까 기대했지만 역시나 없었다. 바다가 좁기라도 하면 중간에 만나서 대화라도 나눴을 텐데. 만나면 요즘 고생한다는 야코뷔스 칭찬도 해주고 상여금도 주려고 했는데 다음 기회로 미뤄야 겠다.
“혹시 내가 없는 동안 무슨 일 없었어?”
뤼베크 상관 책임자 안토니에게 물었다.
“음... 청어 동맹에 가입한 상인이 몇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딱히 별일은 없었습니다. 아. 요즘 절인 청어 주문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일이라면 일이겠군요.”
우리 상단과 동맹을 맺으면 절인 청어의 가격을 인하해주고 적은 양이라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창고를 대여해주는 계약. 사람들은 그것을 일컬어 청어 동맹이라 불렀다. 우리 상단과 동맹을 맺는 주목적이 절인 청어의 할인이고 우리 상단의 주력상품이 절인 청어라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다행이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한동안 신경 써. 오토의 말이 무조건 믿을 것은 못돼지만 그렇다고 무시할만한 것도 아니니까.”
“네. 알겠습니다.”
전에 오토가 한스 라트샤가 무슨 일을 벌일 것이니 조심하라고 했던 것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괜히 그런 경고를 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야. 뤼베크 상관은 예전에도 중요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몇 배는 더 중요해졌다. 이제는 발트해 진출이 성공하느냐 마느냐에 ‘빌럼가와의 혼약’이 걸려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토의 경고가 자꾸 신경쓰인단 말이야.
“그런데 청어 주문량이 늘어났다고?”
“네. 예전에 단주님이나 하벨님께서 관리할 때도 주문량이 많았었지만.”
그렇다. 청어 주문량은 항상 많았다. 가져가기만 하면 전부 팔리니 말이다.
“요즘은 더욱 많아졌습니다. 사정을 알아보니 스웨덴이나 덴마크 왕국의 상인들이 많이 사간다고 하는군요.”
우리는 뤼베크 소속 제국 상인들에게만 청어를 팔고 있으니 실제로 어떤 나라, 어떤 지역의 상인들이 많이 사가는 지 알기 위해서는 제국 상인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런데 스웨덴 왕국과 덴마크 왕국이라....
“전쟁 때문인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보통 전쟁이 돈을 잡아먹는다고들 많이 이야기하는데 그 잡아먹히는 돈이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이 병사들 먹이는 일이다. 그 많은 숫자를 전쟁 기간 중 계속해서 먹여야 하니 말이다. 그것도 많이. 적게 먹이면 힘을 못 써서 전쟁에 질 수 있으니 말이다.
흠... 모스크바 공국도 식량이 많이 필요할 텐데... 특히 그곳은 식량이 스웨덴 왕국이나 덴마크 왕국보다 부족한 나라니 더욱 그럴 것이다.
아무래도 내가 지금처럼 큰 상단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되는 돈을 모스크바 공국을 통해 벌어서 그런지 정이 간다. 그런데 모스크바 공국을 침공하고 있는 스웨덴, 덴마크 왕국이 우리 절인청어를 사가서 먹는다니... 마음이 좀 그렇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렇다고 내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도와줘야 할 만큼 의리있는 관계는 아니니까.
“주문량이 얼마나 늘어났는데?”
“상당히 많이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상인들이 있는 청어 다 사겠다고 난립니다. 듣기론 스웨덴, 덴마크 쪽에서 원래 가격에 웃돈을 얹어서 구해간다고 하는 군요. 절인 청어는 보관하기도 편해서 전쟁 중에 가지고 다니기 편하니까요.”
하긴 상하지도 않고 오크통에 넣어서 다니다가 꺼내 먹으면 되니까.
“잘 됐네. 함부르크에서 소금을 실어올 때 가져가 팔 게 없었는데 청어 가져가게 하면 되겠어. 내가 이야기해서 함부르크에 청어를 가져다 놓을 테니까. 제국 상인들에게 의뢰해서 뤼베크로 가져와서 팔아. 비록 운송비가 많이 들겠지만 웃돈 주고 사갈 정도면 좀 비싸져도 잘 사가겠지.”
“네. 좋은 생각이십니다.”
육지 운송은 옮길 수 있는 양에 비해 돈이 많이 드니까. 함부르크에서 뤼베크가지 육지 운송을 하면 운송비가 많이 들어가서 단가가 높아지니 평소에는 쓸 수 없는 방법이지만 웃돈까지 주고 사간다는데 좀 비싸져도 상관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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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제 잠 못자고 멍한 상태로 써서 그런지 확실히 오류가 좀 있었습니다.
이번엔 양모를 300kg정도만 가져와서 문제가 없었지만 다음에는 양모의 부피 문제 확실히 집고 넘어가겠습니다.
지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