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항해-아티팩트 에이지-183화 (183/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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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1580년 12월 11일 목요일

“정확히 한 달 만에 뵙는군요. 아론 남작님.”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워낙 제 능력 밖으로 일을 벌여놨더니 수습을 하지 못해서 제가 해야 할 일을 론씨에게 미뤘군요.”

“아뇨. 아론 남작님께서 해야 할 일이라니요.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애초에 제가 먼저 공급처를 확보해놓고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정확히 29일 만에 다시 론 커리와 재회했다. 그는 지난 한 달간 영국에 돌아가 양모를 공급처를 알아보고 왔다. 모직물을 사는 것이라면 항구 근처에 모직물 공장이 있으니 항구에 가서 구하면 되겠지만 양모를 살 수 있는 목장은 영국 곳곳에 퍼져 있으니까.

물론 모직물 공장에 납품하기 위해 많은 양모가 몰려들고 있겠지만 그것은 모직물 공장의 것이다. 그들이 모직물을 만들 재료를 팔아먹지는 않을 테니 따로 양모를 구할 곳을 알아봐야 했다.

바로 목장. 항구의 상점에서 양모를 구하는 것보다 목장에서 바로 양모를 사오는 것이 아무래도 싸지 않겠는가. 나는 그것을 론 커리에게 부탁했다.

나는 네덜란드인이다. 상단의 직원도 대부분이 네덜란드인이지. 아무래도 영국 내륙에서 육지 수송을 할 생각인데 네덜란드인이 직접 하기는 힘들지 않겠는가. 당연히 영국인을 통해서 해야 하는데 그걸 론 커리에게 부탁한 것이다.

론 커리는 내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도 바라던 일이었을 것이다. 내가 직접 알아보면 자신을 빼놓고 일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으니 말이다. 조금 귀찮고 발품이 필요하더라도 그가 관여를 많이 하면 할수록 이 거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테니 내 귀찮은 부탁이 오히려 반가웠을 테지.

론 커리의 본거지인 런던과 암스테르담을 왕복하는 데에는 대략 10일이면 충분하니 런던에서 원래 하는 상단일 하는데 5일 정도 걸렸다 치면 보름 정도 양모 공급처를 찾아다닌 건가. 멀리 다녀오기엔 빠듯한 시간이니 아마도 런던 근처 가까운 곳을 위주로 알아보고 다녔을 것이다.

“바쁘실테니 바로 일을 진행하도록 하죠.”

“하하. 바쁘진 않지만 어떤 일이든 빨리 처리하는 것이 좋죠. 부탁드리겠습니다.”

“런던에서 3~4일거리 안에 있는 곳을 위주로 양모를 공급받을 목장을 찾아다녔는데 예상외로 상당히 괜찮은 모직물 거래처를 하나 찾았습니다.”

“오. 그렇습니까?”

주로 양모를 거래할 생각이지만 초반에는 모직물도 꽤 많이 취급할 생각이다. 대략 양모와 5:5정도? 아무래도 초반엔 지금 구상중인 직물 공장이 갖춰지지 않았을 테니 양모가 그리 많이 필요하진 않을 테니 말이다. 직물 공장이 제 모습을 갖춰 가면 점점 모직물의 비율을 줄일 것이다. 최종 목표는 대략 양모8 모직물2 정도?

“라벤함이라는 런던에서 약 1~2일 거리에 있는 마을인데 마을 전체가 양모와 모직물로 먹고 사는 곳입니다. 양을 치고, 양모를 만들고, 모직물을 만드는 일까지. 모직물과 관련한 모든 일을 마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곳입니다. 그러다보니 중간에 상단이 껴있지 않아 모직물의 가격이 싸고 전통 있는 마을이다 보니 숙련공이 많아서 품질도 좋습니다.”

“그거 괜찮군요. 한 마을 안에서 모든 작업이 이루어진다니 마치 청어잡이 같습니다. 청어잡이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마을에서 전부 끝내지요.”

“오호. 그렇군요. 어쩐지 가격이 싸더라니”

내가 상인이긴 하지만 중간에 상인이 한명 껴 있으면 물품 가격이 크게 부풀려진다. 원래 1,000오션인 상품도 중간에 상인 한명 끼면 최소한 1,200오션 정도로 가격이 올라가지. 심하면 2,000오션으로 오를 수도. 아니지. 1,000오션에서 2,000오션 정도로 올린 정도는 심한 게 아니구나.

대륙을 건너온 상품들은 사온 가격에 수십 배로 파니 말이다.

“이번에 영국으로 가셨을 때 한번 들러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거래를 하지 않더라도 양모와 모직물에 관련한 모든 것을 한 마을에서 전부 살펴보실 수 있으니까요.”

“그거 괜찮은 생각입니다. 꼭 들려야 하겠군요.”

“그리고 양모가 남는 현상은 라벤함도 피하지 못했는지 목장 한 곳에서 양모를 공급할 수 있다는 확인도 받았습니다. 그 외에 마을 3군데를 더 돌아다녔고 목장 8곳에서 양모 공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목장 한 곳당 1년 공급량은 얼마나 되나요?”

“흠... 제가 알기론 양털은 1년에 한번 깎는데 대략 마리당 5kg정도의 양모를 얻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목장의 규모는 편차가 크지만 평균적으로 500 마리정도 되니까.... 대략 한 곳당 2,500kg. 그러니까 2.5톤 정도 가능하겠군요.”

“500 마리요? 규모가 그렇게 큰가요?”

500 마리라니. 네덜란드에도 양목장이 있다. 이번에 양모를 취급할 생각을 하며 네덜란드 양목장에 대해서도 알아봤었는데 그때 알아본 곳 중 가장 큰 규모가 150마리정도에 불과했었다. 대부분 100마리를 넘지 못했었다.

“제법 많죠?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전에 설명해드렸다시피 우리나라 목장은 대부분 귀족과 돈 많은 상인들이 하는 곳인지라 규모가 큰 곳이 많습니다. 양치기를 생업으로 삼고 가족 목장이 주인 다른 나라와는 다르지요. 그리고 목장마다 키우고 있는 양의 수도 많지만 무엇보다도 목장의 수가 많다는 것이 영국 양모시장의 장점이지요. 제가 방금 말씀드린 양모 공급이 가능하다는 9곳의 목장도 전부 런던 근처의 몇 개 마을만 다녀 찾은 것입니다. 앞으로 잘만 찾으면 수십, 수백 곳도 찾을 수 있겠지요. 그러니 아론 남작님께서 원하는 양을 얼마든지 공급해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좋군요.”

뭔가 영국 전체가 양에 대한 스페셜리스트가 되어 있는 느낌이네.

“그럼. 이번에 제가 대략적으로 알아본 것들을 정리해서 서면으로 드릴 테니. 영국으로 가기 전에 한번 살펴보십시오.”

“아. 네. 감사합니다.”

론 커리. 일하는 것이 꼼꼼해서 참 맘에 든다. 중간에 장난질만 하지 않는다면 이 사람에게 양모와 모직물 중개를 맡기면 되겠어.

***

1580년 12월 17일

-런던을 발견했습니다. 무재 포인트 37, 문재 포인트 75, 상재 포인트 37을 얻었습니다.

넘버127의 포인트 획득 알림과 함께 이번에 새로 장만한 100톤 코그를 타고 영국 런던에 도착했다. 대부분이 새로 고용한 선원이기는 하지만 나사우호에 있던 베테랑 선원들 몇이 와서 잘 이끈 덕분에 별 문제없이 항해를 마쳤다. 하긴 코앞인 런던에 오는 건데 딱히 문제 생길 것도 없지. 이 정도 거리에 빈배라면 나도 초짜들 데리고 얼마든지 항해할 수 있다.

오랜만에 나사우호의 선원들을 보니 반가웠다. 그 중에는 야코뷔스의 직속 숙련선원이던 휴이튼도 포함되어 있어서 더욱 반가웠다. 휴이튼은 나와 거의 4년 가까이 함께 배를 탔던 선원이니까.

야코뷔스에게 제대로 일을 배운 숙련선원들이 다른 선박의 갑판장이 되는 것은 좋지만 ‘이렇게 숙련선원들을 전부 보내버리면 정작 야코뷔스는 일이 힘들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이튼에게 물어보니 내 생각대로 야코뷔스가 예전에 비해 제법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전체 선박에 선원을 배분하는 일 때문에 골치아파하기도 하고 숙련선원들이 다른 선박의 갑판장으로 빠지고 나서 전체적으로 선원들의 실수가 늘어나서 그걸 수습하느라 진을 빼기도 한다고 한다.

그렇게 고생이라니. 야코뷔스 급여를 올려줘야겠어.

“암스테르담보다 큰 것 같아요.”

배에서부터 난간에 매달려 런던을 구경하던 플로라가 배에서 내리며 말했다. 영국이 아무리 상인의 수가 적어도 꽤 많은 상인들이 들리는 나라 중 하나다. 뭐랄까. 영국 항구는 영국 상인을 위한 곳이 아니라 외국인 상인을 위한 곳이라고 해야 할까?

북유럽 최대의 식량 수입국이기도 하고 상당히 많은 사치품을 수입하기도 한다. 와인이나 장신구와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상인들이 유럽에 몰려드는 가장 큰 이유는 북유럽 최대의 노예시장과 블랙마켓이 열리는 곳이라 그럴 것이다. 그 두 가지 다 어떤 것과 맞물려 성장했는지는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바로 해적이다.

해적들이 약탈해온 노예와 약탈물품을 팔던 것이 커져서 오늘날의 노예시장과 블랙마켓이 되었다. 듣기로 블랙마켓에 상주하는 상인들이 꽤 많다고 한다. 세상 물정 모르는 해적들은 약탈해온 상품들을 헐값에 팔아넘기기도 하고 약탈로 번 돈을 흥청망청 쓰기도 하니 말이다.

아마 힘들게 번 돈을 흥청망청 써버리는 특성은 선원 공통인 것 같지만 해적 선원들은 그 정도가 심하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암스테르담은 새롭게 만들어진 곳이고 런던은 오래 전부터 항구로 활용된 곳이니까. 하지만 지금처럼 성장한다면 암스테르담도 이곳 못지않게, 아니 더욱 커질 거야.”

최근 암스테르담에서는 정말 많은 상인들이 활동하고 있고 엄청난 인구가 유입되고 있으니 당연히 커질 것이다.

플로라는 계속해서 여기저기 살피며 꾸준하게 내게 말을 걸었다. 대답을 해주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시 한 번 플로라의 변화를 깨닫는다. 이번에도 하벨, 토마스만 데리고 오려고 했던 것을 플로라가 고집부려서 플로라까지 데려왔다.

예전에는 순종적인 아이였는데 최근 주도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 솔직히 나는 예전의 조용한 플로라보다 지금의 활발한 플로라가 마음에 들었다. 보는 맛이 있다고 해야 할까. 생기 넘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활발함이 나까지 즐겁게 만들어 준다고 할까. 여하튼 이런 플로라의 변화는 반가웠다.

“니야~~.”

마리아의 울음소리에 돌아보았다. 자기 전속 시종이 들고 있는 쿠션 깔린 바구니에서 자고 있던 녀석이 어느새 일어나서 나를 보며 울고 있었다.

“괜찮겠습니까?”

마리아의 전속 시종이 나를 보며 물었다. 나는 마땅찮은 표정을 지은 채 작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러자 마리아의 전속시종이 마리아가 들어있는 바구니를 마론의 머리 옆으로 옮겼다. 마리아는 기다렸다는 듯 폴짝 뛰어서 마론의 머리 갈기 위에 안착했다.

“쯧.”

마음에 안 든다. 고양이 주제에 감히 우리 마론이 머리에 앉다니.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마우리츠의 고양이 인걸. 저 고양이 녀석은 왜 우리 마론이 머리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지도 다리가 있으니 그냥 걸어 다니면 될 것을. 미안하다. 마론아. 못난 주인을 만나서 네가 고생하는 구나.

뀌에에엑!

내 시선을 느꼈는지 마론이 언제나 그렇듯 가죽 찢어지는 듯한 울음소리를 냈다. 그게 마치 ‘괜찮아요. 주인님.’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 네가 나보다 낫다. 널 지켜주지 못한 나를 오히려 네가 위로해주는구나. 고맙다. 마론아.

그래. 우리 착한 마론을 위해서 시종을 늘려야겠어. 마리아가 남녀 한명씩 시종을 데리고 있는데 우리 마론은 남자 한명밖에 없다니. 말이 안 돼. 마침 영국에 와 있으니 노예시장에 들려 마론의 전속 시녀 한명 구해줘야겠다. 아냐. 두 명을 구하자. 마리아보다 무조건 많이.

“여행은 편안하셨습니까.”

자신의 배를 타고 우리보다 한발 먼저 항구로 들어온 론 커리가 다가와 물었다.

“아주 좋았습니다. 전 아무래도 바다사람인 모양입니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오기만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하하. 과연 아론 남작님 이십니다. 전 배를 탈 때마다 불안하던데 말입니다.”

론 커리의 말에 하벨이 아주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 같지만 난 봤다. 하긴 하벨은 그럴만하다. 바다에서의 첫 경험이 상당히 좋지 않았으니까.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그래도 배 타는 것을 좋아하진 않을 것이다.

“항구관리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싣고 온 청어를 내리려면 입항수속부터 해야 할 텐데.”

“아. 그건 저희 쪽에서 이미 사람을 보내서 처리했으니 물건을 내리시면 됩니다.”

런던 근처에 와서 갑자기 속도를 내서 달려가더니 먼저 수속을 해놓으려고 했던 거였나.

“감사합니다. 또 폐를 끼쳤군요.”

“아뇨. 아뇨. 어찌 폐입니까. 이제 우린 한 상단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그건 아닌데 과장하기는. 영국 내에서 양모와 모직물을 구해서 런던으로 옮겨오는 일을 론 커리가 담당하도록 계약을 맺었다. 론 커리는 산지에서 구입한 가격에 15%이익을 붙여 우리 상단에 넘길 것이다.

예전에 육지에서 상행을 다닐 때 4~5일 거리에서도 2~30% 이윤을 붙어 팔았던 것을 생각하면 괜찮은 가격이다. 육지 운송은 일꾼과 마차를 많이 사용해야 하니 실제로 론 커리가 얻는 이익은 5%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래도 상품의 가격이 수시로 변해서 가끔 손해볼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내가 해준 가격 안정과 대량구입에 대한 약속은 론 커리 입장에서는 몇 년 사이에 했던 계약 중 최고의 계약이었을 것이다.

아직은 100톤 코그 2척정도 동원해서 런던, 암스테르담, 뤼베크사이를 정기적으로 다니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 정도만 해도 겨우 20톤짜리 선박을 이끌고 다니던 론 커리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양이다.

“물건을 저희 직원이 안내해주는 곳에 내려놓으시면 곧 관리인이 와서 세금 책정을 할 것입니다. 절인 청어의 경우 관세가 5%밖에 안 되니 크게 걱정하실 것도 없지요. 일꾼도 필요한 수를 말씀해주시면 저희 쪽에서 고용해오도록 하겠습니다.”

처음 들어온 항구이니 관리인을 찾는 것이나 일용직 일꾼을 고용하러 가는 것이나 모든 것이 처음이다. 그러니 론 커리가 없었다면 다른 항구에 처음 갔을 때처럼 적당히 헤매며 고생을 해야 했을 것인데 해당 항구를 거점으로 삼는 상인의 안내를 받으니 일이 편해지는구나.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하벨.”

“네. 론 단주님. 우선 일꾼은....”

하벨이 나서서 론 커리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역시 하벨은 이런 맛에 데리고 다니지. 내가 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일을 잘하니까.

그나저나 항구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린다. 네덜란드인 처음 보나. 왜 저리 구경하는 거야. 예전 모스크바 공국의 탈린항에 들어갔을 때 받았던 시선 정도는 아니지만 꽤 쳐다보고 있다.

흠... 우리 마론이 예뻐서 그런가? 하긴 우리 마론처럼 튼실하고 늠름한 노새는 본 적 없을 테니까. 무려 프랑크 출신의 혈통 좋은 순혈 노새니 말이다. 음... 말과 당나귀 사이의 혼혈인 노새에 순혈이란 단어를 붙인 건 좀 그런가?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제 방을 사촌 동생에게 뺏기는 바람에. 크흑.

글은 노트북으로 쓸 수 있지만

업데이트는 컴퓨터를 이용해야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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