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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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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 관찰 일기.
내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의 기억은 날 발견한 마리아가 아무 대가 없이 날 보살펴줬다는 것이다.
그 기억을 되살려 아론 일행에 접근했다.
먼저 아론 일행에서 가장 마리아와 비슷한 대상을 찾았다.
그 결과가 마우리츠였다.
아론 일행에서 가장 어리고 신분이 높고 어리며 성격이 활발했다.
대상이 정해지자 나는 곧바로 접촉을 시도했다.
마리아와 만났던 당시처럼 우연한 만남을 위해 그 아이가 가는 곳 근처에 잘 숨어있었지만 6번이나 접촉을 실패하고 방법을 바꿔 마우리츠의 곁을 맴돌았다.
이 방법도 접촉을 3번 시도했지만 전부 실패했다.
결국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기로 했다.
그녀의 정면 발 앞에 몸을 들이밀었다.
드디어 마우리츠가 나를 발견했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로보았지만 마리아때처럼 날 데려가지는 않겠다는 느낌이 왔다.
위기감이 들었다.
이렇게 대놓고 모습을 드러낸 이상 실패하면 다시 시도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겠는가.
긍지 높은 고양이의 자존심을 잠시 접고 발에 머리를 비비며 소리를 냈다.
통했다.
마우리츠는 눈을 빛내며 나를 안아들었다.
힘든 작전이었지만 나답게 결국 해냈다.
마리아는 이런 말을 자주했다.
‘역시 우리 마리아. 어떤 고양이도 우리 마리아를 따라오지 못할 거야. 세계 최고의 고양이야.’
나를 정말 잘 설명하는 말이다.
이제 아론을 관찰하는 것이 수월해질 것이다.
그의 능력은 확인했다.
마리아에게 들은 1인 1개의 법칙을 깬 자.
사라지려는 유물의 움직임까지 막아낸 자.
마리아를 살려낼 유물을 확보하는 데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마리아를 살려낼 유물을 발견한다하더라도 만약 전승급 이상이라면 나로선 운반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혹시나 잘못 건드려서 사라지기라도 하면 큰일난다.
누군가에게 유물을 줘서 데려오려 해도 혹시나 주인만 살려주는 형식의 유물이라면 마리아에게 사용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 자신의 유물 외에도 소지할 수 있는 아론의 능력은 도움이 된다.
그의 협력을 얻을 수 있다면 일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신뢰할 수 있는 자인지 확인하는 것.
그를 믿고 마리아를 살릴 수 있는 유물을 맡길 수 있는지에 대해 확인하는 것이다.
일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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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0년 10월 7일 화요일
일은 어렵지는 않았다. 후고와 그의 밑에 있던 유대인 조선공들은 감격적인 재회를 했고 그들 중 상당수에게서 가능하다면 암스테르담으로 가고 싶다는 말을 들었고 그들을 빼내기 위해 조합, 시청과 논의 하는 것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것과 상당히 귀찮았다는 것이다.
제국에는 아직 나라에서 독립된 도시는 없다. 때문에 모든 도시가 귀족인 영주의 휘하에 있고 비스마르 역시 제국 귀족의 영지이다. 그리고 영지민의 이동에 대해 결정할 권리는 영주에게 있지.
만약 한두 명이라면 영주를 통하지 않고 시청이나 조합의 직원들을 통해 가능했겠지만 거의 100명에 달하는 기술자. 가족까지 합치면 6~700명에 달하는 인원을 한 번에 빼가는 것은 영주를 거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교섭 대상은 우선 조합이었다. 조합은 원래 직공들의 모임일 뿐이지만 언젠가부터 조합은 국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그 분야에 관련된 법을 만들거나 법을 집행하는 반공적 기관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러한 조합은 그 도시에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다 싶으면 반드시 만들어졌다.
비스마르의 주력 산업은 모직물과 조선. 당연하게도 조선 조합이 만들어져 있었고 조선에 관련된 모든 직종은 이 조합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에 내가 데려가려는 유대인 조선공들도 마찬가지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조합은 왕으로부터 법적인 권한을 부여받기 때문에 조합원들에게 일정한 조건하에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니 내가 조선공들을 데려가기 위해 교섭해야 할 대상은 영지민 이주에 대한 강제력을 가지고 있는 영주와 조합원에 대한 강제력을 가지고 있는 조합. 이 둘이었다.
먼저 조금 더 쉬울 것 같은 조합에 접촉했고 그들과 교섭을 끝낸 후 조합의 소개로 영주와 교섭을 시작했다.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딱히 쓸데도 없는 인간들 내가 돈 주고 데려가겠다는데 말릴 사람은 없었다. 그냥 데려가겠다면 못하게 막겠지만 돈을 준다는데 누가 막겠는가.
다만 숫자가 많다보니 영주의 허락을 받아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어차피 허락해줄 거 왜 그리 시간을 끄는지...
200만 오션.
이것이 유대인 조선공들의 몸값이었다. 혹시 몰라 500만 오션을 들고 왔는데 말이야. 생각보다 싸구나. 하지만 단번에 조선공을 100명이나 얻었으니까. 코그 한정이지만 한번에 10척의 배를 동시에 건조할 수 있으며 휴식기를 고려해 1년에 20척 이상의 배를 만들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한 것이다. 그것도 200만 오션으로.
사실 200만 오션이 적은 돈은 아니다. 200만 오션이면 소금이 80톤이고 절인 청어가 2,000통이다. 하지만 100만 오션짜리 배를 1년에 20척 이상 만들 수 있는 기술자들과 600명의 영지민의 몸값치고는 너무 싸다.
그만큼 비스마르가 힘든 것인가. 앞으로 조금이라도 회생 가능성이 있다면 기술자들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으니 200만 오션이라는 돈에 100명의 기술자를 놓아 준 것이겠지. 그리고 유대인을 인간취급하지 않는 인식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총 700명이나 되는 영지민을 이렇게 쉽게 내주지는 않았겠지.
여하튼 예상외로 싼값에 조선공을 구할 수 있었지만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 빌어먹을 영주놈. 이 쉬운 결정 하나 내리는데 그렇게 시간을 오래 끌줄이야. 20일이라니. 이 렐리 상단의 단주님의 하루는 100만 오션과 같은 가격이거늘.
그래도 그 시간에 놀지는 않았다. 얼마 전 새롭게 알게 된 보물을 발견하고 그것에 대해 자세히 알아내어 문재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 갑자기 남은 시간을 활용해 비스마르를 열심히 돌아다니며 가치가 있다 싶은 모든 것들의 정보를 모으며 다녔다. 그리고 덕분에 몇 가지 소득이 있었다.
-종교 건축물 ‘성마리엔 교회(5등급)’ 조사도 100% : 문재 포인트 300, 비스마르 출신 상인들과의 친밀도 미약하게 상승.
-종교 건축물 ‘성게오르겐 교회(5등급)’ 조사도 100% : 문재 포인트 300, 프로테스탄트 사제들과 친밀도 미력하게 향상.(효과 중첩 가능)
-‘괴르트의 강철 건틀릿’
앞의 두 개는 데벤테르에서와 같이 교회에 찾아가 사제를 통해 정보를 습득해 문재 포인트와 약간의 추가 능력을 얻은 것이다. 역시나 60%까지는 쉽게 채울 수 있었으나 90%와 마지막 100%를 채우는 것은 힘들었다. 사제 한명이 모든 정보를 알고 있으면 몇 배의 돈을 들여서라도 얻을 텐데 말이야.
여러 명에게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중복된 정보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다가 중복된 정보라고 해서 안들을 수도 없다. 그 중복된 정보 가운데에 새로운 정보가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각각 4일과 6일을 사용해 조사도 100%를 채웠다. 비스마르에는 3개의 교회가 있었으나 그 중 하나는 딱히 중요한 것이 아닌지 열심히 조사해도 문재 포인트를 주거나 하지는 않았다.
‘괴르트의 강철 건틀릿’은 문재 포인트를 주는 발견물은 아니었다. 바로 이번에 사파이어 등급이 되면서 새롭게 얻은 혜택인 ‘장인의 혼’과 관련된 물건이었다. 일정 기술 이상을 가진 장인이 의념을 담아 만들어낸 물건을 발견하고 그것을 유물로 각성시킬 수 있는 혜택.
그것이 수수한 강철 건틀릿에 반응했다.
발견물인 ‘성마리엔 교회’와 ‘성게오르겐 교회’의 발견도를 100%채우고 새로운 발견물을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희미한 빛을 내는 건틀릿을 발견했다. 그냥 지나쳤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희미한 빛이었다.
그것을 집어 들자 넘버127이 ‘장인의 혼이 담겨있습니다.’라고 말을 했다.
망설임 없이 곧바로 구입했다. 한 쌍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짝만 남아 장식품으로 팔리고 있었던 건틀릿. 무기는 제대로 된 사연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면 방금 만든 것이 오래된 것보다 비싸다. ‘괴르트의 강철 건틀릿’에는 특별한 사연은 없었고 나는 단돈 만 오션에 구입할 수 있었다.
한 짝밖에 없는 골동품 건틀릿치고는 비싼 가격이었지만 무려 유물이 될 수 있는 골동품이다. 만 오션은 싸지. 난 그대로 만 오션을 지불하고 건틀릿을 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예전에 들은 바에 의하면 출력 100당 1일의 활성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넘버127에게 ‘괴르트의 강철 건틀릿’의 출력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지만 넘버127도 완전히 활성화되기 전에는 모른다고 했다. 결국 활성화 될 때까지 100일이고 200일이고 들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기에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걱정했지만 내 걱정은 쓸데 없는 것이었다.
단 6일 만에 활성화가 완료되었으니까.
‘괴르트의 강철 건틀릿’
형태 : 건틀릿
출력 : 636k
목적 : 사용자의 힘 강화.
특이사항 : 양도 가능.
출력이 겨우 636k였다. 내가 갖고 있는 유물 중 가장 출력이 낮은 것이 15,000k의 워리어다. 워리어는 유물 중 가장 등급이 낮은 명품급이고 말이다. 무려 14,364k의 차이. 능력도 그만큼 차이나겠지.
유물을 양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몇 달만에 겨우 하나 발견한 것이 겨우 출력 636k라니. 어느 정도인지 실험하기 위해 내가 직접 껴보니 넘버127이 ‘근력 3% 상승.’이라고 짤막하게 한마디 해줬을 뿐이었다.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딱히 필요하지도 않은 수치. 그래도 생겼는데 써봐야지 하는 마음에 버니팅의 건틀릿을 벗고 ‘괴르트의 강철 건틀릿’ 끼고 넘버127을 통해 형태를 변형시켰다.
다행이도 보조 아이템에 들어가지 않는데도 변형이 가능했다. 원래 버니팅 형태로 변형시킬 수 없으면 쓰지 않으려 했는데 말이야. ‘괴르트의 강철 건틀릿’을 끼니 아주 희미하게 힘이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내 힘이 강해진다는 것을 몰랐으면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을 정도의 변화.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이것과 비슷한 것을 10개정도 장착하면 워리어의 신체 강화 능력과 비슷해지지 않을까? 워리어의 진가는 신체능력 향상보다는 방어능력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
“잘하네....”
플로라를 보며 느낀 감상이다. 다시 만났을 당시에도 느낀 것이지만 플로라는 정말 많이 변했다. 생긴 것만 달랐으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말이다.
나는 지금 플로라가 7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이동을 위해 생필품과 식량, 마차 등을 구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보며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7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이동을 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쉬운 일이라면 아무나 상인을 하겠지. 배를 통해 이동한다면 조금은 쉬워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육로는 아니다. 신경 쓸 일이 얼마나 많은지. 예전에 편력상인으로서 20~30명 데리고 다닐 때도 상당히 골치 아팠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말이야.
이번에도 꽤 귀찮고 힘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플로라가 먼저 나서서 척척 준비하기 시작했다. 토마스가 도와주고 있긴 있지만 노예의 신분인지라 한계가 있다. 비스마르 상인들을 상대하는 것은 대부분 플로라가 직접해야하지.
저렇게 잘할 줄 알았으면 조합이나 영주와 교섭하는 일도 맡겼을 텐데 말이야. 그건 여자라서 힘들었으려나?
내 시선을 느꼈는지 열심히 준비를 하다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 시선을 확인한 그녀가 내게 쪼르르 달려왔다.
“혹시 시키실 일이 있으신가요?”
“아니. 없어. 정말 잘하는데? 내가 준비한다고 해도 이렇게 잘 할지 알 수 없을 정도야.”
“헤헤헤. 그럼 저 단주님께 도움이 되고 있는 건가요?”
“당연하지.”
“감사합니다. 그럼 전 다시 가볼게요. 몇 가지 더 준비해야 할 것이 있어서요.”
“응. 그래.”
말투도 변했다. 왠지 자신감이 담겨 있는 것 같다고 할까? 아마 내일이면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데려가야 할 인원이 너무 많아서 조금 더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물론 여기에는 유대인들의 짐이 적은 것도 한몫했다. 챙길 것이 없으니 짐 싸는데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니까.
바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시간이 남아도네. 책이나 읽을까? 발견물을 통해 문재 포인트를 얻은 덕분에 문재 다음 단계까지 1,000포인트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책도 열심히 읽고 발견물 2개 정도만 더 발견하면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때 이레인이 눈에 띄었다. 크리스틀이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가며 마우리츠의 시중을 이레인에게 부탁해서 최근 나보다 마우리츠의 곁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이레인이다. 혹시 주변에 마우리츠가 있나해서 살폈지만 마우리츠는 보이지 않았다. 이레인은 나를 찾고 있었던 듯 나를 발견하자 나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주인님.”
“응. 이레인. 공자님은?”
“방에서 마리아와 함께 계십니다. 저에겐 잠깐 쉬라고 하셔서 이렇게 나왔습니다.”
“그래? 그럼 쉬어. 지금 딱히 네 시중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마우리츠를 시중드느라 힘들텐데 쉬는 시간에 내 시중까지 들려고 하다니. 꽤 부지런한 성격이네.
“그것이 아니라 긴히 드릴 말씀이....”
“음?”
내 시중을 들려 온 것이 아니었나?
“말해봐.”
“으음... 남들이 없는 곳에서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뭔가 중요한 이야기인가? 딱히 할 일도 없었던 나는 내 방으로 올라갔다. 남들이 없는 곳이라면 지금 수백명의 떠날 준비를 하느라 북적거리는 이곳에서 내 방이 유일할 테니까.
그리고 내 방으로 올라가 들은 이레인의 말. 그것은 꽤 충격적이었다.
“공자님께 남색의 취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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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제 체력을 과신한 탓입니다.
사실 지금 여행 중인데 여행 중에도 시간을 빼서 글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건만 제 저질 체력으로는 하루종일 걸어다닌 후에 글을 쓸만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저 혼자 온 여행이 아니라서 일정 조율도 못하겠고....
내일 귀국이니 가는 데로 열심히 글만 써서 연참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