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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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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리아가 플로라의 교육을 맡았던 때.’
“흐음... 그래. 그 타롯 카드란 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다오.”
“네. 알겠습니다. 마님.”
아론의 어머니 리아가 플로라의 교육을 맡게 되고 그녀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플로라의 유물과 능력이었다.
그녀가 보기에 플로라의 가장 큰 효용은 유물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녀의 아들인 아론이 인정이 많은 아이이기는 하나 여리고 어린 아이가 위험에 처했다고 해서 돈으로 사지는 않는다.
비록 비윤리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고 아론이 그것을 막을 힘을 가지고 있기는 하나 그 일이 사회 체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관여하지 않는다. 그런 일에 관여하기 시작하면 스스로 세운 윤리체계와 사회체계가 부딪히기 시작하고 그렇게 되면 순식간에 사회부적응자가 된다.
사회부적응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순하다. 도태되거나 갈아엎는다. 둘 다 힘들고 고난만이 뒤따르는 길이다. 그녀는 아론을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다.
그러니 그녀는 아론이 플로라의 유물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점에서 쓸모를 느껴 돈을 주고 사온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정답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얼마간 자신이 플로라의 교육을 맞게 되었을 때 가장 중점적으로 해야 할 일은? 바로 유물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가르쳐 놓는 것이라 생각했다.
“타롯은....”
플로라가 타롯 카드에 대해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두서없고 빈약한 설명이었지만 리아는 그것을 조용히 경청했다.
“그래. 타롯 카드가 그런 것이구나. 그렇다면 네가 그 유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의 신체능력을 강화해주는 것뿐이더냐.”
“네. 마님.”
플로라가 확신을 담아 이야기했다. 그녀는 다른 집시 가족들이 이야기해준 ‘마님에게 이야기할 때는 꼭 뒤에 마님을 붙여야 해.’를 철저히 지켰다.
“카드를 어떤 방식으로 놓아도 똑같은 효과가 발동되는 것이더냐.”
“네?”
플로라는 리아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이 ‘마님.’을 붙이는 것을 깜빡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급히 ‘마님!’이라고 말했다.
“네가 그 유물 카드를 배치하면 능력이 발동된다고 들었는데 아니더냐?”
“맞습니다. 마님.”
“그러면 그 카드를 배치할 때 어떻게 배치하느냐.”
플로라는 타롯 카드를 들어 몇 개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렇게 놓습니다. 마님.”
“항상 그렇게 놓는 것이냐.”
“네. 이렇게 놓아야 제 친구가 다른 분들을 도와줄 수 있으니까요. 마님.”
“다른 카드를 내려놓으면 어떻게 되더냐. 그리고 타롯 카드는 역으로 놓는 것도 있다고 하던데 이 카드들을 거꾸로 놓으면 어떻게 되느냐.”
“네? 아니. 그.....”
플로라가 당황했다.
“그렇게 놓은 적이 없는 것이더냐.”
“네.... 마님.”
“그럼 다른 사람들의 신체능력을 강화시켜주는 방법은 어떻게 안 것이더냐.”
“친구가 알려줬어요. 마님.”
“그렇구나.”
리아가 생각에 잠겼다. 더 이상 물어볼 것은 없었다. 보아하니 플로라가 더 아는 것은 없어보였다. 플로라가 말하는 친구는 유물을 말하는 것일테니 처음 유물의 주인이 되었을 때 활용방법을 알려준 것일 터다.
리아는 유물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된 상황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미루어 짐작하고 간단하게 바꿔서 플로라와 유물에 대해 세 가지 경우를 생각했다.
-유물이 플로라에게 알려준 활용방법이 전부일 경우.
-다른 활용방법이 있지만 유물이 가르쳐주지 않는 이상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
-다른 활용방법이 있지만 유물이 가르쳐주지 않고 플로라 스스로 알아내야 하는 경우.
이렇게 세 가지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중 앞의 두 가지는 리아 자신이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녀는 지금 세 번째 경우에 대해 알아보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그 경우인지 아닌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해보면 된다.
“그 능력... 동물에게도 사용할 수 있더냐?”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크게 문제는 되지 않는다. 노예를 사와 실험해보면 되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을 때 취해야 할 방법이다. 아무리 노예라고 하더라도 인간이다. 인간에게 실험을 하는 것보다는 동물에게 실험을 하는 것이 낫다.
“잘 모르겠어요. 해본 적이 없어서요. 마님.”
“해보면 알겠지. 나가자.”
“네. 마님.”
리아와 플로라는 노새들이 묶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해보거라.”
리아가 가장 늙고 힘없는 노새를 가리켰고 플로라는 ‘네. 마님.’이라 대답하고는 유물 카드를 한 장 한 장 내려놓았다. 그리고....
“네. 동물에게도 가능하네요. 마님.”
“음? 성공한 것이더냐.”
아무 현상도 보지 못한 리아다. 그녀가 본 것이라곤 플로라가 카드를 내려놓는 장면뿐이었다.
“네. 친구에게서 빛에 뿜어져 노새에게 흡수되었어요.”
“그러느냐? 그것 나에게도 해보거라.”
“네. 마님.”
플로라는 바닥에 놓은 카드의 방향만 리아쪽으로 돌렸다.
“됐습니다. 마님.”
리아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식이었나.’ 리아는 조금씩 자신의 육체에 깃든 힘을 음미했다.
옷에 가려지지 않은 드러난 팔을 보면 딱히 신체 자체가 강해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육체는 그대로 있는데 능력만 강화된 상태. 불가사의한 상태지만 유물이 행한 일이기에 납득할 수 있다.
“됐다. 그럼 이번엔 다른 카드로 한번 해보거라.”
“네? 그건... 해본 적이 없는데.....”
“하면 다치느냐?”
“아뇨. 그건 모르겠어요. 마님.”
“그럼 해보거라. 설마 네 친구가 널 다치게 하겠느냐.”
“친구끼리는 절대 다치게 하지 않아요. 마님.”
“그래. 그러니 해보거라.”
“네.... 마님.”
플로라는 바닥에 깔아두었던 카드를 집어들고 새로운 카드를 노새를 향해 깔았다.
“아. 됐어요. 마님.”
“그래?”
성공이었다. 리아가 생각했던 세 번째 경우가 맞았던 것이다.
“어떤 능력이더냐.”
“그건 잘.... 뭔가 노새에게 주어진 것은 확실해요. 카드에서 빠져나간 빛이 노새의 몸에 깃든 것을 확인했거든요. 마님.”
“흐음....”
리아는 플로라가 말한 빛을 보지 못했다. 아마도 유물의 주인만 볼 수 있는 빛인 듯 했다. 그녀는 플로라가 유물을 이용해 뭔가 했다는 노새 곁으로 다가가 자세히 살폈다.
눈썰미가 좋은 그녀지만 보는 것만으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플로라가 유물을 사용하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 수 있기를 바랐지만 그것은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녀는 결국 원래 계획했던 것을 실행하기로 했다.
“방금 노새에게 했던 그것 그대로 나에게 하거라.”
“네. 마님.”
플로라는 리아가 시킨대로 바로 실행했다. 사실 확인되지 않은 능력을 인간에게 사용하는 것이 굉장히 위험한 일이지만 플로라는 그런 것을 생각할 정도로 생각이 깊지는 않았다.
반면 리아는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에 플로라의 능력을 제대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스스로 체감하고 그것을 플로라에게 알려주는 것이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큰 위험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먼저 노새에게 걸어본 후 자신에게 건다. 위험해 보이는 능력이라면 자제할 것이고 별 변화가 없다면 그때에나 자신에게 걸라고 할 것이다.
방금 플로라가 카드를 거두면 부여받았던 힘이 사라지는 것까지 한번 체험했으니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할지라도 플로라가 카드를 거두면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도 했다.
“됐습니다. 마님.”
플로라가 카드를 리아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리아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어떤 현상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녀는 그 현상을 아까 전에 했던 것처럼 음미하고 분석했다. 그녀는 다른 하인을 불러 필기구와 탁자를 가져오라 하였다.
그리곤 카드의 조합과 자신이 느낀 현상을 그대로 적었다.
“이번엔 다른 카드를 사용해보거라.”
“네. 마님.”
그날 이후로 오전에는 셈과 글을 배웠고 오후에는 플로라의 유물의 능력을 계발하기 위한 실험을 하였다.
***
새로운 카드 조합을 연구하기 시작한지 1년이 지났다. 많은 조합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애초에 21장의 카드로 만들 수 있는 조합은 엄청나게 많았다. 비록 플로라가 7장 이상의 카드를 한 번에 사용하면 급격히 피곤해졌기에 그 이상의 카드 조합은 배제한 채로 6장 이하의 카드 조합을 주로 연구했지만 그것만 해도 상당히 많은 수였다.
리아는 지난 1년간 6장 이하의 카드 조합도 전부 밝혀내지 못했다. 하지만 더 이상 카드 조합을 연구하는 것은 멈추었다. 언제까지고 연구만 할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리아는 그 동안 많은 카드 조합을 스스로 체험하면서 기록해왔다. 그리고 기록해둔 수백, 수천가지 조합 중에서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조합 10가지를 골라냈다.
7장 조합 하나, 6장 조합 둘, 5장 조합 둘, 4장 조합 셋, 3장 조합 하나였다.
“자. 받거라.”
“네. 마님.”
리아는 정리해둔 10가지 조합을 종이에 적어 플로라에게 건네주었다.
“네가 익히고 앞으로 사용해야할 카드 조합이다.”
리아는 플로라가 수많은 카드 조합을 전부 외우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플로라가 부족한 아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뛰어난 아이도 아니었다. 그런 그녀에게 리아가 밝혀낸 수많은 카드 조합과 능력을 익히게 하는 것은 무리였다.
억지로 수많은 조합을 외우게 할 수도 있지만 금세 잊어버리거나 실전에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리아는 플로라를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제대로 된 전력으로서 아론에게 도움이 되게 만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추려낸 것이 바로 이 10가지였다.
“너는 앞으로 이것들을 수없이 반복해서 연습해야 할 것이다. 언제 어느 때든 사용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알겠느냐.”
“네. 마님.”
***
다시 8개월이 흘렀다. 리아는 플로라가 유물 사용 연습을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엔 어색하게 한 장 한 장 내려놓을 뿐이었던 플로라지만 이제는 제법 능숙하고 빠르게 카드를 꺼내들고 있었다. 그것도 공중에.
플로라는 예전처럼 바닥에 카드를 내려놓지 않았다. 카드 내려놓는 연습을 하던 어느 날 갑자기 공중에 카드를 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은 카드를 내려놓고 다시 회수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었다.
플로라는 5장의 카드를 공중에 올렸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카드 5장을 그 옆에 놓았다. 10장 조합의 카드가 아니다. 5장 조합의 카드 두 세트.
리아가 지난 시간 동안 관찰한 바에 의하면 플로라는 대략 5장 두 세트를 사용할 때 6장 한 세트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체력을 소모했다. 6장 두 세트를 사용하는 것도 비슷하게 7장 한 세트를 사용한 것과 비슷한 체력을 소모했고 말이다.
빠르게 카드를 내려놓고 회수하는 것을 반복하는 플로라를 보며 리아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녀는 아론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시간이 흘러 현재.
플로라는 뤼베크에 있으며 슬퍼했다. 밤에 몰래 숙소에서 우는 경우도 많았다. 벌써 몇 달째 아론이 그녀를 찾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아론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다. 아론과 다시 만난 이후 그의 곁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아론님에게 쓸모가 없어서 그런거야.’
그녀는 자신이 아론에게 별 쓸모가 없기 때문에 버려졌다고 생각했다.
‘노예주제에 쓸모도 없고 짐만 되니까. 그러니까 버려진거야.’
노예에서 벗어난 그녀지만 그녀의 머릿속에서 그녀는 여전히 아론의 노예였다. 노예는 물건이다. 사람들은 어딘가에 쓰기 위해 노예를 구입한다. 그런데 그녀는 쓸 곳이 없었고 그렇기에 버려진 것이라 생각했다.
‘아론님에게 도움이 되어야해. 버려지지 않도록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
그녀는 어떻게 해야 아론이 버리지 않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해답을 멀리 있지 않았다. 뤼베크 상관의 책임자이며 상단의 부상단주가 된 하벨. 그는 아론에게서 큰 신뢰를 받고 있었다.
그녀는 하벨을 따라했다. 그를 따라다니며 그가 하는 일을 지켜봤고 그의 일을 배우려 노력했다. 하벨은 자신을 따라다니는 플로라를 막지 않았다. 하벨이 생각하기에 플로라는 그보다 높은 사람이었다. 초인이고 아론의 여자다. 그러니 아론이 없는 이곳에서 그녀의 행동을 막을 사람은 없었다.
플로라는 범재지만 노력은 평범하지 않았다. 아론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엄청난 노력. 그것은 플로라가 빠르게 상단일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플로라가 어느 정도 상단일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을 무렵. 아론이 육로를 통해 뤼베크로 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녀는 기뻤다. 드디어 쓸모 있는 인간이 된 자신을 아론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론의 육로 여행은 너무 느렸다. 계속 아론을 기다리던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뤼베크를 떠나 함부르크로 마중가기로 결심했다.
쓸모 있는 인간이 된 자신을 아론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아론 곁에 있기 위해서.
하벨은 그녀를 말릴 수 없었다. 그녀에게 용병 열 명을 붙여 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아. 이제 다시 아론님 곁에....’
아론의 곁에 다시 머물게 될 자신을 상상하며 플로라는 뤼베크를 떠나 함부르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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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돌아왔습니다.
글이 잘 써진지는 모르겠지만 수월하게 써지긴 하네요.
역시 휴식이 답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다려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