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항해-아티팩트 에이지-159화 (159/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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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1580년 8월 11일 일요일

원래는 토요일인 어제 데벤테르를 출발했어야 했지만 결국 이틀 더 머물고 월요일에 출발하는 것으로 일정을 정정했다. 전부 이 발견물 정보획득인지 뭔지 때문이었다.

3차 보상획득까지는 어렵지 않았다. 헌금을 좀 하자 사제가 열심히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설명해주었기 때문이다. 3차보상은 정보 획득률이 90%였을 때 얻을 수 있었고 보상은 80의 포인트였다. 1차가 20이고 2차가 40, 3차가 80인 것을 보면 두 배씩 늘어나는 건가.

그렇다면 100%를 채웠을 때는 160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쉽게 예상된다. 160. 무려 160 포인트이다. 그것도 문재로. 절대 그냥 갈 수 없지. 나는 조금 더 헌금을 하고 계속해서 정보를 갈구했다. 하지만 이 100%는 도무지 채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일요일 예배까지 참석하고 헌금한 돈이 총 3만 오션이 넘어갈 무렵 60이 넘은 사제장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제단의 상처는 내가 아직 수행 사제직을 하고 있었을 때 성자로서 이름이 알려진 레콜라우스님께서 내신 상처라오. 그때 그 분은...”

-종교 건축물 ‘데벤테르의 교회(5등급)’의 정보를 100% 획득했습니다.

4차 보상으로 160의 문재 경험치가 주어집니다.

사제장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2시간가량이나 들어준 끝에 겨우 100%를 완성할 수 있었다.

-종교 건축물 ‘데벤테르의 교회(5등급)’에 대한 조사를 완벽히 마쳤습니다.

보상으로 ‘프로테스탄트 사제들과 친밀도 미력하게 향상’효과가 주어집니다.

프로테스탄트 사제들과 친밀도 미력하게 향상? 대충 어떤 효과인지는 알겠다. 과거 직업이 ‘수습 상인’이었을 때 얻었던 효과인 ‘거래시 친밀도 향상’과 비슷한 효과일 것이다. 그때 넘버127이 막 어렵게 설명해줬지만 결국은 넘버127이 뭔가를 조작해서 상대가 나에게 호감을 느끼게 만들어준다는 거였는데.... 미력하게 상승이라니. 얼마나 미력한 거야?

별로 도움은 안 될 것 같지만 그래도 생각도 하지 않았던 추가 효과를 얻은 거니까. 그리고 무려 총합 300의 문재 경험치를 얻었으니까. 3일의 시간에 3만 오션이 들어갔지만 만족한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아. 가시겠소? 잘 가시오. 아론 남작. 그대가 가는 길에 천사의 축복이 깃들길 기도하겠소.”

사제장은 더 할 이야기가 있는 듯싶었지만 더 이상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그냥 끊고 밖으로 나왔다. 쯧. 아무 작위도 없는 사제주제에 무려 남작에게 존칭을 붙이지 않다니. 역시 사제들은 마음에 안 든다니까.

***

땡땡땡땡땡땡땡!

에스파냐 북부에서 출발한 마리아와 펠로타를 태운 배가 영국해협을 지나갈 무렵. 갑자기 긴급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선창 깊은 곳에 숨어있던 마리아도 그 소리에 무슨 소린가 싶어 밖으로 나가 상황을 살폈다.

물론 몸은 그림자 안에 숨긴 채였다. 털색이 검은 마리아가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기면 바로 앞으로 오지 않는 이상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해적이다! 영국 해적이다!”

선원들이 전부 공포에 질려 떨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남부에 주둔하고 있는 에스파냐 군과 용병들에게 지급할 급여와 물자들을 싣고 가는 배를 노리는 영국 해적들. 이것이다. 이 때문에 에스파냐 선박들이 북해로 오지 못하는 것이다.

“빌어먹을 이래서 북쪽으로 안 오려고 했었는데!”

선장이 절망감에 소리 질렀다. 알바 공작의 명령서만 아니었어도 절대 이곳으로 오지 않았을 텐데. 재수 없게도 펠로타가 항구에 도착했을 때 마침 출항할 준비를 마쳐놓았던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결국 징발되었고 펠로타를 태우게 되었다.

군 물자와 용병 급여 등을 실었기에 수송비등은 받을 수 있는 항해였지만 그래도 영국 해적 때문에 오고 싶지가 않았다. 설마설마 했는데 결국 이렇게 정말 만나게 될 줄이야. 선장은 종소리를 듣고 선실에서 뭉그적거리며 나오는 펠로타와 10인의 기사들을 원망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물론 펠로타가 시선을 주자 황급히 눈을 내리 깔았지만.

“무슨 일이지?”

선장 곁으로 다가온 펠로타가 물었다.

“영국 사략해적입니다. 우리 에스파냐 선박만 보면 좋다고 달려드는 것들이죠. 에스파냐 선박에는 돈될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사략? 영국과 우리는 전쟁 중이 아닌데?”

답답한 소리나 하는 펠로타를 보며 선장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해적이라 하는 겁니다. 영국 왕실은 저들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지요. 하지만 뱃사람이라면 저 해적들이 영국 왕실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허. 어이없군. 미개한 섬나라 놈들이 감히 대 에스파냐의 선박을 노린단 말인가? 어처구니가 없군.”

“어떻게 할까요. 백기를 걸까요? 백기를 걸면 돈이 되는 것은 가져가도 공격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하고 저런 말이나 내뱉고 있는 펠로타 때문에 짜증났지만 그래도 이 선상 최고 상급자는 펠로타. 그에게 의견을 물었다. 사실 의견을 물을 것도 없이 해야 할 행동은 정해져 있었다. 무조건 백기. 지금 자신들의 선박에 타고 있는 인원은 펠로타와 기사들을 합쳐도 50명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저 영국 해적의 배에는 적어도 150명은 타고 있을 터. 거기에 대포의 수에서도 크게 차이난다. 비록 펠로타와 기사들이 기사답게 강력한 무력을 뽐내주겠지만 선상의 싸움은 육지의 싸움과 다르다. 공간이 좁고 배는 계속해서 출렁인다.

배 위에서 싸우는 법을 아는 자와 모르는 자의 차이는 명확하다. 저 펠로타와 기사들이 육지에서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배에서는 안 된다. 저 펠로타가 초인일지라도 마찬가지다. 혹시 알바 공작 정도 되거나 그에 근접하는 초인이면 몰라도 펠로타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다.

초인일지라도 그저 그런 초인 중 하나일 터. 숫자엔 방법이 없을 것이다. 초인이라도 칼이 박히면 죽고 싸우다보면 지치는 것은 똑같으니까.

“백기? 대 에스파냐의 배를 운항하는 선장으로서 그따위 약한 말을 하다니. 병사들의 군수물자를 싣고 가는 중요한 역할이 아니었다면 내 검이 네 목을 잘라냈을 것이다.”

예상과 달리 돌아오는 폭언에 선장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기사들은 목을 잘라낼 것이라 이야기하면 실제로 그럴 수 있는 작자들이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족속들이니까.

“광휘의 기사단!”

네!

펠로타의 부름에 10명의 기사들이 군례를 갖추며 대답했다.

“전투 시작하고 15분을 주겠다.”

“10분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음.”

펠로타는 대답하는 기사들을 자랑스럽게 한번 훑어보고는 선실로 들어갔다. 선장과 선원들은 저자 때문에 자신들이 죽겠구나 하고 두려워했다. 하지만 곧 이어진 전투에 두려움의 대상이 옮겨갔다. 해적들에게서 광휘의 기사들로 말이다.

‘저자들이구나. 저자들 때문에 공격하는 것이 껄끄러운 거였어.’

마리아는 해적과 광휘의 기사들의 전투를 보며 알 수 있었다. 저들 때문에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거라고.

마리아와 선장, 선원들이 본 광경. 그것은 광휘의 기사들이 거대한 방패와 브로드소드를 마치 장난감처럼 휘두르며 해적들을 도륙하는 장면이었다. 그들이 150명을 넘어 200명에 가까웠던 해적들 전부를 죽이는 것에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어떡하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저들이 펠로타와 함께 있다면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다. 하나하나는 마리아의 상대가 되지 않겠지만 무려 열이나 되니까. 거기에 펠로타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미지수인 상태에서는 더더욱 위험했다.

이제 마리아는 이 배가 육지에 도착한 후 무리해서라도 친구를 모욕한 자를 벌할지 아니면 떠나서 모험을 떠날지를 결정해야 했다.

‘...... 한 달... 한 달만 더 지켜보자. 그 뒤에도 힘들다 생각되면 떠나는 거야.’

고양이의 본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면 처음 봤을 때 바로 공격했거나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주와 함께 있으며 인간의 마음을 배운 마리아는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한 달을 기다려도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면 미련을 두지 않고 떠날 것이다.

친구를 되살릴 유물을 찾는 모험을.

***

1580년 8월 13일 화요일

뀌이이이이익.

“어이구. 우리 마론이. 맛있어?”

뀌이익.

이번 여정에 내 애완노새인 마론도 참여했다. 배를 타고 다닐 때도 데리고 다니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육지여행인 만큼 당연한 일이다. 대신 다른 노새나 버새처럼 달구지를 끌지 않고 맨 몸으로 걷게만 시켰다. 하지만 평생 뭔가를 끌거나 싣고 다녔는데 갑자기 맨몸으로 다니면 몸은 편해도 적응도 안 되고 갑자기 바뀐 환경에 몸이 약해질 수도 있다는 토마스의 말에 내 짐을 들게 했다. 내 애완노새니까. 내 짐만 드는 거지. 다른 인간 짐은 안 돼!

“그래. 여기 이 당근도 먹고, 양배추도 좀 먹어라. 널 위해서 데벤테르에서 사온 거야. 며칠 지나면 상해서 못먹을 수 있으니까. 열심히 먹어. 다른 녀석들은 안 주고 너만 줄 거니까.”

우리 마론이는 특별하니까. 음식도 특별해야지. 아무거나 잘 먹는다고 그냥 풀 뜯어다 주는 건 끝났다. 맛있는 콩이랑 당근이랑 양배추 같은 신선한 야채만 먹으렴.

“참.... 지극 정성이네. 아론 남작. 그 노새가 그렇게 좋아?”

“네. 공자님. 마론은 제 아버님께서 편력상인일 때부터 제가 편력상인이 되어 일을 할 때까지 항상 저희 가문의 궂은일을 해준 녀석이니까요. 너무 고마워서 제가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일 안하고 호강하면서 살 수 있게 해준다고 했었지요. 저와 함께 다니며 세상 구경도 시켜주고 말이죠. 이제 어느 정도 벌었으니 그 약속을 지키려는 것입니다.”

“후... 아무리 그래도 노새한테. 노새는 노새답게 일을 시켜야 하는 것을...”

옆에서 토마스가 나한테만 들릴 작은 목소리로 불평을 했다. 확. 이 노예놈을. 노예가 노예다울 수 있게 한 번 학대해줘?

“역시 아론 남작. 약속을 지킬 줄 아는구나. 그것이 미물에 불과한 노새에게 한 것일지라도 말이야.”

“후후. 당연하죠. 렐리가의 남자는 약속은 반드시 지킵니다.”

“그렇구나.. 난 아론 남작이 자주 찾아온다고 해놓고 한 번도 안 와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렇게 내가 찾아왔잖아.”

“윽.”

찔린다. 할 말이 없다. 예전에 확실히 자주 찾아가겠다고 이야기해놓고 일이 바빠서 한 번도 위트레흐트 성으로 찾아가지 않았었으니 말이다.

“후후. 괜찮아.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함께 여행을 다니니까.”

그러면서 나한테 양팔을 벌린다. 그러면 나는 언제나 그렇듯 마우리츠를 안아 들어올린다. 마우리츠가 않기 좋도록 팔을 굽혀서 팔뚝에 앉을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러면 마우리츠의 머리가 내 머리가 있는 곳 근처로 오게 되어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마우리츠는 이것을 좋아하여 자주 해달라고 한다.

“나도 아론 남작처럼 키가 크면 좋을 텐데.”

“공자님도 곧 키가 크실 것입니다. 빌럼 공작님이나 필립 대공자 두 분 다 키가 크시니까요.”

큰 것까지는 아니고 나보다 약간 작은 정도지만 마우리츠는 너무 작으니까. 몸집도 작고 말이야. 벌써 13살이고 세달 정도만 있으면 14살이 될 텐데도 내가 11살 이었을 때의 몸집과 키를 가지고 있으니 작긴 작다.

“헤헤. 정말 그러면 좋겠다. 그러면 아론 남작에게 매달리지 않고도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테니까. 물론 이렇게 있는 것도 좋지만 말이야.”

기분 좋게 웃는 마우리츠. 참.... 순수하다. 귀족가의 자식이 이렇게 순수하기도 힘든데 말이야. 보통 귀족가의 남자라면 13살이 아니라 10살만 되도 체면치레를 하면 누군가에게 이렇게 안기는 것을 치욕으로 여길 텐데 말이다. 마우리츠는 그런 것이 없다. 교육을 덜 받거나 귀족가의 냉험한 세계를 덜 체험한 것도 아닐 텐데 말이야. 오히려 다른 귀족들보다 더 많은 냉대를 경험했을 텐데.

그건 그렇고....

“공자님.”

“응?”

“나이가 드셔서 다른 여자들 앞에서 그런 웃음을 지으시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왜?”

전부 반해버릴 것 같아서요. 귀족 남자들의 적이 되실 겁니다. 아직 어린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도 정말 매력적인 웃음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잘생긴 얼굴까지. 장담하는데 마우리츠가 정식으로 사교계에 대비하는 순간. 네덜란드의 귀족 영애들은, 아니 영애뿐만 아니라 귀족 부인들까지 모든 귀족 여자들은 설레서 잠을 못 잘 것이다.

============================ 작품 후기 ============================

뭔가 그때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심판의 그날이.

대충 마우리츠가 여자인 것 같기도 한데

작가놈이 하도 엉망인 녀석이라 반전을 줄것 같기도 한 불안감이 있으실 테지요.

절 믿으세요. 접니다. 저.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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