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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정확히 이야기하면 빌럼 공작님이 아니라 의회에서 소집했다.”
의회. 의회라면 살아남은 대영주 6인과 유력 영주와 귀족이 일원인 네덜란드 통치기관이다. 원래는 비공식 기관으로서 주먹구구식으로 네덜란드를 다스렸지만 이번에 아라 동맹에 저항해 위트레흐트 동맹을 결성하면서 정식으로 출범한 곳으로 알고 있다.
그곳에서 불렀다면.... 나랏일인가?
“소집일은 언제입니까.”
“한 달 반 뒤인 7월 17일이다.”
“꽤 넉넉하군요.”
보름 전에 나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하셨으니 적어도 보름 전에는 나온 소집령이다. 그런데도 아직 한 달 반이나 시간이 남았다면 애초에 두 달이나 시간을 줬다는 이야기. 귀족, 그것도 네덜란드에서 가장 힘이 강한 귀족들 모임인 의회에서 평민들을 소집하는 데 두 달이나 시간을 줬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아무래도 가장 큰 규모를 가지고 있는 청어잡이 선주는 너와 숙부님이니 말이다. 그 둘이 외국에 있으니 넉넉하게 시간을 준 거겠지. 외국에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많이 준 것은 아니다.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연락이 늦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건 그렇다. 만약 내가 이번에 암스테르담으로 오지 않고 그대로 뤼네부르크에 있었다면, 그리고 뤼네부르크에서의 일이 끝나고 암스테르담으로 오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갔다면 연락을 받는 데에만 2달 전부가 소요 되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두 달이란 시간은 아마도 사부님 때문에 나온 기간일 터다. 귀족인 남작인데다가 무려 네덜란드 3대강자 중 하나니까. 당연히 시간을 배려해야겠지. 만약 나 혼자였다면 그냥 날 빼놓고 소집을 했을지도.
그나저나 왜 부르는 걸까... 혹시 세금을 조정하겠다는 이야기일까?
그게 가장 걱정되는 일이다. 청어잡이 어선의 대부분이 귀족들의 땅을 본거지로 삼고 있으니까. 그 땅에서 출항하고 그 땅으로 돌아오니 귀족들이 담합하여 일제히 세금을 올리겠다고 하면 속수무책이다. 그리고 귀족들이야 항상 조금이라도 세금을 더 걷겠다는 생각만 가득한 자들이니까....
으으. 정말 그렇다면 끔찍한 일이다. 당장 세금을 10%만 더 올려도 엄청난 타격을 입을 거다. 생산비가 올라 갈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최종 상품인 절인 청어의 가격도 올라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네덜란드 청어의 최대 강점 중 하나인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가 있다.
그러면 당연히 덜 매력적인 상품이 될 것이고 내가 현재 뤼베크에서 추진하고 있는 ‘동맹’ 전략도 난항을 겪게 될 것인데....
불안하다. 빌럼 공작님이 그럴리는 없겠지만 의회는 빌럼 공작님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곳은 아니니까. 아무리 빌럼 공작님이라 할지라도 다른 귀족들이 담합하여 밀어붙인다면 당할 수 없을 것이다.
“혹시 무슨 일 때문에 부른다는 이야기는 적혀 있었나요?”
“‘네덜란드 기간산업이 될 청어잡이의 관리를 위한 회의.’라고 쓰여 있더구나. 예전부터 빌럼 공작님께서 청어잡이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여 네덜란드 기간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계속해서 의회에 안건 상정을 하셨다고 들었다.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중인데...”
그럴 수도 있겠다. 빌럼 공작님은 예전부터 청어잡이를 제대로 된 네덜란드의 기간산업으로 키우겠다며 관련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하셨으니까. 이것 때문에 소집하는 것이면 좋겠군. 만약 정말 이 일이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텐데 말이야. 아니 걱정이 아니라 오히려 환영하고 받아들여야 할 일이지.
우리 보어&렐리의 절인 청어 품질은 최상이지만 몇몇 선주들이 생산하는 절인 청어는 절인 청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소금을 적게 넣어서 보관기간도 짧고 맛도 없는 것들이 꽤 있으니까. 그런 것들이 우리 네덜란드 청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만약 이번 소집이 그런 것과 관련한 규정을 만드는 것이라면 나도 할 말이 많다. 그물코의 크기, 청어를 절일 때 사용하는 소금의 양 같은 것 말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아주 중요한 일이거든.
“소집일까지 아직 넉넉하게 시간이 남기는 했지만 중간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암스테르담에 머물도록 해라.”
“네. 알겠습니다.”
귀족들이 언제 변덕을 부릴지 모르니까.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뤼베크로 갔다 오고 하다가 갑자기 소집일을 앞당겨 버리면 선주 소집에 빠질 수도 있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없으면 손해 볼 가능성이 높으니까. 무조건 참여해야한다.
그럼 갑자기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이 생긴 건가. 원래는 내가 직접 뤼베크로 가서 뤼네부르크의 소금광산으로 보낼 직원을 고르려고 했는데 그러질 못하겠다. 하벨에게 편지를 보내서 알아서 처리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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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쇠퇴.
대항해시대를 연 최초의 국가가 포르투갈임을 부정하는 이는 누구도 없을 것이다. 그들은 가장 먼저 아프리카를 개척했고 그 누구보다도 먼저 인도에 도달했다. 뒤를 이어 에스파냐가 쫓아가긴 했지만 아프리카, 인도, 향신료 제도의 무역이 거의 포르투갈의 독재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았음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무역에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이익도 말이다.
그런데 포르투갈은 쇠퇴했다. 어째서 그럴까.
그것은 바로 ‘카레이라’ 체제와 ‘카르타스’ 제도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식자들은 순간 의아할 것이다. 그 두 제도는 분명 포르투갈을 해양강국의 반열에 올려준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제도 때문에 포르투갈이 쇠퇴했다니. 혹시 필자가 용어를 착각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잘못된 상식을 가진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용어를 착각한 것도 잘못된 상식을 가진 것도 아니다. 나는 분명 포르투갈을 해상강국의 반열에 올려준 두 제도가 다시 포르투갈을 해상강국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만들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물론 그럴 리 없겠지만 혹시나 두 제도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이 글을 읽을 경우에 대비해 두 제도를 간단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카레이라’-정해진 해상 항로를 국왕이 직접 운용하며 해당 항로는 국왕의 선박만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
‘카르타스’-주요 항로의 길목을 지키며 지나가는 선박에게 통행세를 징수하는 제도.
모두 알겠지만 포르투갈의 해상 탐사는 왕족에 의해 주도되었다. 최초에 엔리케 해상왕자가 시작했고 그 뒤를 포르투갈의 군주들이 이어받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열매를 군주가 독식했으며 그로 인해 포르투갈의 군주들은 강력한 힘을 갖추게 되었고 군주의 강력함은 나라의 강력함으로 이어졌다.
그 강력함은 독선으로 이어졌다. 군주들은 자신이 소유하지 못한 길목의 한 가운데에서 지나가는 모든 배들에게서 통행세를 징수했고 이는 말이 통행세지 약탈행위나 다름없었기에 많은 적을 만들었다.
그리고 군주들은 강력해진 힘을 바탕으로 숙원이었던 이슬람 척결을 외쳤고 북아프리카를 침공해 들어갔다.
독선과 이슬람 척결. 그 결과는 전 세계에 걸친 전쟁이었다. 남부 인디아스 대륙의 원주민에서부터 지구 반대편의 향신료 제도 원주민까지 모든 이들이 포르투갈에 반하는 전쟁을 일으켰고 이슬람 국가들은 포르투갈을 상대로 지하드를 선포했다. 그리고 오스만 제국은 북부 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와 향신료 제도의 원주민들을 지원해 포르투갈에 맞섰다.
이 전쟁에서 많은 군주와 귀족들이 목숨을 잃었다.
나라를 지탱하는 핵심인 군주와 귀족이 목숨을 잃어 점점 줄어드니 아무리 인도와 향신료 제도의 무역을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당연히 국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포르투갈이 쇠퇴하게 되었다.
비록 오랜 시간 지난 일이지만 나는 이 문제의 해결책을 생각해보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군주가 아닌 귀족과 상인들이 인도와 향신료 제도에 진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들에게 인도, 향신료 제도의 무역을 허락해주었다면 군주만 강한 나라가 아닌 국가 전체가 강한 나라를.....
- 책 ‘역사 속 강대국의 허와 실’ 2장 포르투갈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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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이 암스테르담에 도착하기 보름 전.)
이베리아 반도. 현 유럽 최강대국 포르투갈과 에스파냐의 전쟁터. 전승공주가 이끄는 포르투갈 본대와 강철대공이 이끄는 에스파냐 본대가 부딪히는 곳 한 가운데.
캬아아아아아악!
거대한 검은 짐승이 날뛰고 있다. 이 거대한 검은 짐승은 모스크바 공국 깊숙한 곳, 인도 깊숙한 곳에 있다는 호랑이와 닮아 있었지만 호랑이라면 가지고 있어야 할 줄무늬가 없었다. 그저 검은색 일색.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본 알바는 그 강대한 모습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과연... 저것이 전승공주의 유물인가.”
“그렇습니다. 전승공주의 유물 비스트의 소환수입니다.”
전승공주는 탁월한 전략적 식견으로도 유명하지만 한 가지 더 유명한 것은 세계 최강의 소환형 유물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승공주의 소환수는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게 에스파냐 군 한 가운데에 들어와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었다.
검은 짐승의 앞발은 갑옷을 종잇장처럼 찢었고 이빨은 사람의 몸을 초콜릿처럼 가볍게 물어뜯었다.
세계 최강의 보병이라 불리는 에스파냐 보병들도 저 검은 짐승 앞에서는 아무 소용없었다.
“대단하군.”
알바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듣기로 저 검은 짐승에 당한 에스파냐 초인의 수가 다섯 손가락을 넘어선다고 했다. 처음엔 당한 녀석들이 멍청하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지켜보니 그럴 만도 해보였다. 저런 위력을 가진 괴물이라면 웬만한 초인은 절대 상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저를 보내주신다면 저 고양이 녀석의 목을 베어오도록 하겠습니다.”
“고양이?”
알바의 뒤에 서 있던 무장 중 하나가 나섰다. ‘고양이라? 그러고 보니 비슷하군.’ 알바는 검은 짐승이 정말 고양이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고양이보다 수십 배는 크지만 말이다.
“자네라면 충분히 저 검은 짐승을 감당할 수 있겠지.”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알바가 승낙을 한 것이라 생각한 무장이 전장으로 나서려 하였다.
“하지만 안 되네. 자네는 해야 할 일이 있거든. 저 검은 짐승 물리치는 것은 별다른 효용이 없어. 그러니 자네를 이런 곳에 쓴다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지. 효율적인 배치가 아닌 거야.”
“포르투갈 전력의 핵심인 전승공주입니다. 그녀를 쓰러뜨린다면....”
“그녀가 아니라 소환수를 쓰러뜨리는 정도에서 끝나겠지.”
“...........”
“저것은 전승공주가 아니라 전승공주가 소유한 유물의 소환수일 뿐이다. 자네가 저 소환수를 물리치면 전승공주는 퇴각을 하겠지. 그리고 소환수가 상처를 회복하거나 다시 소환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퇴각을 멈추고 다시 전투를 벌이겠지.”
소환형 유물 대부분이 그랬다. 소환수가 죽거나 다치더라도 곧바로 소환가능 한 유형도 있고 소환수가 역소환 된 후 빠르게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소환할 수 있는 유형도 있다. 공통점은 소환수를 죽이거나 상처 입힌다고 할지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소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자네는 상처투성이 일거야. 아무리 자네라도 저 정도 위력의 소환수를 상처 없이 이길 수는 없을 테니까. 우린 한명의 초인을 손해보고 저쪽은 손해 보는 것이 없게 되는 거지. 내가 그런 비효율적인 일을 할 수는 없지 않나.”
“하지만 저라면 저 검은 짐승을 물리치고 전승공주까지 사로잡을 수도 있습니다. 믿어주십시오!”
“그럴 수도 있겠지. 용맹한 자네라면 말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어. 전승공주와 포르투갈을 무시하지 말게. 잘 보게.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검은 짐승 말고는 초인이 보이지 않아.”
알바의 말에 무장이 전장을 살폈다. 하지만 알바의 말대로 포르투갈의 초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포르투갈에 초인이 전승공주밖에 없어서 그런 걸까? 그럴리 없다. 포르투갈은 에스파냐에 맞설 수 있는 해양 강국. 해양 강국이라 함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유물을 얻었다는 뜻과 같다. 그런 포르투갈에서 국운이 걸린 중요한 전투에 초인을 전승공주만 보냈을 리는 없다.
“분명 나머지 초인들은 전승공주를 지키고 있겠지. 대단해. 여자의 몸으로 이렇게까지 전략을 잘 이해하고 있을 줄이야. 이쪽의 전력은 지키고 상대방의 전력을 깎아내린다. 그러면 결국 이기게 되어 있는 거지. 자신들의 초인 전력은 보존하고 이쪽의 초인 전력을 약화한 다음 우세하다 판단되는 순간 모든 초인을 동원해 공격해오겠지. 좋은 전략이다. 좋은 전략에 강력한 유물. 완벽한 조화다. 이러니 ‘전승’공주라 불리지.”
“으음... 그럼 방법이 없는 것 아닙니까?”
“좋은 전략이지만 두 가지 해법이 있지.”
“그것이 무엇입니까.”
“압도적인 전력. 상대에게 재정비할 시간을 주지 않고 압도적인 전력으로 전승공주의 본진까지 일거에 밀어버리면 된다. 하지만 이것은 상대의 전력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으니 쓸 수 없군. 그러니 두 번째 전략을 사용한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자네는 이 전쟁의 승리 조건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으음... 아무래도 전승공주를 물리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니. 아니지. 전승공주와 이 전쟁의 승리는 아무 관련이 없어.”
“네? 아니. 그게 무슨....”
“전승공주에게 이기든, 지든. 이 전쟁의 승패와는 아무 관련이 없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후후. 아주 간단한 이야기네.”
알바는 무장에게 뭔가를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무장이 감탄성과 함께 머리를 탁 쳤다. 그리고 잠시 후 무장은 몇몇 초인들과 함께 전장을 떠났다.
“흠... 그럼 이제 나는 시간만 끌면 되겠군. 내 병사들이 더 목숨을 잃기 전에 나서볼까.”
알바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옆에 거치되어 있던 그의 몸 전체를 가릴 듯 거대한 방패를 집어 들었다.
============================ 작품 후기 ============================
어워드 치열하네요.
6,7등만요.
......
대세에 아무런 지장도 주지 않는 6,7등만 치열하다니.
크흑.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