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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이곳이다. 확신이 들었다. 아니 확신이 없어도 이곳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 결과 이곳이 매입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니까.
지금가지 얻은 정보에 의하면 바이세 광산은 연 채굴량 2,150톤, 예상 매장량은 69,900톤, 적정 구입 가격은 1억9,000만 오션이다. 매장량은 현재 내가 확인한 정보로만 그 정도니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지금의 매장량만으로도 앞으로 30년은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광산이다.
이 광산의 매매가로 저쪽에서 제시한 것은 1억2,000만 오션. 그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7,000만 오션 이익이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지.
“대단하시구려. 렐리 상단의 상단주는 초인이라 하더니 과연.... 그런데 아무리 봐도 왜 그러시는지 알 수가 없소.”
“아. 별거 아니었소. 실은 백작님께서 이곳을 매입하기로 마음먹었는데 혹시 굴을 조금 파보면 입구에 가까운 곳에 소금광맥 같은 것이 발견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들어서 말이오. 그래서 그냥 한번 파보았소. 혹시 백작님께 조금이라도 더 좋은 소식을 가져다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말이오.”
“입구 근처에 광맥이 있다면 이미 전문가들이 찾아냈을 것이오. 새로운 광맥은 없을 것이오. 내 장담하지.”
그 장담 이미 깨졌네. 저 옆에 소금광맥 있거든.
“그런데 이곳을 사기로 결정하셨소?”
“조건이 가장 좋으니 말이오. 가격과 채굴량 등에서 다른 광산보다 뛰어나다니 당연히 이곳을 사야하지 않겠소.”
중개인이 말한 대로라면 이곳이 가장 조건이 좋다. 다른 곳보다 월등하게 말이다.
“으음...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이 어떻겠소. 나는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을 추천하고 싶소만.... 자금만 충분하다면 르스 광산이 어떻겠소.”
“어째서? 아무리 따져보아도 여기가 가장 조건이 좋소만? 시세보다 가격도 싸고 채굴량도 꽤 괜찮고 말이오.”
“으음.....”
뭔가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중개인. 이 인간 정말 며칠 같이 다니면서 나한테 정이라도 들었나?
“혹시 중개 수수료가 가장 싸서 그런 것이오? 그런 것이라면 걱정 마시오. 백작님께서 중개인의 역할을 열심히 해준 것을 고맙게 여기시어 약간의 사례금을 주신다 하셨으니 말이오.”
“아니. 수수료 때문이 아니라.... 으음. 까놓고 말합시다. 솔직히 아론 상단주가 광산을 매입하려는 것 아니오. 나도 조금 알아보았소. 청어를 소금에 절여 파신다고. 요즘 소금 가격이 오른다 했더니 전부 그 때문이었더군. 내 장담하는데 소금 가격은 앞으로 빠르게 비싸질 것이오. 그러니 지금 채굴량이 다른 광산의 2배에 가까운 르스 광산을 사놓는다면 바이세 광산을 사놓는 것보다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오. 내 장담하지.”
그 장담 두 번째인데 두 번 다 제대로 지키지는 못하는 것 같구나.
그래도 저 정도면 내가 바이세 광산을 사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중개인이 이정도 말했으면 내가 입을 손해를 막아주기 위해 상당히 많은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사실은 숨기고 있지만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와의 유대보다는 같은 지역의 광산주끼리의 유대가 더 깊었을 테니까.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한도 내에서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지. 저자가 저 정도까지 했는데 눈치 채지 못한다면 눈치 채지 못한 자가 잘못한 거다. 상인이 그 정도 눈치도 없으면 당연히 망해야 하는 거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려. 이 거래는 분명 나사우 백 마우리츠님께서 주가 되어 진행하시는 것. 나는 그저 도와드리는 것뿐인데 말이오. 뭔가 착각하고 있는 듯하오.”
“으음.... 알겠소.”
중개인도 날 말리는 행위를 멈췄다. 아마 지금쯤 자신은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래. 너는 할 만큼 했다.
“일단 이대로 돌아가서 백작님께 보고를 드리겠소. 아마도 바이세 광산을 사게 되겠지만 백작님께서 최종 결정을 내리시는 대로 다시 연락드리겠소이다.”
“알겠소. 돌아가서 잘. 아주 잘 다시 생각해보시구려.”
“하하. 알겠소. 걱정마시구려. 내 중개인의 말 잊지 않고 잘 생각해보겠으니.”
열심히 생각해야지. 어떻게 하면 바이세 광산을 싸게 살까를 말이야. 사실 이미 생각해놓은 것은 있다. 하지만 그 것을 실행하기 전 일단 조합에서 전해주는 정보는 확인해야한다. 내일 나온다고 했으니 그것부터 확인해야겠어.
숙소에 돌아가는 길에 넘버127이 미션을 준 이유와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사실을 알아냈다는 것에 뿌듯함이 가슴 가득했다. 하지만 머리에는 다른 것이 가득 차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넘버127이 알고 있었다면 어째서 그냥 알려주지 않았을까. 미션 같은 복잡한 방법 없이 그냥 알려주면 좋지 않았을까?
‘넘버127. 바이세 광산에 다른 광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래. 그럼 미션을 왜 준거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항상 이렇다. 말할 수 없다. 예전부터 넘버127이 하던 이야기다. 으음... 그렇다고 넘버127이 내게 나쁜 일을 한 적은 없다. 아니. 무조건 도움이 되는 일만 해왔다. 설명은 해주지 않았지만.
하지만 나도 이제는 제법 크지 않았나. 나이도 20살이 되었고 가문의 가장이자 상단의 단주, 재산도 억단위를 넘어섰고, 내 밑에서 일하는 자들이 천에 가깝다. 그런데도 내가 가진 유물이 하는 행동의 진의를 알지 못한다는 것은.... 솔직히 말해 많이 짜증나는 일이다.
-말씀드릴 수 있게 되는 날. 모든 걸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이나마 변명 비슷한 말이라도 하게 된 걸 기뻐해야하나? 예전에는 저런 말도 하지 않았었으니 말이야.
***
숙소의 내 방에 돌아왔다.
그럼, 급한 일을 마무리했으니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자.
‘넘버127. 장인의 혼이란 것이 뭘 이야기하는 거지?’
-혜택 ‘장인의 혼’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장인의 혼’은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을 가진 장인이 의념을 담아 만들어낸 물건에서 아이템과 비슷한 힘을 끌어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혜택입니다.
‘음? 뭐야. 한마디로 평범한 물건을 아이템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거야?’
-비슷하지만 출력의 차이가 큽니다. 만들어낸 존재의 능력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출력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제 예상으론 ‘장인의 혼’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가장 큰 출력이 5,000이하일 것입니다.
출력이 5,000이하? 상관없다. 유물이 아닌 물건을 유물로 만들어준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제한은 없어?’
-있습니다. 사용자의 소유가 될 경우에만 혜택 ‘장인의 혼’이 발동되며 출력 100당 1일의 활성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 번에 하나의 물건을 활성화 할 수 있으며 사용자 혹은 그 외의 인물이 개수에 상관없이 사용 할 수 있습니다.
이거 엄청난 거다. 한번 활성화 하면 다른 이도 사용할 수 있다니. 즉, 나는 이제 유물을 제조해내 팔 수 있게 된 것 아닌가.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을 가진 장인이 의념을 담아 만들어낸 물건’이라는 제한이 있기는 하나 찾아내기만 하면 어떻게든 구입해서 유물로 활성화 한 다음 팔면 되는 것이다.
아니면 내 지인들에게 줘도 될 것이고 최초로 모든 선원이 초인인 선박을 만들 수도 있겠지. 정말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능력이다.
‘그런데 장인의 혼으로 활성화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어떻게 구분하지?’
-탐험가, 보물탐색꾼, 발굴가 등의 문재 계열 직업에 특수 기술 ‘감정’이 추가 됩니다.
‘감정’은 사용자가 ‘장인의 혼’을 적용할 수 있는 물건을 확인 가능하도록 만들어줍니다.
‘확인 방법은?’
-‘감정’가능 범위 안에 ‘장인의 혼’ 적용 가능 물건이 들어올 경우 희미한 빛을 냅니다.
문재에서 파생된 특수 기술이기에 문재의 단계에 따라 범위가 결정됩니다.
현재 ‘감정’의 범위는 3m입니다.
3m라 좁군. 그래도 범위 안에 들어오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감정’이라고 하기에 하나하나 철저히 살펴봐야 하는 줄 알았다. 범위 안에만 들어가면 빛을 찾아내기 쉽지.
바로 확인해보자.
‘직업 교체 보물탐색꾼.’
-직업을 보물탐색꾼으로 교체합니다. 확실합니까?
‘확실하다.’
-직업을 ‘보물탐색꾼’으로 교체합니다. 직업 ‘보물탐색꾼’이 활성화됩니다.
‘보물탐색꾼’의 특수 기술 ‘감정’이 발동됩니다.
기술이 발동되었다는 안내는 나오지만 딱히 빛이 나는 곳은 보이지 않는다. 혹시 몰라 방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꼼꼼히 확인해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넘버127. 감정으로 볼 수 있는 빛이 집중해야 겨우 구분해낼 정도로 희미한 불빛이야?
-아닙니다. 주변의 다른 것과 확연히 다르게 빛을 냅니다.
그렇다는 건 내가 가진 소지품이나 이 방안에 있는 물건 중에는 ‘장인의 혼’을 적용할만한 물건이 없다는 뜻이군. 하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을 가진 장인이 의념을 담아 만들어낸 물건’이란 것이 흔하진 않겠지.
‘그 밖에 장인의 혼에 대해 내가 알아야 할 것은?’
-없습니다.
‘장인의 혼’에 대한 것은 이게 끝인가. 물론 이게 끝이라고 실망하지는 않는다. 언제나 그랬든 이번에도 등급 상승으로 인한 효과가 엄청났다. 나에게 너무 비밀이 많은 것 같아 넘버127에 대해 살짝 짜증나 있었는데 그게 확 풀리는구나. 역시 너밖에 없다. 넘버127.
그럼 이번엔 다른 궁금증이다. 왜 보조아이템 등록 출력 제한이 18만2,278k이하 인걸까. 정확히 떨어지는 수가 아니라 일의 자리까지 이야기하다니. 지금가지 넘버127이 보여준 패턴과 다르다.
‘왜 보조 아이템의 출력제한이 18만2,278k인거야? 다른 건 숫자가 천 단위 이상에서 딱딱 끊어지잖아. 근데 왜 이거만 일의 자리까지 따지는 거야? 무슨 의미라도 있어?’
물었다. 물론 별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또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라고 하겠지.
-혜택 ‘보조 아이템’에 등록할 수 있는 아이템의 제한은 다음과 같은 조건에 의해 결정됩니다.
1. 주 아이템인 저보다 출력이 낮을 것.
2. 주 아이템인 저보다 에고가 약할 것.
3. 주 아이템인 저의 조종을 받아들일 것.
이 세 가지입니다. 그 중에서 출력 제한은 1번 항목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무슨 소리야? ‘주 아이템인 저보다 출력이 낮을 것.’이라면 넘버127의 출력이 13만k니까 제한도 13만k이하여야 할 거 아냐.
‘뭔가 잘못 된 거 아냐? 넘버127 네 출력은 13만k잖아.’
-아닙니다. 제 출력은 18만2,279k입니다. 그렇기에 보조 아이템의 출력 제한이 18만2,278k로 정해진 것입니다.
뭐? 무슨.... 혹시 내가 잘못 기억한 건가? 넘버127의 출력은 넘버127을 얻을 때쯤 해서 들은 것 이후로는 확인한 적 없으니까. 으음.... 아냐. 확실하다. 13만k. 내가 이걸 잘못 기억할 리 없어.
‘분명 예전에 네 출력이 13만k라고 들은 것 같은데.’
-처음 아론님과 사용자 계약을 맺을 당시에는 그랬습니다.
‘........ 그럼 지금은....’
-지금은 18만2,279k입니다.
..... 뭐야. 설마...
‘설마. 아이템의 출력은 늘어날 수 있는 거야?’
-네. 가능합니다.
아니... 어떻게....
‘그럼 내가 가지고 있는 보조 아이템들의 출력도 늘어났어?’
-아닙니다. 현재 아론님께 등록되어 있는 보조 아이템 중 출력의 상향이 가능한 아이템은 없습니다.
‘그럼. 넘버127. 너만 가능한 건가?’
-저만 가능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에 관한 정보는 오랜 기간 업데이트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그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예전 정보를 토대로 대답한다면?’
-없습니다. 저만이 유일하게 스스로 출력을 높일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성장이 가능한 유물이라니. 상상도 해본 적 없다. 유물이란 것이 한번 등급이 정해지고 나면 절대 변하지 않는 것 아니었나?
그나저나 출력 18만2,279k? 갑자기 궁금해졌다.
‘내가 예전에 듣기론 출력에 의해 네 이름이 정해졌다고 들었다.’
-네. 맞습니다. 제 출력이 127번째이기에 넘버127이란 이름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출력이 올라간 지금의 이름은 뭐지?’
두근. 기대된다. 출력이 무려 5만 이상 올라갔다. 혹시.... 10등 안에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세상에 10개 밖에 없다는 신화급의 유물에 맞먹는 출력을 갖게 된 것은 아닐까?
-제 이름은 여전히 넘버127입니다. 새로 업데이트 된 정보가 없기에 이름에도 변화는 없습니다.
‘너 말고 성장 가능한 유물도 없다며. 그냥 예전 정보를 기반으로 이야기해봐.“
-저도 성장은 할 수 없습니다. 성장은 생물 고유의...
‘아 됐고. 몇 번째 출력이야.’
-예전 정보를 바탕으론 57번째입니다.
음.... 생각보다 높진 않네. 난 확 높아질 줄 알았는데. 살짝 실망했지만 정말 살짝이다. 여전히 가슴은 두근두근한다.
‘그럼 가장 출력이 높은 아이템의 출력은 몇이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에이씨. 하도 잘 대답해주기에 물어봤더니 또 말할 수 없단다. 이건 말해주려나?
‘그럼 네 출력이 늘어난 이유가 뭐야?’
스스로 알아서 늘린 거냐? 아니면 내가 뭔가를 해야 하는 거냐. 앞으로 더 늘릴 수 있는 거냐? 어디까지가 한계냐. 더 늘릴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빨리 늘릴 수 있는 거냐.
묻고 싶은 것이 많다.
============================ 작품 후기 ============================
어워드 투표 감사합니다. 드디어 6등으로 올라섰네요.
그 동안 넘버127의 출력이 13만k인데 왜 보조아이템 등록이 15만k까지 가능한거냐...라고 궁금한 분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원래 치밀한 놈이었다면 '뭔가. 복선이 있구나.'라고 생각하셨겠지만 워낙 날림 작가인지라 '이 시끼가 또 실수 했구나.'라고 생각하셨지 다른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으셨을 것 같네요.
..... 드디어 오늘 밝힙니다.
실수 아닙니다~~~~~~!
ps. 등외라는 등급은 송이에서 따왔습니다.
아는 사람 중에 송이를 따는 사람이 있는데 상품가치가 없는 것을 등외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번 바이세 광산의 상품가치가 없음을 나타내기 위해 등외라고 붙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