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항해-아티팩트 에이지-129화 (129/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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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한마디로 그 길드장이란 사람이 뤼베크 상인 중 최고 높은 사람이란 뜻이군. 그런데 그런 자가 왜 나에게 누명을?

“이거 큰일났군. 나도 제법 힘이 있어 웬만한 자들의 공작이라면 막을 수 있지만 길드장이라면.... 내가 막지 못하는 넷 중 하나야.”

감옥장의 위에 4명뿐이 없는 건가. 감옥장의 위치가 의외로 높은데.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돌아가서 제대로 알아보도록 하겠네. 정말 길드장이 관련되어 있다면...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시장님과 사령관, 주교님밖에는 없네. 그 중에서 내가 선을 댈 수 있는 분은 사령관이신 오토 피케이센 남작님뿐이네.”

전혀 알지 못했던 뤼베크의 군사부분 1인자와 상인부분 1인자의 이름까지 알게 되었다. 이자와 대화하는 것 짜증도 나지만 의외로 제법 정보를 얻을 수 있네.

“음... 이거 참.... 당연히 누명이겠지만.... 길드장이라면 누명도 진실로 만들 수 있는 법이지. 아아. 걱정하지 말게. 길드장이 비록 대단하긴 하지만 나도 길드장 못지않은 사람을 알고 있지. 그분이라면 충분히 해결해주실 수 있을 거야.”

“빌럼 공작님의 추천장이니 공작님께 다시 추천장을 받아오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것으로 안 된다면 빌럼가에서 증인이 될 분을 모셔 와도 될 것이고요.”

“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나?”

놀란 듯 보이는 카롤. 내가 그 정도까지 할 수 있어보이진 않았나. 하긴 한낱 기사일 뿐인 자가 빌럼 공작님의 추천장을 가져온 것도 대단한 일인데 다시 추천장을 받아올 수 있는데다가 증인이 될 가문의 사람까지 데려올 수 있을 정도라니. 놀랄 만도 하지.

“아니. 그러면 돈이 꽤 들어가지 않겠는가. 공작가의 추천장이라면 꽤 많은 돈을 들였을 것인데... 그리고 증인이라니. 최소 귀족을 데려와야 할 것인데 귀족을 초청하는 것은 돈이.... 그냥 나에게 말하게. 비록 사령관님께 말씀드려야 하니 약간의 돈이 들어가긴 하겠지만 네덜란드로 돌아가는 수고와 공작가의 추천장과 증인을 데려오는데 들어가는 돈보다는 훨씬 적게 들어갈 것이네. 물론 나는 돈을 받지 않고 움직일 것이야. 그저 사령관님께 부탁하는데 들어가는 돈만 조금... 아. 그리고 프로테스탄트인 빌럼가의 귀족이 이곳에 오는 것은 힘들지 않겠는가. 이곳은 가톨릭이 강세인 곳이니 신변에 문제가 있을 수도... 그러니 여기서 해결 보는 것이 괜찮지 않겠나. 많은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네. 그냥 천만.... 아니 500만 오션정도면 되겠군.”

보인다. 보였다. 카롤이란 자의 거짓말이 보였다. 역시 나도 상인이라 그런지 돈이야기가 나오니 머릿속이 훤해지는구나.

제법 괜찮았다. 만약 내가 상대의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 가정하지 않았다면 깜빡 속았을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지금도 헷갈릴 정도로. ‘저렇게 자연스러운데 정말 거짓일까?’하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었다.

처음 겪는 상황이니 말이다. 만약 아까 토마스의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면, 아무 생각 없이 이 상황을 대처했다면 저자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아니면 내가 빌럼 공작님께 추천장을 다시 받을 수 없거나 증인을 데려올 수 없었다면 꽤 귀찮아졌겠지.

추천장이야 공작님께 죄송하지만 다시 가서 받아오면 될 것이고 증인이라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이곳 여관에만 해도 2명이나 있다.

“괜찮습니다. 우리 네덜란드가 프로테스탄트가 강세이긴 하지만 다른 종교를 배척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환영하죠. 종교의 자유. 우리 네덜란드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정책입니다. 당연히 가톨릭이라 할지라도 배척하지 않습니다. 저도 뤼베크에 입항하자마자 교회에 가 헌금을 했는데요.”

“........그... 그런가.”

물론 우리 네덜란드가 싫어하지 않는다고 해서 가톨릭도 같은 마음일리는 없다. 그들은 다른 종교를 배척하는 편이지. 하지만 돈 싫어하는 사제는 없다. 오히려 상인보다도 돈에 대한 집착이 심한 것이 사제. 비록 종교가 다르기는 하지만 준다는 돈을 마다하지는 않는다.

이곳 뤼베크에 정착하기로 한 이상 교회와 좋지 않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장사를 하기 싫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당연히 시청에 들렸다가 바로 옆에 있는 교회에 들려 100만 오션을 기부했다.

사제가 어찌나 좋아하던지... 네덜란드에서 왔다고 했는데도 ‘그분께선 모든 이를 사랑하십니다.’라는 말까지 해줬다. 앞으로 주기적으로 찾아가 헌금을 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먹은 돈 만큼의 역할은 해줄 것이다.

내가 자신 있게 이야기하니 당황하는 카롤.

“아. 그러고 보니 증인이 되어 주실 수 있는 분이 이곳에도 와 계십니다.”

“이.. 이곳에도? 빌럼가의 사람이 와 있다는 겐가?”

“네. 그렇습니다. 감사하게도 절 도와주시겠다고 해서 말이죠. 토마스.”

“네. 주인님.”

“공자님께 바쁘시지 않으면 잠깐 차 한잔 하실 수 있는지 여쭤보고 오거라.”

“네. 주인님.”

“공자님이라면....”

“아. 나사우 백작 마우리츠님께서 저와 함께 와 계십니다.”

“백작님이 말이오?”

지금까지 반말하더니 갑자기 반공대다. 당황했구나. 아주 조금 남아있던 의심이 사라지고 확신만이 남았다. 카롤이다. 카롤이 나를 속이려 했던 것이다.

“으음... 난 우선 가서 정확히 무슨 일인지 알아봐야...”

카롤이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저기 공자님께서 오시는 군요. 가까운 곳에 계셨나봅니다. 이왕 오셨으니 인사라도 하고 가시죠.”

“아니. 난 바빠서...”

“공자님! 이쪽입니다!”

서둘러 밖으로 나가려는 카롤.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지금 그냥 보내면 뭔가 조치를 취할 것이다. 증인이라고 할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 말이다. 기사 하나가 상대이니 별로 공들일 것 없이 간단하게 수습할 수 있겠지. 하지만 백작이 증인으로 추가 된다면? 그건 카롤의 손으로 수습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해 질 것이다.

“아론경이 웬일로 먼저 차 마시자고 했지? 매번 내가 가서 졸라야 겨우 마셔줬으면서.”

“아니. 조르다니요. 오해십니다.”

“뭐. 상관없어. 아론경이 먼저 차 마시자고 하니 기분은 좋네. 헤헤.”

“공자님. 소개할 사람이 있습니다.”

“음? 누구?”

“뤼베크시의 감옥장인 상급기사 카롤 고슬러입니다..”

“감옥장? 감옥장이라... 반갑소. 나사우 백 마우리츠라고 하오.”

“영광입니다. 백작님. 자유 상급기사 카롤 고슬러라고 합니다.”

카롤과 인사를 나눈 마우리츠가 날 바라본다. 이자를 왜 소개시켜 주냐는 내용이 함축된 행동이다.

“방금 병사들이 저를 체포하러 왔었는데 카롤님이 막아주셨습니다.”

“음? 병사들이 아론경을? 왜?”

“귀족 인장 위조 혐의라고 하더군요.”

“어. 아론경 그런 일도 했어?”

“당연히 안 했습니다. 그리고 그 혐의는 공작 각하께서 주신 추천장에 찍힌 인장을 위조했다는 혐의였습니다.”

마우리츠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위조일리 없잖아. 아버님께서 직접 해주신 건데.”

“그러니까요. 아마 누군가가 저에게 누명을 씌운 듯한데 여기 카롤님 덕분에 벗어낫습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아봐주시기까지 하시더군요.”

“오. 카롤경은 참 좋은 사람이군.”

마우리츠가 카롤을 보며 칭찬한다. 하지만 카롤의 표정은 어두웠다. 마우리츠의 칭찬에 어색하게 웃으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카롤님 덕분에 저를 체포하라는 명령이 길드...”

“어어. 아론경. 그건 확실한 게 아니니 아직 말하지 않는 것이...”

늦었어.

“뤼베크시의 길드장이란 사람의 인장이 찍혀있었다는군요.”

“길드장? 흠... 그. 음. 이름이 뭐더라. 여하튼 남작이라는 길드장?”

“네. 그렇게 들었습니다.”

“알았어. 그럼 저녁식사에 시장을 초대해서 물어보지 뭐. 아론경. 시장에게 초대장 보내고 자리를 마련해줘.”

아무렇지도 않게 시장을 초대하겠다고 하는 마우리츠. 이것이 작위의 힘이다. 평범한 상인들은 평생 기다려도 만날 수 있을까 없을까 모를 시장도 마음먹었을 때 만날 수 있다. 힐끗 살펴보니 카롤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진다.

물론 힘이 없다면 만나지 못하겠지만 마우리츠는 영지를 소유하고 있는데다가 아버지가 빌럼 공작님이다. 웬만하면 초대를 거절할 리 없다.

“시장만이 아니라 길드장도 초대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길드장도? 그가 아론경에게 누명을 씌운 사람 아니야?”

“인장이 사용되었다는 것이지 실제로 그가 한 일인지 누군가가 그를 사칭해서 한 것인지 알 수 없으니까요.”

사칭이라고 이야기할 때 카롤을 보며 힘주어 이야기했다. 하지만 카롤은 내 말에 신경을 전혀 쓰지 못했다. 눈을 빠르게 굴리며 뭔가 생각에 빠져 있는 듯 보이는 것이 이 상황을 어떻게 빠져나갈지에 생각하는 듯 했다.

“그래? 그러면 길드장도 초대하지 뭐.”

“저는 일이 바빠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음? 아. 그러시오”

마우리츠에게 인사한 카롤은 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여관을 빠져나갔다.

시장을 비롯한 사령관, 길드장에게 마우리츠의 초대장이 전해졌다. 초대장에는 급히 초대해서 미안하나 귀족을 능멸하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으니 논의하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시간의 말미를 주지 않고 귀족을 초대하는 것은 예의없는 행동이지만 귀족 능멸에 대한 논의는 예의를 무시해도 되도록 만들어주었다.

시장과 사령관, 길드장이 마우리츠와 저녁식사를 하고 간 뒤 다음 날. 렐리 상단 상관 등록이 마무리되었다. 원래 10년의 기한을 가지는 것이 20년으로 늘어났고 등록비 150만 오션이 돌아왔다. 나는 분명 225만 오션을 줬건만... 뭐. 등록비가 75만 오션이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뒤 한차례 피바람이 불었다.

꽤 많은 자들이 사형장으로 향했고 그 중에는 언급되었던 치안 3조장과 시청에서 만났던 관리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범인이라 생각했던 카롤은 없었다. 카롤이 두목이 아니었던 건가?

아냐. 그때 반응으로 봐서는 반드시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피해간 거군. 꼬리만 잘린 거다. 이번은 어찌어찌 살았구나. 하지만 다음엔.....

***

“멍청한 녀석.”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카롤이 연신 죄송합니다를 외치며 바닥에 이마를 박고 있었다. 어찌나 세게 박았던지 돌바닥에 금이 갈 정도였다. 반면 카롤의 이마는 살짝 부어 오른 것이 다였다.

뤼베크의 사령관. 오토 피케이센 남작은 그런 카롤을 보며 혀를 찼다. 잘난 척은 다 하면서 사실은 둔하기 짝이 없는 놈이다. 실력이 아니었으면 진즉에 쳐냈겠지만 무력이 둔한 머리를 벌충하고도 남음이 있기에 곁에 두고 있다.

“네놈이 당했다. 상인놈들이 너를 쳐내려는 수작이었음을 몰랐더냐.”

“서... 설마...”

카롤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그럴 리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오토를 바라보았다.

“멍청한 놈. 아직도 모르더냐. 길드장과 길드관리관이 너를 찍어내기 위한 계획이었다. 잘 생각해봐라. 이번 일로 사형당한 녀석들은 전부 네 녀석 부하들이지. 반면 마르틴 쪽은? 말단관리 하나만 내주고 끝났다. 너를 찍어내면 좋고 운 좋게 나까지 찍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겠지.”

“그..그런... 마르틴 이놈!!!!!”

상황을 파악한 카롤이 분노의 외침을 내뱉었다.

“쯧쯧. 그래도 운 좋게 나사우 백작이 여기 있어 빌럼 공작에게 알려지기 전에 끝났으니 다행이지. 일이 커졌으면 네놈 목은 물론이고 나도 위험했을지도 모르지.”

“크....크으으으윽!”

“쯧. 둔한 녀석.”

카롤이 분노에 몸을 떨었다. 무서워하고 존경하는 오토 앞이라 차마 난동 피우지는 못하고 속으로 마르틴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그때. 얼마 떨어지지 않은 길드장 한스 라트샤의 집에서 오토와 길드관리관 마르틴이 차분하게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쉽게 됐군. 설마 빌럼의 아들이 뤼베크에 와 있을 줄은.”

“그렇습니다. 아쉽군요. 절호의 기회였는데.”

한스와 마르틴은 아쉬움을 진하게 표현했다. 제법 공들인 일이었다. 제법 오랜 기간 마르틴이 사령관과 길드장 몰래 재산을 모으자며 카롤에게 접근해 함께 일을 해왔을 정도니 말이다. 신뢰를 쌓고 이번처럼 한 번에 적 세력을 날려버릴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카롤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아론이 있는 여관으로 향했을 때 계획이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설마 마우리츠가 뤼베크에 있었고 그가 바로 시장과 사령관을 불러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할 줄이야. 길드장인 한스만 불렀다면 어떻게든 사건을 크게 키울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걸 바라고 무식쟁이를 상대해준 것이 아닌데... 그간의 노력이 전부 날아갔습니다.”

“뭐. 그래도 군부 세력을 제법 쳐내고 우리 세력을 심었으니까. 반 정도는 성공한 거지.”

“오토 남작과 카롤의 칼이 저희를 향할 텐데요. 카롤놈이 멍청하기는 하지만 힘은 제법 있지요.”

마르틴이 염려를 표했지만 오토는 피식 웃기만 할뿐 무서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훗. 칼만 갈겠지. 그놈들이 뭘 어쩌겠나. 뭐. 그래도 그 힘밖에 없는 무식쟁이들이 무력으로 공격해온다면.... 돈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줘야지.”

“그렇군요.”

============================ 작품 후기 ============================

음. 정치좀 넣어보려고 했다가.....

걍 3줄 넣고 끝낼걸.

내일부터 다시 상업관련 내용이 나옵니다.

ps. 아론 그려달라고 신청해뒀습니다. '이렇게 그려주세요.'라고 그림판으로 제가 그린게 있는데 그냥 지우기 아까워서 설정에 올려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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