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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아티팩트 에이지-86화 (86/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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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1579년 2월 12일 월요일

“안 돼. 안 돼. 적어도 한통에 900오션은 받아야 해. 요즘 오크통 가격이 얼만지나 알아?”

“아. 왜 이러세요. 저 아론이거든요? ‘보어&렐리’의 두 대표 중 하나. 에흐몬트에서 그냥 받아와도 되는 거 상관 매출 올려주려고 여기까지 와서 사는 거예요.”

“웃기고 있네. 에흐몬트에서 사서 뭐로 운송해올 건데. 너 달구지 하나도 없잖아. 그런 주제에 무슨 수로 청어 1,400통을 에흐몬트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가져와. 니가 타고 다니는 그 조그만 마차에 1,400통 싣고 다닐래? 헛소리하지 말고 그냥 900오션에 사가.”

으윽. 이 아줌마가. 나이가 들더니 점점 더 입이 거칠어진다. 내가 이미 예전에 알아봤다. 그런 말괄량이였는데 이런 욕쟁이 아줌마가 되는 게 당연하지.

참고로 에흐몬트에서 암스테르담으로의 청어 수송은 배로 한다. 양이 너무 많아서 달구지로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 그래도 근처 도시에는 육로로 수송하기 때문에 달구지도 구비하고 우리 집에 창고도 만들어 놨지. 하지만 곧 항구에 상단 소속 창고가 만들어지면 대부분의 일을 그곳에서 처리하게 될 거다.

집에 만들어놓은 창고는 미래에 구입할 밭에서 나오는 밀을 보관하는 데 사용하면 된다. 에흐몬트 밭의 70%를 소유할 생각이니 당연히 꽤 큰 창고가 필요하지.

“정말 이럴 거예요? 나 조카잖아요. 조카. 20오션 깎아달라는 게 그렇게 힘들어요?”

“난 이모거든? 이모한테 자꾸 소리 높일 거야? 이 불효막심한 놈아. 내가 어릴 적부터 자기 금 다루듯 귀하게 키웠는데. 내가 밥 해먹이고 옷 해 입히고 아주 고생을 해서 키웠는데 자기 이모한테 이렇게 소리를 질러? 내가 잘못 키웠다. 잘못 키웠어.”

“으윽.”

뭘 언제 고생해서 키워. 처음 만난 게 11살 땐데. 그리고 ‘밥은 하녀가 해줬고 옷도 하녀가 해줬지. 언제 이모가 해줬습니까!‘라고 하고 싶지만 차마 못하겠다. 젠장. 뭔가 지고 있다. 이겨야하는데.

이 아론 보어 렐리가 상인으로서 복귀하는 첫날인데. 이런 역사적인 날에는 흥정을 성공하고 싶은데. 아론 상인으로 복귀하자마자 베테랑 상인을 상대로 흥정 성공! 이런 날을 만들고 싶은데 밀린다. 이 아줌마가 예전에는 적당히 져주고 그랬는데 2년 동안 상관을 하면서 수많은 상인들을 상대하더니 억척스러워졌다. 조금도 봐줄 생각을 안 해.

“그리고 20오션이면 1,400통이니까 무려 28,000오션이다. 적당한 노새 두 마리를 살 수 있고 일꾼 12명을 한 달 동안 쓸 수 있는 돈이야. 그리고 통 당 900오션이면 이미 혜택 받은 가격이거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받아가. 몇 대 맞고 울면서 받아가지 말고.”

“크윽.”

이러다 지겠다. 도대체 2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가끔 만날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오늘 날 맞아줄 때도 반갑게 맞아줬는데 흥정에 들어가니 사람이 바뀐다. 비장의 수다. 작위로 밀고 나가자.

“나 기사거든요! 기사한테 그렇게 험한 말 하면 안 됩니다.”

“난 남작 딸이거든! 어서 귀족도 못되는 기사 직함을 내밀고 있어.”

“으으윽.”

졌다. 젠장. 사부님은 왜 남작이 돼서..... 반년 전 사부님은 남작이 되셨다. 정말 엄청난 초고속 승작이었다. 기사가 된지 3년 만에 남작이 되다니. 아마 뭔가 비밀 임무 같은 걸 수행하시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아니 도대체 부상단주씩이나 되는 사람이 왜 나와서 흥정하고 있냐고요. 그냥 들어가서 서류작업이나 해요. 그냥 평소에 상인 상대하는 직원 나오라 해요.”

“됐어. 이것아. 아빠 제자이자 내 조카이며 ‘보어&렐리’의 공동 대표를 다른 녀석들이 어떻게 상대해. 특별히 내가 상대해 주는 거니까 영광으로 알아.”

“으으. 당연히 거의 원가에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벽이 막아설 줄이야.”

“후훗. 내가 네 녀석의 이모다. 머리 꼭대기에 있어. 원가에 물건 가져가려는 네 녀석 속셈을 모를 줄 알아? 그런 건 내 눈에 청어 비늘이 들어가기 전엔 두고 볼 수 없지.”

야콥이나 애니 이모만 아니라면 내가 찍어 누를 수 있는데. 에이.

“알았어요. 900오션. 1,400통. 거래하죠.”

“아이구. 감사합니다. 고객님. 자. 우린 거래 확인증이나 작성하러 가자.”

“네. 하벨.”

“네! 상단주님.”

내 부름에 하벨이 달려온다. 애니 이모와 흥정하고 있던 사무실에는 나와 애니 이모, 루이웨 상단 직원 하나, 그리고 토마스와 하벨이 함께 있었다. 하벨도 지난 2년 간 많이 컸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냥 꼬맹이였는데. 이제는 제법 키도 컸고 일도 제법 배웠다.

역시 뭐든 열심히 하는 성실한 성격 덕분인지 일을 빨리 배우고 익숙해져서 미래가 기대되는 녀석이다.

나는 다가온 하벨에게 150만 오션이 들어 있는 주머니를 주었다.

“150만 오션이다. 물건 받고 확인 한 다음 계산해라. 그리고 갑판장한테 부탁해서 선원들이랑 함께 배에 물건 싣고, 항만 일꾼은 적당히 알아서 고용해서 일 처리해.”

“알겠습니다. 상단주님.”

물건 값을 치르고도 24만 오션정도 남을 테니 하벨이 알아서 항만 일꾼 고용해서 일을 처리할 거다. 1,400통이나 되는 양을 우리 선원들만으로 실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갑판장과 선원들이야 항구 어딘가의 주점에 있을 테지만 하벨이 알아서 찾아내겠지. 갑판장과 선원 중에는 하벨과 오랫동안 함께 한 이들이 많아서 꽤 친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하지도 않는다. 하벨은 처음부터 내 휘하에 있었으니까. 예전에는 빌럼가 소속이었던 그들이 하벨을 무시하면 나를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러다보니 적당히 서로를 존중해줬고 그 사이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웬만한 일은 하벨을 통해서 시키니까. 그들도 하벨의 말이 내 뜻임은 알고 있을 거다. 감히 날 거역하진 못하겠지. 난 발트해의 악마니까.

...... ‘작은’은 빼자.

애니 이모와 응접실에서 서류를 작성하고 서로의 인장을 꽝하고 찍었다. 그것으로 거래는 끝났다.

-거래를 통해 상재 포인트 60을 얻었습니다.

짜다. 정말 짜다. 특산품을 거래해서 추가 이익을 얻으면 추가 상재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얻어본 적은 없다. 정말 상재가 올리기 가장 어려운 재능 같다.

“어디로 갈 거야?”

애니 이모가 의자에 앉으며 내게 물었다. 사실 나도 그게 고민이다. 가고 싶은 곳은 많았다. 우선 첫째로 2년 전 단서를 얻었던 ‘한자동맹의 패황’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신성로마제국으로 가야한다. 보물을 통해 얻을 이익도 이익이지만 단 하나만 얻을 수 있는 미션을 차지하고 있는 ‘최초의 보물 탐색을 성공하라’도 해치워야 하니까. 포기할 수 있는 미션이긴 하지만 포기할 경우 사라지는 모든 재능 -500 포인트의 페널티가 아쉽다. 특히 상재는 포인트 얻기가 힘드니까.

“글쎄요... 요즘 영국 쪽이 청어 수입량이 줄어들어 힘들다고 하던데 그쪽으로 가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영국 좋지.”

영국은 전통적인 청어 수입국이다. 보통 스코틀랜드나 노르웨이, 스웨덴 등지에서 수입해 왔었는데 최근 발트해의 청어 어획량이 줄어드는 바람에 수입되는 청어가 적어져 힘들다고 들었다. 이놈의 영국은 매번 힘들다. 워낙에 생산에 투자를 안 해서 수입에 문제만 생겼다하면 문제가 생긴다니까. 저번에 프랑크의 와인 수출 금지로 인한 와인 가격 폭등도 그렇고.

“스코틀랜드에서 청어를 공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스코틀랜드 청어는 보관기간이 짧으니까. 우리 청어가 최고지.”

스코틀랜드가 강력한 청어잡이 라이벌이긴 하지만 보관 방법에서 차이가 났다. 그들은 그냥 보관하지만 우리는 내장을 제거하고 머리를 잘라서 염장을 하니까. 스코틀랜드도 나름 보관 방법을 가지고 있어서 2~3주 보관할 수 있지만 우리는 1년이나 보관할 수 있다. 유통하기 쉽다는 점에서 비교가 되지 않지. 내가 영국이라고 해도 당연히 스코틀랜드표 청어보다 보관기간이 훨씬 긴 우리 네덜란드표 청어를 살 것이다.

“하지만 모스크바 공국도 괜찮을 것 같아서요. 거기는 애초에 식량자급률이 최악인데다가 요즘 발트해 연안의 다른 나라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져서 식량 수입이 크게 줄어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가면 꽤 비싸게 팔 수 있을 것 같은데. 모스크바 공국의 모피는 질이 좋기로도 유명하고요. 또 폴란드로 가서 밀을 사다가 모스크바에 팔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전부 죽은 지식이다. 내가 직접 경험하고 알게 된 지식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들은 소문을 종합해 낸 결론일 뿐이다. 즉, 실제로 가보면 다른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고민 된다.

나사우호가 빌럼가에 소속되어 있을 때 많은 항구를 돌아다니기라도 했으면 많은 도움이 되었을 텐데 주구장창 자원만 수입해오다 보니 다녀본 곳이 한정되어 있다.

“그것도 좋지. 하지만 너는 아직 젊으니까. 우선은 다양한 곳을 돌아다녀봐. 그리고 각지의 실정을 알아보고 연구해서 가장 좋은 너만의 루트를 알아내야지.”

아까는 잡아먹을 것처럼 하더니 흥정이 끝나니 다시 이모로 돌아왔다. 이모의 말이 맞다. 지금의 나는 루트를 확정하고 정기무역을 다녀야 할 때가 아니라 최대한 다양한 곳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곳을 개척해야 할 시기다. 그리고 그 근간은 청어가 되어야겠지. 어머니의 계획은 전 유럽에 청어를 공급한다는 것이었으니까.

“그래야겠죠.”

“그래도 일단 생각해둔 루트가 그 두가지라면 나는 모스크바 공국을 추천해주고 싶네. 최근 남부 지방에 에스파냐가 군을 계속 충원하면서 많은 에스파냐 선박이 오가고 있거든. 혹시라도 가다가 에스파냐 군함을 만나기라도 하면 낭패잖아.”

그렇긴 하다. 다시 중남부 지역을 탈환하겠다고 에스파냐가 계속해서 군을 충원하고 있다. 그것 막겠다고 빌럼과 사부님까지 나가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비교적으로 안전한 모스크바 공국 쪽으로 다녀오는 것이 좋겠지. 갔다 오는 길에 뤼베크나 브레멘, 오슬로 등지에서 소금 좀 사다주면 고맙고.”

그게 주목적이구만. 최근 네덜란드는 소금의 소모가 상당히 늘었다. 청어 때문에 말이다. 청어 보관 방법이 염장이니 많은 소금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네덜란드에서도 소금을 만들어내기는 하지만 급격히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기는 부족하다. 그러니 부족한 양 전부를 수입해 와야 하는데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소금의 수입양은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소금 구하느라 꽤 진을 빼고 있다고 들었다.

하긴 보어&렐리는 내 상단이기도 하니까. 내가 힘을 보태야지. 그리고 마침 잘 됐다. 뤼베크와 브레멘라니. 보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넘버127이 가르쳐준 네 개의 도시 중 둘이 아닌가. 이번에 들른 김에 ‘한자동맹의 패황’에 대한 정보도 찾아보면 되겠군.

“그게 좋겠네요. 모스크바 공국에 들렸다가 오는 길에 뤼베크에 들려 소금을 구입해서 온다. 딱 좋네요. 사실 모피는 너무 비싸니까 가지고 있는 자금으로는 모피로 배를 가득 채우는 것은 무리니까요. 모피도 조금 사고 남은 적재량은 소금으로 채우면 괜찮겠어요.”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은 2천만 오션 조금 넘을 뿐이니까. 그 돈으로는 나사우호 적재량을 가득 채울 만큼의 모피를 사는 것은 무리다. 아무리 모스크바 공국의 모피가 싸고 질이 좋다고 해도 모피의 기본 가격이 있으니까. 굉장히 비싸지.

반면 소금은 값이 싸고 부피도 크니까. 돈이 없을 때 적재량을 가득 채우기에는 적당한 품목이다.

***

애니 이모와의 대화를 마치고 항구로 향했다. 하벨이 알아서 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상단주 겸 선장인데 얼굴은 비춰야지.

“선장님. 오셨습니까!”

멀리서 날 발견한 갑판장 야코뷔스가 언제나 그렇듯 큰 목소리를 자랑하며 다가온다. 저 목소리 덕분에 근처에 있던 선원들이 모두 내가 온 것을 알아차렸다. 그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내게 인사를 했다. 그래. 내가 이 정도다. 나사우 호의 선원 60명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사나이지.

근처에 있던 항해장 야프도 달려온다. 야프의 옆에는 하벨이 함께 있다. 쯧. 그냥 일이나 할 것이지 뭐이리 다 달려오나. 역시 내 존재감은....

“오셨습니까. 선장님,”

“음. 그래.”

제법 근엄하게 인사를 받아줬다. 야코뷔스와 야프 둘 다 나사우호가 빌럼가의 소속일 때부터 함께 했던 이들이다. 선장이 떠나며 함께 가지 않겠냐고 물었지만 배에 정이 들었다며 남은 사람들이지. 하지만 배에 정이 들었다는 것은 거짓말일거다. 전부 나의 인품에 반한 것이겠지.

군함이거나 원양 항해를 나가는 배라면 갑판장과 항해장 말고도 다른 간부들이 많겠지만 고작 발트해나 다니는 우리 배에는 이 둘이 간부의 전부다. 준 간부로 선목(목수), 봉범장(돛 관리인), 통 관리인(오크통 관리를 하는 자) 등이 있지만 그들의 역할은 원양항해를 할 때나 커진다. 근해에서 무역을 할때는 큰 문제가 생기면 근처 항구에 기항하면 되니까 그들의 역할은 크지 않다. 준 간부라고 부르긴 하지만 그냥 상급 선원이나 다른 없는 존재들이다.

============================ 작품 후기 ============================

항해장은 어느 정도 직급인지 제대로 나와 있는 곳이 없습니다.

해적들 사이에선 선장과 비슷한 직급이었다느 자료도 있고 근해 무역에서는

상급 선원 정도의 대우를 받다가 원양 항해가 되면서 직급이 상승했다는 자료도 있네요.

그래서 그냥 적당히 갑판장과 함께 간부로 처리했습니다.

갑판장은 확실히 간부로 취급받았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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