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항해-아티팩트 에이지-38화 (38/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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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크마르 공성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루이웨가 4명의 초인을 공격하는 순간. 루이웨는 상대가 방비하지 못할 때 하는 공격은 4~5배 이상의 위력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강의 공격을 가했다.

예전 거대달걀의 액체를 감싸서 기화시켰던 그 공격. 거대한 불꽃을 만들어내 대상을 감싸 완전히 태워버린 그 기술을 사용했다.

거대한 불꽃이 네 명의 초인을 집어삼켰다. 아론과 토마스가 본 하늘에 크게 일었던 푸른 불꽃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리고 그 불꽃은 아론과 토마스만이 아닌 다른 이들도 보았다. 바로 500명의 에스파냐 정예 보병.

500명의 보병을 이끌고 있던 장교는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푸른 불꽃을 보고는 오라스테스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우리는 초인이다. 초인이 아니라면 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것이 신호다.

마침 오부장이 향한 곳에서 일어난 거대한 푸른 불꽃. 저것이 바로 신호가 아니고 무엇일까.

“전군~~~~~~!”

장교의 생각과 행동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그는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보통 군을 움직일 때는 나팔이나 북소리 등 크고 멀리 퍼지는 소리를 이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공격을 시작하기 전 고요한 상황에서는 굳이 나팔을 이용할 필요는 없다. 말로 해도 충분히 전달이 되니 말이다.

장교의 목소리는 밤공기를 타고 멀리 울려 퍼졌고 모든 병사가 집중하게 만들었다. 병사들은 장교에게 집중한 상태로 다음에 이어질 지시를 기다렸다.

“공격~~~~~~!”

장교의 말에 500의 병사가 알크마르 도시를 향해 진군하였고 역사에 남을 알크마르 공성전이 시작되었다.

보통의 공성전은 방어측이 성벽위에서 활이나 석궁을 쏴 공격측의 접근을 방해하는 것이 목적이고 공격측은 어떻게든 성벽을 기어오르거나 성문을 열어 성안에 진입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알크마르 공성전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방어측이 성벽을 포기하고 성문을 열어놓은 채로 공격측을 기다린 것이다.

공성전의 상식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전략. 이것은 양측의 장비 차이 때문에 생긴 현상이었다.

에스파냐 정예 보병은 애초에 공성전을 생각하고 온 자들이기에 대부분 석궁을 휴대하고 있었다. 반면에 알크마르의 방어 병력은 원래의 경비병력인 50명 정도를 제외하면 활이나 석궁을 가진 자가 없었다. 병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민들이 예전에 쓰던 무기를 꺼내 들고 나왔는데 석궁이나 활은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벽 위에서 농성을 하게 되면 오히려 에스파냐 군의 석궁 공격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지휘관이 성문을 열고 적을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그 판단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알크마르 방어군은 성문을 열고 성문 입구 바로 옆 성벽에 몸을 숨겼다. 열려 있는 성문을 통해 바깥에 모습을 보이면 석궁 공격을 당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적이 다가오기 전까지는 숨어 있으려 한 것이다.

에스파냐군은 그런 알크마르의 초대를 피하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야금야금 적들에게 피해를 주며 유리한 전장이 만들어지길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작전에는 다섯의 초인이 투입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무언가를 한 상태였다. 500의 병사를 이끄는 장교는 당연히 초인들을 믿고 총 공격을 외쳤다.

에스파냐군 500이 정문을 통해 당당히 도시 안으로 들어섰고 문 양옆에 숨어있던 알크마르 군은 에스파냐 군이 보이자 튀어나와 반원 모양으로 그들을 포위한 채 공격을 시작했다.

50의 정규군에 800의 시민이 합쳐진 병력.

그들은 간절했다. 절대 여기서 밀려나면 안 된다. 이곳이 최후의 방어선이고 이곳이 조금이라도 뚫려서 저들이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가족들이 아무런 보호 없이 무자비한 폭력에 노출 될 수도 있다.

알크마르 군. 아니, 한 가정의 가장들 800명이 가족을 위협하는 침략자들에게 덤벼들었다.

그리고 침략자들. 세계최강의 육군, 에스파냐 정예 보병이 조국을 배신한 변절자들을 처단하기 위해 창을 휘둘렀다.

500 vs 850

850 vs 500

그들 모두 저마다의 정의를 가슴에 안고 목숨을 걸었다.

***

‘제대로 들어갔다.’

루이웨는 불꽃이 네 명의 초인 전부를 집어 삼키는 것을 확인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긴가민가하면서 한 기습인데 제대로 먹혀들어간 것이다. 그의 불꽃은 액체를 기화시키는 것도 아니라 그 존재자체를 지워버릴 정도의 고온. 일단 한번 불이 옮겨 붙으면 그대로 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초인들을 집어삼킨 불꽃의 한쪽 면이 갈라지고 틈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틈으로 초인들이 불꽃을 피해 빠져나왔다.

‘어떻게?’

크게 놀란 루이웨는 저런 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자 했지만 네 명의 초인은 그럴 시간을 루이웨에게 허용하지 않았다.

두 명은 공격, 두 명은 방어를 전적으로 담당하는 이 초인들의 연수합격은 거의 완벽하다고 봐도 될 정도의 호흡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루이웨의 공격을 완벽히 막았고 적절한 공격을 행했다. 루이웨는 불꽃을 피하거나 갈라버리는 그들의 모습에 불꽃을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기로 했다.

불꽃은 대가없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의 체력을 불살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루이웨는 자신의 체력이 떨어져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을 염려했다.

루이웨가 생각하는 그의 주 무기는 불꽃이 아니었다. 그가 평생을 갈고 닦았으며 세계 최강의 무술이라 자신하는 ‘버니팅 스타일’. 그것이 그 자신의 최고의 무기라 생각했기에 육탄전으로 싸우는 것에 집중했다. 그는 불꽃을 주 무기를 돕는 보조 무기 정도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버니팅을 개방한 그는 속도가 평소보다 몇 배나 빨라지기에 4명이나 되는 초인을 상대로도 막상막하의 접전을 유지할 수 있었다. 루이웨는 이 전투가 초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고 그렇기에 체력을 아끼기 위해 더욱 불꽃의 사용을 억제했다.

그러던 차에 루이웨는 아론과 토마스의 기척을 감지했다. 초인들의 공격을 막아야 하기에 눈을 돌려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감각에 잡힌 것은 분명 그들이었다. 아마도 불꽃이 이는 것을 보고 그 자신을 도우기 위해서 온 것일 터였다.

‘어리석은 놈들. 자기들이 온다 해도 나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도.’

마음이 조급해졌다. 혹시 아론이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자신이 이렇게 모든 것을 바쳐 싸우고 있음에도 긴장하지 않고 싸움에만 집중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론의 존재다. 자신이 죽어도 아론이 ‘보어’라는 이름을 떨쳐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지는 것이 가능했던 전투의 여유.

하지만 그 여유는 아론이 이곳에 나타남으로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론 앞에 유물을 소지한 자가 나타났을 때는 크게 흔들리며 잠깐 위험해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싸우지 않고 이쪽의 싸움을 구경만하는 것을 보고 잠시나마 다시 여유를 되찾았다.

그리고 유물을 가진 자가 이쪽으로 향할 때.

‘그래. 이쪽으로 오거라.’

루이웨는 오히려 완전히 안정을 되찾았다. 아론이 다치느니 차라리 자신에게 더 큰 압박이 가해지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하지만 아론이 유물을 가진 자를 공격함으로서 루이웨는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안 돼. 아직 너희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크게 소리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루이웨는 4명의 초인을 상대하느라 소리 지르는 자유조차 허용되지 않는 상태였다. 그래도 처음엔 아론과 토마스에게 유리하게 상황이 펼쳐지는 것 같아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곧 토마스가 쓰러지고 유물을 가진 자와 아론이 1:1로 마주하게 되었을 때.

루이웨는 아론을 포기했다.

별 수 없었다. 최선의 선택이었다. 만약 자신이 죽고 아론을 살릴 수 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아무리 살펴보아도 자신이 죽고 아론이 산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자신이 지금 상대하는 초인들의 공격을 무시하고 아론을 공격하는 자를 처리하는 데 힘을 사용하고 그것이 성공한다 치자.

하지만 지금처럼 종이 한 장의 차이도 나지 않는 막상막하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곳에 신경을 쓰는 순간 방어가 흐트러져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아니 치명상이 아닌 작은 부상을 입게 된다하더라도 지금까지 이어온 미묘한 균형은 깨지고 전투는 지게 될 것이다.

그 뒤의 일은 뻔하다. 루이웨 자신을 죽인 4명의 초인이 아론을 가만둘 리 만무하다. 아론이 도망을 결심한다고 해도 도망칠 수 없을 것이며 아론의 성격상 도망을 칠 리도 없었다.

즉, 지금 자신이 아론을 살리기 위해 무리를 하는 순간 이곳에 있는 모두가 전멸 할 것이며 살아남은 초인들이 알크마르 시로 공격해 들어갈 것이다. 그 뒤에는 눈뜨고 보지 못할 참극이 벌어질 것은 자명한 일.

‘미안하다. 아론아. 나에게는.... 나보다도, 그리고 너보다도 중요한 사명이 있구나.’

바로 보어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 거의 병적으로 ‘보어’를 세상에 알리는 것에 집착하는 루이웨였다. 루이웨는 그 사명을 위해 아론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눈앞의 4명의 초인에게 집중했다. 아론이 상대하는 초인은 아론을 죽인 후 이곳으로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5명의 초인을 상대해야 하게 되니 그 전에 상대의 전력을 조금이라도 줄여놔야 할 것이다.

루이웨는 다소 체력을 소모하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 푸른 불꽃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사용하기로 결심한 순간 루이웨는 망설이지 않고 불꽃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

망연자실했다.

‘내가 왜...’

그가 불꽃을 일으킨 표적은 자신과 싸우고 있는 4인의 초인이 아닌 아론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던 남자였다. 최악의 상황을 불러올 것이라 생각한 일을 자신도 모르게 해버리고 만 것이다. 미리 생각하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는 아론을 포기하기로 결정했으니까.

하지만 불꽃을 일으키는 순간. 그의 무의식이 향한 곳은 아론이었다. 루이웨가 통제하는 의식이 아닌 통제할 수 없는 무의식. 그 무의식이 루이웨가 일으키는 불꽃의 목적지를 바꾼 것이다.

‘그래. 차라리 잘 되었구나.’

최악의 실수를 했다. 하지만 루이웨의 마음은 오히려 편안해졌다. 굳어있던 얼굴이 풀어지고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롱소드를 들고 있던 오른팔이 적의 공격에 의해 잘려나갔다.

***

500대850의 싸움이었지만 전투는 500이 유리했다. 숫자가 많다고는 하지만 상대는 세계최강육군이었다.

에스파냐는 세계최강육군이라는 이름을 유지하기 위해 그 어느 나라보다도 힘든 훈련을 실시하고 있고 병사의 대부분이 징집병이 아닌 모집병으로서 직업군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직업군인은 당연히 오랜 훈련을 받아 기본기가 탄탄했다.

그리고 에스파냐는 세계와 전쟁하고 있다는 농담이 있다. 그만큼 에스파냐는 많은 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고 그 덕분에 에스파냐 군의 실전 경험은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도 많다. 실전 경험은 훈련을 통해 쌓인 기본기를 활짝 꽃필 수 있게 해주는 거름과 같은 것.

지금 에스파냐 군은 알크마르 방어군을 상대로 활짝 핀 자신들의 실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알크마르 군은 최선을 다했다. 그들이 무너지면 자신의 부모님이, 아내가, 자식이 죽는다. 그런 생각은 그들을 세계최강에게 덤빌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 용기는 압도적인 실력 차로 일방적으로 당하는 와중에도 에스파냐 군에 조금씩이나마 상처를 입힐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에스파냐 군은 잘 만들어진 쇠말뚝과 같았고 알크마르군은 잘 부스러지는 돌방망이와 같았다.

쇠말뚝이 돌방망이를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했다. 돌방망이도 돌이란 말이 무색하게 조금씩 쇠말뚝에 상처를 주고 있었지만 그래도 돌방망이가 부스러지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돌방망이에 구멍이 생겨 그 사이를 빠져나가는 쇠말뚝의 부품이 생겨날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도시 전역에서 모여드는 남자들이 돌방망이에 합류해 취약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는 쇠말뚝이 돌방망이를 갉아먹는 속도와 돌방망이의 취약한 부분이 채워지는 속도는 비슷했고 돌방망이가 빠르게 부서지고는 있지만 꾸준히 쇠말뚝에 상처를 내고는 있었다.

아직 이 전투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

아론을 죽이려 했던 하비에르를 죽이고 팔을 잃은 루이웨와 초인 4명의 싸움. 팔이 잘리기 직전까지 조금의 차이도 없는 막상막하의 실력으로 싸우고 있던 양측이다. 루이웨가 오른팔이 잘려 외팔이가 된 만큼 승부의 추가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야 마땅했다.

그리고 루이웨의 팔이 잘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승부의 추가 한쪽으로 기울기는 했다. 하지만 방향이 달랐다.

루이웨가 4인의 초인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던 것이다.

============================ 작품 후기 ============================

투베에 대한 미련을 버렸더니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네요.

전작 오리진은 항상 비율정산이 쿠폰보다 2~3배가량 많았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쿠폰은 비율정산의 30~40%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항해는 비율정산 대비 쿠폰의 양이 80%정도 되는 군요.

'너 이제는 쿠폰을 줄만한 글을 쓰는구나.'라는 칭찬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보는 사람이 적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저 좋은 쪽으로 생각을....)

연참이라도 하고 싶지만 능력이 안 되네요.

최근 몇가지 하는 일이 생겨서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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