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항해-아티팩트 에이지-34화 (34/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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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크마르 공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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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대공 알바가 이끄는 에스파냐 침략군은 지옥에서 온 군대와도 같았고 알바는 악마와도 같았다.

알바의 간악한 계략에 의해 네덜란드를 떠받치는 일곱의 기둥 중 둘이 목숨을 잃었고 하나가 추방당했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전쟁에서도 네덜란드는 단 한 번의 전투도 이기지 못했고 조금씩조금씩 국토를 잃어가고 있었다.

여론은 점점 비관적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남부의 일부가 에스파냐에 투항하기까지 했다. 국토 전부를 빼앗기고 전쟁에 패배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본격적인 전쟁이 일어나고 6년째였던 1573년 봄이 끝나갈 무렵. 네덜란드 최초의 승전보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승리의 주역은 네덜란드에 남아있던 네 명의 대영주도, 프랑크에서 병력을 이끌고 돌아온 빌럼도 아니었다.

승리의 알크마르!

지금은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이름 ‘승리의 알크마르’, 알크마르의 용맹한 시민들이 그 승리의 주역이었다. 귀족도 군인도 아닌 일반 시민들이 이뤄낸 기적.

그리고 그 기적은 네덜란드의 대대적인 반격의 시발점이 되었다.

-책 ‘독립. 그 영광에 대하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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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3년 5월 20일 일요일 알크마르 서쪽.

점심 때 출발한 우리지만 해가 반쯤 넘어가고 어두워지기 시작할 무렵 알크마르 바로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 첫 여행에서는 아침에 출발해 하루를 소모하고서야 도착했던 곳인데 꽤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딱히 서두른 것도 없었는데 아마 모든 이가 달구지에 탄 채로 이동해서 빠르게 도착한 것 같다.

“주인님. 이 근처에 야영지를 잡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음? 야영지?”

방금 전 곧 알크마르에 도착이라고 알려준 토마스가 야영지를 만들자고 말해온다. 왜 그러지? 도시가 코앞이니 그냥 들어가서 여관 잡고 쉬면 안 되나? 여관비 때문에 그런 건가?

“왜? 여관비 때문에 그래? 일행이 아홉 명이니까. 돈은 그리 많이 안 들것 같은데?”

저번에 알크마르에 갔었을 때 들어간 여관비를 생각하면 저녁과 아침까지 포함해도 아홉 명이면 여관비로 500오션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싼 가격은 아니지만 꼭 그것까지 이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나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상재 포인트 얻자고 무작정 편력상인으로 나선 것은 아니었다. 나름 집에서 편력상인으로 나섰을 때의 이윤을 계산해보았다. 그리고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나와 편력상인이 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일꾼 한 명당 하루에 50오션의 급여를 지급한다. 이번 알크마르 치즈 상행은 넉넉하게 7일 정도 걸릴 것이라 예상하고 있으니 여섯 명당 50오션씩 7일. 2,100오션. 그리고 하루 경비는 넉넉하게 500오션으로 잡았으니 3,500오션.(실은 500오션도 필요 없다. 빵과 말린고기, 포도주를 집에서 준비해서 나왔으니까.) 10만 오션어치의 물건을 살 예정이니 위트레흐트에 들어갈 때 내는 1만오션의 세금. 그리고 이윤 중 정부에 20%, 교회에 10% 바쳐야 하는 세금은 합쳐서 만오천 오션에서 4만5천오션사이, 그리고 상행을 준비하면서 사용한 기타 잡비(달구지, 노새 대여비용과 생필품, 식량 등)는 1만오션으로 계산.

이렇게 계산할 경우 총 지출은 2,100+3,500+10,000+(15,000~45,000)+10,000. 즉, 지출은 40,600에서 70,600오션사이로 계산 된다.

반면 이익은 10만 오션어치의 치즈를 샀을 때 토마스의 경험에 비추어보았을 때 최소 5만오션에서 최대 15만오션의 이익을 볼 수 있다. 만약 5만 오션의 이익을 보게 된다면 지출은 40,600오션으로 9,400오션의 이익을 보게 되고 15만 오션의 이익을 보게 되면 지출은 70,600오션이므로 79,600오션의 이익을 보게 된다.

즉, 여관비정도는 총 지출에서 얼마 차지하지 않고 얼마를 지출하든 이익을 볼 수 있으니 여관비정도는 지출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괜히 작은 돈 아끼자고 일꾼들이나 사부를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다.

“여관비도 문제지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도시 통행료입니다.”

“통행료? 그거 전에 얼마 안 냈던 거로 기억하는데?”

“그건 저희가 상행이 목적이 아니었고 규모가 작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처럼 일곱에 달하는 달구지를 끌고 들어가게 되면 상단으로서 많은 통행료를 징수합니다. 보통 1인당 100오션이죠.”

“에엑. 100오션씩이나? 저번보다 몇 배나 더 받는 거잖아.”

“그리고 상단으로서 들어가는 것이니 생필품이나 빵, 포도주, 말린 고기 등 모든 것이 상품으로 계산되어 원래 가격의 10%를 돈이나 현물로 납부해야 합니다.”

“뭐야. 그런 게 어딨어. 이거 팔게 아니니까 세금 낼 필요 없잖아,”

“귀족들에게는 그런 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상단으로서 도시에 들어가려면 보호비라는 명목으로 도시 경비들에게 일정 금액을 납부해야 합니다. 말은 도시 안에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일하는 경비들에게 줄 추가수당이라 이름 붙지만 당연히 뇌물입니다.”

“으윽. 뭐가 그렇게 많이 뜯어가.”

“상단은 그런 존재입니다. 상인에게 가장 큰 적은 도적이나 용병단 같은 존재들이 아닙니다. 바로 세금이죠. 귀족분들은 많은 돈을 만지는 상인들에게서 어떻게든 돈을 뜯어갈 궁리만 하니까요. 대충 제가 앞에 말한 것들만 따져도 우리 정도의 규모를 가진 상단이 도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2천오션가량의 돈이 필요합니다. 한번만이라면 낼수 있는 금액이지만 이것이 쌓여서 연단위로 계산하면 몇 만 오션정도는 우습게 지출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상단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성에서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상단주만 도시로 들어가 거래를 합니다. 거래 후 물건을 도시 밖으로 운반해 달구지에 실어도 되니까요.”

“와... 그런 게 있구나.”

“우리 같은 규모가 작은 편력상인들은 자잘하게 빠져나가는 비용을 조심해야 합니다. 신경을 쓰지 않다보면 분명 상행으로 이윤을 봤는데도 지출이 많아서 적자가 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렇구나. 좋은 거 알았다. 하긴 내가 대단한 상단의 후계자도 아니고 이제 막 시작하는 소상단을 가진 상인일뿐인데 쓸 거 막 쓰면서 돈을 언제 모으겠어. 아끼자. 아껴야 잘 산다.

“그럼 일단 여기서 야영하고 내일 도시로 들어가서 목장주를 찾으면 되는 건가?”

“아뇨. 내일은 월요일이라 치즈시장이 열리지 않는 날입니다. 그런 날은 목장주들도 도시로 오지 않죠. 그러니 내일은 도시에 들어가지 않고 예전에 전 주인님과 상행을 다닐 때 거래를 텄던 목장주를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거래에 성공하면 바로 위트레흐트로 출발합니다. 꼭 도시에 들릴 필요는 없죠. 도시에 들리면 어떤 핑계로 돈을 뜯어갈지 모르니까요. 최대한 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응. 알았어.”

아직은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토마스에게 의지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라서 그런 것뿐이니까.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나도 제대로 된 상인이 되어 있겠지.

***

“잘 기억해라. 위협만 가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신호가 가면 그때 총 공격을 하도록 해라.”

“신호는 어떤 것입니까.”

“우리는 초인이다. 초인이 아니라면 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것이 신호다.”

“알겠습니다.”

오라스테스는 500의 병사를 이끌 장교에게 이렇게 지시를 내렸다. ‘신호’에 관한 것은 자세하게 설명해줄 수 없었다. 그것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다는 것은 유물의 능력에 대해 말한다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런 식으로라도 이야기하게 되면 유물의 힘이 약해진다고 생각하고 있는 오라스테스였다.

그렇게 명령내린 오부장은 막사를 떠나 예정대로 도시 서쪽으로 향했다. 자신들이 없이 병사들만 있다는 것을 걱정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에스파냐의 보병은 세계최강. 모든 병력이 정예병으로 이루어져있기에 저들만으로도 알크마르 정도는 가뿐하게 점령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피해 없이 점령하기 위해 그들이 직접 나서는 것일 뿐이었다.

오부장이 떠난 후 500의 병사들은 계획대로 알크마르 도시의 남쪽 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기를 번쩍이며 위협적인 자세로 행군한 그들은 도시에서의 공격이 닿지 않을만한 거리에 멈추었다.

알크마르는 난리가 났다. 아무리 봐도 에스파냐의 정예 보병이 맞았다. 유난히 툭 볼록한 투구에 허벅지와 팔목부분까지 보호하는 하프아머에 도끼날을 가진 창, 허리춤에는 아밍소드까지 있다. 에스파냐 정예보병의 기본 무장이었다. 그런 병사가 500명이 나타났다.

반면 알크마르의 병력은 50명 남짓. 도시의 치안을 담당할 병사를 제외한 모든 병사가 남부 전선에 나가 있었다. 유일하게 남아있던 지휘관은 병력을 남쪽 성벽에 집중하고 원군을 요청하는 전령을 에흐몬트로 파견했다. 하지만 500 vs 50이다. 원군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는 지휘관도 생각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400의 병력이 있었기에 충분히 버틸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모종의 일을 하기 위해 남부 전선으로 간 상황.

“우리 병력은 순식간에 학살당할 것이고 도시는 약탈당할 거야.”

지휘관은 절망에 빠져들었다. 성 밖에 멈춘 채 진군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결국은 저 500의 에스파냐 정예 보병이 움직이는 순간이 자신의 인생이 끝나는 순간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도망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가문의 명예와 알크마르의 명예를 위해.”

지휘관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며 명예를 지키기 위해 성벽으로 올랐다. 그리고 굳건히 서서 에스파냐 병사들을 노려보았다.

“가장 먼저 죽는 이는 내가 될 것이다.”

적어도 셋은 죽이고 나서..라는 생각을 하며 굳게 다짐했다.

한편, 알크마르 도시 전체에 에스파냐 병사들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주점에서 피로를 풀고 있던 남자 중 하나가 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집안 구석에 먼지가 한가득 쌓여있는 상자를 꺼냈다.

상자에는 남자가 젊을 때 사용했던 창과 갑옷이 있었다. 그는 갑옷을 꺼내 입고 무기를 들었다.

“배가 좀 끼기는 하지만 이정도면 괜찮지.”

남자의 나이 40. 한창이던 젊을 적에 비해 배가 좀 나오긴 했지만 어찌어찌 구겨 넣으니 입을 만 했다.

“어때?”

남자가 자신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보고 있는 아내와 딸에게 물었다.

“멋있어요. 10년 전의 당신을 보는 것 같네요.”

“엄청 멋있어. 아빠. 군인 되는 거야? 맨날 그거 입고 다니면 좋겠다.”

“어이구. 그럴까? 우리 딸이 좋다면 매일 입고 다녀야겠는데.”

에스파냐 병사들이 쳐들어왔다는 소식은 여자들에게도 알려져 있는 상태다. 다만 아이는 몰랐기에 남자의 늦둥이 딸은 그저 자신의 아빠가 멋있는 군인이 된다는 것이 좋기만 했다.

“그럼. 나 잠깐 다녀오리다. 우리 딸. 아빠 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다 오마.”

“다녀오세요.”

“아빠. 빨리 와.”

“그래. 금방 오마. 금방 와서 우리 딸이랑 놀아줘야지.”

남자가 집을 나섰다. 그는 집 문을 닫고는 침을 바닥에 뱉으며 눈을 부라렸다.

“퉤. 멍청한 놈들. 하고 많은 도시 중에서 감히 알크마르라니.”

“그러게 말이야. 네덜란드 최고의 남자들이 사는 곳인데 운도 없구만 그 녀석들.”

옆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그곳에는 남자와 비슷한 무장을 갖춘 또 다른 남자가 있었다. 그 역시 남자와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젊은 알크마르 남자들은 대부분 병사가 되어 남부 전선에 나가 있는 상태였다. 그들은 네덜란드 전역에서 모인 병사들 중 가장 용맹하게 싸웠다.

“남부전선에서 죽어나가는 에스파냐 놈들의 반은 알크마르 남자들이 죽이고 있다는 소문은 못 들은 건가.”

“그러게 말이야. 얼마 전 온 편지에 내 아들놈이 에스파냐 잡것들 10놈쯤 잡았다고 써있더라고.”

사망통지였다. 남자의 장남은 남부전선에서 전사했다. 알크마르 남자들은 용맹하게 싸우는 만큼 피해도 컸다.

“아들놈에게 질 수는 없지. 난 20놈쯤 잡아 죽이려고.”

“풋. 겨우? 알크마르 남자라면 적어도 에스파냐 잡것들 30놈은 죽여야지.”

“하긴 그렇군. 그래야 알크마르 남자지.”

500의 에스파냐 정예 보병이 그들의 지휘관인 오부장의 계획대로 남문에서 소란을 피우며 시간을 끄는 사이 알크마르의 남자 대부분이 젊을 적 자신이 사용하던 무기와 방어구를 들고 남쪽 성문으로 몰려들었다.

오부장이 그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계획대로 자신들이 도시에 잠입하여 활개를 치기 시작하면 시민들이 아무리 많이 장비를 갖추고 몰려들어도 상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들은 초인이었으니까. 하지만.

“남쪽이 소란스럽구나. 한 번 보고 와야겠다.”

“네. 알겠습니다. 사부님.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금방 다녀오마.”

알크마르 도시 서쪽문 밖에 야영지를 설치하던 작은 상단의 사람 중 하나가 남쪽에서 일어나는 소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움직였고 그럼으로 인해 오부장의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흠. 그냥 투베에 대한 미련을 버렸더니 마음이 편하네요.

며칠 동안 12시에 맞춰서 글을 올리려고 조급하게 글을 썼었는데

오늘은 시간 생각하지 않고 여유롭게 썼더니 편하게 썼습니다.

새로고침하는 횟수도 1분당 1번에서 10분당 1번정도로 줄였습니다.

장족의 발전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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