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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아티팩트 에이지-25화 (25/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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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전쟁이라고 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양쪽 인원 다 합쳐 겨우 150명이 될까 말까 하는 인원의 싸움. 그냥 패싸움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지. 그래서 별 기대 안했다. 동네 아이들의 싸움이나 청년들의 싸움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모든 이들이 처절하게 싸웠다. 땅을 기기도 하고 흙을 뿌리거나 뒤돌아 도망가기도 했다. 여러 명이서 한명을 공격하기도 했고 1:1로 상대하는 것이 두려워 다른 사람이 싸우고 있는 상대에게 견제만 가하는 자도 있었고 검을 들고 있으면서도 몸으로 부딪혀 상대방과 함께 땅을 구르는 자들도 있었다.

다양한 행태였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 모두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것이다. 목숨을 걸고 싸우니 가슴에 와닿는 박력이 있었다. 동네 패싸움은 비교대상이 아니었다.

“아, 정말..... 엄청나다.”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뱉었다. 정말 감탄했다. 아니. 감명 받았고 전율에 휩싸였다. 감히 내가 저곳에 끼어든다는 것이 어불성설인 듯싶었다. 근처로 가기도 전에 목숨을 건 남자들이 내뿜는 열기에 데일 것 같았다.

“이게 전쟁이다. 1:1로 싸우는 것도 전쟁이고, 10,000:10,000으로 싸우는 것도 전쟁이다. 수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각오로 싸우느냐 아니냐. 그것이 전쟁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기준이다. 목숨을 걸고 모든 것을 내던져 싸운다면 혼자 싸우는 것도 전쟁이다.”

“그렇....군요.”

내가 저렇게 싸울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저게 바로 내가 앞으로 갈 길이다. 대상인이 되기 위해 언제든 목숨을 걸고 내모든 것을 건 싸움을 할 각오로 한발한발 걸어 나가야한다. 그래야 모든 사람을 제치고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저 초인의 움직임을 잘 봐두거라. 저게 앞으로 초인으로서의 네가 싸워야 할 적의 움직임이다.”

사부가 요앵으로 짐작되는 자를 가리켰다. 슈탈 용병단 곳곳을 밝히고 있는 화톳불 덕분에 그의 모습이 확실하게 보였다. 바늘하나 뚫고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이 촘촘한 컴뱃아머를 입고 있는 요앵. 분명 저런 전신갑옷을 입고 있는 자는 없었는데 어느새 전장에 나타나 있었다. 아마도 유물의 능력이겠지.

적어도 30kg은 될 컴뱃아머를 입고 5kg정도 되어 보이는 투핸디드소드를 휘두르는 요앵. 그 모습은 전설속의 전사를 보는 듯 했다. 무거운 장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입지 않은 자들보다 빠르게 움직이며 누구보다도 강력한 위력의 공격을 정확하게 가한다.

나로서는 도저히 뚫을 방법이 없어보이던 방패의 숲도 요앵이 움직일 때마다 출령이며 틈이 만들어진다. 아마 요앵이라는 초인이 없었다면 요앵 용병단 측은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다시피 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슈탈 용병단의 방패검술은 강했다. 개개인일 때도 강력했지만 뭉치면 뭉칠수록 더욱 강력해지는 특성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승리는 요앵이라는 초인이 있는 요앵 용병단 측으로 돌아갔다. 기습을 당해서 완전한 무장을 갖추지 못했던 것이 패배의 요인이겠지? 제대로 무장을 갖춘 상태에서 제대로 싸웠다면..... 아냐. 그렇더라도 요앵 용병단이 이겼을 거야. 다른 용병들이 다 죽고 요앵 혼자만 남게 되겠지만 저 초인 요앵이 당한다는 그림은 상상할 수가 없다.

그 정도로 초인으로서 요앵의 움직임은 충격적이었다.

“흠... 살아남은 자들이.... 16명이군. 아니군. 지금 한명의 목숨이 더 끊어졌으니 15명이군.”

전장의 상황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부. 누군가가 죽고 사는 것까지도 감지해낼 수 있는 듯하다.

“15명이라.... 아슬아슬하군.”

아슬아슬? 뭐가 아슬아슬하다는 거지?

“뭐가 아슬아슬한가요?”

“저쪽과 이쪽의 싸움. 내가 있는 이상 이기긴 무조건 우리 쪽이 이기겠지만 너랑 토마스가 걱정이다. 실력으로 보면 평범한 용병들에게 당할 실력은 아니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는 곳이 전장이니 말이다.”

요앵의 신위를 보았음에도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사부. 가공할 모습을 보여준 요앵에게 확신을 가질 정도면 사부는 도대체 얼마나 강한거야?

“아....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해서...”

“아니. 넌 훌륭하다. 다만 아직 어리고 수련기간이 짧을 뿐이지. 1년의 수련으로 지금의 경지를 이룩한 것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네. 저도 제가 훌륭한 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훌륭해야 하는데. 방금 요앵이 그랬던 것처럼 날아다니듯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적을 유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분합니다.

“음? 전리품을 버리고 이동하다니. 설마....”

설마 뭡니까. 궁금하게 하지 말고 말을 끝까지 하세요. 사부의 말대로 살아남은 요앵 용병단이 전장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냥 쉬러가는 거 아닐까? 이동하는 게 뭐가 놀라운 일이지. 사부는 요앵 용병단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으니까 물어보기 좀 그렇고 나의 만물박사 토마스에게 조용히 물어보았다.

“이동하는 게 이상한거야?”

“용병단이니까요. 용병단은 돈을 위해 목숨을 파는 집단입니다. 목숨을 포기해도 저렇게 널려 있는 전리품을 포기한다는 것은 거의 없는 일이죠. 힘이 빠져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어도 저 자리에서 그대로 쉬었을 겁니다. 어느 누가 나타나서 전리품을 도둑질해갈지 모르니까요.”

“아... 그럼 왜 움직이는 거야? 저 녀석들은.”

“지금 상황에서 움직이고 있다면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새로운 적의 출현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것과 다른 적이 오기 전에 빠르게 던전을 클리어하고 유물을 얻기 위해서. 이 둘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던전 돌파 쪽이 더 의심되는 군요.”

토마스의 말 대로였다. 요앵 용병단은 던전 근처로 이동하더니 그늘을 만들고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저 인원으로 던전 공략을 시도할 생각인 듯싶구나. 후속부대가 오길 기다리다가 슈탈 용병단 같은 훼방꾼이 끼어들까 무서운 거겠지.”

절호의 기회다. 들어보니 던전을 돌파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 저들이 던전을 공략하도록 한 후 나중에 기습을 가하면....

“조용히 뒤따르다가 유물을 가로채도록 하자. 저 던전의 유물은 아쉽게도 주인이 될 자가 없으니 포기해야겠지만 적어도 요앵이 가지고 있는 명품급 유물은 얻을 수 있겠지. 가격이 꽤 나가니 팔아도 되고 나중에 주고 싶은 사람에게 줘도 되겠지.”

“사부님. 전승급 이상의 유물을 가진 채로 던전을 돌파해 유물을 손에 넣으면 어떻게 되나요?”

그게 궁금했다. ‘토너먼트’는 던전을 돌파해 가장 먼저 유물을 손에 넣는 자가 유물의 주인이 되는 각인방식이다. 사부의 말대로 한사람이 하나의 유물만을 가질 수 있다면 유물을 가진 채로 던전을 돌파해 유물을 손에 넣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혹시 주인이 될 수는 없더라도 유물이 그 자리에 남아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비싼 값에 팔아도 된다.

“과거에 유물을 가진 채 던전을 돌파해 유물을 손에 넣은 자들이 있었지. 하지만 유물의 주인인 자가 던전의 유물을 손에 넣는 순간 던전의 유물은 빛이 되어 다른 곳으로 사라진다. 아마도 그대로 날아가 다른 지역에 던전을 만들고 다시 주인이 찾아오기를 기다릴 테지.”

“아. 그렇군요.”

그러면 한사람이 두 개 이상의 유물을 사용할 수 없다는 사부의 말이 맞는 건가?

“그러면 토마스에게 유물을 주는 것이 어떨까요?”

“네?! 아닙니다! 도련님. 제가 어찌 감히...”

토마스가 깜짝 놀라 소리친다. 그러다가 지금 숨어있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소리를 줄였지만 이미 앞에서 질러버린 소리는 줄어들지 않는다. 그래도 아침이 되어 잠에서 깬 새들의 소리가 숲에 가득했기에 꽤 멀리 떨어진 요앵 용병단은 토마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듯하다. 소리를 들었으면 고개라도 돌려서 확인을 할 텐데 미동도 없었으니 말이다.

“흐음..... 토마스에게?”

사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긴 했다. 노예에게 유물이라니. 누가 들으면 미친 거 아니냐고 되물을 것이다. 하지만 난 정말 토마스라면 유물을 줘도 된다고 생각한다. 토마스가 유물을 가진다고 해서 날 배신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토마스는 가족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리고 배신할 거라면 진즉에 몇 번이나 배신할 기회가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상 집안의 재산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은 토마스가 유일했다. 그 돈을 빼돌리면 노예에서 벗어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지 않고 어머니를 도와 상단을 처분하고 땅을 사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 외에도 나와 단 둘이 있을 때도 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말이다. 토마스가 나와 집안을 위하는 마음은 진짜다. 그걸 의심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유물을 주고 싶었다. 그동안 잘 해주었다는 상의 의미도 있고 토마스가 강력한 전사가 되어 내가 대상인이 되는 것에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고민하던 사부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토마스라면 괜찮겠지.”

“아.. 아닙니다. 루이웨님. 어찌 노예주제에 유물을 갖습니까. 절대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럼. 어떡해? 유물을 버려? 최소 전승급인데? 그리고 토마스 너. 유물 가지면 나 배신할거야?”

“무슨 말씀이십니까. 배신이라니. 제가 도련님을 왜 배신합니까.”

“그럼 됐잖아. 유물 가지고 힘 좀 세져서 나 많이 도와주면 되겠네. 그럼. 저 던전에서 유물을 얻게 되면 토마스에게 줘도 될까요. 사부님?”

마치 이미 유물을 얻은 것처럼 말하는 나. 사부도 자신있는 것 같으니 이렇게 말해도 상관없겠지.

“그래라.”

“아.....”

훗. 자식. 저 감동에 가득 찬 눈망울이라니. 그래. 임마. 나야. 나. 네 주인. 앞으로 잘 모셔. 이것아.

“시작한다.”

사부의 말에 고개를 돌려 던전 쪽을 바라보았다. 휴식을 끝낸 요앵 용병단이 던전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정확히는 던전 앞에 서 있는 스톤골렘을 항해 움직이고 있었다. 아까 조각상이라고 상상했던 것 취소다. 스톤골렘은 그냥 바위덩어리였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비율까지 닮은 것은 아니었다. 팔다리가 몸통 못지않게 두꺼웠다. 2.5m짜리 돌거인이라니. 저걸 어떻게 상대해야하는 거야?

요앵이 뭐라고 외치자 빛이 그를 잠시 감쌌다가 사라졌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컴뱃아머를 입고 있는 요앵이 있었다. 멋있다. 저 갑옷 탐난다. 나도 저런 갑옷 하나 있으면 무서운 게 없을 것 같은데. 아까 보니까 슈탈 용병단의 공격이 하나도 박혀들지 않던데. 최전방에서 방어할 생각도 없이 투핸드디소드를 풀스윙으로 휘두르기만 한 요앵이다.

당연히 빈틈이 있었고 그 빈틈에 공격을 성공시킨 자들도 있었다. 아니 있는 정도가 아니라 많았다. 하지만 그 어떤 공격도 저 컴뱃아머를 뚫고 요앵에게 타격을 입힌 공격이 없었다. 저 유물은 사용자의 힘과 속도를 올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엄청난 방어력도 제공하는 것이겠지. 탐난다. 장비한 모습이 멋있기까지 하니 두 배로 탐난다. 하지만 한 사람당 유물 한 개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거면 가져봤자 사용하진 못하겠지. 아쉽네.

공격의 시작은 당연하게도 요앵이었다. 그가 스톤골렘을 향해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던전 입구에 서 있던 스톤골렘은 당연히 자신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다가오는 요앵을 인식했고 그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슬라이딩을 하며 주먹을 피한 요앵이 슬라이딩하는 자세 그대로 힘을 실어 골렘의 무릎에 투핸디드소드를 박아 넣는 것으로 전투는 시작되었다.

“저거 스치기라도 하면 거의 사망이겠는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골렘의 주먹을 피하지 못한 용병하나가 정통으로 맞고 뒤로 날아간다. 거의 10m는 날아간 것 같다. 위력이 장난아닌데? 속도가 느리다고 하더니 그렇게 느린 것 같지도 않다. 저기 움직이는 용병들 못지않은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요앵에 비하면 한참 느리지만 말이야. 거기에 방어를 도외시하고 움직이니 더 무섭다. 온몸이 돌덩이니 어딜 때려도 바위로 막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래도 승리는 요앵 측에게 돌아갔다. 용병들이 스톤골렘의 시선을 끄는 사이에 요앵이 착실하게 풀스윙 공격을 성공시킨 덕분이다. 처음에 왼다리가 부서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 다리, 오른팔, 왼팔 순으로 부서졌고 결국엔 공격을 하지 못하게 된 스톤골렘을 모두가 다가와 무기로 두들기고 둔기를 가져와 두들겼더니 조각조각나면서 결국 움직임이 멈췄다.

스톤골렘을 상대하는 방법이 저렇게 무식한 방법밖에 없는 걸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스톤골렘을 상대하는 방법은 저 방법밖에는 없나요?”

“우리 같은 자들에게는 저 방법밖에 없지. 영주들은 대포를 가져와서 쏜다고 들었다.”

대포라. 아주 좋은 방법인 걸. 근처로 다가오기 전에는 움직이지도 않으니까 멀찍이서 조준 잘하고 쏘면.... 쉽겠는데?

“가자.”

잠시 시간이 지나고 사부를 따라 던전으로 향했다. 요앵과 움직일 수 있는 용병들은 이미 던전 안으로 모습을 감춘 뒤였다. 던전 밖에 남은 자들은 부상자들뿐이었다. 우리는 근처까지 다가가서 장전해놓은 석궁을 발사했다. 부상자들의 시선이 온통 던전에 쏠려 있었기에 제법 가까운 거리까지 갈 수 있었고 근거리에서 석궁은 높은 명중률을 자랑한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었던 부상병들이 석궁에 의해 쓰러졌다. 우리는 다가가서 확인사살도 잊지 않았다.

-전투를 통해 무재 포인트 34를 얻었습니다.

넘버127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많던 녀석이 요즘은 과묵해졌다. 심심하지 않을까? 가끔 말을 좀 걸어줘야겠다. 일행은 지체하지 않고 바로 던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던전을 발견했습니다. 문재 포인트 100을 얻었습니다. 문재가 2단계로 상승합니다.

오. 문재 포인트. 던전을 발견해도 문재 포인트를 얻을 수 있구나. 단 1의 포인트도 얻지 못했던 문재이기에 포인트 획득이 더욱 반가웠다.

-미션이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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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던전 돌파’

-던전을 클리어하고 아이템 획득

보상-무재, 문재, 상재 포인트 각각 500

조건-본인 혹은 일행이 아이템을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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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이다. 처음 가이드 미션을 받은 이후로 1년 만에 받는 첫 미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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