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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아티팩트 에이지-10화 (10/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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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

요한이 최초로 배운 무술은 창술이다. 평범한 어부의 아들인 요한이 무기술을 배울만한 곳이 있을 리 만무. 그가 익힌 창술은 영지에서 영지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병사용 창술이다. 영지민은 평소에는 생업에 종사하지만 비상시 영주의 소집 명령에 따라 병사가 되기도 한다. 즉, 모든 영지의 남성은 영지 소속의 군인이기도 한 것이다. 당연히 평범한 어부나 농부가 무기술을 배울 리 없으니 영지에서 정기적으로 불러 가르치는 것이 바로 창술이다.

창은 리치가 길고 다루기 쉬우며 많은 수가 모여 병진을 이룰 경우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 시대 가장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기병을 막을 수 있다. 무기의 가격도 싸다. 창머리 부분만 금속으로 하고 창대는 나무로 하면 되니 검보다 금속이 적게 들어간다. 방패도 필요 없으며 강력한 방어구도 필요 없어 다른 병과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

여러모로 장점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영지에서 창병을 기본 병과로 운영하고 있다.

요한이 정확한 비전을 가지고 집을 나간 것은 아니었다. 그저 어부가 되는 것이 싫었고 간단하게나마 배운 창술과 집에서 가져온 창이 있으니 용병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집을 나선 것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녹록치 않았다.

세상에 넘쳐나는 것이 창술을 배운 남자였다. 대부분의 영지에서 기본적으로 창술을 가르치니 지나가는 남자 아무나 찍어도 최소한 요한정도는 창술을 배운 것이다. 그런 요한을 소속용병으로 받아주는 용병대는 없었다. 소속용병은 무리고 수습이라면 받아주겠다는 대답은 들었다. 수습을 하다가 실력이 생기면 용병으로 받아주겠다는 말도 함께 말이다.

요한은 거절했다. 어리긴 했지만 바보는 아니었다. 그는 수습이라는 이름하에 제대로 된 급여도 주지 않고 부려먹으려 하는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제대로 된 쉬는 시간도 주지 않고 가르침도 주지 않으니 실력이 늘어날 리는 없고 늙어서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까지 수습만 하다가 끝날 것이다.

요한은 어쩔 수 없이 그 도시에 주둔해 있던 상단의 짐꾼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5년을 일해서 모은 돈으로 검술을 배우고 무기와 간단한 방어구를 사 용병 일을 시작했다. 그가 용병이 되기 위해 배운 검술은 가장 기본이 되는 소드 앤 버클러 스타일이었다. 토마스도 익히고 있는 공격과 방어가 알맞게 균형이 잡혀있는 기본 검술이다.

용병대엔 들어가지 않았다. 그의 나이는 21살이었고 용병대엔 그보다 한참어린 고참들이 즐비했다. 요한은 자신보다 어린 녀석들에게 당하며 살기는 싫었다.

그래도 5년간 상단에서 일한 보람은 있었는지 상단에 속한 소상인을 소개 받을 수 있었다. 머릿수 부풀리기 용이었던지라 용병치고는 박봉이었던 데다가 하는 일도 짐꾼과 별반 차이 없었다. 그래도 짐꾼으로 일할 때 보다 2~3배 많은 임금을 받았다. 그렇게 첫 의뢰를 시작한 요한은 의뢰주로 모셨던 상인에 의한 소개나 상단의 소개로 하나, 둘 의뢰주를 늘려갔고 4~5년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중규모 상단의 의뢰를 수행하는 중견 용병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그는 자신만의 검술 스타일을 개발해냈다.

소드브레이커 스타일. 요한은 버클러를 버리고 자신에게 맞춰 개조한 쇼트소드를 들었다. 요한의 쇼트소드는 양면의 날 중 한쪽에 U자형 홈을 파 놓았다. 요한은 그 U자형 홈을 이용해 적의 무기를 잡아 고정시키고 아밍 소드를 내려쳐 무기를 부순다.

생소한 방법이기에 많은 이들이 이 방법에 걸려 무기를 잃는다.

반면 토마스의 무기술은 정석 소드 앤 버클러다. 내 아버지인 솔코에게 배웠는데 정작 스승인 아버지가 변칙 스타일을 사용하기 때문에 깊게 배울 수는 없었다.

둘 다 배운 검술은 소드앤버클러. 변칙 대 정통의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한참 유물일 것이 분명하나 자신을 아이템이라 우기고 있는 넘버127과 대화하다가 검 부딪히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토마스와 요한이 격돌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든 의문은 ‘왜 싸우는 거지?’였다. 요한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따라온 호위용병이고 토마스는 요한이 보호해야 할 내 노예이니 말이다.

두 번째로 든 생각은 ‘이따 토마스에게 물어봐야지.’였다. ‘토마스가 지면 어떡하지?’라든가 ‘토마스가 위험해!’같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는 요한이 전투만을 갈고 닦은 용병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반면 토마스는 상단 운영방법을 배운 상단 노예.

그리고 이곳으로 오는 동안 요한이 내게 항상 자랑삼아 ‘내가 예전에 세계최강이라고 불리는 에스파냐 정예보병 두 명을 상대로 싸운 적이 있지. 정말 강하더군. 보통 용병이면 10명이라도 상대하기 어려울 것 같더라고. 누가 이겼냐고? 내가 살아 있는 것을 보면 모르겠니?’라던가 ‘내가 발트해의 방적상을 호위하고 있을 때의 일이지. 슬라브족 해적이 우리 배를 공격해 들어왔어. 우리는 대부분이 민간인에 상인들이었고 전투가 가능한 용병은 여덟밖에 되지 않았지. 반면 도끼와 원형방패를 든 슬라브족 해적은 이십이었어. 우리 배는 공포에 휩싸였지. 그때 내가 나서서 용병들을 이끌고 해적을 물리쳤지. 내가 직접 벤 해적만 해도 두 손의 손가락을 모두 써서 세야 할 정도였다.’라는 이야기를 해주었고 나는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토마스가 걱정되지는 않았다.

왜냐고? 어릴 적 아버지에게 토마스가 얼마나 강한지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토마스? 글쎄.... 내가 5명쯤 있으면 상대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아버지는 자신이 에스파냐 보병 10명 정도는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 하셨다. 그런 아버지가 자신이 5명 있어도 토마스를 상대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고 이야기 한 것. 아버지는 절대 나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고로 정말 아버지 5명은 있어야 토마스를 상대할 수 있는 것이고 아버지가 에스파냐 보병 열을 상대할 수 있으니 토마스는 50명. 그에 반해 요한은 2명을 상대한 것을 자랑했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저 둘이 왜 싸우는지에 대해 짐작할 수 없었지만 토마스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하지 않고 여유롭게 대결을 지켜볼 수 있었다.

챙.

다시 내가 처음 보았던 그 장면이다. 요한의 아밍소드를 토마스가 쇼트소드로 방어한다. 요한은 기다렸다는 듯 왼손의 개조 쇼트소드를 움직여 U자형 홈에 토마스의 쇼트소드를 고정한다. 요한은 아밍소드를 하늘 높이 치켜 올렸다가 힘껏 토마스의 쇼트소드로 내려친다. 이것이 요한이 수백, 수천 번을 연습했던 소드 브레이커 스타일이다.

소드 브레이커는 양날의 검이다. 적의 무기를 고정하기 위해 검에 U자형 홈을 만들어 놓은 만큼 무기의 내구도가 적의 무기보다 약하다. 그러니 제대로 각을 잡아서 고정시키지 않으면 아밍소드로 내려칠 때 적의 무기가 부러지는 것이 아니라 요한의 검이 부러질 수도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

“제대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엔 그럴 일은 없다고 요한은 확신한 듯 했다. 각이 제대로 잡히긴 했다. 그는 지금 내려치고 있는 아밍소드가 토마스의 쇼트소드를 반으로 부러뜨릴 것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퍽.

비틀. 풀썩

“.... 어?”

하지만 요한은 아밍소드를 마저 내려치지 못하고 비틀거리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아버렸다. 온몸에 힘이 빠져 왼손에 꼭 쥐고 있던 개조 쇼트소드까지 놓쳐버렸다. 그리고 요한이 주저앉은 머리 위, 원래 요한의 얼굴이 있던 부분에 버클러를 손에 쥔 토마스의 왼손이 자리하고 있었다.

토마스는 자신의 쇼트소드를 꽉 쥐고 있는 요한의 개조 쇼트소드를 달고 있는 상태 그대로 쭉 뻗었다.

푹.

쇼트소드는 요한의 부드러운 목에 박혀 들어갔고 그것으로 전투는 끝이었다.

***

“음. 이따가 왜 싸웠는지 물어봐야지.”

토마스가 이긴 것을 확인한 나는 넘버127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것을 지켜본 나지만 딱히 충격을 받거나 하지는 않는다. 죽음이야 어릴 적부터 몇 번이고 보아온 나다. 가끔 공개적으로 집행하는 사형을 보기도 했고 우리 집에 돈이 많다고 생각하고 쳐들어온 강도들을 아버지와 토마스가 상대해 죽이는 것도 본 나다.

그래서인지 방금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보았지만 무덤덤하다. 며칠간 친해졌다고 생각한 요한이 죽었다는 것에 약간 놀라긴 했지만 잠깐이다. 나만 이런 것은 아닐 것이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이 시대에 살고 있다면 어린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죽음에 초연해 질 수밖에 없지.

“그 사용자 등록이란 거 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아론님께서 저의 사용자가 되고 제 서포트기능을 이용하실 수 있게 됩니다.

“서포트기능이 정확히 어떤 걸 이야기하는 건데?”

-출현 시대에 맞춰 기능이 조정되기 때문에 아직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아론님께서 사용자가 되시면 그때 시대에 맞춰 기능이 확정 됩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틀은 정해져 있는데 바로 사용자의 능력 향상률을 신장시키는 것이 저의 주된 기능입니다.

“..... 뭔 말인지 모르겠어. 좀 쉽게 좀 이야기해봐.”

이 넘버127이란 유물은 말을 정말 어렵게 한다.

-예를 들어 아론님께서 검술을 익히실 때 평소엔 시간당 10만큼 익힐 수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만약 제 사용자가 되시고 제 서포트 기능이 활성화 된 상태에서 수련을 하시게 되면 10이 아니라 추가로 15만큼을 익힐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5만큼 수련치가 늘어난다는 것은 가정일 뿐 꼭 그렇게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기능 활성화율에 따라 가중치가 달라집니다.

“... 뭐래. 도대체.”

-... 더 빨리 강해지고 더 빨리 똑똑해집니다. 그 외에도 많은 기능이 있지만 주된 기능은 그것입니다.

“오. 그렇구나. 좋네. 역시 에흐몬트 사람들의 축복을 단 둘이 나눠 가진 자. 첫 여행에 유물을 얻는구나.”

-유물이 아니라 아이...

“알았어. 아이템 넘버127. 사용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돼?”

-사용자가 되시겠습니까?

“응.”

-아론 렐리. 아이템 넘버127의 사용자로 등록합니다.

.....

......

........

사용자 등록 완료.

시대에 맞는 서포트 체계 구성 시작.

.....

.......

.........

............

서포트 체계 구성 완료.

서포트 시작합니다.

아론 렐리. 서포팅 시스템 시작하시겠습니까?

“뭔지 모르겠지만 해야 하는 거겠지? 응. 할게.”

-서포팅 시스템 ‘대항해시대’ 활성화 합니다.

...

활성화 완료.

아론 렐리를 시스템 ‘대항해시대’의 초심자로 등록합니다.

..

등록 완료.

플레이어 등급 초심자는 시스템 ‘대항해시대’의 간략한 사용법을 알려주는 가이드 등급으로서 가이드를 전부 마치면 기본 등급인 브론즈로 자동 승급합니다.

가이드를 시작하시겠습니까?

“어떻게 되셨습니까. 유물의 주인이 되신 겁니까?”

토마스가 다가와 물었다. 방금 전투를 마친 그였지만 딱히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응. 주인인지 사용자인지는 됐고 지금은 무슨 시스템 등록 어쩌고저쩌고 막 이상한 말을 하고 있어. 넘버 127. 그 가이드란 거 꼭 지금 해야 돼?”

-아닙니다. 사용자의 재량으로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

“그럼. 나중에 하자. 지금은 일단 해야 할 일이 있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것으로 사용자 등록 모드 완전 해제 하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서포트 기능이 준활성화 됩니다. 완전한 활성화는 가이드를 마친 이후 가능합니다. 서포트 기능은 저를 아론님께서 소지하고 있을 경우에만 활성화 되며 몸에서 떨어지면 일시적으로 비활성화 됩니다. 장착과 해제는 아론님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 가능하며 착용을 원하실 경우 몸에서 떨어져 있어도 자동으로 이동되어 장착됩니다. 장착하시겠습니까?

“응.”

내가 대답함과 동시에 펜던트 모습을 하고 있는 넘버127이 은은한 빛을 내며 작은 안개처럼 변해 사라졌고 그 안개가 다 사라질 때쯤 이미 내 목에 걸려 있었다.

-그럼. 언제든 가이드를 시작하실 때 다시 불러주십시오.

“응.”

그것으로 더 이상 넘버127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일단 마무리는 된 것 같고..... 토마스.”

“네.”

“어떻게 된 거야?”

나는 목이 뚫린 채 시체가 되어 쓰러진 요한을 가리키며 물었다. 요한의 얼굴은 죽은 상태에서도 의문을 품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이 왜 힘을 잃고 주저앉았는지 죽을 때까지 몰랐던 모양이다.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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