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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언
옥좌에서 내려와 한발 한발 다가오는 샤르테.
존슨과 제임스는 한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모두 이 세상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죽음을 각오했지만 샤르테가 가진 그 압도적인 힘은 죽음을 각오한 굳건한 의지마저 무력하게 만들었다.
모든 능력자는 맹수와 닮았다.
맹수는 상대의 눈만 봐도 그 힘을 즉시 가늠할수 있다.상대가 가진 기운을 바탕으로 이 싸움에서 이길수 있을지 없을지 직감적으로 알아챌수 있다.허나 인간에겐 맹수에겐 없는 의지의 힘이 있다.누가봐도 가능성이 없는 싸움이라도 마지막까지 이어나갈수 있는건 바로 그 인간만이 가진 의지의 힘 덕분이다.그 의지의 힘은 그만큼 굳건했고 조금전 그 수많은 그림자들과 맞서 당당히 승리를 거머쥐게 했다.
하지만 그 강인한 의지도 모든 것을 초월한 강함 앞에선 급격히 한계를 드러냈다.
샤르테의 몸 주위로 격렬한 스파크가 튀어올랐다.
그녀가 한발 한발 걸을때마다 견고한 돌바닥이 폭격이라도 맞은듯 움푹움푹 들어갔다.
"오랜만이구나. 발레리누스.
네가 과거의 동료들을 모으고 원래의 힘을 되찾기까지 난 오쳔년을 기다렸다."
존슨과 인철의 이마위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긴장하지 않으려고 아무리 이를 악물며 버텨봐도 소용없었다.위협을 느낀 몸은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다.오금에 힘에 빠져 다리가 휘청댔고 이빨은 끊임없이 부딪치며 딱딱거렸다.존슨과 인철은 다가가지도 그렇다고 도망치지도 못한채 그만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녀는 겁에 질린 인철과 존슨을 그대로 지나쳐 용철에게 다가갔다.
"넌 남의 힘에만 의지하는 쓰레기다.
난 그런 네놈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졌지.내가 너를 갈기갈기 찢을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아느냐? 심연의 밑바닥에서 내가 받은 고통을 네가 아느냐?"
샤르테는 용철을 잡아먹을듯 쏘아보며 한발한발 다가섰다.
다른 사람들은 겁에 질린 기색이 역력했지만 용철만은 그녀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래서 이 땅에 탑을 세우고 괴수를 불러들였나?"
"그렇다. 이 모든걸 꾸민건 나다.
바로 네놈의 가장 처절한 파멸을 위해서."
"내가 발레리누스의 환생이라는걸 알았다면 나만 찾아죽이면 됐을텐데?"
"그렇게 할수는 없지.
너는 어차피 동료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무능력자니까.
자. 이제 과거의 모든 동료가 네 곁에 있다.힘이 닿는데까지 발악해봐라.발레리누스."
샤르테는 힘껏 칼을 쳐들었다.
"마음대로 될거 같냐!"
용철도 두 주먹을 불끈쥐고 반격태세를 갖췄다.
순식간에 떨어지는 칼날.
샤르테의 칼날이 대기를 두쪽으로 갈랐다.일반적인 검격과는 차원이 달랐다.단지 칼을 내리쳤을뿐인데 주변의 공기가 폭발하며 충격파가 순식간에 사방을 찢어발겼다.
샤르테의 칼이 용철의 몸을 정확하게 두쪽으로 갈랐다.
그녀의 입가에 잠시잠깐 비웃음이 흘러갔다.
하지만 다음순간. 샤르테의 칼을 맞고 토막났던 용철의 몸뚱이가 눈앞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칼을 내리친 자세를 피식 웃고있던 샤르테는 깜짝 놀라며 몸을 튕겨냈다.
용철은 음속을 까마득히 넘어선 샤르테의 검을 보란듯이 흘렸다.
잔상이 생긴건 용철의 움직임이 너무 빨랐기때문이다.그대로 멈춰서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10여미터 뒤로 물러선지 오래였다.
"잔상? 웃기는 개수작이군!"
"우옷!"
바닥을 박차며 몸을 튕겨낸 샤르테가 또한번 검을 쳐들었다.
10여미터 뒤로 물러섰던 용철도 그대로 권투 폼을 취하며 몸을 날렸다.
용철의 핵펀치가 순식간에 작열했다.
이 주먹을 맞고 이제껏 버틴 상대는 단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이 강력한 일격은 허공을 때렸고 사방으로 강렬한 충격파를 내쏘았다.용철이 순간 가속능력으로 샤르테의 일격을 흘렸듯 그녀도 바닥을 박차며 타격점을 벗어났다.
용철의 동료들은 비교적 기민하게 움직였다.
첫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지만 샤르테가 그 공격을 피하며 헛점이 생겼다.
샤르테의 왼쪽 발끝만 바닥에 닿았을뿐 오른쪽 다리는 허공을 밟고 있었다.물론 그녀가 어정쩡해진 자세를 수습하는데 걸린 시간은 1초이하의 극히 짧은 시간이었다.허나 최강급 능력자의 싸움에선 바로 이 1초라는 짧은시간안에 생과 사가 갈리는 법.
슉!
용철의 뒤에 서있던 샬럿이 순식간에 몸을 날렸다.
샤르테는 오직 용철만 신경썼고 오른손에 든 칼도 정확히 용철을 노리고 있었다.샤르테가 자세를 바로잡기도 전에 샬럿이 그녀의 왼발을 냅따 걷어찼다.
"!"
샤르테는 이 의외에 공격에 깜짝 놀랐다.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은 하나같이 과거 발레리누스와 함께 했던 동료들.하지만 발레리누스가 이전의 힘을 전부 되찾았다면 그 동료들은 여전히 지상인의 한계를 넘지못했다.그때문에 샬럿을 비롯한 용철의 동료들은 샤르테의 관심밖이었다.그런데 그 지상인에게 선제공격을 당할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조금전의 그 움직임은 도저히 지상인 능력자로 볼수 없는 수준이었다.오히려 심판자로 선택된 아틀란티스 왕족에 가깝다.
샤르테는 균형을 잃고 기우뚱하는 와중에도 입술을 꾹 깨물었다.
하찮은 하룻 강아지가 감히 겁도 없이 범의 모가지를 먼저 물어뜯었다.
[인커퍼세테이션!]
쩡!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샤르테의 검이 그녀의 손을 벗어나 공중제비를 돌았다.
그와 동시에 등뒤에서 그림자가 흔들리며 그것이 제임스의 모습으로 변했다.
[스파인 크러셔!]
제임스의 발끝이 바닥을 격렬하게 긁었다.
그의 몸이 순식간에 반회전하며 몸 주위로 격렬한 돌풍이 솟구쳤다.제임스의 단검이 굉음을 내며 샤르테의 등을 후려쳤다.그의 단검은 단 한치의 오차도 없이 샤르테의 척추를 꿰뚫었다.제임스의 기술은 비록 한방 한방의 위력은 약하지만 적이 방심하는 사이에 순식간에 그 급소를 파괴하는 가공할 암살기술.
"크억!"
생각보다 강한 타격에 샤르테의 몸이 걸레조각처럼 구겨졌다.
조금전 샬럿에게 걷어차이며 자세가 무너졌고 자세를 수습하기도 전에 제임스가 달려들었다.그녀가 휘청거리는 사이에 제임스의 몸이 팽이처럼 빙글빙글 끊임없이 돌아갔다.제임스는 또한번 몸을 뒤틀며 샤르테의 심장을 향해 회심의 일격을 꽂아넣었다.
인커페서테이션은 적의 무기를 강제로 날려버리는 기술이다.
일단 걸리면 무장이 해제되므로 반격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당하게 된다.샤르테는 무심코 땅에 떨어진 검을 잡으려다가 포기했다.검을 회수하는 사이에 몇방을 더 맞을지 모른다.그녀는 급히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새로운 검을 소환했다.
[핏빛 마나가 온누리에 가득하길. 모든 것은 한낱 먼지로 변해!]
[천운(天運)!]
샤르테의 검이 제임스의 정수리를 노리고 굉음을 냈다.
음속을 까마득히 초월한 검이 마치 한줄기 벼락처럼 허공을 갈랐다.검에서 발생한 막대한 풍압이 주변의 모든 것을 날려버렸다.
[인텐스 쉴드!]
샤르테가 천운을 사용하자마자 마리엘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마리엘이 손을 쳐들자 거대한 에너지 장막이 제임스를 비롯한 전원의 몸을 둘러쌌다.샤르테의 검이 제임스의 머리를 내리찍었지만 전혀 타격을 주지못했다.
샤르테는 마리엘의 반응속도에 혀를 내둘렀다.
저건 결코 눈으로 보고 반응하는게 아니다.재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타고난 힐러가 아니라면 조금전 공격에 대응하는건 불가능했다.
샤르테는 이번엔 마리엘을 노리고 검을 쳐들었다.
[미물들아. 별빛의 축복을 받아라.]
[빛은 어둠으로! 어둠은 빛으로! 이 모든걸 쓸어버리는 혼돈의 별!]
열두장의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펴고 그녀의 몸이 빛으로 변해 쇄도했다.
그녀가 한줄기 혜성으로 변해 사방을 날아다니자 주변의 모든 것이 산산히 파괴됐다.그녀가 날아갈때마다 바닥에선 벌건 불꽃이 튀어올랐고 홀의 견고한 석벽과 바닥에 깊숙한 균열을 아로새겼다.사방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굉음이 주변을 쉴새없이 강타했다.
반격을 준비하던 용철과 샬럿은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한줄기 빛으로 변한 상대를 맞추는건 거의 불가능했고 이미 무적이 걸려있다면 굳이 대미지를 염려하지 않아도 됐다.
그 거대한 혜성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을때 주변에 성한건 아무 것도 없었다.
샤르테가 앉아있던 옥좌와 홀의 사방이 떠받치던 기둥들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탑의 그 두터운 바닥도 이미 여기저기 갈라진채 내려앉고 있었다.갈라진 틈 사이로 아랫층의 모습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무적스킬 덕분에 위기를 넘겼지만 위험이 사라진건 아니었다.
조금전 사용한 혼돈의 별이 마리엘의 무적스킬을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천운!]
혼돈의 별을 사용하고 바닥에 내려오자마자 샤르테가 몸을 날렸다.
마치 한발의 화살처럼 마리엘을 향해 날아가는 샤르테.그녀는 바닥을 박차고 마리엘을 향해 칼 잡은 오른 손을 쭉 내밀었다.20여미터의 거리는 단 0.1초만에 좁혀졌다.
"악!"
샤르테의 칼날이 마리엘의 가슴을 깊숙히 관통했다.
조금전 두번의 공격을 무적스킬로 막아냈지만 무적을 사용하고 다시 사용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했다.그런데 조금전 샤르테가 사용한 스킬의 디버프 효과가 무적을 상쇄시켰고 무적이 사라지자마자 즉시 마리엘을 공격한 것이다.
이 공격은 마리엘의 체력 대부분을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천운(天運)은 상대의 체력 98%를 무조건 증발시키는 가공할 기술.
이 공격을 당하고 다음 스킬을 맞으면 어떻게 해보기도 전에 죽게 된다.
"우옷!"
샤르테가 마리엘을 찌르고 재차 내리치려던 순간.
멀찌감치 서있던 인철이 샤르테를 향해 풀링을 시전했다.인철이 발산한 기력 밧줄이 샤르테의 목을 단단히 옭아맸고 단 1초만에 그녀의 몸이 쭉 끌려왔다.
"큭!"
샤르테는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쳤지만 여의치않았다.
인철은 끌려온 샤르테의 뒷통수에 회심의 일격을 꽂아넣었다.
"이놈이!"
샤르테가 칼을 쳐들자 이번엔 범석이 풀링을 시전했다.
인철을 내리치려던 샤르테는 이번엔 범석의 기력밧줄에 걸려 쭉 끌려갔다.범석도 끌려온 샤르테의 뒷통수를 있는 힘껏 후려쳤다.범석의 바디버스터가 샤르테에게 적중.그녀의 방어능력을 극한까지 떨어트렸다.
범석과 인철의 클래스인 브레이브는 배틀마스터의 상급직업.
딜러로서의 능력은 상대적으로 뒤떨어지지만 적을 끌고오는 풀링스킬로 힐러를 지키고 아군의 딜 능력을 보조하는 훌륭한 세미탱커였다.
샤르테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디버프에 걸리며 그녀의 방어능력은 극한까지 떨어졌다.
"우오오오오오!"
샤르테가 인철과 범석의 풀링 스킬때문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을때 용철이 달려들었다.풀링에 걸려 주춤거리는 샤르테를 향해 용철의 핵펀치가 작열했다.
"컥!"
용철의 주먹이 샤르테의 명치를 격렬하게 올려쳤다.
그녀의 몸은 시위당긴 활처럼 꺾였고 열두장의 날개가 사방으로 깃털을 흩날렸다.얻어맞고 주춤주춤 물러서던 샤르테는 급히 자세를 가다듬고 반격하려 했지만 샬럿이 바람처럼 달려와 그녀의 무기를 날려버렸다.
숨돌릴틈도 없이 제임스가 샤르테의 배후를 장악하고 단검스킬을 꽂아넣었다.
빈틈없는 파상공격으로 샤르테가 정신을 못차릴때 마리엘은 착실하게 자신의 체력을 회복하고 또 한번 무적스킬을 사용했다.샤르테가 이 무적을 날려버리려면 또 한번 혼돈의 별을 사용해야 한다.그런데 그 스킬은 준비동작이 너무 길었다.그걸 쓰려면 날개를 전부 펴고 활공자세를 취해야하는데 용철 일행이 그걸 그냥 놔두지 않았다.
용철은 샤르테가 제임스를 공격하지 못하게 철저히 마크했다.
샤르테의 기본 방어력이 너무 높아서 자신이나 다른 동료들의 공격으론 거의 대미지를 줄수가 없었다.다만 제임스의 스킬은 다르다.단검 스킬은 적의 방어력을 기본적으로 무시하고 한번씩 엄청난 대미지를 준다.
지금 세희를 놀리고 있는건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마법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마땅한 생존기술이 없는 마법사가 지금 샤르테의 눈을 끌게되면 순식간에 당하게 된다.
용철과 범석 인철은 끊임없이 풀링을 사용했다.
샤르테는 마리엘이나 제임스를 공격하려 했지만 그때마다 풀링에 걸려 쭉쭉 끌려갔다.
"이 버러지같은 것들!"
샤르테의 몸위로 벌건 불꽃이 솟구쳤다.
그녀의 날개가 눈부신 빛을 뿜어내며 강렬한 충격파를 내쏘았다.
풀링을 사용하려던 인철과 범석이 뒤로 밀려나며 잠시 주춤거렸다.
그와 동시에 한줄기 빛으로 변한 샤르테의 몸이 주변을 남김없이 찢어발겼다.
[서쪽에서 부는 바람은 멸망의 바람!]
[지옥을 비추는 서천(西天)의 별!]
샤르테의 움직임은 이미 측정할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모든 것을 초월한 용철의 눈에도 샤르테의 움직임은 이미 한줄기 빛과 같았다.
한줄기 빛으로 변한 샤르테가 인철의 가슴에 회심의 일격을 꽂아넣었다.
"컥!"
이 일격에 인철의 몸은 허망하게 무너졌다.
마리엘이 즉각적으로 힐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인철아!"
용철은 인철이 공격당하는걸 보고 경악했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어있었다.인철은 주먹만한 핏덩이를 쿨럭쿨럭 토해내며 허망하게 주저앉았다.
빛보다 빠른속도로 인철을 쓰러트린 샤르테는 이번엔 범석을 노렸다.
범석은 본능적으로 물러서며 반격기회를 노렸지만 상대의 움직임은 이미 그의 동체시력을 까마득하게 넘어서고 있었다.
범석이 어떻게 해보기도전에 샤르테의 칼날이 그의 가슴을 관통했다.
"윽!"
범석은 가슴을 감싸쥐고 서서히 주저앉았다.
"범석아!"
용철은 어떻게든 샤르테를 붙잡으려 했지만 샤르테는 그런 용철을 놀리듯 이번엔 존슨을 향해 날아갔다.서천의 별은 조금전에 사용했던 혼돈의 별과는 질적으로 달랐다.이 기술은 한번 가속하면 적을 모두 죽이기전까진 절대 멈추지 않는다.너무 빨라서 반격하는건 고사하고 그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오우!"
존슨의 비명소리가 마치 메아리처럼 귓가를 울렸다.
마리엘이 힐을 하는 속도보다 샤르테의 공격속도가 더 빨랐다.
[네놈들이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운명이 바뀌진 않는다!]
[어차피 오래 살아봐야 100년! 필멸(必滅)의 너희가 할수있는건 아무것도 없어!]
[그 100년을 지금 단 1초로 줄여주마! 필멸대행(必滅代行)!]
샤르테의 몸에서 강렬한 화염이 솟구쳤다.
삽시간에 수천 수만개의 불덩이가 용철일행의 머리위로 비처럼 쏟아졌다.샬럿과 제임스는 저마다 자체버프를 사용하고 버티려고 했지만 수천 수만개의 불덩이를 다 피하는건 불가능했다.몇개의 불덩이가 샬럿의 타임리스 타임을 뚫고 그녀의 몸을 강타했다.
"미안해요. 용철씨...."
샬럿을 태워버린 샤르테는 자신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던 제임스를 향해 냅따 칼을 휘둘렀다.제임스도 회피를 올리는 자체버프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1초에 250번씩 날아오는 칼을 다 막아내는건 거의 불가능했다.몇번의 공격이 제임스의 몸을 관통했다.
"구용철씨. 저는 여기까지군요.....부디.....이 세상을..."
샤르테는 용철을 비웃듯 정신없이 날아다니며 동료들을 하나 둘 쓰러트렸다.
"마리엘!"
마침내 샤르테가 마리엘 앞에 섰을때.
용철은 정신없이 절규하며 샤르테를 붙잡으려 했다.
용철은 이미 이성을 잃었지만 이 최강의 적을 앞에 두고도 마리엘은 침착했다.
그녀는 샤르테를 똑바로 노려보며 마지막까지 힐과 버프에 전념했다.
"좋은 눈을 하고 있군."
샤르테가 칼을 번쩍 쳐들었다.
번쩍이는 칼날을 보며 마리엘의 눈이 잠시잠깐 흔들렸지만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지도 그렇다고 목숨을 구걸하지도 않았다.그녀는 날아오는 칼날이 아닌 뒤에서 달려오는 용철을 바라봤다.그녀가 발산한 빛이 또한번 용철의 몸을 따스하게 감쌌다.
"오빠. 다시 태어나도....저는 오빠를 찾을거에요."
마리엘은 마지막까지 비장한 얼굴로 그 자리를 지켰다.
샤르테는 그런 마리엘을 비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칼로 사정없이 내리쳤다.
"지상인 주제에 그정도면 잘했다."
"마리엘!!"
용철이 뛰어왔을땐 이미 모든게 끝난 뒤였다.모두 사라졌다.
자신과 아가사를 제외하면 전부 텔레포트 링을 장착하고 있었다.
그 링은 죽음에 이르는 공격을 받았을때 안전지대로 워프 시켜주는 장치.다만 링이 작동했다고 해서 반드시 살아있다는 보장은 없다.
샤르테는 마리엘을 베어버린 그 자세 그대로 용철을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이젠 네놈 차례다. 발레리누스."
용철은 그런 샤르테를 노려보며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녀는 전생의 연인이었으니 결코 남이라고 할순 없지만 지금은 적이었다.그리고 지금 자신이 누구보다도 아끼고 사랑하는건 다름아닌 마리엘이었다.그 마리엘이 지금 샤르테의 공격을 받고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누구든 마리엘을 건드리는 것만은 용서할수 없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가슴속 깊은 곳에서 괴성이 터져나왔다.
이제껏 억눌렸던 모든 것이 일제히 폭발하며 온 몸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 순간. 용철의 옷이 터지며 등에서 뭔가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건 열 두장의 날개.
샤르테의 것만큼 크고 아름다운 날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