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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
순식간에 날아오는 방패.
놈은 토끼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3단계 클래스의 탱커인 나이트 마스터와 완전히 동일한 능력치를 갖고 있었다.용철은 놈이 다가오자마자 맞서 달려가며 그 명치를 노렸지만 맘보 킹의 방패가 더 빨랐다.커다란 방패가 한순간 시야를 가리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쉴드 크래쉬의 효과가 느껴집니다]
쉴드 크래쉬의 위력 자체는 0에 가까웠지만 이걸 맞으면 약 5초정도 무방비 상태가 된다.이 5초동안 서바이버나 소드 마스터같은 딜러들이 달려들면 어떻게 해보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당하게 된다.용철은 당황스런 와중에도 눈을 부릅뜨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저 방패스킬의 원리는 타격으로 인해 상대의 뇌를 직접적으로 흔드는 것이었다.때문에 똑같은 디버프에 걸려도 정신력이 강한 사람일수록 회복속도가 빠르다.
용철은 몸을 움직일수 있게 되자 즉시 몸을 튕겨냈다.
"맘보! 맘보!"
일차적인 목표는 이놈이 아닌 다른 맘보들이었다.
용철은 탱커를 무시하려 했지만 놈은 끈질기게 쫓아오며 실드 크래쉬를 난사했다.맘보 킹의 방패가 또한번 용철의 뒷머리를 강타하며 눈앞이 아찔했다.용철이 잠시 주춤거릴때 후방에 있던 마리엘이 디버프 해제마법을 사용했다.
"오빠! 디버프 풀었어요!"
"음. 우오오오오-! 이 토끼새끼!"
용철은 모든 기력을 두팔과 다리에 집중시켰다.
응축한 기력이 폭발하며 팔 다리의 근육가닥 하나하나가 눈부신 섬광을 뿜어냈다.용철은 그대로 모든 힘을 폭발시켜 땅을 박찼다.단단한 돌 바닥이 깊숙히 함몰되며 사방으로 돌조각과 뿌연 분진을 정신없이 흩뿌렸다.그 먼지를 뚫고 용철의 몸이 한발의 포탄처럼 맘보들을 향해 날아갔다.적의 딜러들이 마리엘과 세희에게 바짝 접근했기 때문이다.
용철은 마리엘을 노리는 적 소드 마스터를 목표로 힘껏 주먹을 쳐들었다.
"맘보! 맘보!"
그때 적의 힐러가 무적 스킬을 사용했다.
겉모습은 두발로 걷는 토끼였지만 놈의 클래스는 분명 하이 헬퍼였다.적 소드 마스터를 향해 용철의 주먹이 작열했지만 10톤의 바위를 가루로 만드는 이 일격은 그놈의 몸에 닿기도 전에 튕겨나왔다.
"젠장!"
용철은 이번엔 힐러 맘보를 목표로 힘껏 몸을 날렸다.
무적을 사용하고 소드 마스터에게 힐을 퍼붓던 힐러 맘보는 용철이 달려들자 두어걸음 뒤로 물러섰다.바로 그때 적의 아크 메이지가 용철의 머리위로 광역마법을 퍼붓기 시작했다.이곳은 탑의 최상층이며 지붕으로 가로막힌 비교적 좁은 공간이다.설마 이 안에서 광역마법을 쓸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용철일행은 속수무책으로 마법을 얻어맞았다.
주변의 어둠을 단번에 날려버린 섬광.
수십개의 발광체가 용철 일행을 덮쳐왔고 곧 강렬한 폭발이 이어졌다.
"큭!"
"으악!"
일행은 용철을 중심으로 뭉쳐있었기에 광역마법엔 매우 취약했다.
처음부터 은신을 사용한 제임스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마법을 얻어맞았고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특히 레벨이 낮은 존슨은 그 마법 한방에 빈사상태가 됐다.
"마리엘! 힐! 전부 흩어져요! 존슨은 뒤로 물러서!"
용철의 지시에 따라 일행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때 용철을 따라다니며 귀찮게하던 적의 탱커가 마리엘을 목표로 풀링을 시전했다.맘보 킹의 손에서 거대한 기력 밧줄이 튀어나와 마리엘의 목을 단단히 휘감았다.맘보 킹이 손에 힘을 주고 잡아당기자 마리엘은 꼼짝도 못하고 끌려갔다.
"마리엘! 아니...이새끼가!"
끌려가는 마리엘을 보고 용철이 분통을 터트렸다.
지금의 용철은 이 맘보들을 일격에 죽일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지만 이놈들이 파티를 구성하고 덤비니 생각보다 힘들었다.
용철은 적의 탱커를 목표로 풀링을 시전했다.
더 레커닝으로 전직하면서 기존의 스킬들은 전부 사라졌지만 스킬을 사용하던 감각은 그대로 남았다.때문에 지금 시전한 것은 풀링이 아니라 풀링을 흉내는 것에 불과했다.그런데 손에 힘을 주자마자 탱커 맘보가 쭉 끌려왔다.
이미 사라지고 없는 기술을 흉내내는건 의미없는 짓이다.
그런데 그 기술은 용철의 잠재능력 속에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었다.눈으로는 볼수 없고 마법안경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아틀란티스의 영웅 발레리누스는 분명 그 기술을 쓸수 있었다.그리고 클래스의 변경으로 인해 삭제됐던 스킬은 지금 이순간 훌륭하게 되살아났다.용철은 심판자의 강력한 공격스킬을 얻으며 사라졌던 방해스킬을 다시 깨우쳤다.
마리엘을 끌어당기며 괴롭히던 탱커 맘보가 용철의 눈앞으로 끌려와 주춤거렸다.
탱커 맘보는 허겁지겁 용철에게 벗어나려 했지만 용철이 더 빨랐다.
또한번 풀링이 발동되며 마리엘을 향해 어기적어기적 달려가던 맘보 킹이 쭉 끌려왔다.
"맘보!"
맘보 킹은 분을 못참고 씩씩댔지만 용철의 손에서 벗어나는건 불가능했다.
용철은 그놈이 마리엘에게 접근하려 할때마다 계속 풀링을 쓰며 끌어당겼다.용철이 탱커 맘보를 끌고가자 그놈에게 쫓기던 마리엘은 즉시 무적을 시전하고 파티원 전원에게 버프와 힐을 제공했다.
그걸 본 맘보들이 잔뜩 인상을 쓰며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맘보! 저년을 죽여!"
"저년이 힐러야! 집중 공격해!"
아틀란티스의 부속섬에서 만난 맘보 킹은 인간의 말을 몰랐다.
그런데 이곳의 맘보들은 마치 사람처럼 완벽한 언어를 구하고 있었다.일개 괴수인 그들이 어떻게 인간의 말을 하는지는 알수가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걸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적의 소드마스터와 배틀마스터가 양쪽에서 마리엘을 협공했다.
무적의 유지시간은 10초.
그동안은 모든 공격을 무시하지만 무적이 풀리면 알아서 살아남아야 했다.적 딜러 2명에게 협공받고 있으니 당황해도 무리가 아니었지만 마리엘은 비교적 침착하게 무적의 유지시간을 계산하고 무적이 사라질쯤 자신의 몸에 힐을 퍼부었다.
"뭣들해요? 우리도 반격!"
샬럿을 필두로 한 능력자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용철과 제임스를 제외한 전원은 초반에 얻어맞은 적 아크 메이지의 마법때문에 반쯤 굳어있었다.모든 딜러들의 행동이 봉쇄된 상황에서 힐러가 쓰러진다면 결과는 뻔했다.하지만 마리엘은 생각보다 잘 버텼고 용철은 적의 탱커가 마리엘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철저히 마크했다.
"맘보! 나이트는 뭐하고 있어? 놈들이 오지 못하게 막아!"
샬럿의 첫번째 공격목표는 적 아크 메이지였다.
소드 마스터와 배틀 마스터가 지금도 마리엘을 몰아치고 있었지만 그 두놈에게 맞으면서도 마리엘은 꽤 잘 버텼다.그렇다면 지금 힐러를 죽이고 이쪽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할수 있는건 적의 아크 메이지와 서바이버뿐이었다.
샬럿은 우선적으로 적의 아크 메이지를 공격해서 마법을 쓰지못하게 방해하고 숨어있는 서바이버가 나오는 즉시 잡을 생각이었다.
[얼티밋 트랜스 픽션!]
샬럿의 몸이 검과 함께 마치 한발의 화살처럼 아크 메이지를 향해 쇄도했다.
지팡이를 쳐들고 다음 마법을 준비하던 아크 메이지는 깜짝놀라 뒤로 물러섰다.
[맘보 맘보! 워프!]
아크 메이지의 몸이 잔상을 남기며 약 50미터 뒤로 물러섰다.
샬럿이 적 마법사를 쫓아다니는 동안 용철은 적의 탱커를 이리저리 잡아당기면서 마리엘쪽으로 이동했다.마리엘의 근처엔 존슨이 있었지만 사실상 도움이 안됐고 지금 제대로 딜을 넣을수 있는건 공주와 자신뿐이었다.
"세희야! 이때다!"
이 혼전속에서 적의 힐러를 찾는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힘이면 이 맘보들을 전부 원샷원킬 할수 있었지만 무적을 받고 설치면 죽일 방법이 없었다.때문에 용철은 세희의 범위마법을 이용해 놈들을 단번에 끝낼 작정이었다.리리스로 변한 세희는 이미 안전한 천장쪽으로 올라가 있었다.
놈들이 힐러에게만 신경쓰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였다.
어둠을 뚫고 수십개의 화염구가 맹렬하게 쏟아졌다.
수준 낮은 마법사들의 범위마법은 근처의 모든것을 타격하지만 고레벨 마법사의 마법은 아군은 철저히 비켜간다.사방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불기둥이 치솟았다.마리엘을 공격하던 적의 소드마스터와 배틀마스터는 세희의 광역마법을 맞고 비명을 내질렀다.
"크악! 맘보! 아프다!"
놈들은 마리엘을 공격하다말고 그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발광을 했다.
조금전 적 아크 메이지의 광역마법이 피격자의 행동을 봉쇄하는 스턴효과가 있었다면 세희의 마법은 타격을 입히면서 적을 매혹하는 효과가 있다.비명을 지르며 펄쩍펄쩍 뛰던 맘보 킹들이 곧 실실 웃으며 어디론가 쫄래쫄래 달려갔다.
세희가 떠있는 곳은 약 10여미터 상공.
놈들은 공중의 세희를 올려다보며 입을 헤벌렸다.
[모든 것을 심판하는 서천(西天)의 냉엄한 칼날. 혼동(混同)하는 그림자!]
놈들이 세희주변에 모이자마자 아가사 공주가 광역스킬을 사용했다.
여덟장의 날개가 눈부시게 빛나며 한줄기 빛으로 변한 그녀가 맘보 킹 무리를 삽시간에 휩쓸었다.혼동의 그림자는 히든 클래스 '더 레커닝'의 일격필살의 범위스킬이다.다만 발동속도가 너무 느려서 누군가가 적들을 모아줘야 효과를 발휘한다.
"크억!"
"칵!"
세희에게 현혹되어 입을 헤벌리던 맘보들이 순식간에 고기조각으로 변해갔다.
적의 배틀마스터와 소드마스터는 스킬한번 제대로 못써보고 즉사했다.
[맘보 킹(검)을 쓰러트리고 718,900,000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맘보 킹(검)이 사망하여 엘릭서(힘) 1개를 떨어트렸습니다.]
[구용철, 샬럿, 민세희, 마리엘의 레벨이 1올랐습니다.]
[존슨, 나인철, 장범석의 레벨이 10올랐습니다.]
[레이드 성공을 축하합니다.]
[맘보 킹(격투)를 쓰러트리고 718,900,000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맘보 킹(격투)가 사망하여 극한의 비전서 1개를 떨어트렸습니다.]
[맘보 킹(격투)가 사망하여 아틀란티스인의 뽕브라 하나를 떨어트렸습니다.]
[구용철, 샬럿, 민세희, 마리엘의 레벨이 1올랐습니다.]
[존슨, 나인철, 장범석의 레벨이 10올랐습니다.]
[레이드 성공을 축하합니다.]
공주가 스쳐간 자리엔 거대한 균열만 남았다.
조각조각 찢겨진 맘보들의 잔해곁엔 놈들이 떨어트린 아이템이 수북하게 쌓였다.
혼동의 그림자를 맞고도 살아남은건 적의 탱커뿐이었다.
놈은 반쯤 박살난 방패로 얼굴을 가리며 힘겹게 헐떡였다.
"맘보! 힐러는 어디갔어! 힐이 필요해! 이놈들 강하다! 맘보!"
힐러를 부르며 발광하는 그놈을 향해 용철이 온 힘을 다해 몸을 날렸다.
"우오오오오오-----!"
놈은 정면에서 달려오는 용철을 발견하고 방패를 쳐들었지만 반쯤 부서진 방패로 용철의 일격을 막는건 불가능했다.용철의 핵펀치가 방패를 부수고 그놈의 면상을 후려쳤다.핵주먹을 제대로 얻어맞은 탱커는 곧 쓰러질듯 휘청댔다.
그 꼴을 보고 멀리서 맘보 힐러가 달려왔다.
바로 그때. 그놈의 등뒤에서 그림자가 흔들리며 제임스의 모습으로 변했다.
[하트 스토퍼!]
놈이 어떻게 해보기도 전에 제임스의 단검이 놈의 등을 깊숙히 꿰뚫었다.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며 맘보 킹의 몸이 천천히 무너져내렸다.방어구가 온전했다면 그 갑옷을 뚫고 급소를 노리긴 힘들었겠지만 놈의 갑옷은 공주와 용철의 공격으로 이미 걸레조각으로 변해있었다.죽어가는 적의 배후를 노리는게 서바이버의 특기였다.
"마...맘보! 나이트가 당했다!"
힐을 하려고 달려오던 하이 헬퍼는 나이트가 죽는걸 보고 사색이 되서 도망치려고 했다.하지만 놈이 미처 몇발짝 도망가기도 전에 용철의 풀링이 그놈을 사정없이 잡아당겼다.
"우오오오오! 죽어랏!"
용철의 핵펀치가 적 힐러의 면상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단 일격에 빈사상태가 된 맘보 힐러가 휘청거릴때 또 등뒤에서 제임스가 나타났다.힐러가 미처 손을 써보기도전에 제임스의 단검이 힐러의 심장을 관통했다.
"맘보! 맘보! 침입자다!"
"놈들을 죽여라! 맘보!"
탱커에 힐러까지 죽이면서 전부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저쪽의 계단에서 또 수십마리의 토끼인간이 무리를 지어 달려들었다.
"가까이오기 전에 몸으로 막아야합니다!"
"네!"
"공주님! 같이 가시죠!"
처음 나타난 파티를 사실상 괴멸시키며 홀의 대부분을 장악했지만 이대로 적이 꾸역꾸역 밀려든다면 벽으로 몰릴게 뻔했다.용철은 계단에서 밀려오는 맘보 킹들을 막아서고 닥치는대로 주먹을 휘둘렀다.덩치 큰 용철이 앞을 막고 공주가 한번씩 범위스킬을 날려대자 맘보 킹들은 홀에 진입하자마자 숱하게 죽어나갔다.
사실 이놈들의 공격력은 50레벨대의 전사가 감당할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지만 용철과 공주는 둘다 히든 클래스인 더 레커닝이었다.
맘보 킹 10마리가 협공해도 힐만 받으면 충분히 버틸수 있다.
용철과 공주가 앞에서 버티는 사이에 세희는 쉼없이 마법을 뿌려댔다.맘보들은 어떻게든 세희를 죽이려고 발광했지만 계단앞을 막은 용철을 떨쳐내는건 불가능했다.게다가 아까 아크 메이지를 쫓아갔던 샬럿까지 합세하면서 맘보들은 계단위로 올라오자마자 채 10초도 버티지 못했다.용철 일행의 엄청난 화력앞에 적들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놈들의 경험치는 어마어마했다.
팀의 주력맴버인 용철과 샬럿 세희 마리엘은 마리당 1레벨업을 했고 공주도 3마리정도를 잡으니 레벨업을 했다.특히 보조맴버인 존슨과 인철등의 레벨업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그들은 초반에 잡은 2마리로 50레벨을 돌파했고 용철의 레벨을 바짝 따라잡았다.
맘보인간들의 소리가 더이상 들리지 않게 됐을때.
용철일행은 전원 71레벨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