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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
전세계에서의 영향력 확대.
그것은 미국 대외정책의 근간이었다.
미국이 중동에 지속적인 개입을 하는건 바로 전세계 석유 생산이 상당부분 중동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세계의 수도꼭지라는 중동을 틀어쥐고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야 유럽및 동아시아의 경쟁국들에게 압박을 가할수 있다.
특히 미국의 최대 경쟁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은 중동산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으니 미국이 중동에 신경을 쓰는 것도 당연했다.만약 중국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게 되면 석유를 무기로 잠재적 경쟁국을 압박한다는 기존의 전략에 차질을 빚게된다.
미국은 최근까지 이스라엘및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며 이란과 대립하고 있었다.하지만 이라크등 기존에 터를 닦아놓은 지역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고 중동 곳곳에서 혁명이 일어나 친 서방측 정권들이 붕괴되면서 미국은 궁지에 몰렸다.
게다가 국내의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미국은 본격적으로 군비축소를 논의해야할 상황에 봉착했다.이 상황에서 중동에서 더이상 판을 벌린다는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이렇게 미국이 돈때문에 걱정하고 있을때 괴수가 나타났고 능력자가 나타났다.
초창기에 각성한 능력자들의 거의 대부분은 미국인이었다.미국은 그 새로운 힘을 바탕으로 세계의 코어를 독점하며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미국의 전략적 무기가 중동의 석유에서 아틀란티스의 코어로 바뀐 것도 바로 그 시점부터였다.
또한 미국에서 셰일 오일과 셰일 가스를 상업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굳이 중동에 목을 맬 이유가 없어졌다.셰일(shale)이란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층을 뜻한다.셰일 오일및 가스의 개발은 곧 퇴적암에서 이런 것들을 추출하는 일인데 셰일에서 오일및 가스를 추출할수 있다는건 1970년대부터 알았지만 이게 실용화되진 못했다.이는 당시의 기술로 셰일을 개발한다는건 비용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동의 유전은 그냥 꽂으면 기름이 나온다.
그러니 이런 유전을 놔두고 굳이 셰일을 정제해서 오일을 추출하는 수고를 할 이유가 없었다.그런데 국제 유가의 상승및 정제기술의 발전으로 셰일 개발이 채산성을 인정받게되자 미국은 순식간에 세계 최고의 산유국 대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미국 셰일의 매장량은 러시아에 이어 세계 2위였다.
이제 막말로 중동과 아예 손을 끊어도 얼마든지 석유와 가스를 자급할수 있게 됐다.
배가 불러진 미국은 이란과 살짝 화해무드를 조성하며 서서히 중동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물론 중국이 중동 국가들과 밀월관계를 형성하는건 원치 않았기에 CIA요원들을 파견하여 중동 각국 요인들을 지속적으로 도청하고 중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자...
미국의 셰일 가스 생산량은 무지막지하다.
그렇다면 미국 국내에서 소비하고 남은건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든 해외에 팔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미국의 소중한 원유 공급처였던 중동이 이제 미국의 짜증나는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이 에너지 비지니스에서 우위를 확보하기위해선 미국의 셰일가스 및 오일의 가격 경쟁력은 필수적이다.그럼 어떻게든 중동의 석유및 가스 생산량을 감소시키고 생산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을 유도해야한다.
석유및 가스의 생산을 단기간에 감소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전쟁을 비롯한 해당 지역내의 어떤 심대한 불안요소가 필요하다.
중동및 아프리카 지역의 정세가 불안한데도 국제유가가 그대로인건 미국의 셰일때문이다.즉 이는 바꾸어 말하면 미국의 이란에 대한 금수조치, 시리아및 리비아 그리고 수단의 내전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에 대한 혜택을 전부 미국이 보고 있다는 뜻이다.
용철 일행이 연합훈련을 마치고 귀국한지 얼마후.
능력자 협회의 리처드는 미국 최대의 셰일개발업체인 ASC(전 미국 셰일 개발공업) 본사를 찾았다.
그는 이 ASC회장과 손을 잡고 중동의 테러집단을 몰래 지원하고 있었다.
물론 리처드 밑에 있는 휘하 지부장들은 리처드와 협회가 항상 세계평화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했다.아틀란티스 발견을 기점으로 리처드 일파가 서서히 마수를 드러냈지만 변심한 샬럿과 몇몇을 제외하면 여전히 리처드에게 속고 있었다.
미국은 항상 자국의 이익을 최선으로 쳤지만 그렇다고 정부 차원에서 테러를 지원한 적은 없었다.그건 불특정 다수에 대한 테러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용인될수 없는 극악한 범죄였기 때문이다.하지만 리처드는 결과를 위해서라면 수단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는 인간이었다.결국 능력자들의 우두머리인 그가 혼돈을 일으키는 중심축이었던 셈이다.
"아침부터 뉴스에서 난리가 아니더군요.
백주 대낮에. 그것도 사우디 수도 한복판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했으니."
"하하하하. 중동에 테러 안전지역이 어디있습니까. 다 거기가 거기죠."
리처드와 회장은 만나자마자 와인잔을 부딪치며 신나게 히히덕거렸다.
능력자 협회원 일부가 테러조직에 가담하면서 중동의 미래는 이제 한치앞을 바라볼수 없게됐다.테러범들은 원래부터 강했지만 거기에 미국에서 교육받은 능력자들이 합세하면서 그 전력이 이미 정규군을 넘어서버렸다.
테러조직을 소탕할수없다면 그들은 필시 미국의 도움을 청할 것이다.
그들은 더 강한 테러 억제력을 위해 미국의 최신무기를 사가고 또한 미국의 영향력 아래 숨죽이게 된다.그리고 중동의 불안으로 미국의 셰일 에너지는 세계시장에서 최고의 우위를 장악할 것이다.이게 꿩 먹고 알 먹고가 아니고 뭐겠나?
"그건 그렇고 협회내에서 협회장님께 반기를 든 자들이 있다구요?"
"그런 자들이 좀 있죠."
리처드는 그렇게 대답하며 심히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은 협회내의 사조직이 공고하지 못하고 때마침 발생한 연합훈련 사건때문에 일본인들이 이탈하면서 일본과의 관계도 영 서먹하게 됐다.
작금의 사태를 만든 원흉은 바로 한국 지부장 샬럿과 그 일당.물론 애초에 비상용으로 쓰라며 줬던 장치를 아무렇게나 쓴 야마모토에게도 어느정도 책임은 있었지만 샬럿이 들쑤시지만 않았다면 자신이 곤경에 처하는 일도 없었을거라 생각했다.
"어떻게? 제가 손을 좀 쓸까요?"
"아뇨. 회장님께서 나서실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게 아니라 최소 협회내의 일이라면 응당 제가 손을 쓰는게 도리겠죠."
물론 ASC 회장은 상당한 힘을 가진 사람이라서 그의 도움을 받으면 샬럿의 기반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하지만 샬럿 문제는 어디까지나 협회내의 문제였다.협회의 일을 외부인사의 도움을 받아 처리한다는게 영 마음에 안들었다.
"따로 생각해둔 방법이라도 있으신가요?"
"특별한 방법이 뭐 있겠습니까? 가장 간단한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죠."
리처드는 잠시 천장을 올려다보며 눈을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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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시 귀국한 용철은 우선 김덕배 대통령을 만나 일본의 도발에 대비할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라고 조언했다.현재 한국 능력자 지부의 전력은 정규군 전체와 거의 맞먹는 수준.용철은 국방부 장관도 아니었고 지부장도 아니었지만 그의 발언권은 이미 웬만한 장관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그래요? 제국 정파가 드디어 행동을 개시했군요.
안그래도 일전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문제로 일본 총리와 대판 싸웠었지요."
제국정파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대통령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들은 일본이라는 나라를 대동아공영권을 외치던 2차대전때의 군국주의 국가로 되돌리려는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이 일본 국내에서 세력을 떨치고 있으니 이웃나라의 입장에선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그들은 조만간 분명 독도문제를 걸고 넘어지며 도발을 감행할 것이다.김덕배 대통령도 그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기에 용철의 조언을 가감없이 받아들일수 있었다.
"물론 그들이 단기간에 전쟁을 일으킬거라고 확신할순 없습니다만..."
"알고 있습니다. 준비를 해서 나쁠게 없다는걸요."
"그건 그렇고 저번에 대통령께서 중국과 담판을 지으신건 정말 잘 하신겁니다.
그들은 지금 신장 위구르 문제로 골 머리를 앓고 있습니다.이 상황에서 이웃나라와 대치할순 없는 일이고 그때문에 빨리 이쪽 문제를 해결해야 했죠.기회라는건 늘 오는게 아닌만큼 대통령께서 중국을 방문하신 시기는 정말로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요? 나라고 항상 청와대에서 손을 놓고 있는 아니니까요.
그래도 최소한 국제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파악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대통령은 용철의 그 칭찬이 흡족했는지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구용철씨."
"네."
"이번에 미국에서 중동 파견 문제를 논의하게 됐어요.
이라크와 시리아를 중심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던 급진주의 테러조직이 중동 전지역에서 외국인에 대한 테러를 감행하고 있어요.그 자들은 최근까지도 중동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우리 국민들을 납치해서 몸값을 요구하는등 문제가 많았지요.해서 이번에 미국 및 동맹국들과 힘을 합쳐 중동에 군을 파견할까 하는데 구용철씨 생각은 어때요?"
"으음...."
물론 대통령이 언젠간 중동 문제에 대해 거론할거라 예상은 했었다.
다만 현재 전세계적으로 전쟁 및 테러의 위험요소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만큼 잠시 상황을 지켜보는게 낫다고 생각했다.일단 김덕배 대통령에게 군 파견을 요청한 미국 정부와 막후에서 활동하는 리처드 일파는 결코 마음놓고 믿을수 있는 놈들이 아니다.그들의 군의 파견을 요청한 것이 단지 재외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테러의 잠재적인 위협을 예방하는 수준이 아니라 다른 목적을 갖고있다면 섯불리 움직여선 안된다.
"일단 테러범들이 우리 국민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는만큼 어떤 식으로든 놈들을 징벌해야하는건 사실입니다.허나 우리 정규군을 파견하게 되면 그들의 공격목표가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바뀔지도 모릅니다.군의 파견으로 중동 현지의 사정은 조금 나아질지 모르지만 우리 국민들이 이제까지 남의 나라 이야기던 테러위협에 시달릴지도 모릅니다."
김덕배 대통령은 잠시 턱을 괴고 뭔가 깊은 생각에 빠져있었다.
"흠....정규군이 안된다면 비정규군은 어떤가요?"
"비정규군라면 현지에서 사람을 사서..."
용철은 보어전쟁 전에 영국이 했던 짓을 떠올렸다.
그들은 금광과 다이아몬드 광산을 노리고 트란스발 정부를 무너뜨리려 했지만 영국군을 직접 보내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길게 뻔했다.그 때문에 생각해낸 것이 사람을 사서 현지 반란군으로 위장하는 방법이었다.그 방법은 직접 개입하는 것보다는 효과가 떨어질지몰라도 일이 잘못됐을때 뒷탈이 적은 장점이 있었다.
"아니오.지금 각 분쟁지역에는 테러조직과 그에 반대세력간의 다툼이 치열해요.우리 군의 직접적인 개입이 또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우리쪽에서 일당백의 특수요원들을 현지에 보내서 반 테러쪽 진영을 지원하면 어떨까해서요."
대통령은 그렇게 말하며 슬쩍 용철의 눈치를 봤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알겠습니다."
요컨데 이는 용철을 비롯한 능력자들을 조용히 파견해서 압도적인 힘으로 테러조직을 누르겠다는 소리였다.사실 미국이나 리처드가 이끄는 협회를 더이상 믿을수 없게된만큼 미국의 요청으로 중동에 간다는건 여러모로 꺼림칙했다.
하지만 이대로 손을 놓고 있을수만큼 없었다.일단 현지 무장세력에 한국인들이 포로로 잡혀있으니 어떻게든 그들을 구해내야했다.지금도 놈들은 중동 곳곳을 누비며 외국인을 납치하고 무자비한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테러조직의 뒤에 악 성향 능력자들이 있는게 확실한만큼 그들을 조속히 뿌리 뽑는게 자신의 할 일이라 생각했다.
"국내문제는 대통령께서 잘 하실거라 믿겠습니다.
군을 점검하시고 언제든 비상사태에 대비할수있도록 해주십시오.특수부대나 능력자 지부를 통틀어 갈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제가 대원들을 이끌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잘 알겠소. 나는 구용철씨만 믿고 있겠어요."
용철은 우선 중동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일본에서 득세한 제국정파와 중국의 테러및 반정부 시위때문에 동아시아 전체가 시끄러웠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은 분명 중동이었다.섯불리 군을 파견하는게 또다른 분쟁과 테러의 불씨가 될수있는만큼 소수정예부대의 활동은 필수적이었다.그리고 국내에 그런 일을 할수 있는 사람은 오직 용철과 그 동료들뿐이었다.
단 일곱명으로 아틀란티스를 탐사하고 기지를 건설한 용철은 분명 한국이 낳은 걸출한 영웅이었다.그리고 그런 용철에게 대통령과 국민들이 거는 기대가 컸다.용철은 그걸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이 이 큰일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덕배 대통령은 그런 용철에게 훈장을 내리기로 했다.
브라질에서의 전공이야 어디까지나 개인의 성공을 위한 것이었다.하지만 탐사대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지부 운영에 헌신한건 분명 이 나라를 위해 공헌한 일이었다.
중동 파견을 결정한 그날.
용철은 화랑무공훈장을 받고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