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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커닝-116화 (116/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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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제임스란 사내는 그 흉측한 거대 애벌레를 입에 문채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걸 옆에서 보고 있던 샬럿은 이미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용철은 얼른 그녀의 손을 잡아 끌었다.이 사내가 뭐하는 인간인지는 아직 알수 없었지만 일단 하는 짓이 너무 혐오스러웠기 때문이다.용철과 샬럿이 슬금슬금 뒷걸음질치는 순간에도 그 거대 애벌레는 제임스의 입에 물린채 힘겹게 몸을 뒤틀고 있었다.

"이래봬도 단백질 함량이 쇠고기의 4배지. 하나만 먹으면 1주일은 버틸거야."

그는 용철과 샬럿을 한번 슥 쳐다보더니 그 애벌레를 끝내 입안에 다 밀어넣었다.

샬럿은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올라오는지 한손으로 입을 막고 있었고 그녀를 진정시키려던 용철도 조금씩 얼굴이 굳기 시작했다.애벌레는 그냥 보기만 해도 심히 불쾌한 생물이었다.그걸 맨손으로 만지는 것만해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데 설마 그런걸 입에 넣는 인간이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애벌레가 너무 컸기때문인지 그의 볼이 마치 개구리 볼처럼 빵빵하게 부풀었다.

그는 그 애벌레를 입안에 구겨넣더니 되새김질을 하는 소새끼처럼 한참 입을 오물거렸다.곧 그 입술사이에서 보기만 해도 역겨운 황갈색 액체가 툭 터져나왔다.

그걸 본 샬럿은 한손으로 입을 막은채 몸을 웅크렸다.

"후아...이건 지독한 맛인데요.

마치 1년동안 푹 썩힌 피쉬 앤 칩스에 하수구 슬러지를 넣고 버무린 맛이에요."

그는 애벌레를 씹으며 오만상을 짓더니 갑자기 코를 막았다.

그 일그러진 표정만 보면 당장 구역질을 할거 같았지만 그는 그래도 그 애벌레를 끝끝내 씹어 삼켰다.남들보단 비위가 강하다고 자부했지만 저걸보니 갑자기 구역질이 났다.용철은 급히 샬럿을 데리고 이놈에게서 벗어나려했지만 그녀는 이미 도망친 뒤였다.

용철은 다시 해변으로 나왔다.

탐사대장이며 팀의 명령권자인 샬럿이 도망쳤으니 그녀를 찾는게 우선이었다.막 보트를 세워둔 쪽으로 나오니 물가에 샬럿이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세희가 샬럿의 등을 두드리고 있었고 마리엘은 힐을 하는지 근처에서 그녀를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괜찮아요? 지부장님."

"아...네. 괜찮아요. 그걸 보니 갑자기 올라와서...."

한참 토하고 있던 샬럿은 용철이 다가오자 짐짓 강한척 했지만 낯빛이 해쓱한게 전혀 괜찮은 얼굴은 아니었다.하긴 처음 애벌레를 보고 놀란걸 보면 그녀는 벌레에 유난히 약한 모양었다.그런데 그걸 씹어먹는 인간을 봤으니 속이 온전할리가 없었다.

"정찰을 하려다가 이상한걸 봐 버렸네요. 이만 돌아갈까요?"

용철이 샬럿을 챙기고 있을때 숲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그 제임스라는 인간이 정글 나이프로 덩굴을 쳐가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디서 오신 분들인가요?"

그가 나타나자 샬럿은 무슨 귀신이라도 본 얼굴이었고 다른 두 여자도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그런데 이놈은 꽤 넉살이 좋은지 실실 웃으면서 계속 다가왔다.

이놈이 샬럿을 놀라게 한걸 생각하면 그냥 꺼지라고 하고 싶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가 이쪽을 놀라게 할 생각에 그런 짓을 한거 같진 않다.일단 그가 입은 옷이 진흙투성이였고 머리도 잔뜩 헝클어진게 숲속에서 꽤 오랫동안 헤맨 사람 같았다.만약 그가 숲속에서 조난당했다면 살아남기위해 애벌레라도 먹을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저희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한국? 오! 그렇지! 한국에서도 탐사팀을 파견했다고 들었는데 당신들인가요?"

"으흠!"

그는 처음엔 물가에서 약 5미터쯤 떨어진 지점에 멈춰섰지만 용철이 말을 받아주자마자 능글맞게 웃으면서 슬슬 다가왔다.이제보니 생긴 것도 멀쩡하게 생겼고 넉살도 좋은거 같은데 어쩌다가 숲 속에서 애벌레를 잡아먹는 신세가 됐을까.

"저는 영국 탐사팀의 제임스라고 합니다."

그는 씨익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제임스는 조금전 애벌레 사건이 있기전까지만 해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었다.전혀 모르는 사람과 같이 있는건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그러니 마리엘이나 세희가 제임스를 경계하는건 당연했다.그런데 이놈은 자신을 경계하던 말던 상관없다는 표정이다.

용철은 무심코 그가 내민 손을 잡으려다가 무의식중에 그 얼굴을 쳐다봤다.

그는 얼른 손을 잡아달라는듯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었다.비록 얼굴은 진흙이 튀어올라 엉망이었지만 그 눈빛과 표정이 너무 해맑아서 도저히 외면할수가 없었다.용철은 얼른 오른 손을 바지에 닦은후 그의 손을 꾹 잡았다.

"하하하! 다행스럽게도 좋은 분들이군요.

조금전에 당신들이 내 애벌레를 빼앗아 먹을까봐 조마조마 했거든요.그런데 이렇게 좋은 분들이라는걸 진즉에 알았으면 그 애벌레를 조금 나눠드렸을텐데요."

"아뇨. 괜찮습니다."

생각같으면 그딴 애벌레 줘도 안먹는다고 하고 싶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먹을 것만 보면 눈이 뒤집혀서."

그는 애벌레에 환장했던게 조금 부끄러웠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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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일단 본격적인 탐사를 내일로 미루기로 하고 제임스를 데리고 왔다.

그에겐 비위 약한 샬럿을 토하게 만든 괘씸죄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조난당한 사람을 버리고 갈수도 없었다.게다가 그가 영국 탐사대의 일원으로 본도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면 분명 여러가지 값진 정보를 많이 얻어낼수 있을 것이다.

용철일행은 제임스를 배의 목욕탕으로 데려가 목욕부터 시켰다.

그는 숲을 헤맬때는 완전 거지 꼴이었지만 막상 목욕을 시키고 옷을 갈아입히니 얼굴에서 반짝반짝 광채가 났다.처음 인사를 나눴을때부터 꽤 잘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이놈이 보통 미남이 아니었다.

지부장 샬럿과 용철은 제임스가 목욕을 끝내자마자 배의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오오오! 이런 진수성찬이!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네네~ 사양하지 말고 많이많이 드세요."

그는 음식이 나오자마자 게눈 감추듯 닥치는대로 먹어치웠다.

"후아~ 정말 맛있네요. 와인도 정말 좋군요."

그는 맛있다는걸 온 몸으로 표현했다.

이제보니 이놈에겐 부끄러움이나 낯가림같은건 도저히 찾아볼수가 없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낯선 이에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접근할수도 없었을 것이고 또 여기까지 쫄래쫄래 따라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샬럿과 용철이 동행의향을 묻자마자 설익은 농담까지 해가면서 잘도 따라왔다.목욕탕으로 안내했을때도 정말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쑥 들어갔고 거침없는 행동은 식당에서도 마찬가지였다.그는 음식이 나오자마자 자기 집에서 식사하듯 아주 자연스럽게 먹어치웠고 후식으로 와인까지 주문했다.

용철은 그의 뻔뻔함에 혀를 내둘렀다.

문득 마리엘과 처음 만났던 그 날이 떠올랐다.

쫄쫄 굶고 있는게 너무 안스러워서 코파카바나 해변 인근의 식당으로 데려갔다.뭐가 맛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이것 저것 많이 시켰고 사양말고 먹으라고 권했었다.그때 그녀는 선뜻 음식에 손을 대지못하고 자꾸만 눈치를 봤다.그때의 마리엘과 지금의 제임스를 비교하면 모든게 하늘과 땅 차이였다.

"이거 꿈만 같네요. 제가 이렇게 맛있는걸 먹을줄이야."

제임스는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배를 툭툭 두드렸다.

사실 그다지 맛있는건 없었다.거의 모든 메뉴가 인스턴트 냉동식품이었고 냉동식품이 아닌건 마리엘이 만든 계란찜뿐이었다.때문에 다들 못죽어서 먹는다는듯 깨작거렸지만 제임스는 그걸 먹을때마다 맛을 음미하면서 더없이 행복한 얼굴이었다.

"영국 팀의 제임스씨라고 하셨죠."

"네. 레이디."

"이런걸 묻는건 예의가 아닌건 알지만...어쩌다 조난을 당하셨는지요?"

샬럿은 꽤나 조심스러운 태도로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들은 별 생각없이 밥만 먹었지만 말을 꺼낸 샬럿과 그 옆에 앉아있던 용철은 어느새 제임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건 샬럿이 그걸 물어본 의도가 영국 팀의 실수를 타산지석으로 삼기위해서였기 때문이다.이 자가 뭣때문에 조난을 당했는지는 몰라도 탐사대원이 숲 속에 고립되어 애벌레를 잡아먹을 정도라면 영국 탐사팀이 어떻게 됐을지는 안봐도 뻔했다.

이들은 분명 어디선가 위험한 괴수를 만나 다수의 희생자를 내고 팀이 공중분해 된 것이다.그렇다면 우선적으로 제임스에게 정보를 얻어서 영국팀이 희생당한 위험지역을 피해갈 필요가 있었다.

"네....사실은...."

그는 냅킨으로 입을 슥 닦더니 담담하게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저는 25명의 대원과 함께 나흘전에 본도에 상륙했습니다.

저희는 본도의 동쪽에서 상륙했는데 거...어디더라? 하여간 해변에 텐트를 치고 탐사준비를 마쳤죠. 탐사대장을 따라 숲속으로 꽤 들어가니 그 숲속에 무슨 파괴된 고대도시 같은게 있더라구요.탐사대원중에 고고학자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그걸 보자마자 흥미가 생겼는지 거기를 집중적으로 조사해보자고 했습니다."

"그래서요?"

샬럿은 의자를 바짝 당겨앉았다.

"그 안엔 석상이 엄청 많더라구요.

그 고고학자가 말하길 석상을 배치한 방식이라던가 이것저것 따져본결과 그게 솔즈베리에 있는 스톤헨지와 꽤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군요.뭐...저는 스톤헨지라던가 그런건 잘 몰라서 그저 그런갑다~ 했죠.그런데..."

"그런데?"

"탐사대원중 하나가 우연히 석상을 만졌는데 그게 글쎄...

괴수로 변했지 뭡니까? 저도 제 두눈으로 보고도 믿을수가 없었지만 진짜에요."

그는 따뜻한 코코아를 한잔 쭉 들이키더니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나참. 근데 그 괴수가 하필이면 가루다였지 뭡니까?"

"가루다! 가루다라면 괴수도감에 최상급으로 나와있는 그 가루다 말인가요?"

"네. 저는 그걸 보자마자 몸을 피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른 녀석이 허둥지둥하다가 또 석상을 만졌고 다른 녀석이 또 만졌죠.삽시간에 세 마리의 가루다가 우리 팀을 습격했습니다."

그는 쓴입맛을 다시더니 곧 고개를 떨궜다.

미국은 뉴올리언스 인근의 괴수소굴을 조사하면서 수많은 전투를 경험했고 그 경험을 토대로 괴수도감을 만들었다.이 도감에 의하면 가루다는 거대한 솔개처럼 생긴 놈인데 비행형 괴수중에선 가장 강력한 편에 속하는 괴수였다.

비록 레벨은 얼마전 용철 일행이 상대했던 맘보 킹보단 낮았지만 체격이 초대형이고 날아다니기 때문에 한번 설치게 되면 그 피해는 맘보 킹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샬럿은 더이상 묻지 않았다.

석상이 괴수로 변했다는 말은 선뜻 믿기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제임스가 거짓말을 하는거 같지는 않았다.

만약 정말로 가루다를 만났다면 영국 팀이 어떤 꼴을 당했을지는 불보듯 뻔했다.영국 팀은 비교적 강팀에 속했지만 지부장을 제외하면 가루다를 일대일로 상대할수 있는 자는 없다.물론 이 제임스라는 자가 54레벨이라는건 좀 의외였지만 그의 능력치를 보니 가루다와 맞상대를 하긴 좀 무리 같았다.

그런 가루다가 세 마리라면 영국 지부장 혼자 상대할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미안해요. 그런 일이 있었을줄은 몰랐네요."

"아닙니다. 저를 구해주셨으니 당연히 정보를 드려야겠죠.

제가 여러분을 만난건 하늘이 도왔기 때문일 겁니다.처음 팀이 무너지고 혼자 도망쳤을때는 이제 죽는다고 생각했지요.그래도 제가 죽을수야 있나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지 이 불행한 소식을 영국에 전할수 있으니까요."

"그랬군요."

샬럿은 애벌레를 잡아먹던 그 모습을 떠올리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만났을때는 그를 마치 괴물처럼 생각했지만 사연을 듣고보니 그에겐 더러운 애벌레를 잡아먹어서라도 살아남아야할 이유가 있었다.

어쨌든 그를 만나면서 소중한 정보를 얻었다.

만약 그가 갑자기 나타나 애벌레를 잡아먹지 않았다면 한국 팀도 그 괴상한 유적에서 영국 팀과 똑같은 길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다들 천천히 식사하세요. 제임스씨도요. 저는 일단 영국쪽에 연락을 해볼게요."

샬럿은 우선 이 비보를 영국에 전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용철과 제임스에게 남은 음식을 권하고는 3층에 있는 지부장실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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