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레커닝-110화 (1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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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맘보 킹을 쓰러트리고 S-105의 정상에 태극기를 꽂았다.

이로서 대한민국은 첫 해외영토를 가지게 됐다.

이 소식은 미군 수송부대를 통해 곧바로 본국으로 전해졌고 김덕배 대통령이하 모든 국민들은 처음으로 월드컵 4강에 진출했던 그때처럼 축제 분위기였다.

하지만 용철은 이걸로 만족할수 없었다.

이 첫번째 섬은 아틀란티스 본도와 다른 섬들을 점령하기 위한 발판일뿐이었다.

딱히 스스로가 애국자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막상 힘들게 섬을 점령하고 그 정상에 태극기를 꽂았을때 뭔가 말로는 표현할수 없는 가슴 뭉클함을 느꼈었다.

단 몇달전까지만해도 자신은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그저 그런 인간이었다.그런데 그런 자신이 지금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해냈다.이전과는 비교도 할수 없을만큼 변한 이 모습에 놀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바로 이런게 사나이들이라면 한번쯤 꿈꿔볼만한 그런 인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돈보다 더 갚진 명예를 얻었으니 말이다.

지금 아틀란티스와 그 인근의 섬들은 모두 주인 없는 땅이다.

누구나 들어가서 깃발만 꽂으면 영유권을 주장할수 있다.다만 섬을 점령하기 위해선 괴수와의 전투는 필연적이고 그때문에 능력자의 도움이 절실했다.아무리 해외영토를 갖고싶어도 섬의 괴수들을 제압할만큼 강력한 능력자가 없다면 그건 그저 헛된 꿈일뿐이다.말하자면 대한민국은 오직 구용철이라는 한 능력자 덕분에 해외영토를 얻은 셈이다.

처음 능력자가 됐을때는 그저 한달에 2백만원 버는 그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그런데 지금은 그때는 상상도 할수없을만큼 많은 돈을 벌었고 또 그만큼 유명해졌다.간혹 한번씩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헷깔릴때도 있었다.담배값까지 아끼면서 빌빌대던 그때와 지금사이에 괴리감이 너무도 컸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껏 지나온 길을 몇번이고 뒤돌아봐도 이 모든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고 또한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쌓아온 것들이었다.

'훌륭하다. 구용철. 잘했다. 구용철.'

용철은 마음속으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스스로를 조용히 칭찬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능력자가 된 이후로 지금까지 자신을 정말 쉬지않고 몰아붙인거 같다.안하던 운동을 갑자기 하면서 한계에 몰린 몸은 몇번이고 그 자리에 주저앉으려고 했지만 그럴때마다 늘 이를 악물고 버티며 약한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했다.

브라질에 가서 갱들과 싸우면서도 마찬가지였고 또한 어느정도 이름을 얻고 귀국해서도 마찬가지였다.그렇게 자신을 몰아세운 끝에 여기까지 왔다.일반인이라면 상상도 할수 없는 일들을 숱하게 해냈지만 단 한번도 자신을 칭찬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부터는 조금씩 생각을 달리해야할거 같다.

생전 싸움이라고 해본적도 없는 이 몸으로 여기까지 왔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이 참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이상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자신은 누가 뭐래도 한국 최강의 능력자였다.

갑판으로 나온 용철은 멀리 S-105를 바라봤다.

이제 곧 대한민국의 해외영토로서 새로운 이름을 가지게 될 섬.

지금 본국에선 이 섬의 이름을 용철도(鏞哲島)로 하느냐 덕배도(德培島)로 하느냐를 갖고 꽤 말이 많은 모양이었다.능력자들은 섬을 처음으로 점령한 능력자 구용철을 기리는 의미에서 용철도라고 하는게 옳다고 주장했지만 또 몇몇 사람들은 이 섬이 대한민국의 첫번째 해외영토인만큼 김덕배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덕배도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물론 용철은 이 섬이 용철도가 되던 덕배도가 되던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쨌든 용철 팀이 맘보 킹을 비롯한 섬의 모든 괴수를 전멸시키면서 미군 수송선에서 건축자재를 내리기 시작했고 섬에서는 베이스캠프 공사가 한창이었다.

물론 공사가 끝날때까지 무턱대고 기다릴수는 없는지라 싣고 온 모든 자재를 내리는 즉시 이 수송선은 다음 섬으로 출발할 것이다.

"음?"

다시 객실쪽으로 걸어가던 용철은 갑판 한쪽에 서있는 범석을 발견했다.

"뭐하냐?"

"아니. 그냥...."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바다를 바라보는 그 뒷모습이 왠지 모르게 쓸쓸해보였다.

"당장 출발할거 아니니까. 일단 좀 쉬지 그래?"

"쉬는건 충분히 쉬었지. 그냥.....뭐...그런게 있어."

그놈은 걱정 말라는듯 씨익 웃었다.

능력개발부에 있을때는 상사와 부하직원으로 선을 긋고 있었지만 지금 팀에 있는 사람들은 샬럿을 비롯해서 전부 지인들이었다.때문에 용철은 샬럿에게만 지부장 호칭을 유지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냥 평소에 부르듯이 불렀다.

"레벨 많이 올랐더라. 잘만하면 너도 3차까진 금방이겠어."

용철은 그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래.. 전부 네 덕분이지 뭐.

난 이제껏 오크와 고블린을 빼고는 내 손으로 잡아 본 적이 없어.그런데 레벨은 벌써 31이라 이 말이지.이대로 내가 네 레벨을 따라잡는다고 해도 너한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도움되는건 하나도 없이 너한데 피해만 끼치는건 아닌지 모르겠어."

"이새끼. 왜 그렇게 죽을 상을 하고 있는가 했더만..."

하긴 이놈은 혼자 갑판위에 올라가서 청승을 떨 놈이 아니었다.

학교를 다닐때도 그랬고 졸업을 하고나서 외국을 들락거릴때도 마찬가지였다.이놈은 늘 즐거워보였고 또 항상 시끄러웠다.그러니 지금 나인철이나 존슨과 어울려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게 훨씬 더 어울리는 모습이었다.물론 이놈이 왜 청승을 떨고 있었는지 그 이유는 알았지만 더이상 그럴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괜찮아. 네가 경험치를 좀 가져간다고 내가 그렇게 손해를 보는 것도 아냐."

"그래도 미안해서 말야."

"친구사이에 미안하고 말고 할게 어딨냐.

미안하면 너도 강해져서 나를 도와주면 되는거 아냐?"

"그런가..."

그놈은 자기 행동이 좀 멋쩍었는지 머리를 긁적였고 용철은 장난스럽게 그놈의 엉덩이를 툭툭 쳤다.지금은 경험치를 나눠주고 있지만 그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별로 미안하게 생각할 이유도 없는 일이었다.혼자 먹을 경험치를 좀 나눠주면 다른 대원들도 그만큼 강해질수 있고 강해진 대원들은 언젠간 도움이 된다.

"범석아."

"응?"

"55레벨 4명보다는 51레벨 7명이 낫다."

"경험치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

"그래.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필요 경험치도 기하급수적으로 오르지."

"그랬었군."

범석은 대충 이해했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놈은 애초에 고레벨이 되어본 적이 없는 놈이라서 3차 클래스가 얼마나 많은 경험치를 필요로 하는지 모른다.51레벨과 52레벨은 그렇게 큰 차이가 없지만 그 1레벨을 올리기위해 필요한 경험치는 엄청나다.그러니 차라리 그 1레벨을 올리는대신 다른 저레벨에게 경험치를 양보하고 키워주는게 여러모로 이득이었다.

게다가 지금 범석을 비롯한 저레벨들이 얻는 경험치는 파티 추가경험치 뿐이었다.그건 어차피 용철이 손 댈수도 없고 파티를 맺지 않으면 애초에 없는 경험치였다.그러니 용철이 경험치 때문에 손해볼 일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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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철은 범석을 선실로 보내고 선장실 근처에 있는 샬럿의 방으로 갔다.

"오셨군요."

"네. 저를 찾으셨다고..."

"네. 이전에 얻은 아이템 때문이에요."

"으흠."

저번에 맘보 킹을 때려잡고 얻은 아이템은 모두 샬럿이 보관하고 있었다.파티의 실질적인 리더는 용철이었지만 김덕배 대통령이 임명한 토벌단장은 바로 샬럿이었기 때문이다.때문에 레이드를 하다가 얻은 아이템을 분배하는건 단장인 샬럿이었다.

"총 14개에요. 장비 아이템이 7개고 기타 아이템이 7개에요."

"네."

그녀는 방구석에서 커다란 놋쇠상자를 꺼내더니 그걸 탁자위에 올려놨다.

"보고서를 써야해서 일단은 제가 맡고 있었어요.

이제 보고서는 다 썼으니 이 아이템들은 용철씨가 가지도록 하세요."

"전부 말입니까?"

"네. 저는 이것들이 없어도 활동하는데 별 지장이 없지만 용철씨나 다른 대원은 아니잖아요? 그러니 분배에서 저는 빼놓으셔도 되요."

"음. 그래도 검은 지부장님이 가지는게 낫지 않을까요?"

만약 능력자간에 아이템 거래가 활발했다면 굳이 검을 살럿에게 양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현실 화폐로 이런 아이템들의 가치를 책정하긴 꽤 애매했다.설령 대충 가격을 책정하고 시장에 내놓는다고 해도 이런걸 살 놈이 있을지도 미지수였다.어차피 샬럿도 한국팀의 대원이다.그녀의 전력이 강화되면 그만큼 한국팀이 강해지는 셈이다.

"저는 무기가 있어요."

"지금 지부장님이 들고있는 것보다 이게 훨씬 좋아보여서요."

"그런가요? 어쨌든 고마워요. 잘 쓸게요."

"검은 원래 지부장님께 가야할 물건이었습니다. 쓸 사람이 없으니까요."

사실 그 검은 맘보 킹이 드랍하는 시점에서 이미 임자가 정해져있었다.

저걸 쓸수 있는 사람은 애초에 샬럿밖에 없으니 다른 사람에게 줘봐야 그냥 애물단지였다.용철은 검과 인첸트 스크롤을 샬럿에게 넘겨주고 나머지를 싹 챙겼다.

이번에 얻은 것들은 하나같이 레어급이었지만 샬럿이 이미 차고있는 것들도 그와 비슷한 수준이었다.그녀가 모든 아이템을 용철에게 양보하려 했던건 그만큼 배포가 컸고 또 더이상은 장비에 욕심을 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참. 이 장치 말인데요."

"네."

새로운 검에 들고 이리저리 휘둘러보던 샬럿이 갑자기 생각났다는듯 상자안을 뒤적거리더니 뭔가를 꺼냈다.그건 마치 장난감 자동차의 컨트롤러처럼 생긴 희한한 기계였다.

"환상조작장치라고 나오죠?"

"네. 뭔지는 모르지만 괴수가 떨구길래 일단 주웠습니다."

"용철씨."

"네."

"처음 저 섬에 상륙했을때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거 없나요?"

"이상하다고 느낀거라? 글쎄요."

용철은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뭔가 뜬금없는 소리같았지만 그녀는 그런 농담을 할만큼 실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S-105는 바닷속에서 솟아난 섬입니다.

기존에 있던 섬이라면 그럴듯한 이름이 붙어있겠죠."

"네. 그렇죠."

"그런데 바닷속에서 솟아난 섬에 어떻게 삼나무 숲이 빽빽할까요?"

"으흠!"

그러고보니 뭔가 이상했다.

처음 섬에 상륙했을때는 싸움에 정신이 팔려서 그런걸 신경쓸 여유가 없었지만 바닷속에서 갑자기 솟아난 섬에 숲이 울창하다는건 누가봐도 이상했다.즉 숲이 있다는건 저 섬이 원래부터 있었던 섬이라는건데 그럼 이름이 없을 이유가 없었다.

"조금전에 비밀상인 미사씨를 불러서 이 장치에 대해서 물어봤어요.

이건 사용자가 원하는대로 환각을 유도하는 장치에요.저 섬은 온통 바위밖에 없는 섬이지만 맘보 킹이 숲을 보기를 원한다면 저 섬을 숲으로 뒤덮는 것도 가능하다는거에요."

"그럼. 제가 봤던 숲이 실은 허상이었다는 소리군요."

"그렇죠."

맘보 킹이 어떻게 저런 장치를 갖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건 쓰기에 따라서 상당히 유용한 무기가 될 것이다.

저 섬에 있던 숲은 실은 허상이었지만 자신은 그게 허상일줄은 꿈에도 몰랐다.그건 그게 허상치곤 너무 진짜 같았기 때문이다.보통의 허상은 그저 눈에 보일뿐 만질수는 없다.그런데 이 장치가 만들어낸 나무들은 만질수 있었고 때릴수도 있었다.허상을 쓰러뜨릴때의 그 느낌도 진짜 나무를 때릴 때랑 완전히 똑같았다.

만약 이걸 이용해서 아군에게 유리한 허상을 만들어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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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철은 일단 환상조작장치를 샬럿에게 맡기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무기나 방어구 같은건 무조건 개인물품이었지만 저런 작전관련 물품은 팀 공용으로 써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이제 남은걸 어떻게 나눈다?"

우선 보레아스 윙 블레이드와 인첸트 스크롤은 샬럿에게 넘겼고 환상조작장치도 일단 샬럿에게 맡겨놨다.그걸 제외한 나머지 물품은 전부 용철이 챙겼다.

-손상된 다크 크리스탈 헤비아머(물리방어력+35/속성저항+50%)

-지배자의 벨트(지휘능력+10)

-지배자의 검은망토(스킬 저항력 증가)

-사룡의 반지(스킬 공격력+15%)

-불멸의 귀걸이(일격사 및 하프킬 저항확률 증가)

-불사조의 귀걸이(모든 속성저항 증가)

용철은 아이템 분배에 대해서 잠시 고민했지만 곧 결론을 내렸다.

"이건 내가 다 가지는게 낫겠군."

일단 갑옷은 중전사 전용이라서 샬럿은 쑬수 없는 물건이었다.

그렇다고 이걸 범석이나 인철에게 줄수도 없었다.그들은 어디까지나 예비전력이었기 때문이다.그러니 이건 무조건 자신이 가지는게 맞다.그 갑옷은 이미 여기저기가 부서졌지만 비밀상인에게 맡겨 제대로 수선하면 곧 원래의 방어력을 되찾을수 있다.

지금은 방어력이 35밖에 안되지만 원래는 150이라는 엄청난 방어력을 자랑했었다.지금 입고있는 맘보점퍼가 방어력 20짜리라는걸 감안하면 저걸 입었을때 얼마나 강해질지는 상상이 안됐다.지휘능력이 올라가는 벨트와 속성저항이 증가하는 불사조의 귀걸이, 그리고 스킬 저항력이 증가하는 망토는 모두 전방 탱커를 위한 아이템들이었다.

딱 한가지 딜러용 악세사리가 있었는데 그건 사룡의 반지였다.

만약 저기 붙어있는게 마법공격력 증가였다면 무조건 세희에게 줬겠지만 아쉽게도 스킬 공격력이었다.샬럿은 이미 사룡의 반지가 있었으니 저것도 자신이 가지기로 했다.

용철은 받아온 물품중에 장비 아이템은 전부 자기 몫으로 돌렸다.

나중에 다른 팀원들이 강해진다면 분배 방식을 달리하겠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었다.

"그 다음은...."

-최상급 엘릭서(special/여성전용)

-에피오스의 꿀단지

-EXP 디바이더

-마법안경

-맘보 킹의 정수(성천)

이번엔 기타 아이템의 분배를 결정할 차례.

EXP 디바이더는 파티 리더만 갖고 있으면 되니 굳이 다른 사람에게 줄 필요가 없었고 지금은 자신과 샬럿이 모두 갖고있는 물건이었다.쉽게 말해서 쓸모없다.

"이건 일단 지부장한데 갖다줘야겠네."

그 다음은 마법안경.

특수능력자인 자신과 샬럿은 안경이 있었지만 다른 팀원들은 없었다.이건 구하기도 꽤 어려운 아이템이고 있으면 여러모로 유용했다.용철은 이걸 누굴 줄지 잠시 고민하다가 마리엘에게 주기로 했다.힐러가 마법안경이 있으면 파티원들의 상태변화를 그때그때 체크할수 있다.그만큼 힐을 하기 수월하고 힐러가 편하면 파티가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근데...이것들은 대체 뭐하는거지."

나머지 아이템은 총 3개.

그런데 마법안경으로 아무리 봐도 그 정체를 알수가 없었다.용철을 할수 없이 밀리아를 불러 이 물건들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용철은 우선 화장실로 가서 밀리아를 부르고 장애인 전용칸의 문을 활짝 열었다.

"어머. 오랜만이네요."

"으흠!"

"자..오늘은 뭐가 필요하신가요?"

"실은 이 갑옷의 수선을 좀 부탁하고 싶어서요."

"이런. 꽤 많이 망가졌네요.

일단 가게에 이걸 수선할만한 재료가 있는지 봐야겠네요."

"네. 한번 봐주세요."

"음...이거 꽤 많이 망가져서 고칠수있을라나 모르겠네."

그녀는 그 갑옷을 들고 요모조모 살피면서 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참.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서...."

"네?"

"이번에 괴수를 잡으면서 여러가지 얻었는데 그중에 이상한 것들이 있어서요."

용철은 그 세가지 물품을 밀리아앞에 내밀었다.

그녀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면서 그걸 한참동안 들여다봤다.

"이런 류의 스페셜 시약은 전부 D스텟을 불러낼수 있는 물건이에요.

그런데 최상급 엘릭서라면 본부에서도 꽤 귀한 물건인데..."

"귀하다?"

"네. 모든 특수능력자는 쉽게 D스텟을 불러낼수 있어요.

그건 그만한 재능이 있기 때문이지요.그런데 일반능력자는 그런 재능이 없거든요.그 때문에 용철씨가 마셨던 그런 시약을 일반능력자가 마신다면 아무 효과가 없어요.그런데 이런 최상급 엘릭서는 예외에요.일반능력자가 마셔도 D스텟이 활성화되죠."

"오!"

"게다가 여성전용이라...어디서 얻었는지는 몰라도 마리엘에겐 천운이군요."

"그렇군요. 그럼 이걸 마시면 마리엘도 D스텟이 생기는거군요."

"네. 무조건 생겨요. 어쨌든 축하드려요."

"어허!"

용철은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3단계 클래스까지 올라간 사람이 넷인데 그중에 마리엘만 D스텟이 없었다.그런데 이번에 얻은 이 엘릭서로 마리엘의 D스텟을 불러낼수 있다니 이건 밀리아의 말대로 천운이었다.용철은 이번엔 맘보 킹의 정수와 꿀단지를 내밀며 감정을 의뢰했다.

그녀는 잠시 그것들을 살펴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부 강력한 괴수는 능력자 이상의 힘을 갖고있어요.

이 정수는 그 괴수가 가진 특수한 힘의 결정체에요.이걸 먹는다면 그 괴수가 가진 힘을 그대로 가질수 있어요."

"먹는다고요? 혹시 부작용이나 그런건?"

"다행스럽게도 부작용은 없어요."

"그런가요."

"그리고 그 꿀단지는 아주 희귀한 아이템인데...."

"이건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요?"

"그 안에 뭘 넣던지 영원히 썩거나 상하지 않아요.

가령 우유같은걸 집어넣고 실온에 한달동안 놔둬도 상하지 않고 그대로에요."

"오오!"

전투하곤 별로 관계없는 아이템이지만 이것도 잘만 써먹으면 꽤 유용할거 같다.어쨌든 그 맘보 킹을 때려잡으면서 상당한 경험치와 여러가지 괜찮은 아이템을 많이 얻었다.그놈이야말로 이제까지 잡은 괴수중에서 제일 고마운 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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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철은 얼른 마리엘의 방으로 뛰어가 그녀를 불러냈다.

"왜 그래요? 오빠?"

"하여간 빨리 좀 와 봐!"

용철은 그녀의 손을 마구 잡아끌며 식당쪽으로 이끌었다.

갑자기 불려나온 마리엘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용철은 그녀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엘릭서를 내밀었다.

"얼른 먹어."

"먹어요? 이게...뭔데요?"

"뭔지는 묻지말고 하여간 빨리 먹어!"

용철은 이미 입이 귀에 걸려있었다.

이걸로 그녀는 숨겨진 D스텟을 불러낼수 있게 됐다.

처음엔 정수까지 양보하려고 했지만 이걸 먹고 불러낼수 있는 Y 스텟이 힐러하곤 전혀 안 어울렸다.Y스텟 성천(星天)은 주변의 적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고 전투불능 상태로 만든다.그런데 이 스텟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적과 직접 싸워야 했다.즉 뒤에서 힐만 하는 마리엘은 이게 있어봐야 아무 짝에도 쓸모 없었다.그래서 엘릭서만 먹이기로 했다.

그녀는 뭔가 꺼림칙한지 자꾸만 머뭇거렸지만 용철의 성화를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마침내 마리엘이 용철이 보는 앞에서 그 엘릭서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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