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레커닝-84화 (84/215)

84====================

부임

방금전 5급이상 간부들만 2층 대강당에 모였었다.

뭔가 대단한 이야기라도 할줄알고 긴장했지만 장관을 비롯한 수뇌급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판에 박힌듯한 훈시만 있었을뿐 별 말은 없었다.

"오빠. 이거."

막 강당 문을 열고 나서니 밖에서 기다리던 마리엘이 얼른 따라붙었다.

"그건 뭔데?"

"현관쪽에서 나눠주더라구요."

그건 딱 보기부터 굉장히 성의가 없어보이는 프린트물 한장.

-금일(2014년 3월 24일) 오후 4시를 기해 능력개발부의 제9급 면접이 완료되었음.면접 완료와 동시에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훈련을 개시하려 했으나 합격자 선정에 예상보다 시간이 지체되는지라 부득이하게 합격자 발표를 3월 27일 오후 1시로 연기함.

"그럼 그렇지..."

능력개발부가 아무리 신생부서고 또한 장상국이 좌지우지하는 부서라고 해도 면접당일에 합격자를 발표하고 교육훈련까지 시킨다는건 애초에 말도 안됐다.그런데 그런 말도 안되는 계획을 짜놓고는 이제와서 이런 허접한 프린트물 한장 돌리고 때우려고 하다니 이쯤되면 장상국이 같은 무능력자가 대체 어떻게 장관이 됐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회의는 잘 하셨어요?"

"회의는 무슨. 그냥 앉아서 듣기만 했어. 별 내용도 없더라."

"그래요...."

"일단 사무실에 한번 올라가볼건데 너도 같이 갈래?"

"우리가 일할 곳이죠?"

"응."

"그럼 같이 가봐요."

능력자 9급들이 들어오는건 아마 3일후가 될테지만 용철을 비롯한 섭외간부들과 사무직원들은 오늘부터 능력개발부 소속이다.물론 용철은 그 사무직원들하곤 달라서 부하들도 없이 혼자 사무실에 앉아있어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냥 집으로 갈수도 없었다.내일부터는 좋던 실던 이 사무실에 나와서 앉아있어야 했으니 우선적으로 자리를 봐두고 치울게 있으면 좀 치우던지 해야한다.

"음...보자...6층에 대민 2과..."

6층으로 올라온 용철은 어두컴컴한 복도 안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대민과는 능력개발부의 핵심이 되는 부서고 인원수도 제일 많다.능력개발부는 능력자와 괴수에 대한 업무를 전담하고 있지만 그 모든 업무의 중심은 바로 괴수와의 싸움이었다.

괴수와 싸우는 부서가 바로 대민과였고 그때문에 대민과에는 보통 4~5명의 계장이 존재한다.그건 독립적으로 부하를 거느리지 못하는 다른 부서의 계장과는 달리 대민과의 계장들은 직속부하를 거느릴수 있기 때문이다.이 계장이라는 직책은 다른 과에는 많아봐야 1~2명정도였는데 보통은 과장의 지시를 받아 하급직원들에게 일을 시키는 위치였다.때문에 그 하급직원들은 어디까지나 과장의 부하지 계장의 부하는 아닌 셈이다.

대민과는 대민1과에서 대민3과까지 존재하며 대민4과부터는 각 지방에 산재해있다.

대민4과는 부산에 대민5과는 대구에 있고 대민6과는 대전에 대민7과는 광주에 있다.그들은 명목상으로는 능력개발부 소속이지만 실제로 그들을 감시감독하는건 각 지방의 경찰청이었다.이런 식으로 각 광역시와 도별로 대민과가 하나씩 존재했다.

대민1,2,3과는 오직 서울지역만 전담한다.

이중에서도 대민1과와 대민2과는 주력 전투부대였고 대민3과는 지원부대의 성격이 강하다.각 과에는 여러 명의 정예계장이 존재하고 계장 밑에는 최소 20명에서 최대 30명의 팀원이 따르게 된다.즉 3개의 대민과를 통틀어서 수백명의 능력자가 이곳에서 일하게 되며 그 인원이 괴수의 공격에서 서울을 방어하게 될 것이다.

"아...여기 있네."

안그래도 어두운데 대민 2과 자체가 구석에 쳐박혀 있었다.

용철이 슬쩍 문을 열어보니 약 100평쯤 되는 넓은 사무실을 여기저기 샌드위치 판넬로 막아놨다.용철이 그 사무실 안을 기웃거리고 있을라니 판넬 뒤에서 여직원이 나타났다.

"어떻게 오셨어요?"

"아..네. 저는 대민 2과의 계장 구용철이라고 합니다.

오늘 부임했구요. 제 자리가 어디 붙어있는지 몰라서 이렇게 왔습니다."

"아...우리 계장님이시네요?"

"그런가요?"

능력부의 간부들 자체가 전부 해외에서 활동하다가 귀국한 사람들이라 아는 사람이 없는 것도 당연했지만 그래도 직속부하도 못알아봤다는건 약간 낯 뜨거운 상황이다.이런 헤프닝이 벌어진 것도 전부 장상국 장관의 그 주먹구구식 운영때문이다.

"이쪽은 구용철 계장님. 이쪽은 강동욱 계장님. 이쪽은 장상환 계장님...."

그 여직원은 사무실 안을 한바퀴 돌면서 자리를 일일이 가르쳐줬다.

'계장이 대체 몇명이야...'

사무실 자체가 상당히 넓어서 최소 50명정도는 수용할수 있을거 같지만 그럼 일반 팀원이 앉을 자리가 없다.조직표를 보면 대민2과만 해도 최소 100명이상이 근무한다.그런데 그 여직원 말을 들어보니 대민 2과에 속한 계장만 무려 8명이었다.

사무실 가장 안쪽에는 회전의자가 놓인 넓직한 자리가 있었는데 그건 과장의 자리였다.그 과장 자리를 중심으로 좌우의 벽을 따라 4명씩 계장이 자리를 잡는 형태였다.각 계장의 자리는 샌드위치 판넬로 다른 자리와 분리되어 있고 계장 자리 옆에는 빈 자리가 3~4개 정도 보였다.즉 계장이 관리하는 인원중에 3~4명만 여기서 일할수있다는 소리다.

"자리가 많이 모자라는데요? 보통 팀을 최소 10명부터 짠다고 들었는데?"

"네....그건...."

그 여직원은 갑작스런 물음에 당황했는지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아...장상국 그 미친 새끼.'

생각같으면 다 때려치우고 브라질로 돌아가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다.

팀 편제를 최소 11명으로 해놓고 자리는 고작 3~4개밖에 안남으니 다른 인원은 대체 어디서 일을 하란 말인가? 그 장관이 원래부터 일을 제멋대로 하는건 알았지만 이건 정도가 너무 심했다.기껏 면접을 보고 공무원이 됐는데 복도에서 일을 하라는 소린가?

"저기...계장님."

"네?"

속으로 장상국의 욕을 하고 있을때 그 여직원이 은근히 말을 걸어왔다.

그 순간 옆에서 마리엘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남자답게 무시하고 그 여직원을 바라봤다.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자기 밑에서 일할 사람이니 얼굴을 익혀놔야 했다.물론 꼴을 보아하니 순수 사무직원이라서 레이드 팀의 전력으로 활용할수 있는 여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부하는 부하였다.

"아...아니에요."

분명 뭔가를 말하려고 했는데 말이 입안에서 뱅뱅 도는 모양이었다.

그 여직원은 살짝 입술을 깨문채 용철을 올려다보더니 뒤에 서있던 마리엘의 눈치를 봤다.이 여자가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지는 모르겠지만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가 있는 입장에서 그다지 반가운 행동은 아니었다.

용철은 그 여직원이 앉아있던 자리에 놓인 명패를 슬쩍 곁눈질 했다.

아직 정식 명패가 도착하지 않았는지 자리마다 종이로 만든 임시 명패가 놓여있었다.

'사무지원 9급 윤세영..'

'근데 어디서 봤던거 같은데 대체 어디서 봤더라..?'

==================================================

사무실을 둘러보고 나오니 밖이 어두컴컴했다.

조금전 그 윤세영이라는 직원은 자리마다 돌아다니면서 프로그램을 깔고 있었다.일반적인 능력자들은 오늘부터 원서를 받았지만 사무직원들은 한 이틀전쯤에 원서를 받고 오늘부터 현장에 투입됐다.그들은 우선적으로 사무실에서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깔고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출근하는 간부들의 뒤치닥거리를 하게 될 것이다.사실 간부들도 오늘부터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일을 해야했지만 기본적인 프로그램도 깔아놓지 않은 자리에서 일을 할수 있을리가 없었다.

용철은 조금전에 확인했던 자기 자리를 다시 한번 기억했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사무실에 앉아있어야 하는데 출근하자마자 자리도 몰라서 허둥거리고 싶지는 않았다.물론 임시 명패가 놓여있었지만 간부라는 인간이 자리마다 돌아다니면서 명패를 확인하는 것도 웃기는 짓이었다.

막 현관으로 나오던 용철은 옆에 있던 마리엘을 슬쩍 돌아봤다.손을 잡고 쫄랑쫄랑 걷던 그녀도 이쪽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너 내 옆이더라?"

그녀는 대답대신 살포시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상국 장관의 조직운영에 문제가 많은건 사실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차피 모든 팀원이 그 사무실에 있을 필요는 없었다.어차피 여긴 다른 부서가 아니라 오직 레이드를 위한 부서다.그러니 레이드 팀을 이끄는 계장이나 계장의 보조인 주사정도를 제외하면 사무실에 있어봐야 딱히 할일도 없었다.

윤세영에게 듣기로는 이번에 새로 뽑힌 9급들의 자리는 창고를 개조한 지하 1층 사무실에 있다고 했다.사실 그들은 출격이 없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으므로 그 지하실은 잠시 쉬면서 대기하는 장소이상의 의미가 없는 곳이다.

어쨌든 그 6층 사무실에 자리가 있는 사람들은 전부 용철처럼 외국에서 활동했거나 지부장이나 능력부 고문 서문식의 추천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엄청나게 넓은 과장의 자리에 비하면 각 계장들의 자리는 상당히 협소한 편이었다.

각 계장의 구역에는 각각 3~4개정도의 자리가 비어있는데 거기 앉는 사람들도 전부 전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즉 계장을 중심으로 한 그 3~4명이 레이드 팀의 핵심이 될 것이다.용철의 바로 옆 자리엔 마리엘의 명패가 놓여있었고 마리엘 옆으로 나인철과 존슨 화이트 필드의 자리가 있다.

즉 거기 자리를 잡는 사람은 계장을 포함해서 전부 자기 앞가림은 하는 사람들이다.마리엘은 6급 주사였고 존슨과 나인철은 각각 7급 주사보였다.그 사무실에서 9급은 아까 만났던 윤세영을 비롯한 사무직원 몇명뿐이었다.

어쨌든 마리엘이 바로 옆 자리라니 생각만 해도 든든했다.

비록 남들이 있는 사무실이라서 마음대로 애정표현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미래의 부인이 바로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

용철은 재규어 운전석에 앉자마자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이새끼들이 잘 들어갔나?"

범석이는 어찌된게 한국에 올때마다 바뀐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다.그때문에 전화번호를 저장해놔봐야 재연락은 불가능했고 결정적으로 브라질에 가기전에 기존에 사용하던 전화를 한강에 던져버렸었다.이때문에 먼저 연락할 길이 없었지만 이놈이 이제부터 아예 여기 뿌리를 박기로했으니 전화번호가 바뀔 일은 없을거 같다.아까 낮에 그놈을 만났을때 미리 전화번호를 받아놨었다.

"집에 잘 들어갔냐? 대구냐? 아니면 아직 서울이냐?"

"서울이지. 근처에 방 하나 잡아놨어."

"그럼 아직 집에 안들어갔다는 소리네."

"성재새끼 좀 바래다 줘야할거 같아서."

"야. 그새끼는 혼자 못다니냐?"

용철은 전화를 하면서도 한번씩 후방 카메라를 살폈다.

청사 안이 너무 어두웠고 근처에 차가 빽빽하게 서있어서 조금만 실수해도 남의 외제차를 긁을지도 모른다.섭외간부중엔 해외에서 이름을 날리던 사람들이 많다.그때문인지 근처에 세워진 차들도 다들 장난이 아니었다.벤츠와 BMW정도는 기본중의 기본이었고 그 비싼 벤틀리 뮬산에 심지어는 롤스로이스까지 있었다.

"집이 어두운 골목에 있거든."

"미친새끼. 남자가 되가지고 그런걸 겁내?"

용철은 한번씩 뒤를 돌아보며 한손으로 능숙하게 핸들을 다뤘다.

뒷자리에 앉아있던 마리엘은 어느새 이쪽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채 빙글빙글 돌아가는 핸들을 넋놓고 바라봤다.얼마전에 그녀가 마X즈를 몰아보고 싶다고 해서 운전학원에 등록해줬다.마리엘이 운전을 한다니 상상이 안됐지만 일단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일단 연습면허가 나오는 즉시 재규어를 몰아보라고 할 작정이었다.학원에서 한두시간 몰아보는 것만으로 운전에 숙달된다는건 어림도 없는 소리다.

능숙하게 차를 뺀 용철은 약간 경사진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여긴 주요관청이었지만 근처에 가로등이 몇개 없어서 정문을 나서면 더럽게 어둡고 길 양쪽으로 빽빽하게 심어놓은 히말라야 시다도 근처의 빛을 차단하는데 한몫했다.

막 입구쪽 바리케이트를 통과하고 나니 앞에서 벤츠 한대가 머뭇거렸다.초조하게 핸들을 잡고있던 용철의 표정이 조금씩 돌아가기 시작했다.벤츠 운전석에서 40대로 보이는 아줌마 하나가 내렸는데 뭔가 잘못됐는지 차 바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니...저 여편...."

용철은 무심코 여편네라고 하려다가 그만뒀다.뒤에 마리엘이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평소같으면 크락션을 마구 울리면서 발광을 하다가 끝내 윈도우를 내리고 삿대질을 하면서 욕을 했겠지만 지금은 불가능했다.마음 약하고 섬세한 마리엘앞에서 욕을 할순 없었다.

용철은 마구 튀어나오는 욕을 꾹 억누르고 있을라니 근처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이~! 구 계장님! 구용철!"

"어?"

답답한 맘에 윈도우를 내리고 전자 담배를 물었는데 마침 그걸 범석이가 본 모양이었다.청사로 올라가는 북쪽 길목에서 범석이가 씨익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야. 너 집에 간거 아니었냐?"

"성재 데려다주고왔지. 난 여기서 버스타고 한참 가야해."

"네가 고생이 많다. 뭐하냐? 타라!"

"오케이!"

그놈은 타라는 말을 하자마자 빙글빙글 웃으면서 조수석으로 기어들어왔다.

범석이가 들어오자마자 마리엘이 잠시 찔끔했지만 그녀가 앉은 자리는 다행스럽게도 뒷좌석이었다.그때문인지 몰라도 범석이를 보고 놀라던 그녀가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었다.용철은 백밀러로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면서 쓴입맛을 다셨다.다른 놈 힐끔거리지 않고 한 남자에게 충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리엘은 남자를 너무 경계한다.앞으로 공무원으로서 사회생활을 해야하는데 저런걸 보면 참 걱정이었다.

"야. 너 돈 많이 벌었나보다."

"별거 아냐."

생각같으면 서초동에 있는 빌라도 자랑하고 싶었지만 친구한데 돈 자랑하는건 솔직히 비호감이다.

그때 뒤에서 빵빵 소리가 나더니 어둠속에서 롤스로이스가 나타났다.

저건 한대에 7억이 넘는 롤스로이스 팬텀.이 좁은 땅에서 남의 눈치 안보고 저런 차를 굴릴수 있는 사람은 정말 몇 안된다.지금 용철도 조금 무리하면 롤스로이스를 탈수있지만 굳이 재규어를 선택한건 그 유지비보단 남들이 보는 시선때문이었다.젊은 5급 공무원이 롤스로이스를 타면 손가락질 받기 딱 좋다.

조금전에 앞을 막던 여편네가 차를 빼면서 용철의 재규어는 드디어 대로로 진입했다.

그런데 그 롤스로이스는 자꾸만 따라오며 빵빵거렸다.

"저게 미쳤나?"

용철은 백미러를 확인했다.

저정도 타는 사람이면 능력부 장관이나 지부장급이다.근데 저따위로 매너없이 굴다니.

"응? 지부장이잖아."

그 롤스로이스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지부장 샬럿이었다.

보통은 샘슨이 운전을 하고 경호원도 서너명씩 늘 데리고 다녔지만 오늘은 혼자였다.막 속도를 내려던 용철은 차를 길가에 댔다.

"지부장님. 어쩐 일이십니까?"

용철은 운전석 윈도우를 내리고 환하게 웃는 얼굴로 지부장을 맞이했다.

"그냥 집에 가다가 용철씨 차가 보이길래요."

"아...네."

"내일부터 간부들은 자리 지켜야 해요."

"알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자리를 봐두고 이것저것 좀 치웠습니다."

"네. 잘하셨어요. 아...이거 제가 방해를 했나보네요."

샬럿은 뭔가를 더 이야기하려는듯 보였지만 범석과 마리엘을 보고 급히 입을 다물었다.

"아닙니다. 덕분에 롤스로이스 구경도 했는데요. 뭘."

"그럼 내일봐요. 용철씨. 오늘은 푹 쉬세요."

"지부장님도 편히 쉬십시오."

샬럿의 롤스로이스는 금새 속도를 내더니 눈앞에서 사라져갔다.

용철은 멀리 사라져가는 롤스로이스를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핸들을 돌렸다.그때 조수석에서 팔짱을 끼고있던 범석이가 꽤나 심각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저 사람이 능력부 넘버 원이지?"

"넘버 원까지는 아니고 넘버 투정도는 될거야."

"그래? 이제까지 봤던 사람들하곤 뭔가 틀리긴 틀리네."

"뭐가 틀리다는건데?"

"아니. 뭐라고 할까? 정말 무서운 힘이 느껴졌어."

"뭐?"

"저 여자가 근처에 오자마자 몸이 덜덜 떨리더라구."

용철은 그 녀석을 슬쩍 돌아봤다.

지금 이놈은 마법안경도 없고 레벨도 고작 1밖에 안된다.

상대의 기를 느끼려면 전직을 하고 숨겨진 힘을 끌어내야했다.그런데 이놈은 마치 샬럿의 기를 느낀 것처럼 행동했다.만약 그게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정밀한 기척감지의 수준이라면 그건 이놈의 재능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증거였다.

그런데 이놈이 기척을 감지하는 능력이 남보다 탁월하다고 해도 한가지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지금 자신의 레벨은 23이었고 마리엘은 22다.샬럿은 고작 1레벨이 높은 24였다.그런데 자신과 마리엘을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던 이놈이 샬럿을 보고 겁을 먹었다.

'비슷한 레벨이라도 꼭 같은건 아니라는 소린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