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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사
집에가서 아내에게 강아지를 선물하고 다시 리우 시내로 나왔다.
강아지는 남녀를 불문하고 다들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인기가 많다.남자가 훈련시킬수 있는 대형견을 좋아한다면 여자는 귀여운 강아지나 소형견을 더 좋아한다.그때문에 어느정도는 기대를 했지만 마리엘의 반응은 기대이상이었다.그녀는 똥개 강아지를 보자마자 꺅꺅거리며 너무너무 좋아했다.
'크면 엄청 징그러울걸....'
지금은 귀엽다면서 쓰다듬고 우유먹이고 온갖 난리를 치는데 과연 저게 다 커도 그럴수 있을까.다 큰 똥개의 체격은 상상이상이다.똥개가 마음먹고 달려들어 그 넓적한 혀로 핥기라도 하면 얼굴이 침 범벅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용철은 조금씩 자라는 똥개를 보고 실망하는 아내의 표정을 상상하며 씨익 웃었다.
"아직까지 있나?"
대체 왜 그딴 거리의 랩퍼에게 관심이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건 단순한 호기심때문만은 아니었다.아내에겐 시내에 가서 옷을 사온다면서 나왔는데 그건 핑계였고 사실은 그 랩퍼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처음 그 노래를 들었을때는 그냥 소음인줄 알았다.목소리가 너무 시끄러웠고 랩은 애초부터 취향에 안맞았기 때문이다.그런데 희한하게도 차에 탄채 그 노래를 듣다보니 어느새 그 흑인의 랩을 따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노래의 첫 인상은 편의점에서 파는 햄버거를 사서 한 입 물었는데 그게 유통기간이 지났다는걸 알았을때의 바로 그런 기분.그런데 노래를 듣다보니 그 유통기간 지난 햄버거가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유레카를 외칠때의 바로 그런 느낌이다.
그 랩퍼는 아직 거기에 있었다.
랩퍼를 포함해서 거리의 예술가는 총 3명이었는데 그들은 막 연주를 마쳤는지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무대 앞에 놓인 모자속에 돈이 수북하게 쌓인 것이 제법 인기가 좋은 모양이다.용철은 근처에 벤츠를 세워놓고 구경꾼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
그런데 그 입에서 나온게 포르투갈어가 아니라 영어라서 꽤 놀랐다.
노래는 영어 노래를 부른다고 해도 응당 현지인이라고 생각했는데 말까지 영어를 쓸줄은 몰랐다.이곳 현지인 중에 영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정말 몇 안되고 그 영어사용자가 거리의 랩퍼일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오호. 미국에서 온 랩퍼인가.'
그러고보니 그가 랩을 할때 브루클린 어쩌고 하는 말이 꽤 많이 들어갔었다.그걸 바탕으로 혹시나 뉴욕에서 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미국 랩퍼가 오직 거리공연을 위해서 브라질까지 왔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물론 어느정도 인기 있는 사람이면 해외순회공연도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걸 봐서 인기가수는 절대 아니다.
랩퍼는 구경꾼들에게 모자를 들이밀었다.
몇몇 사람들이 웃으면서 동전을 던졌고 개중에는 지폐를 주는 사람도 있었다.용철은 지갑에서 빳빳한 100달러 지폐를 꺼내 그 모자에 넣어줬다.다른 사람들이 넣은게 1달러와 5달러가 대부분이었다는걸 감안하면 용철은 근래에 보기드문 큰 손님이었던 셈이다.
"와우! 땡큐 땡큐!"
그 흑인은 입이 함지박처럼 벌어지며 연신 땡큐를 외쳤다.
그는 구경꾼들에게 한번씩 모자를 내밀고는 다시 용철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냅따 손을 내밀었다.용철은 씨익 웃으면서 그 손을 잡았다.
"반가워. 어디 사람이야? 일본? 중국? 필리핀?"
"....한국. south korea."
"오! 사우스 코리아! 휸다이?"
"음."
"오! 정말 반가워! 내가 들고있는 이 카세트도 사우스코리아의 굴드스타야!"
"굴드스타면 대체 언제적 물건이야..."
"그래도 아직 빵빵하게 잘 나온다니깐!"
용철은 그가 들고 있던 커다란 은색 카세트를 보고 혀를 찼다.
굴드스타가 현재 한국 굴지의 기업인 엔지의 전신이라는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문제는 이 물건이 1984년에 생산된 물건이었다는 것이다.이런 구시대의 유물을 아직 들고 다닌다는 사실에 놀랐고 또 이게 아직도 작동이 된다는게 더더욱 놀라웠다.
근데 그게 작동되고 자시고하는게 문제가 아니다.신형 카세트도 얼마 안하는데 굳이 저런걸 들고다닌다는게 너무 이상했다.요즘은 세상이 얼마나 좋은가? 음악감상의 신기원을 이뤘다는 MP3가 출시된지도 벌써 몇년이 지났고 지금은 여러가지 기능이 추가된 MP4와 MP5가 출시됐다.물론 그런건 어디까지나 혼자 즐기기 위한 물건이였고 이렇게 여러사람과 함께 즐기려면 커다란 스피커가 붙은 카세트가 유리하긴 했다.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생산된지 30년이나 지난 굴드스타 카세트를 아직까지 쓰다니..
굴드스타의 초기모델인 저 카세트는 덩치도 크지만 무게가 상당하다.
저런걸 매고 하루종일 쉬지않고 춤을 춘다는건 보통 체력으로 불가능했다.
그게 너무 힘들어보여서 생각같으면 컴펙트한걸로 하나 사주고 싶었다.하지만 이 랩퍼 얼굴본지 얼마나 됐다고 카세트를 사주니 마니 하는 것도 웃기는 소리였다.잠시 멍하게 그 얼굴을 쳐다보고 있을라니 그가 갑자기 씨익 웃으면서 용철의 어깨를 툭 쳤다.
"헤이! 왜 그래? 남의 얼굴을 왜 빤히 쳐다보고 그래? 혹시 게이?"
"미친 소리 하고 있어."
용철이 원래 초면부터 반말을 지껄이는 인간은 절대 아니었지만 상대가 반말로 나올경우에는 언제나 반말로 응대할 준비가 되어있었다.물론 상대가 노인이라면 상황이 좀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이 흑인은 기껏 잘해봐야 자신과 동년배거나 오히려 어렸다.
"취~취~취~취~! 체키럽! 예에~
나는 브루클린에서 태어났어~ 예! 내 고향은 윌리엄스 빌에서 열 정거장은 가야하는 브라운스 빌(brownsville)! 들어는 봤어?! 내가 브라운스 빌에 대해서 알려줄게! 지은지 30년은 넘은 개좃같은 건물들 사이사이에서 마약냄새 펄펄 풍기는 노숙자들이~ 예! 지나가는 유모차에 갱들이 총을 갈기고 예! 아침에 일어나면 근처에 시체가 누워있지! 난 거기서 살기 싫었어! 난 거기서 살기 싫었어!"
"......."
조금전 100달러의 감동이 아직까지 남았는지 그는 용철이 보는 앞에서 카세트를 둘러매고 신명나게 제자리 스텝을 밟아댔다.뭔가 침을 잔뜩 튀기면서 알아듣지도 못할 소리를 계속 씨부렁거리는거 같은데 그게 귀에 거슬리지는 않으니 참 희한한 일이었다.
그때 용철의 마법안경위로 뜬금없이 메세지가 출력되기 시작했다.
-광역 버프의 효과로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1집 앨범 브라운스 빌(brownsville)의 효과가 느껴집니다.
그 메시지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평소에 랩 같은건 아예 취향도 아니었고 잔잔한 발라드 아니면 신나는 댄스곡만 들었었다.그런데 그런 자신이 랩을 하는 흑인을 보고 관심을 가졌다는건 참 신기한 일이었다.그런데 그건 우연이 아니었다.이놈이 평범한 랩퍼가 아니고 능력자였기 때문이다.
"어때~ya?! 내 노래가 어때! 신나면 같이 추는거다아~! 얏하!"
그는 커다란 카세트를 둘러매고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둘 걸음을 멈췄고 개중엔 같이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었다.중간중간에 욕이 섞인 그 노래는 분명 썩 듣기 좋은 노래는 아니었다.그런데 그걸 듣다보니 자꾸만 어깨춤이 나오는건 뭣때문일까.용철은 어느새 춤을 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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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면서 거리의 예술가들도 슬슬 철수 준비를 했다.
공연도 이제는 끝물인지 주변은 썰렁했고 랩퍼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도 없어졌다.
"어이~ 사우스 코리아. 너 아직도 안갔어?"
"음."
이놈의 노래를 정신없이 듣다보니 해가 진 것도 모르고 있었다.
목소리는 무슨 돼지 멱따는 소리같고 예술적인 부분이라곤 조금도 없는거 같은데 참 희한한 일이었다.하긴 그건 이놈이 능력자이기 때문이다.능력자는 모든 면에서 일반인을 능가하는 존재였으니까.용철은 팔짱을 낀채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일 봐. 존슨."
"수고했어. 잭키."
그들은 서로에게 손을 흔들며 저마다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어이. 잠깐만."
"왜?"
그 랩퍼는 귀찮았는지 실눈을 뜬채 용철을 돌아봤다.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서 지금까지 기다렸어."
"물어보고 싶은거? 설마? 내 거시기 사이즈를 물어보려는건 아니겠지?"
"....미친."
그놈은 눈을 둥그렇게 뜨더니 이쪽으로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고 용철은 슬쩍 시선을 피했다.그 쓸데없이 커다란 눈이 약간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거시기 크기가 아니면 대체 뭔데?"
공연이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따라오는 관객은 분명 흔히 볼수있는게 아니었다.그러니 차라리 그 관객의 속마음을 의심하고 경계하는게 맞지만 지금 이놈에게 그런 진지함 따위는 조금도 찾아볼수가 없었다.그놈은 능글능글한 얼굴로 용철의 거시기쪽을 쳐다봤다.
"너 능력자지?"
"흡!"
그 말이 나오자마자 그놈은 정색을 하더니 뒤로 두어걸음 물러섰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네 노래를 들었어.
내가 원래 랩을 좋아했냐면 그런건 아니거든? 난 랩 같은건 관심도 없었어.그런데 네 노래를 듣자마자 막 끌렸다 이 말이야.그건 네가 능력자였기 때문이겠지."
"그걸 대체 어떻게 안거야?
내가 이마에 능력자라고 써놓고 다닌 것도 아닌데.."
용철은 마법안경을 언급하려다가 그만뒀다.
만약 이놈이 특수능력자라면 몰라도 일반능력자라면 그런걸 구할길이 없었기 때문이다.흑인 녀석은 약간 불안한 얼굴로 눈을 굴리더니 용철의 위 아래를 슬슬 훑어봤다.
"그냥 감이야. 전사의 감."
"오우! 거참 대단한 감이구만.
근데 뭐 어쩔거야? 나를 저 골목으로 끌고가기라도 할 셈인가?"
"아니. 내가 너를 뭐 어쩔 생각은 아니야.
그냥 네 노래에 흥미가 생겨서 물어봤을뿐이거든."
"게이는 아니지?"
"게이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나 마누라도 있는 몸이다."
"휴우~ 다행이다. 난 네가 게이인줄 알았어.
네가 공연이 끝날때까지 기다리다가 졸졸 따라오길래 게이인줄 알았다구.혹시나 골목에서 덮칠까봐 반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거든."
그놈은 진지한 얼굴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뭐지 이놈?'
그런데 이 녀석의 능력치는 좀 황당했다.
보조 능력자인거 같은데 고작 레벨2인 주제에 이동속도가 100이나 됐다.
============================ 작품 후기 ============================
★이름:존슨 화이트필드(Johnson Whitefield)
★클래스:랩퍼(lv2)
★능력치:
A스텟-물리공격력(5+1) 물리방어력(2+1) 체력(50+0)
B스텟-회피(1+0) 공격속도(1+0) 이동속도(100+0) 크리티컬율(0+0)
C스텟-마법공격력(1+0) 마법방어력(1+0) 마법속도(1+0) 마나량(10+0)
D스텟-아직 개방되지 않음.
★현재 장비 아이템:
무기:랩퍼의 커다란 카세트(물리공격+1)
방어구:성조기가 그려진 티셔츠(물리방어+1)
★EXP 게이지 I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I(13%)
★스킬:
물리스킬/하급:존슨 앵그리 어택 (lv2) 위력:3 필요마나:1
-들고 있는 카세트로 때리고 필살의 로우 킥을 날린다.위력은 능력자 스킬치고는 아주 약하지만 일반인정도는 그럭저럭 상대할수있다.어차피 랩퍼는 공격 능력자가 아니다.
보조스킬/하급:존슨 파이널 이스케이프 (lv2) 필요마나:1
-랩퍼는 힐러와 맞먹을만큼 약해서 적의 공격을 버틸능력이 없다.때문에 적이 공격하면 빠르게 도망쳐서 후일을 기약해야한다.이동속도를 100%증가시키며 전속력으로 전장을 벗어난다.이스케이프를 사용한 랩퍼를 쫓아올수있는 클래스는 존재하지 않는다.다만 상대가 중장거리공격이 가능한 팬서나 소드맨일 경우에는 검기를 맞고 죽기도 한다.
보조스킬/하급:1집 앨범 brownsville (lv2) 필요마나:2
-브루클린 최악의 우범지역인 브라운스빌에서 태어나 마약 갱이 되어가는 형제들을 보며 눈물로 작사 작곡한 존슨의 1집 앨범이다.비참한 상황에 절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젠간 돈을 벌어 브라운스 빌을 떠나고자하는 성공에 대한 의지가 가득하다.듣는 사람은 미래에 대한 희망에 가득차 용감히 싸울수있게 된다.물리 공격력을 2% 증가시킨다.
보조스킬/하급:2집 앨범 Don't behave like a racist (lv2) 필요마나:3
-후드 티를 입고 슈퍼마켓에 들어갔다가 강도로 오인당한 일을 바탕으로 눈물로 작사 작곡한 곡이다.미국사회에 뿌리깊은 인종차별에 항의하면서 또 한편으론 생각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답 안나오는 흑인들을 꾸짖는 내용을 담고 있다.듣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여 마력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마법공격력을 2% 증가시킨다.
★보유포인트: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