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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커닝-27화 (27/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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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

리우 데 자네이루(Rio de Janeiro).

이 도시는 브라질 제2의 도시이며 세계적인 관광지였다.

굳이 남미에 관심이 없어도 인터넷에서 다들 한번쯤 봤을듯한 거대 예수상이 서있는 곳이 바로 이 도시였다.리우의 아름다운 해변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이 지역자체가 열대기후에 속하는 곳인만큼 사시사철 파도를 즐길수 있는 환락의 도시였다.

프랑스 파리를 떠난 에어프랑스 AF-303이 리우 북쪽 갈레앙 국제공항에 도착한 곳은 인천을 떠난지 꼭 24시간이 지난 뒤였다.

"오오. 여기가 브라질이란 말이지."

사진으로만 보던 리우에 직접 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막 두근두근거렸다.

이제껏 앉아서 자 본적이 한번도 없었고 그때문에 다른 승객들이 잘때 별 관심도 없는 포루투갈어 책을 뒤적거리면서 시간을 때워야했다.그때문인지 아직도 눈이 빡빡했지만 막상 그 좁아빠진 비행기에서 내리자 여긴 완전 별세상이었다.

12월이라곤 생각할수 없을만큼 더웠다.

한국에서 추위에 덜덜 떨었던걸 생각하며 그 따스한 햇살 속에서 두 팔을 높이 쳐들며 유레카를 외쳤지만 그것도 잠시였다.용철은 얼마안가 손부채를 부치면서 여행가방을 질질 끌고 대합실쪽으로 들어가야 했다.그건 너무 더웠기 때문이다.한국기온에 익숙한 몸이 일시적으로 맛이가서 따뜻하다고 착각했지만 사실은 찌는듯이 더운날씨였다.

"씨발 이거 너무 덥잖아?"

대합실안엔 세계 각국에서 온 온갖 인종이 우글거렸다.

가장 눈에 띄는건 단연 백인들이었다.남녀할 것없이 전부 선글라스를 썼는데 그때문에 얼굴을 제대로 볼순없었지만 여자들은 대다수 감탄사가 절로 나올만큼 늘씬하게 빠졌다.용철은 사방팔방에 달려드는 관광객들에게 치이면서도 주변을 돌아본다고 정신이 없었다.약속이나 한듯 반들거리는 선글라스를 쓰거나 머리에 얹고 반바지 차림으로 공황을 활보하는 수많은 미인들.그들 대부분은 서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이었다.물론 개중에는 뚱뚱하고 추한 여자들도 있었지만 추한 여자보다는 미녀가 월등히 많았다.

'오오오! 오오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오!'

미녀들을 본 용철은 암사자 무리를 발견한 떠돌이 숫사자처럼 주먹을 불끈 쥐며 맹렬하게 포효했다.비록 눈요기밖에 못하지만 그것만해도 배가 부를거 같다.

만약 각성전의 그 바른생활 사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 미인들을 보고 침을 흘리면서도 혹시나 생길 시비를 염려하는 마음에 애써 시선을 피하려 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강인한 몸을 가지면서 성욕도 왕성해졌다.설령 그까짓 시비가 생긴다고 해도 그냥 노골적으로 보고 싶었다.

주변을 살피던 용철의 눈이 마침 대합실로 들어서던 한 백인 여성을 포착했다.그녀는 뽀얀 피부와 아름다운 금발, 그리고 날씬한 몸매의 삼박자를 고루갖춘 보기드문 미인이었다.게다가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혼자였다.막 여행가방을 끌고 공항으로 들어서려던 그녀를 용철이 냅따 막아섰고 그 여자는 약간 당혹스런 표정으로 용철을 올려다봤다.

미녀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수컷의 본능이 맹렬하게 용솟음쳤다.

"wow! you very very beautiful!"

(와! 당신 정말 미인이군요!)

용철은 두 손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그 여자의 미모를 극찬했다.그 여자는 이상한 동양인이 갑자기 들이대서 놀랐는지 잠시 주춤했지만 곧 씨익 웃으며 답례를 했다.만약 한국여자였다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장난으로 한 짓이라도 좋은 반응이 나올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하지만 백인 여자들은 가볍게 들이대는 것 정도엔 비교적 너그러운 편이다.물론 이게 농담수준이 아니라 끈적끈적한 성적코드가 섞여있다면 결과는 달라진다.

"Thank you.You look very handsome.

I...I am not kidding. Let me say that you are one good-looking guy."

(고마워요. 당신 잘생겼네요. 노..농담아니고 당신 정말 잘생겼어요.)

"huh! Thank you very much! See you later."

(허! 정말 고맙네요. 그럼 또 봐요.)

용철은 상큼한 윙크와 함께 또한번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고 그녀도 가볍게 웃으며 답례했다.사실 공항에서 만난 여자를 다시볼 확률은 무한히 0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한번 이렇게 들이대보고 싶었다.어쨌든 조금전 여자의 반응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저렇게 아름다운 미인과 단 몇마디라도 나눈게 어딘가?

용철은 어깨를 으쓱하며 공항 안에 있는 레스토랑 윈도우에 얼굴을 비춰봤다.

"오호. 이거 이 구용철이 외국에서도 먹히나보군."

용철은 우선 여행가방을 열어 그 안에서 무스를 꺼냈다.

비행기 안에서 잠도 못자고 쉴새없이 뒤척인탓에 머리꼴이 엉망이었다.그러고보니 머리나 좀 만지고 나서 들이댈걸 그랬나보다.가게 유리를 들여다보며 머리를 만지는 용철을 현지인들은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그런 시선까지도 즐기는게 용철이었다.

공항에서 백인녀에게 수작도 걸어봤겠다, 용철은 휘파람을 불면서 공항을 나섰다.

BOPE의 사무실은 리우 시내에 있었다.

비록 처음 와보는 길이었지만 서문식에게 받은 지도도 있었고 돈도 넉넉하게 있었다.게다가 이제 일반인이 아닌 능력자였으니 무서울게 없었다.

마침 노란 택시가 서있는걸 발견한 용철은 얼른 차창을 두드렸고 안에서 졸고 있던 기사가 슬며시 눈을 뜨더니 문을 열어줬다.용철은 손에 들고있던 비지니스 포루투갈어 책을 더듬더듬 읽으면서 시내로 갈 것을 부탁했다.

포루투칼어는 단 한마디도 못한다.

그런데도 용감하게 브라질까지 온건 브라질 BOPE에 현지 교민출신의 능력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는 서문식에게 특별한 부탁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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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PE의 본부는 리우 시내중심가에 있었다.

어디든 고개만 들면 리우의 랜드마크인 거대 예수상이 똑똑히 보였다.택시를 타고 오면서 봤을때는 약간 무절제한 도시같았지만 중심부는 상당히 삐까번쩍했다.

용철은 우선 입고왔던 가죽잠바를 팔에 걸치고 반팔 쫄티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했다.

쫄띠는 웬만큼 몸이 좋지않은이상 쉽게 커버할수 없는 물건이었지만 용철에겐 페로몬을 풀풀 날릴수 있는 아주 좋은 아이템이었다.

세계적인 도시답게 온갖 인종이 모여있었는데 조금만 돌아다녀보니 관광객은 딱 티가 났다.같은 백인이라도 현지인들의 복장은 좀 후줄근하고 암내가 진한 편이었다.이건 더운 날씨의 영향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외모에 신경을 덜 써서 그렇다.

더운 날씨때문인지 시내의 가로수중엔 야자수가 상당히 많았다.

하얀 돌로 덮은 인도는 생각보다 깨끗했고 길 양옆에는 유럽풍의 고급스런 석조건축물과 현대건축물이 조화롭게 섞여 있었다.횡단보도 앞에서 서있다보니 멀리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스타X스 커피를 든채 야자수 밑에 앉아 한가롭게 노닥거리고 있었다.

"흑인이 바글바글하고 치안이 개판이라던데?"

그런데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범죄자처럼 보이는 놈은 하나도 없었다.

간혹 흑인들도 지나갔지만 흔히 볼수있는 범죄형은 아니었다.깔끔하게 차려입어서 상당히 젠틀해보였다.용철은 흑인을 볼때마다 감각을 곤두세웠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포인트를 가진 범죄자는 하나도 없었다.

지도를 보면서 걷다보니 이번에도 야자수 아래에서 깔깔거리며 수다를 떨고있는 관광객들을 발견했다.조금전 관광객은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였지만 이번엔 둘다 여자였다.용철은 그들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Hi! Where have you come from?"

(안녕하세요! 어디서 오셨나요?)

근데 뭔가 분위가 좀 이상했다.

멀리서보고 금발이길래 다가갔는데 자세히보니 피부가 좀 까무잡잡했다.그녀는 용철이 말을 걸자마자 웃으면서 뭔가를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하나도 알아들을수가 없었다.

'젠장. 현지인이군.'

옷차림이 쓸데없이 화려해서 관광객으로 오해한 모양이었다.순간적으로 식은땀이 흘렀지만 용철은 그 자리에서 뻔뻔스럽게 포루투갈어 회화책을 뒤적거렸다.

"Desculpa."

(미안합니다.)

생각같으면 왜 미안한지를 구구절절 밝히고 싶었지만 능력이 안됐다.

그래도 그 여자들은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는지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길을 가면서도 꽤 많은 미인을 발견했지만 바로 들이대지는 않았다.현지인이라면 말이 안통해서 난감했으니 관광객을 노려야 했는데 숙소가 밀집한 이 지역의 특성상 관광객을 가려내는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여기서 돌아다니는 관광객이라면 벌써 숙소에 짐을 풀었을게 뻔했기 때문이다.여행가방이 없으면 누가 관광객인지 헷깔렸다.물론 남자들은 어느정도 표가 났지만 여자들은 다들 화려해서 그런지 구별이 힘들다.

용철은 여행가방을 가진 여자를 볼때마다 마구 수작을 걸어가면서 마침내 BOPE본부에 도착했다.

입구엔 경비병도 있었고 건물을 둘러싼 담벼락이 제법 높은 편이었지만 강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담만 없으면 그저 시내에 흔히 있을 법한 그런 평범한 건물로 보였다.

건물 입구엔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는데 아쉽게도 망할 포루투갈어였다.

우선 경비원에게 신분증을 보이고 건물 로비에 있는 의자에 앉아 조금 기다렸다.밖은 찌는듯이 더웠지만 건물안은 의외로 시원했고 금새 잠이 솔솔 왔다.

"구용철씨?"

"네?"

그때 익숙한 한국어가 들렸다.

용철은 눈을 번쩍뜨고 무의식적으로 바지를 탈탈 털었다.

눈매가 날카로운 남자가 용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서문식 매니저 소개로 오셨죠?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네. 저야말로..."

"저는 이쪽에서 일하는 나인철이라고 합니다. 원래부터 브라질에서 살았죠."

"아...구용철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용철은 그의 두손을 꼬옥 잡으며 연신 굽실거렸다.

딱히 남자의 손을 잡고 싶지도 않았고 굽실거리고 싶지도 않았지만 포루투칼어를 단 한마디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 사람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했다.현지인중에 영어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그나마 용철의 영어실력은 바디랭귀지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다.

"안그래도 지금 강당에서 세미나를 열고 있는데 한번 가보실래요?"

"세미나요?"

"네. 아무래도 외국에서 온 사람이 많다보니 아직 기본 업무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당연히 포루투갈어겠죠?"

나인철은 용철을 빤히 쳐다보더니 껄껄 웃었다.

"그건 당연한거 아닙니까?"

"아...네."

그 순간 평소에 포루투갈어를 조금 배워둘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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