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레커닝-7화 (7/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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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난데없는 전화벨소리가 단잠을 깨웠다.

금요일 밤은 용철이 두 다리 뻗고 편안하게 잘수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때문에 평소보다 더 깊이 잠들었고 평일보다 평균적으로 2~3시간을 더 잤다.

처음 세명건설에 입사했을때는 새벽 5시반에 일어나야 한다는걸 알고 기겁했지만 그 생활도 오래 하다보니 적응됐다.알람이 울기전에 자동으로 눈이 떠졌고 간혹 좀 피곤해서 자동으로 깨지못해도 알람이 울면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물론 집에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에이....누구야 아침부터 귀찮게....."

용철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머리맡에 놓여있던 스마트 폰을 약간 신경질적으로 잡아챘다.그런데 발신자 번호가 전혀 모르는 번호였다.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를 받았다가 이런저런 난감한 일을 자주 겪은후로 지역번호가 02인 전화는 그냥 끊어버렸다.용철은 버릇처럼 수신거부를 누르려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받았다.일단 그런 이상한 전화는 주로 점심시간을 전후해서 걸려왔고 아침에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구용철씨죠?"

"네. 누구신지?"

목소리의 주인은 40대정도로 추정되는 남자였다.

그순간 보이스피싱이 생각나서 끊어버리고 싶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냥 끊어서는 안될거 같았다.밀리아를 처음 만났을때도 그랬다.뭔가 놓쳐서는 안될거 같은 기분때문에 그 이상한 안경을 샀고 그 안경은 지금도 그녀와의 만남이 꿈이 아니라는걸 증명하고 있다.

"저는 해능취 카페의 매니저인 서문식이라고 합니다. 잠시 통화 되시나요?"

"아...네."

용철은 어제 가입신청을 했던 그 카페의 매니저라는 말을 듣자마자 얼른 일어나 앉았다.

"비밀상인을 만났다고 하셨는데 어디서 만나셨나요?"

"그게 버스정류장 화장실 안에서 만났습니다."

"화장실요?"

"네."

서문식은 화장실이라는 말에 약간 의아했는지 말꼬리를 쳐올렸지만 용철은 담담하게 대응했다.그에게 거짓말을 해봐야 남을게 없었고 그 신청서에 썼던 내용은 100% 사실이었다.갑자기 복통이 났고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비밀상인을 만났다.

"좀 이상한 곳에서 만났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화장실은 좀 의외네요."

"네. 저도 그런데서 만날줄은 몰랐어요."

"어쨌든 비밀상인을 만났으니 능력자가 되신거군요. 축하드립니다."

"아. 감사합니다."

"저희 카페는 국내의 능력자들에게 해외취업을 알선하고 있습니다.

일단 국내에 능력자가 나타난지는 얼마안됐고 정부가 아직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고 있어서요.미국에선 벌써 대대적으로 능력자를 모집하고 그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아직 능력자가 뭔지도 모르고 있어요."

"그렇군요. 하긴 미국이 그런 쪽에는 항상 앞서나가긴하죠."

"우리 카페는 해외취업을 목표로 하고있지만 취업생각이 없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일단 국내의 능력자가 몇명 안되니까 우리끼리 뭉치는게 더 큰 목적이라고 할수있죠."

"그렇네요. 벌써 특수부대까지 만든걸 보면 미국쪽엔 능력자가 꽤 많은거 같은데.."

"그렇죠. 일단 인원수도 우리나라보다 많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건 능력자를 보는 관점이죠.미국정부는 능력자의 존재를 알고부터 정부차원에서 그들의 소재를 파악하고 고용하기 시작했습니다.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아직 아무 것도 몰라요.미국처럼 특별대우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자칫 우리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기라도 한다면..."

"그렇네요. 확실히 그럴수도 있겠어요."

"어쨌든 기회가 되면 우리 사무실에 한번 놀러오십시오.

이렇게 전화상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실제로 사람들을 한번 만나보는 것도 생각보다 괜찮으니까요.어쨌든 이른 아침에 전화를 해서 민폐를 끼친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뇨. 괜찮습니다. 어차피 아침을 먹으려던 참이라서요."

"네. 그렇군요. 그럼 용철씨. 나중에 한번 뵙도록 하죠."

"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전화를 끊고 스마트 폰으로 어제 그 카페에 들어갔다.

어느새 등급이 일반 회원으로 되어있었고 그 카페의 모든 글을 열람할수 있었다.그중에 특히나 눈길을 끌었던건 비밀상점에서 파는 아이템의 목록표였다.

★비밀상인 판매목록(새로운 아이템 발견시 업데이트)/작성자:반 화이트 홈

1)무기류

롱 소드(물리공격+3)/한손검술 습득시 사용가능

특이사항:일반등급

그레이트 소드(물리공격+8)/양손검술 습득시 사용가능/공격 딜레이+20%

특이사항:일반등급

배틀 액스(물리공격+8)/해당 비급서를 찾지못했음

특이사항:일반등급

숏 보우(물리공격+1)/궁술 습득시 사용가능/공격 딜레이+100%

특이사항:일반등급

엘븐 보우(물리공격+15)/중급 궁술습득이 필요함/공격 딜레이+50%

특이사항:레어(B)

2)방어구류

강화 천 셔츠(물리방어+1)/모든 클래스 착용가능

특이사항:일반등급

하드 레더 메일(물리방어+2)/마법사를 제외한 모든 클래스 착용가능

특이사항:일반등급

블레스트 플레이트(물리방어+8)/전사계열외에는 착용불가

특이사항:일반등급/살짝 희귀

3)비전서 류

비급서-검술(초급)

비급서-검술(중급)/희귀

비급서-맨손격투술(초급)

비급서-힐(초급)

여러가지 아이템이 카테고리별로 잘 정리되어 있었는데 그중에서는 밀리아의 상점에서 봤던 아이템도 있었다.아이템 목록을 살펴본 용철은 이번에는 그 밑에 있는 다른 글을 읽었다.작성자를 보니 실명보다는 다들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것 같다.

★능력을 해방하는 법/작성자:돈킨 밀스

<전사가 되고 싶은 사람은 비밀상점에서 검술(초급)/격투술(초급)/궁술(초급)등의 비전서를 구하면 됩니다.마법사나 힐러가 되고 싶은 사람은 마법(초급)이나 힐(초급)으로 구하시면 되요.여기서 부가적으로 이중능력을 가질수 있는데 검술을 선택해서 검사를 메인으로 두고 마법을 익힐수도 있습니다.다만 마법쪽에 소질이 없다면 배울수 없어요.>

"오호...이것 봐라?"

그냥 비슷한 사람들 한번 만나보고 싶어서 찾아온 카페인데 꽤 괜찮은 정보를 얻었다.

"그런데 비급서를 사려면 또 밀리아를 만나야하는데 어떻게 만나는거지?"

용철은 그 카페의 모든 글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읽었다.

하나하나 전부 읽다보니 그 중에는 비밀상인을 부르는 방법에 대한 것도 있었다.

★비밀상인을 호출하는 법/작성자:대디 리

<그 비밀상인의 이름을 불러주면 나타납니다.

다만 거의 모든 비밀상인이 일반인을 피하는 편이라서 사람이 많은 곳에서 부르면 절대 안오니 주의하세요.>

"뭐야? 엄청 간단하잖아."

용철은 스마트 폰을 이불위로 집어던지고 우선 이 부터 정성껏 닦았다.

이를 닦고 가글을 하고 머리까지 정성껏 만졌다.여자친구도 아닌 사람에게 이렇게 정성을 들일 이유가 없었지만 비밀상인들은 분명 단순한 장사꾼은 아니었다.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하지만 이렇게 능력자가 된 이상 자신의 남은 인생에서 비밀상인 밀리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작지는 않다는게 바로 용철의 생각이었다.

"밀리아씨!"

부르기만 하면 온다는 말이 선뜻 와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서 한번 불러봤다.

그리고 부르자마자 벽이 열리면서 밀리아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어머나~ 안녕하세요."

밀리아는 눈이 마주치자마자 호들갑을 떨어댔다.

그게 진짜 반가워서 그러는건지 아니면 단순히 물건을 팔기위해 그러는건진 알길이 없었지만 어쨌든 이런 미인이 반겨주니 기분만은 좋았다.

"아...반갑습니다. 어떻게 부르는지 몰라서요."

"그랬군요. 일단 이쪽으로 오셔서 차라도 한잔 하세요."

"감사합니다."

벽이 열린 곳은 용철의 방 서쪽 벽이었다.

그 벽을 건너면 바로 욕실겸 화장실이 위치해 있었다.버스 터미널 화장실에서 처음 만났던 여자를 또 화장실쪽에서 만나고보니 뭔가 약간 기분이 찝찝하기도 했다.이 여자를 만나는건 이번이 두번째였다.그러니 아직까지 서먹서먹한게 정상이었지만 용철은 마치 단골 슈퍼를 들어가듯 밀리아의 가게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이 가게가 있는 지점이 화장실이고 뭐고 그런건 이제 상관없었다.

용철이 접대용 테이블에 앉아 잠시 기다리니 밀리아가 찻잔 두개를 갖고왔다.

"루이보스티에요. 혹시 차 좋아하시나요?"

"네. 좋아합니다."

사실은 커피를 제일 좋아했지만 비밀상인과 어떻게든 친해져야한다고 생각했다.

비밀상인과의 만남이 능력자 탄생의 시작이라면 능력자로 사는 삶 역시, 비밀상인 없이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일단 그녀가 파는 물건을 다른 곳에서 구할수가 없었고 그 물건들은 능력자의 삶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만약 이 물건들이 중요하지 않다면 능력자 카페에서 목록표까지 만들어놓고 관리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세요? 다행이네요."

그녀는 기분이 좋은지 찻잔을 입에 댄채 살며시 눈웃음을 쳤다.

용철도 그녀의 기대에 부응하기위해 최대한 차 맛을 음미하는 시늉을 했다.물론 이제껏 이딴 차를 마셔본 적이 없어서 이게 맛있는건지 맛없는건지도 알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일단은 저 상인의 기분을 맞추는게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물건이 있는데 한번 보시겠어요?"

"네. 보여주시면 감사하죠."

"감사하기는요...저도 어차피 장사하는건데요."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용철은 진열대쪽으로 이끌었다.

이번에 향한 쪽은 저번에 봤던 그 진열대가 아닌 다른 쪽이었다.유리로 만든 케이스가 저번보다 더 컸고 바로 위에서 비치는 샹들리에때문에 눈이 부셨다.

◆나이트 플레이트 아머(물리방어+20/마법방어+3)/공격및 이동속도-10%

특이사항:레어(B)/대미지 마법에 저항할 확률이 20% 상승한다/가격:10000P

◆나이프(물리공격+1)

특이사항:일반등급/가격 10p

◆격투장갑(물리공격+1)

특이사항:일반등급/가격 10p

◆롱 소드(물리공격+3)

특이사항:일반등급/가격 30p

◆비급서-맨손격투술(초급)/가격 30p

◆비급서-검술(초급)/가격 30p

◆비급서-힐(초급)/가격 30p

◆비결-더블 크로스 슬래쉬(중급검술)/가격 1000p

◆비결-선더 크래쉬(초급마법)/가격 30p

◆비결-슈퍼 스트라이크(고급검술)/가격 5000p

"음....."

저번보다 물건이 훨씬 많았다.

카페를 통해서 이 아이템들의 쓰임새를 알았으니 아이템을 보는 눈도 달라질수밖에 없었다.특히 처음 밀리아를 만났을때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저 낡은 책이 능력자로서의 각성을 이끄는 매개체일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오늘은 물건이 많이 들어왔어요.

슈퍼 스트라이크나 저런건 살 사람이 없긴한데 언젠간 팔리겠죠. 뭐."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용철은 무심코 그 가죽주머니를 꺼냈지만 그안에 있는건 달랑 금화 7개뿐이었다.70p로 살수있는건 고작 초급 비급서뿐이었고 다른 아이템들은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어때요? 어떤걸 하실래요?"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게 있습니다."

"네?"

그녀는 자신을 가리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딱히 놀랄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당황하는 품세가 꽤 귀여웠다.

"능력자가 되려면 비급서를 사야한다고 해서요.

그런데 제가 아직 비급서를 어떻게 쓰는지도 몰라서 말입니다."

"아~ 그건 염려마세요. 쓰는 법은 제가 아니까요."

"아니 그게 아니고..

비급서를 통해서 전사와 마법사를 택할수있다고 하는데 제가 초보라서 각각의 장단점 같은걸 아직 모르거든요.그걸 비밀상인한데 물어보면 알수있다고 해서 말입니다."

"아하~ 네네. 설명해드릴게요."

밀리아가 비급서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고 용철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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