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레커닝-5화 (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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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숙소로 가서 대충 짐을 챙긴후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용철이 일하는 현장은 흔한 촌동네의 허허벌판.

행정구역상으로는 대구광역시권에 속했지만 깡촌보다 별로 나을 것도 없었다.

일단 개발된지 얼마 안된 지역이라서 근처에 제대로 된 피시방 하나 없는 동네였다. 애초부터 그런 동네다보니 중심가에 속하는 버스터미널 인근의 상황도 아주 열악했다. 그런데 여긴 이 동네에선 상대적으로 나은편이었다. 현장 주변엔 그 흔한 버스정류장도 없었다.

현장의 출근시간은 아침 6시다.

때문에 대구 구도심에 사는 사람들은 새벽 5시전에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했고 타지역에 살거나 차가 없는 사람들은 할수 없이 이 지역에 숙소를 잡고 합숙을 했다. 그런데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과 같이 사는게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차가 없는 것도 아니라서 한번씩 숙소사람들과 갈등이 생길때면 그냥 다 집어치우고 집에서 출퇴근할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에이...관두자. 있는 차도 팔아야겠구만."

대학을 졸업하고 이직장 저직장을 전전하다가 여기까지 왔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다. 남들은 1년에 500만원도 모으기 힘들다고 하소연을 늘어놨지만 용철은 뼈를 깎는 각오로 단 4년만에 거의 5천만원을 모았다. 돈 많이 주는 대기업은 다녀본적이 없었고 한 직장에 오래있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얼마안되는 월급을 거의 쓰지않고 모았다.

여기서도 그랬다.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는 인간들이랑 합숙하는건 상당한 스트레스였지만 그래도 도로에 돈을 뿌리고 다니는거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자동 매표기에 돈을 넣고 무감각하게 버튼을 눌렀다.

여기도 매표원이 따로 있었지만 오직 자동 매표기 목록에 없는 표만 팔았다. 표가 나오자마자 습관처럼 고개를 들고 벽에 걸린 시간표를 올려다봤다.

"7시 10분 차..."

현장은 퇴근시간은 6시였지만 거기서 차를 타고 숙소까지 가는데 시간이 걸렸고 또 숙소 근처에서 식사도 해결해야 했다. 물론 오늘같이 집에 가는 날은 굳이 밥을 먹고 올 이유가 없었지만 어차피 공짜 밥이니까 먹고 오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아 씨발. 배가 왜 이렇게 아프지."

7시 10분을 불과 5분정도 남겨두고 갑작스런 복통이 찾아왔다.

물론 여기서 용철의 집이 있는 대구 도심까지 가는 차는 많았으니 이번 차를 놓친다고 해도 20분후에 있는 다음 차를 타면 그만이긴 했다. 그런데 문제는 단지 그 차를 놓치는게 아니다.차안에서 복통이 시작되면 상당히 난감했다. 여기서 도심까지는 고속버스로 최소 30분 이상이 걸렸고 거기서 또 차를 갈아타고 30분이상을 더 가야했다.

"에이. 그냥 다 비우고 가야겠다."

용철은 남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버스정류장이 대체적으로 그렇지만 화장실의 위생상태가 상당히 열악하다.

도심의 정류장은 그나마 청소는 하는지 좀 나았지만 이 동네 정류장은 열악정도가 아니고 최악이었다. 용철은 급한 와중에도 화장실 칸을 하나하나 살폈다.

"씨발새끼들이 싸면 좀 내리고 가야할거 아냐."

용철은 좌변기 뚜껑을 열자마자 냅따 욕을 내뱉었다.

화장실 칸이 총 7개였는데 좌변기는 장애인전용을 포함해서 2개고 나머지는 쪼그려 앉아 볼일을 보는 화변기였다. 첫번째 좌변기는 뚜껑이 닫혀있었다.딱 보기에도 불길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열어봤다. 물론 결과는 역시나였다.

화변기들도 상태는 엇비슷했다.

아무리 급해도 제정신 갖고는 도저히 바지를 내릴수 없을만큼 변기들의 상태가 하나같이 최악이었다.

"으으으...싸겠다. 씨발."

벌써부터 가랑이 사이에서 신호가 오는게 몸이 부들부들 떨릴지경이었지만 그래도 불굴의 의지로 조금이라도 상태가 나은 변기를 찾았다. 약간 묻은 정도는 괜찮았지만 발을 디딜수도 없을만큼 전체적으로 처발린건 도저히 용납할수가 없었다.

결국 장애인 화장실로 들어왔다.

아무리 깨끗하다고 해도 평소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겠지만 다른 칸의 상태가 제정신갖고는 들어갈수 없을만큼 처참했다.

"아......!"

바지를 내리고 앉는 동시에 온 힘을 다해서 싸질렀다.

몸속에서 부글부글 끓던 것들이 순식간에 빠져나간 그 순간, 아주 잠깐이지만 천국에 온거 같았다. 하지만 배설의 쾌감도 잠시였다.

"뭐야! 휴지가 없잖아!"

용철은 당연히 벽에 붙어있어야 할 두루말이 휴지가 없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물론 쿨하게 그냥 바지 올리면 되지만 그 찝찝함과 냄새를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용철은 일단 옆칸에서 휴지를 빼오기로 하고 바지를 아주 살포시 올리고 최대한 바지를 앞으로 당겨서 엉덩이쪽에 닿지 않게했다.

그런데 문이 안열렸다.

화장실 자체가 상당히 노후했기에 문이 고장날 가능성은 충분했고 어디 끼인게 아닌이상은 그냥 두드리면 열릴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힘을 줘서 밀어봐도 문은 꿈쩍도 안했다.당황한 용철은 마구 발길질을 했지만 그래도 문이 열릴 기미가 없었다.

게다가 얇아빠진 합판조각으로 만든 그 문이 무슨 쇳덩이처럼 묵직했다.

걷어차면 굉음이 일면서 화장실 칸 자체가 흔들리기 마련인데 이건 흔들리는건 고사하고 소리도 안났다. 문을 걷어차다가 무의식중에 고개를 들어보니 천장이 엄청나게 높아보였고 화장실 칸의 윗부분이 무슨 부잣집 담벼락처럼 까마득하게 보였다.

화장실 칸의 높이는 기껏 잘해봐야 2미터를 넘지 않는다.

때문에 좌변기를 밟고 충분히 넘어갈수있는 높이였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그게 도저히 넘어갈수 없을만큼 높아보였다. 단순한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고개를 흔들었지만 아무리보고 또봐도 여전히 높았다.

"이게 뭐야?"

"이건 뭔가 잘못됐어!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당황해서 발광을 했지만 아무리 문을 두드리고 걷어차도 달라지는게 없었다.

아무리 작은 터미널이라고 해도 화장실에 들어오는 사람은 있기마련인데 용철이 갇힌 이후로 화장실에 들어오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화장실은 매표소에서 불과 2미터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소리를 지르면 매표원이 듣지 못할리가 없었다.

그런데 도와주러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용철은 이번엔 스마트 폰을 꺼냈다.

화장실에 갇혔다고 119를 불렀다간 미친놈 소리를 들을지도 몰랐지만 도저히 나올수가 없으니 어쩔수가 없었다. 그런데 스마트 폰도 먹통이었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작동하던게 지금은 켜지지도 않고 아예 맛이 가있었다.

"분명 오늘 아침에 충전 시켰는데?"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제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이젠 휴지고 뭐고 다 필요없었다.어떻게든 나가고 싶었고 여기서 나갈수만 있다면 더 바랄게 없을거 같았다.

"나가기만 하면 더 바랄게 없다구요?"

"헉?"

갑자기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용철은 깜짝 놀랐다.

무심코 뒤를 돌아본 용철은 고개를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화장실 벽이 있어야 할 곳을 기준으로 상당히 넓은 공간이 존재했고 그 끝쪽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그 공간은 그냥 텅 빈 공간이 아니었다. 마치 금은방 하나를 통채로 옮겨놓은듯 사방에 유리로 만든 진열대가 널려있었고 천장에는 반짝이는 샹들리에까지 달려있었다.

"어서오세요. 구용철씨.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예?"

금은방 안쪽에 서있던 여인이 사뿐사뿐 다가왔다.

대체 어떻게 된건진 모르겠지만 용철이 앉아있던 변기가 이 금은방의 입구같았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살살 웃으며 다가오는 여인을 보고 용철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분명 꿈은 꿈인거 같은데 꿈치고는 보이는게 너무 생생했다.

휘황찬란한 샹들리에 빛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금발과 파란 눈을 가진 여인.

하늘하늘 흩날리는 얇은 원피스를 입고 사뿐히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은 잡지에서 봤던 그 어떤 모델보다도 아름다웠다. 너무 뜻밖의 일이라 잠시 멍해져있던 용철은 급히 두어걸음 물러서며 어설픈 영어를 더듬더듬 거렸다. 분명 조금전 이 여자가 한국말을 한거 같았지만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런지 한국말대신 영어가 튀어나왔다.

외국인은 언제봐도 어려운 존재였다.

"hello. i can't speak English very well..."

(안녕하세요. 저 영어 엄청 못하거든요)

"호호호호"

변기 바로 근처까지 다가왔던 그녀는 더듬거리는 용철을 보곤 입술을 살포시 가린채 웃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당황스러웠던 용철은 또한번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무슨 여자에 환장한 것도 아닌데 이런 환상을 본다는게..'

용철은 잠시 현실도피를 하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단순한 꿈은 아닌거 같았다. 꿈속에서 이런 미인을 보는게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지만 그런 꿈을 꿨을때는 항상 욕구불만에 차있었다. 그런데 최근엔 여자 생각을 한 적도 없었다. 일이 힘들어서 죽겠는데 그런 잡 생각을 할 여유가 있을리가 없었다.

"꿈도 아니고 환상도 아니에요. 구용철씨."

'헛? 마음을 읽었어?'

"네. 실례라는건 알지만 구용철씨가 처음이시니 어쩔수 없었네요."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건지 모르겠네요."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갇혔고 거기서 금발벽안의 미녀를 만났다.

현실적으로 도저히 있을수 없는 일이었고 용철도 처음엔 이게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왠지 이게 꿈이 아닌 엄연한 현실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구용철씨는 적응이 빠른 편이에요.

우리같은 '비밀상인'들을 처음 만난 사람중에는 놀라서 미쳐버린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쪽은 누구시고 여긴 어디죠? 화장실은 아닌거 같은데."

"맞아요. 화장실은 어디까지나 제가 만든 환상일뿐이에요."

그녀는 잠시 입을 가리고 웃다가 곧 정색을 했다.

그 입에서 뭔가 심각한 이야기가 나올거 같아서 용철도 정신을 바짝 차렸다.

"능력자라고 들어보셨나요?"

"능력자요?"

"네. 괴물들을 퇴치하는 사람요."

"네. 들어본 적은 있어요."

용철은 능력자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미국에서 새로 창설된 특수부대를 떠올렸다.

전세계적으로 이상한 괴물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용철도 그 괴물들을 잡기위해 각국에서 특수부대가 결성됐다는 소식을 TV를 통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그런데 그건 전부 외국의 일이었고 아직까지 한국내에서 괴물이 나타났다는 소식은 없었다.

"평범한 사람들중에서도 의외로 대단한 잠재력을 갖고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희 비밀상인들이 찾아다니는게 바로 그런 사람들이죠."

"그럼 제가 그쪽이 찾던 그런 사람이란 말인가요?"

"물론요.

미국 특수부대에 있는 사람들도 다들 저같은 비밀상인을 만났지요."

그녀는 살짝 눈웃음을 쳤다.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이런 미녀가 웃는걸 보니 가슴이 대책없이 뛰었다.

미국에서 괴물을 상대하기위한 특수부대가 조직된건 꽤 오래전 일이었다.

물론 그 특수부대가 인간이 아닌 초인이라고 생각해본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해병대와 일반육군이 다른 것처럼 그저 일반 군인보다 훨씬 혹독한 훈련을 받고 그에 상응하는 장비를 착용했기에 괴물을 상대할수 있다고 생각했을뿐이다. 그런데 그 많은 특수부대원들이 전부 이런 사람을 만났다고 하니 선뜻 곧이들리지는 않았다.

"아참. 저는 밀리아에요.

비밀상인이 된지는 얼마 안됐고 지금 고객은 구용철씨 뿐이네요."

"아...반갑습니다. 구용철입니다."

뭐가 뭔지 아직도 약간 얼떨떨했지만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닌거 같았다.

용철은 늘 그랬듯 손을 내밀었고 밀리아도 약간 망설이는듯 했지만 금새 그 손을 잡았다. 처음 봤을때는 미국인인줄 알고 당황했다.그녀가 한국어를 능통하게 하고 마음을 읽는다는걸 알고 또 한번 놀랐다. 그런데 그렇게 놀라고 당황한거 치고는 용철은 비교적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렇게 해야할거 같았다.

악수를 마치고 그녀는 가게 안쪽으로 용철을 인도했다.

"제가 가게를 연지 얼마 안되서 물건이 몇개 없어요.

뭐...경험도 쌓고 여기저기 거래처도 트면 차츰 나아지겠지만 일단은 이거뿐이네요."

"이게 뭔가요?"

그녀는 용철은 가게 한쪽의 진열대로 이끌었다.

유리로 된 케이스가 확실히 금은방에서 보던 것과 아주 흡사했는데 그 안은 거의 텅 비어있었다. 고급시계나 다이아 반지가 가득 차 있을 법한 그 진열대 안에 놓여있는건 꽤나 생뚱맞았다. 그 안에 있는건 낡아서 너덜너덜한 책과 먼지가 하얗게 앉은 선글라스 그리고 한 자루의 검과 루비처럼 보이는 조그만 보석이었다.

"가격은 일단 이렇게 책정했으니까. 필요한거 있으면 사가세요.

다른 상인들은 벌써 물건을 많이 갖다놨다는데 아무래도 고객도 많고 하니까.."

그녀는 벽 한쪽을 가리켰다.

아무 것도 없는 벽에서 갑자기 글자들이 나타났다. 아마 빔 프로젝트같은게 설치되어 있는거 같았다.

◆ 롱 소드(30P)

-양날을 가진 장검으로 전사형 능력자들이 가장 즐겨쓰는 무기다.

공격력:3

특수능력: 없음

◆ 불의 크리스탈(100P)

-불의 기운을 품고있는 신비한 결정체. 무기에 불의 속성을 부여할수있다.

◆비급서-격투술/초급편(30P)

-맨손격투능력 향상에 대한 방법에 기록된 초급용 비급서.

◆비급서-검술/초급편(30p)

-읽으면 검을 다룰수 있게 되는 초급용 비급서.

◆파라메터 분석 기기(중고품/30P)

-특정 상대의 능력치및 자신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주는 마법의 안경.

파라메터 분석기기는 원래 1000p에 해당하는 고가물품이지만 이 제품은 전시물품으로 애초에 약간의 스크레치가 있었고 이전 사용자가 반품하는 바람에 싼 가격에 나왔다.

용철은 무의식중에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딱히 저런걸 사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밀리아가 너무 신경쓰였다. 살 생각이 없다고 해서 냉정하게 홱 돌아서서 나가면 저 여자 마음이 어떻겠나? 그래도 한푼이라도 더 아껴야하는 상황에 저런 이상한 물건을 살순 없었다.

"아니요. 제가 원하는건 종이 돈이 아니에요."

"네?"

"허리춤에 보면 돈 주머니가 있을거에요. 거기 있는 돈으로 사세요."

"그런게 있을리가...어?"

이제껏 허리춤에 돈주머니같은걸 차고다닌적이 없었다.

그런데 무심코 허리띠 쪽을 만져보니 진짜로 묵직한 가죽주머니가 만져졌다. 용철은 얼른 그 주머니를 떼어내 살며시 열어봤다.

그 안에 들어있는건 반짝이는 금화였다.

책에서나 보던 금화가 그 안에 10개나 들어있었다.

"그건 우리 비밀상인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돈이에요.

포인트라고 하고 줄여서 p로 부르죠."

"아. 그렇군요."

"지금 살게 없으면 나중에 사셔도 되요.

지금 없는 물건이 나중에 들어올수도 있거든요. 물론 지금 있는 물건을 누가 사갔을수도 있지만...지금 있는건 저 안경을 빼면 다들 흔한 물건이라서요."

잠시 그녀를 말을 듣던 용철은 금새 인터넷 중고장터를 떠올렸다.

고객이 구용철뿐이라고 하면서 지금 있는 물건을 누가 사갈수도 있다는 말은 일단 앞뒤가 안맞는다. 그런데 그게 직거래 고객이 자신뿐이라는 말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됐다.

이 매장에 찾아오는 사람은 구용철뿐이지만 다른 경로로 물건을 팔 여지는 있다는 소리.

"어라. 팔렸네?"

그 말을 듣고 진열대를 보니 정말로 눈 앞에 있던 롱 소드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녀의 손바닥위로 노란 금화 3개가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처음엔 그 물건들에 전혀 관심도 없었지만 눈앞에서 물건이 없어지는걸 보자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안돼!'

대체 저게 뭐하는 물건인지도 모르지만 왠지 지금 안사면 손해볼거 같았다.

용철은 가죽주머니에서 금화 3개를 꺼냈다.

대체 이게 어디서 날아온 돈인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공짜로 얻은 돈이다. 그러니 이상한 물건을 산다고 해도 딱히 손해볼 것도 없었다.

"저 안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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