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6화 (256/264)

"……."

그렇게 약 100시간 후.

침대에 걸터앉은 클레어의 몸에는,

내가 촉수로 강하게 쥐면서 생긴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부드러운 살결에 밴 땀.

따끔따끔할 텐데도, 클레어는 처음처럼 미소를 잃지 않고 나를 바라봐 주었다.

"어쩔 수 없네요. 당신은…♡"

「이제 와서 가슴 가리는 거 의미 있어?」

"촉수 괴물의 신부가 되었다고, 수치심까지 버린 것은 아닙니다."

「그런 것치곤 대단한 신음이었는데」

"그건 불가항력입니다……."

클레어는 귀까지 붉게 물들었다.

"소리가 목을 거치기도 전에 배에서 나오는 느낌이에요…. 가능하면 예쁘게 보이고 싶습니다."

「극한 상태로 보지 절정하는 클레어도 예뻐」

클레어는 얼굴로 사기 치잖아.

눈 까뒤집고 혀 내밀어도, 배에서 난 짐승 같은 신음으로 부르짖어도.

얼굴과 목소리가 끝내주게 예쁘면 문제가 안 된다. 오히려 꼴린다.

하지만….

「몸에 상처 낸 것은 미안해」

"이 정도는 별거 아닙니다. 내버려 두면 낫습니다."

「너무 흥분해서 힘 조절 실패했어」

"평소 제 아기방에는 더 심한 일을 일삼으시면서, 고작 살갗에 자국이 난 정도로 사과하시다니, 드문 일 아닙니까?"

「그게 말이지…… 엘프랑 만나서 쫄렸던 건 네가 아니라 나였을지도」

그 녀석,

클레어를 데려간다고 했으니까.

"……."

클레어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말했다.

"그렇네요. 여러 가지 어려운 생각에 빠져 있던 예전의 저를 생각해 보면, 이렇게 촉수 괴물 곁에서 근심 걱정 없이 함께 있는 것은 어딘가 이상합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확신에 차서 날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었던 거야」

오염된 클레어니까, 내 자지 좋아서 그랬다는 걸 알면서도.

다른 이유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어린 소녀에게 필요한 건 검이 아니라 위로였다고」"

「어?」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그랬지」

"늘 곁에서 누군가가 그런 말을 해주길 바랐지만, 다들 제가 강하기 때문에, 저 자신도 검을 쥐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

클레어 신부 삼으려고 적당히 내뱉은 말이,

그렇게 점수를 많이 딴 줄은 몰랐는데.

클레어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말하듯, 자애로운 표정이다.

"하지만, 상처받은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위로라고 생각해요."

싸우라고,

극복하라고 부추기는 것보다.

클레어가 원했던 것은 따스한 위로였다는 건가…….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도 클레어는 마물을 죽이는 걸 멈출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물며 촉수 괴물의 신부가 되어 위로받겠다니,

이거야말로 가장 모순되는 부분이다.

클레어의 고향 마을을 없앤 건 내가 아니지만,

나는 아네스한테 완전히 똑같은 일을 했고 그녀들을 다시 수거해서 '위로' 했기 때문이다.

결국,

클레어는 나와 절대 어우러질 수 없는 관계였다.

아네스도 마찬가지다.

그걸 억지로 굽혀 버린 것이 '오염'

클레어의 미소가, 나한테만 보여주는 굉장히 야한 몸매가.

더 맛있는 이유다.

타락한 클레어의 배에서, 자궁 문신이 분홍빛으로 도드라진다.

클레어는 자기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건 제가 주군의 소유물이란 증거입니다. 혹시 제 마음이 변해도, 이 암컷 버튼을 누르시면 언제든 오나홀이 되어 드릴게요."

내가 이렇게 만들었어.

어쩌면 클레어는 16살, 20살이 넘어서, 그 젖가슴이 풍성하게 부풀어 오를 무렵.

그녀의 텅 빈 마음을 위로해줄 좋은 남자를 만나 기사단장직을 내려놓고 결혼했을지도 모른다.

그 미래를, 내가 비틀었다.

개노답 에로 크리쳐로 환생한 내가 비틀어 놓았다.

그 사실이 너무 꼴려서 참을 수 없다.

그리고 나는 확신한다.

이 비틀림이야말로 클레어의 보지 구멍을 가장 야하게 쓸 수 있는 미래였다고.

휙, 휙.

클레어의 침대 위로 촉수 메뚜기가 올라간다.

모독의 몸통에서도 단단히 발기한 자지 촉수들이 내려와 클레어의 주변을 훅 달궜다.

"……."

클레어는 도망치지 않고,

풍성하고 야한 젖가슴을 드러낸 채 배시시 웃었다.

"또 할까요…? 이번에는 살살, 부탁드립니다…♡"

슈루루룩!

클레어의 몸이 촉수로 뒤덮인다.

"꺗!?"

발라당 자빠지는 클레어.

이다음, 엄청나게 섹스했다♡

* * *

나엘리는 촉수 괴물과 만나서 헤어진 그날.

먹자골목에서 달콤한 소스가 듬뿍 뿌려진 닭고기꼬치를 6개나 먹었다.

숙소로 돌아온 후에도 멍때리며 주섬주섬 짐을 싸고 있으니,

같이 온 부하 단원들이 물었다.

"단장님.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맛있었어."

"네?"

"저 노점에서 파는 닭꼬치… 맛있었어…."

"……그렇습니까?"

"너희도 먹고 와."

"……."

엘프 단원은 단장이 손수 내린 군것질 비용을 손에 받아서 들고, 어쩔 줄 몰랐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할 뿐…."

촉수 괴물은 진심이었을까?

수틀리면 '너 죽고, 나 죽자.' 할 생각으로 왔던 나엘리는…….

뽑은 칼이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간단하게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다.

촉수 괴물은 계시를 받았는데도 프레미아를 부르지 않겠다고 한다.

창세신이 여러 대상에게 계시를 내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게 됐으면 진작 난리가 났겠지.

촉수 괴물이 살아있는 한, 그리고 약속을 지키는 한.

프레미아는 반영구적으로 이 땅에 간섭할 수 없고, 새로운 마왕도 태어나지 않는다.

에스칼리아의 목줄은 촉괴가 꽉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까….

굳이 문제 삼을 게 있냐고 묻는다면,

촉괴가 득세한 미래에는 온갖 도시에 인간 여성을 가축으로 삼는 다양한 시설물이 들어설 것이고,

그것이 매우 악취미인 것은 사실이나…….

괴물이 득세해도, 인간이 득세해도

엘프 입장에서는 별로 다를 게 없었다.

어차피 엘프는 역사적으로 타 종족을 뭉개 가면서까지 욕심을 부려본 적이 없는 종족이다.

엄청난 힘과 고대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배경 때문에

타 종족은 엘프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

그래도!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간이 득세할 때는 엘프가 노예였던 시절이 분명히 존재하며,

엘프한테 괴물도 인간이랑 똑같았으면 똑같았지 어여쁜 종족은 아니었다.

즉…….

수백 년짜리 임무에서 해방된 나엘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군것질을 했다.

폭력적일 정도로 달콤한 소스의 여운이 아직도 나엘리의 혀 위를 감돌고 있었다.

"돌아갈까."

남은 건 이 소식을 전달할 뿐이다.

엘프 사회는 대륙 북동부의 대삼림에 위치한 세계수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촉괴가 세운 살점수와 비교하면 지나가던 엘프한테 싸대기 맞을지도 모르지만,

세계수 근처에 젖가슴 크고 빵댕이가 실한 엘프들이 자연 친화적으로 살고 있다.

그렇다고 세간의 이미지처럼

정령이랑 놀면서 이슬만 먹고 사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는 나엘리처럼 큰 젖가슴이 불가능하다.

엘프의 주식은 육식이며, 대삼림에서만 자라는 특수한 가축을 기르고 있다.

나무를 기형적으로 자라게 하는 마법을 사용해서 건축물을 대신했을 뿐,

여기도 다양한 성격의 엘프들이 사는 하나의 큰 도시였다.

"나 왔어. 언니."

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나엘리.

두드려도 대답이 없자 강제로 열면,

이불 덩어리가 움직인다.

방 내부에는 먹다 버린 과자 봉지와 휴지 조각, 인간 사회에서 가져온 갖가지 오락거리들이 나뒹굴고 있다.

"청소 좀 하라고 했지?"

"나, 나엘리…. 이히히…. 이거 제국에서 개발한… 영상을 볼 수 있는 도구인데…."

나엘리의 언니는 니트였다.

엄청나게 예쁜 것은 동생이랑 비슷하지만, 무조건 아름다운 쪽으로 우상향하는 엘프 DNA를 억누를 정도로 자기 관리가 안 되어 있어서,

살집이 붙은 허벅지와 엉덩이가 투실투실하다.

자다 일어난 듯 부스스한 금발 머리카락과 다크서클이 짙게 생긴 녹색 눈.

엘프라도 폐인처럼 살면 이렇게 된다는 걸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였다.

"……언니 이래서 시집 가겠어?"

느긋하게 사는 엘프조차 한마디 안 하고는 못 배기는 광경이다.

"뭐, 뭐어. 엘프들 사이에선 노답이지만? 나 정도면 그래도 인간들한테는 잘 먹히거든. 아마도…?"

한 마디도 안 지고 반박하는 언니, 아스페나.

"……운동도 안 하고, 청소도 안 하고, 매일 집에 틀어박혀서 퇴폐 문물이나 접하는 사람은 인간 사회에서도 안 받아줘."

"이, 이런 몸도 육덕이라고 수요가 있어. 엘프는 얼굴이 예쁘니까 괜찮아! 잘생긴 남자 낚아서, 나엘리보다 먼저 시집갈 거니까…!"

…….

<엘프는 얼굴이 예쁘니까 괜찮아>

최근 엘프 도시의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100년 단위로 처박혀서 제국의 퇴폐 문물만 빨아대는 엘프 니트의 전형적인 멘트였다.

엘프 사회에서는 도태되었지만, 인간 사회에 가면 초특급 엘프 미녀라고 빨아준다는 망상 속에서, 사회성이 말소되어 버린 가련한 여성 중 한 명이….

자기 언니라는 것이, 나엘리는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그런데….

'…방금 왜 촉수 괴물이 떠올랐지?'

시집을 주제로 한 얘기에.

촉수 괴물이 떠오를 구석은 하나도 없었을 텐데.

내가 미쳤지. 미쳤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엘프와 촉수 괴물의 결혼 가능성에 대해 망상이 폭주해 버린다.

도리도리!!

'아무리 엘프라지만…….'

그런 변태 괴물과….

……시집살이 내용이 너무 괴악하잖아.

매일 같이 정신 나갈 정도로 섹스하게 될 거라고….

그게 정확히 어떤 것인지 나엘리는 몰랐지만, 자기도 모르게 자궁이 꼭 죄어지는 느낌이 들 만큼.

해본 적 없는 '섹스'라는 것에 대한 환상은.

엘프 역시 갖고 있었다.

"…나엘리… 혹시 남자 만나고 왔어…!?"

"……무, 무, 무슨 소리야! 일하고 돌아온 사람한테!"

"나엘리 나보다 먼저 시집가지 마. 우에엥. 엄마가 나한테 용돈 안 준단 말이야아아."

"……언니는 그게 더 중요해?"

"용돈 없으면 일해야 돼애애애~~!"

나엘리는 다리에 매달리는 자칭 육덕,

남은 건 미모밖에 없는 언니를 한숨 쉬며 내다봤다.

"남자 만난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그냥…… 좀 복잡한 일이라서 그래."

흠칫…….

나엘리는 그렇게 말하면서 언니를 치우고,

바닥을 정리하던 중…….

【엘프 무한 강간! 촉수에게 붙잡혀 100시간 하드코어 구속 절정 섹스】

……엄한 제목의 에로책을 발견하고 굳어버렸다.

"그거…. 그거 좀 꼴려서… 10번 정도 썼어…."

"언니…."

알고 싶지 않은 정보였다.

"빌려줄 테니까… 시집은 생각해 줘… 웅…? 5년만, 아니 10년만~~."

"……어쨌든 이런 것좀 방에 들이지 마."

나엘리는 에로책을 압수하는 척 집어 들고,

자기 방으로 가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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