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살아보니 어때?」
"……."
다프네는 대답하지 못했다.
딱 잘라서 뭐가 어떻다고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그러자 촉괴가 질문을 바꾼다.
「고기 먹었을 때 무슨 생각 했어」
"맛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좀 더 나한테 아양 떨어서 좋은 대접을 받아 보자고」
추악한 괴물이 생각할 법한 일이다.
다프네는 나름 단호하게 촉수를 발로 툭 차면서, 눈을 똑바로 치뜨고 말했다.
"싫어요."
「왜?」
"사랑도 없이 몸을 팔아, 더 좋은 대접을 받길 바라다니. 그런 건 창녀나 마찬가지예요."
「여자가 몸을 팔아 재화를 얻는 것은 당연한 거야」
"뭐가 당연해요?! 괴물은 엄마도 없어요? 엄마도 없구나!"
「아니, 이 년이! 엄마 있거든?」
"……후읏…. 후우…. 후우…."
다프네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기 때문에,
촉괴는 그녀의 발언을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능글맞게 웃고 있다.
「몸이라는 건 너무 극단적이었고, 어쨌든 남의 호감을 얻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써먹는단 얘기지」
"그러니 저더러 써먹으라고요? 이 촉수가 다리를 감겨와도, 남자친구가 손잡아준 것처럼 기뻐하라고요?"
「YES」
"그런 건……."
「그것도 창녀와 마찬가지인가?」
뭔가 좀 비겁한 행동이긴 하지만, 창녀라고 단정 짓기도 애매한 문제긴 하다.
만약 이 촉수 괴물이 '손을 잡아줘' 같은 것을 대가로,
자신에게 무언가를 해준다고 하면.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게 우리가 사는 세계야, 수컷은 암컷을 위해 둥지를 만들고, 암컷은 그걸 건네받는 대가로 기쁨을 주지」
"……."
간신히 차분함을 되찾은 다프네는,
무릎을 꿇고 앉아 조용히 말했다.
"저는, 거절하겠습니다."
아주 단호했다.
「왜? 더 좋은 곳에서 생활하고 싶지 않아? 건물 틈새로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 곳, 따뜻한 물이 나오는 곳…」
마지막은 좀 솔깃하긴 했다.
오늘도 찬물로 샤워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사소한 재화도 받지 않겠습니다. 저는… 당신과 사이좋아질 수 없을뿐더러, 인간은 확실히 동물 같은 면도 있을지 모르지만."
다프네는, 한 점 부끄럼 없이 떳떳하게 말했다.
"긍지도 있습니다. 이것이 올바른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거절할 용기도 있습니다. 그러니 짐승과는 다릅니다."
「아주 멋진데,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귀족 아가씨다워」
"비아냥인가요?"
「정말 감탄한 거야」
……다음부터는 침대 밑에 촉수가 있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같이 동거했다니, 소름이 끼친다.
자는 얼굴도, 씻는 얼굴도, 갈아입을 때 얼굴도.
밥을 먹고 맛있다며 끄덕거릴 때도 모두 이 촉수 괴물이 보고 있었다니.
소름이 끼친다. 기분이 나쁘다.
혐오스럽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왜 지켜보고 있기만 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저한테 뭘 하려는 거예요?"
「음?」
"제가 당신을 적대한 일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눈물 흘리길 바란다면, 이미 목적은 달성했잖아요."
「네가 굴복하는 게 보고 싶었어」
"굴복했어요. 하지만 아양 떨지는 않을 거예요. 내 친구가, 동료들이 그런 처지에 놓였는데…… 저 혼자 나은 대접을 받고 살라고요?"
「하하」
촉수 괴물이 웃는다.
자기 말이 그렇게 우스웠나, 싶어서 입을 다물게 된다.
「그 맛있는 거」
"……?"
「네 친구도 함께 누릴 수 있다면 어떨까」
"…네?"
다프네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다프네가…… 날 위해 굴복해 준다면」
"……."
「그 곧은 마음을 버리고, 친구를 위해… 촉수 괴물 전용 오나홀이 되어 준다면……」
"아."
「어때?」
다프네는 촉수를 발로 차며 뒤로 물러났다.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훌쩍거렸다.
촉괴가 슬쩍 드러낸 본심.
괴물의 비열한 협박으로 인해, 자기 운명을 깨달은 것이다.
"싫어. 싫어…."
「이미 친구보다 좋은 대우를 받고 있으면서」
"그만해, 말하지 마…."
「[나도 저 축사에 넣어주세요]라고 말할 수 없는 건 왜지?」
"그만해!!"
「그나마 가진 건 빼앗기기는 싫기 때문이야……」
"그런 게 아니야! 내가 없으면…. 베티를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까…"
「거짓말」
"……."
「넌 순교자가 되지 못해, 그냥 사랑스러운 계집애일 뿐이야」
"…괴롭히지 말아요."
「다행히 얼굴이 예뻐서, 새로운 사회에서 지위를 올릴 방법이 있지」
다프네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내 사랑을 받으며 행복에 겨운 모판들도 있단다」
"그런 건 필요 없어요."
「그러면, 돌아갈까?」
"……제 몸을 대가로 베티를 꺼내주세요. 저랑 같이 살게 해주세요."
「끝? 나한테 깝치다가 보지 가축이 된 학생회는? 엘프리데와 시에나를 구해줄 수 있는 것도 너뿐인데」
"제가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없단 것은 알아요. 위선 떨 생각 없어요. 전 이 일을 빨리 끝내고 싶고, 제가 구해낼 대상은 베티예요."
「마음에 들어」
다프네는 거래를 받아들였다.
정확히는, 촉수 괴물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거래를 제안한 것이다.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라니, 이보다 좋은 변명거리가 어디 있겠어」
슈루룩.
촉수가 다프네의 뽀얀 허벅지와 발목에 휘감긴다.
꼬옥.
촉수에 힘이 들어가는데도, 침대 밑으로 질질 끌려가는데도.
다프네는 저항하지 않았다….
"베티를 꺼내준다고 약속해요."
「약속할게, 대신」
"아, 알았어요. 사귈게요…. 촉수 아저씨랑……."
「푸흐흐」
"……최악이야."
「어어, 시작부터 욕해?」
"읏…."
다프네는 끌려가면서, 혐오감을 꾹 참는다.
"오늘 밤은 다, 다프네랑 함께 자주세요……."
「좋아~」
슈루루룩.
다프네는 그대로 침대 밑의 어둠 속으로 끌려들어 갔다.
체념은 빨랐다.
언젠가는 이렇게 될 줄 알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촉괴는 한 달이 지나면 베아트리체를 풀어주겠다고 했지만,
다프네도 그 말을 순순히 믿지는 못했으니까.
차라리 괴물이 무언가를 요구하는 쪽이 믿을 수 있다.
그러면 가져간 만큼 무언가를 내놓을 거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으니까.
그것이 괴물의 기분에 따라 먼지가 되기도 하는,
덧없는 희망일지라도.
패자에게 선택권은 없다.
'오히려 마음이 편할지도 몰라.'
친구가 괴로워하는 걸 보기만 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같은 처지가 되면…… 나을지도 몰라….
베아트리체, 나도 갈게.
네가 겪은 일.
나도 참아볼게.
'……?'
꾸물….
꾸물꾸물…
꾸물꾸물꾸물!!
무수한 촉수들이 끈덕지게 다프네의 허벅지를 감싸고 올라온다.
괴물의 촉수에 휘감긴 하반신을 본 다프네는, 힉하고 숨을 삼킨 후.
상상한 것보다 훨씬 끔찍한 촉수 밭 속에서 미친 듯이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싫어.
역시 싫어!!!
받아들일 수 없어. 이런 흉측한 생물의 신부가 되다니 싫어!!
"싫어, 싫어, 싫어어어엇!!"
「덧없는 각오였네」
휘리릭.
자지 모양 촉수가 다프네의 젖가슴에 휘감긴다.
"익! 익! 이윽…! 악! 끄응!!"
다프네는 몸부림쳤다.
뒤늦게 허리에 힘이 들어갔지만, 촉수는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숨을 못 쉴 정도의 압력이다.
"읏…. 놔! 이거 놔…. 싫어…… 내 몸에서 떨어져요!"
「친구를 구하고 싶지 않아~?」
"무리! 무리! 너무 흉측해, 징그러워, 끔찍해…! 내 몸에서 떨어져!"
「너무하네」
꾸물꾸물꾸물꾸물.
촉수에 난 벌레 유충 다리가 다프네의 뽀얀 허벅지를 기어간다.
"히야아악!!"
부드러운 엉덩이에는 면형 촉수가 붙어 빨판을 자랑하듯 쭈읍, 쭈읍,
그녀의 목욕하고 난 지 얼마 안 된 탱글탱글한 엉덩이를 흡입한다.
쪽, 쪽.
"윽, 흐으읏…. 싫어. 싫어……!!"
다프네는 핏기가 가신 얼굴로 몸부림쳤다.
이미 신체 강화 스킬로 촉수를 벗겨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치고 있지만,
촉수의 구속력이 너무 강해서 조금도 벗겨지지 않는다.
'거짓말…!'
그레이트 웜 정도는 발가락 끝만 살짝 움직여도 찢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힘을 넣고 있는데도.
압도적인 힘의 촉수 앞에서는 그저 가련한 사냥감일 뿐.
다프네는 정말로 촉수 괴물과 섹스하는 미래가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하얗게 질렸다.
친구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야 있지만,
압도적인 혐오감 앞에서 웬만한 각오는 덧없이 흩어진다.
다프네가 간단히 태세를 바꿨다기엔, 동정표를 줄 여지가 있다.
단지,
그녀는 진짜 구역질 나는 괴물과 사랑을 목적으로 몸을 대보긴커녕,
남자를 사귄 적도, 손을 잡아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순결한 몸을 물고 빠는 촉수 괴물과 부정한 결합이 시작되려 할 때,
그녀의 본능이 최대 수준의 경종을 울렸다.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가장 순수하고 올바른 믿음이.
다프네의 혐오감을 부추겼다.
"읏…. 크…!! 안 돼…. 그만해…!!"
「다리 맛있다」
"하지 마세요!"
「같이 자준다며」
"추악한 괴물이랑은, 함께 숨 쉬는 것도 싫어요!"
「……」
"흑……!"
그게 다프네의 본심이었다.
"내, 내 집에서 나가앗!"
쥬루루루룩.
"꺄아아악!!"
촉수 파도가 다프네의 윗가슴까지 침범한다.
다프네는 온몸을 쭙쭙 할짝할짝 빨아대는 촉수에 휘감겨, 점점 침대 밑에 잠겼다.
자기도 몰랐던 집안의 [묘상 공간]
침대 밑에는, 촉괴가 만든 작은 구덩이가 있었다.
사람 하나가 파묻히기는 충분한 구덩이였다.
다프네는 바닥을 손톱으로 긁으며 어떻게든 견디려고 했지만, 온몸이 휘감기는 건 시간문제였다.
머리부터, 발가락 끝까지.
움직일 수 없게 된 다프네는….
호흡 곤란이 온 듯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였다.
근육은 과하게 긴장했고, 쇼크로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그녀의 뒷덜미에 주삿바늘처럼 얇은 가시가 쑥 들어갔다.
"윽……. 익……."
움찔. 움찔.
다프네는 온몸을 구속당한 채, 움찔거렸다.
[최음액 농도…… 500배]
「네가 속에 품은 고민」
"윽…. 하지, 마……."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
하트 눈 뿅뿅하며, 자기 의지와 전혀 관계없는 행복 절정을 맛보던 여자들의 얼굴이.
다프네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게 돼버리는 걸까.
강제로 세뇌당해버리는 걸까.
내가 모르는, 다프네 아스트라가 되어 버리는 걸까.
「이제 해결될 거야」
"시, 싫어. 싫어요…. 이런 건 거짓 감각이에요. 받아들일 수 없어…. 진실이 아니야…!"
「아픈 것보다는 낫잖아?」
……이상해.
다프네는 촉수 괴물의 목소리를 듣고, 이상하게 안심되는 것을 느꼈다.
구속도 갑갑하지 않고,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고작 몇 초 만에 이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보지에 잔뜩 씨뿌리기 해줄게」
"어, 우……. 으… 에…?"
다프네는 가볍게 취한 듯, 홍조를 띤 채.
촉수에 묶인 몸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런 건, 안…대여……. 우웅…."
주륵. 주르륵.
미끈거리는 액체에 뒤섞인 소화액이, 다프네의 옷을 녹인다.
청발청안의 미소녀는 마음속 깊이 난처한 듯 눈살을 찌푸리고,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으로 촉수에 얽혀 가쁜 숨을 내쉬었다.
"…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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