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5화 (195/264)

* * *

……딸을 먼저 잡았더니, 엄마를 물어온 건에 대하여.

본체는 현재 클레어, 한나와 함께 천천히 이동 중이다.

아카데미 쪽으로 시야를 넓히면, 에파나가 엄마를 묻어버리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볼 수 있었다.

<용미관>에는 눈에 띄지는 않아도 많은 촉괴수가 숨어 있다.

그렇게 많은데 사람 눈에 띄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벌레의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벌레는 옛날부터 사람 눈 피해 숨는 것이 특기였다.

촉수 지네, 촉수 파리는 탄력 있는 신체를 이용해서……

검은 괴물에 의해 부서진 건물의 틈새를 자유자재로 이동하고 있었다.

에파나의 엄마.

성녀 에실라가 빠진 구멍도 그런 이유로 본래 설계상 찾아볼 수 없던 건물의 틈새로,

그곳이 이미 내 권속의 소굴이 되어 있다는 것을 에파나와 아네스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예언의 성녀 에실라.

나는 그녀가 용사 파티에서 활약하던 시절은 알지 못한다.

현재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그녀가 한때 잘나갔던 처녀이고.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라는 것…….

흰 티셔츠와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젖가슴 큰 유부녀다.

나는 다이애나를 떠올렸다.

몸매가 호화로운 여자는 단순하게 입어도 야하다.

사실, 알몸이 제일 풍성하다.

가엾게도 구덩이에 빠진 후로 완전히 패닉에 빠져 있지만,

딸의 미모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예쁜 미시였다.

녹발녹안. 이세계에서도 보기 힘든 특이한 색에…….

어쩐지 개구쟁이 소년들이 야구하다가 창문을 깨도 어쩔 수 없다며 웃으면서 용서해줄 것 같은,

응석 부리기 좋은 누나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녀의 웃는 얼굴은 단발머리와 대조되는 풍성한 몸매와 시너지를 일으켜 비공식 딸감 1위 유부녀로 랭크될 게 틀림없다.

"힉!"

그 비공식 딸감 1위 유부녀가 지금,

촉수 파리…… 내가 <살점 파리>라고도 부르는, 최대 3m 크기를 자랑하는 파리들이 수백 마리 쉬고 있는 굴에 들어와 있다.

딸이 문을 닫아버린 직후, 놀랍도록 조용해졌지만.

어쩌다 털 수북이 달린 거대 곤충 다리가 사사삭 움직이자.

"꺄아아아아!!"

완전 소녀 비명을 지른다.

다 큰 처녀를 딸로 둔 엄마치고는 좀 귀엽다.

"에단!! 도와줘……. 나, 나 여기 갇혀 있어!"

이미 비명 질러 놓고,

갑자기 살점 파리들이 적대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두려워졌는지 어깨를 움츠린다.

놀랄 건지, 경계할 건지 하나만 하지.

「왜 그렇게 놀라?」

겁에 질린 녹색 머리 유부녀 에실라한테 말을 건네자,

그녀는 딸꾹질을 시작했다.

자지 달린 파리들의 흉악한 모양새가 어지간히 겁나는 듯하다.

"초, 촉괴."

「그래, 나야」

"꾹…. 나… 나한테 아무 짓도 안 할 거지?"

「에파나한테 얘기 들었잖아」

"딸꾹……. 꾹…. 꾹…. 우, 우린 아무것도 몰라. 돌아갈게…! 그냥 돌아갈 테니까…."

에실라는 숨을 꾹 참고 딸꾹질을 억누른다.

나는 살점 파리 중 몇 마리로 빙의해서 에실라의 퇴로를 차단했다.

사사사삭.

"아…. 아아…."

에실라는 허벅지를 움츠리고,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하지 마……."

「봉인 미궁에서 마왕의 봉인을 풀었다고. 네 딸이 말하는 거 들었잖아」

"어디 가서,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

「그게 문제가 아니라」

"어……?"

「그 얘길 들었을 때 눈치챘어야지」

"…뭐, 뭘 말하는 거야?"

「마왕의 봉인을 내가 왜 풀어줬겠냐는 말이야」

"이 세계로 돌아오려면…… 마왕의 힘이 필요해서…?"

「그랬으면 마왕도 여기 같이 왔겠지」

상상력이 부족하네.

하긴, 상상도 못 하겠지.

「너희 용사 부부가 위험천만한 줄 알면서 아카데미로 온 것과 같은 이유야」

"가족……? 가족이기 때문에?"

「정답」

우리는 프레미아 패밀리다.

피보다 진한 영혼의 결속으로 묶여 있지.

어쩌면 피도 좀 섞였을지도 모르고.

여신님의 괴물 제작 과정을 본 게 아니라서 뭐라고 확답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우리는 가족이다.

「그러면 다시 그 사실을 머리에 넣고 잘 생각해봐」

"힉…."

에실라는 이미 현실을 부정하듯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내가 너한테 아무 짓도 안 할 것 같아?」

성녀는 에스칼리아를 봉인한 장본인이다.

<빛의 봉인살>도 에실라 때 처음 발동했다.

즉, 에스칼리아 누나를 고통의 구렁텅이 속으로 밀어 넣은 여자를.

내가 고깝게 보는 건 당연하다.

에실라도 머릿속에 그런 과정이 입력되었는지, 아무 말도 못 꺼내고 입만 뻐끔거렸다.

여기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벗어나고 싶은 게 그녀 심정인데….

무슨 말을 해도 내가 봐줄 것 같지 않다고 생각되자, 말문이 막힌 것이다.

「나한테 감사해」

"읏…. 아…!"

잊었던 두려움이 찾아온다.

살점 파리들. 거대한 곤충 다리에 털을 수북이 기르고, 자지와 촉수 다발을 꾸물꾸물 거리며 서서히 다가오는 흉물들.

에실라 입장에서는 같은 공간에서 숨 쉬는 것조차 용납할 수 없는 혐오감의 덩어리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알까.

이것들이 에파나의 자궁 특질로 낳은 촉괴수라는 것을.

「인류를 향한 마왕의 무차별 파괴를 막은 게 나거든」

"에스칼리아를 설득했다고…?"

「신기해?」

누나는 내 말이면 껌뻑 죽는데.

자지도 빨아줬다.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니지만, 나는 빨리 누나를 만나고 싶다.

「하지만 그 대신 나는 누나의 복수를 야무지게 해주기로 마음먹었거든」

에실라의 어깨가 흠칫했다.

「인류 대신 누군가는 끔찍한 파멸을 맞이해야겠지?」

그게 바로 너야. 에실라.

딱 지목하지는 않는다. 에실라가 좀 더 곱씹으며 이 절망을 맛봤으면 했다.

"꾹…. 흣……. 꾹…."

멈추지 않는 딸꾹질.

에실라는 살점 파리들이 점점 가까이 바닥을 기어 오자,

손바닥 한 뼘만한 공간에 발끝으로 서서 덜덜 떨었다.

제발 그러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는 것과 같이.

슈루룩.

천장에 매달린 촉수 파리들도 입에 난 촉수 다발을 꾸물거리며 옆에서 슥 나타난다.

"힉!"

신경질적으로 돌아서는 에실라.

여기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녀는 영혼이라도 팔 수 있겠지.

여자한테는 그만큼 견디기 힘든 공간이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다.

「개같이 강간하기 전에 한가지 선택지를 줄게」

"뭐…. 뭐든 할게…!"

무수한 살점 파리에 뒤덮여 강간당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는지, 에실라는 제법 필사적이다.

「에스칼리아를 풀어줘」

"……뭐?"

「성녀 딸이 봉인을 풀었고, 이번에는 네 차례야」

다른 공간에 갇힌 마왕을 해방하는 방법.

성녀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국보>가 어디에 있는지도.

강간 파리들은 이미 발치에 다가와 있다. 에실라가 거부하는 순간,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마왕을 꺼내준다고 약속하면 아무 짓도 안 하겠어」

그녀의 딸꾹질이 멎었다.

"그건 안 돼."

겁에 질려서,

지금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을 텐데도.

에실라는 등허리를 꼿꼿이 펴고,

사방팔방 꾸물꾸물 미끈거리는 액체와 함께 흔들리는 추악한 촉수 속에서.

아름답게 빛났다.

"내가 무슨 짓을 당하더라도 마왕을 세상에 풀어놓을 순 없어."

「……오」

일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았는데도, 선명하게 감동한다.

그런가.

이게 성녀 후보와는 다른,

진짜 성녀의 관록이다.

그녀는 괴물 새끼들에게 임신당할 위기에 처했음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의 무게와…….

사명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용사와 같아.

용사 파티에 들어갈 자격이 있군.

하지만 그것이 에파나가 한 것보다 현명한 선택이냐고 물으면 나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진짜 성녀를 망가뜨리고 싶어졌다.

"용사도 이런 상황이 오면 똑같이 말했을 거야."

「그랬겠지, 네 딸은 아니었지만」

"내 딸은 잘못 없어.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를 속여 먹은 괴물이 백배는 더 나빠!"

이젠 날 훈계하기까지.

하하.

「넌 진짜배기 성녀야…… 내가 인정하지」

에실라는 강한 척하고 있지만,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

"괴물한테 인정받아도 기쁘지 않아."

「어차피 너는 내 뜻대로 하게 될 거야」

슈루룩.

촉수 파리 입에서 난 촉수를 뻗어, 에실라의 흰 티를 천천히 걷어 올린다.

에실라는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저항도 못 하고 바짝 굳어 있었다.

맛있어 보이는 일자 복근에 땀방울이 주륵 흐른다.

흰 티라서 비쳐 보일 법도 한데, 벗겨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육중한 맘마통을 화려한 꽃무늬 패턴의 보라색 속옷이 감싸고 있다.

나는 에실라의 속옷 후크를 따서, 그녀를 노브라로 만들었다.

출렁…♡

티셔츠 위에서도 알 수 있을 만큼,

부드러운 폭력을 간직한 젖가슴이 보기 좋게 흔들린다.

"우린 마왕도 이겼어. 괴물 따위한테 질 것 같아?"

「용사 파티 자부심이 대단한데」

"당연하지!"

목숨 걸고 이룬 대업이니까. 그럴 만도 해.

하지만….

「네 자궁의 아기도 그렇게 생각할까」

"……."

「내 괴물들은 식성이 좋아서… 아기방 이웃을 먹어버릴지도 몰라」

"안 돼…!!"

큭큭큭.

그 표정이 보고 싶었어.

에파나가 괴물 소굴에 그녀를 떨어뜨렸을 때보다,

지금 지은 표정이 훨씬 더 맛있다.

"안 돼!! 애는… 안 돼…!"

「그럼 시키는 대로 해」

"마왕의 봉인은… 풀 수 없어…!"

대단한 각오다.

「그러면 날 꼴리게 해」

"뭐…?"

「옷 벗어」

"그, 그건…. 여기서… 옷을……."

주변에는 인간 여자를 상대로 임신, 개변태 교미를 한다고 알려진 촉수 괴물투성이다.

젊은 여자 몸으로 떨어진 것부터 엄청난 위기인데.

거기서 한층 더 스스로 옷을 벗는다. 이만큼 아찔한 일도 없을 거다.

「3초 준다」

에실라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토할 정도로 싫어했던 살점 파리들 앞에서 훌렁 옷을 벗어 던지기 시작했다.

실한 왕맘마통이 드러난다.

다음은 청바지.

골반이 어찌나 대단한지 청바지가 잘 벗겨지지도 않는다.

끙끙거리며 서둘러 벗은 그녀는,

이제 튼실한 허벅지에 비해 조그마한 보라색 팬티를 남겨놓고 있었다.

「엄마는 대단하네」

"…약속 지켜…!!"

팬티를 벗을 때만은 묘하게 수줍은 것이 더 꼴린다.

허벅지에 걸린 팬티를 밑으로 스르륵 빼내서, 휙 던진다.

에실라가 방금까지 입던 팬티의 온기를 촉수로 문질러 확인한다.

스윽. 스윽.

내 변태짓을 보며, 에실라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알몸으로 무릎 꿇고 사죄해」

"…알았어."

그녀는 못 할 게 없다는 듯이.

내가 보는 앞에서 알몸 도게자를 실시했다.

그녀의 살결은 괴물한테 굴복했다는 수치와 굴욕감으로 보기 좋게 혈색이 돌고 있었다.

바닥에 짓눌린 큰 가슴에서 땀방울이 또르륵 흘러내린다.

"……이제… 됐지……."

「잘 봤어」

이제 볼 일 없다는 듯이.

나는 살점 파리로 에실라를 덮쳤다.

"싫어, 싫어어어어엇!!"

에실라는 바로 배신한 나를 탓할 여유도 없이, 머리끝까지 차오른 혐오감을 비명으로 내지른다.

하얀 다리를 쭉쭉 뻗으며 바동거리는 에실라.

"싫어, 징그러워…. 징그러워! 이런 거 못 견뎌…! 악! 아악! 싫어, 싫어!"

자꾸만 보드라운 살결에 스킨십을 요구하자,

에실라는 거의 숨넘어가기 직전이어서.

촉수 파리의 특기를 보여주기로 했다.

이 녀석들은 딥키스 장인이다.

에실라를 발라당 자빠뜨린 후, 촉수 파리의 입 부근에 돋아난 무수한 촉수가

각기 섬세한 힘 조절로 에실라의 턱을 고정. 입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시끄러운 그녀를 조용하게 만드는 효과까지. 일석이조였다.

"우븝…. 우브…. 으브읍…!!"

혐오스러운 살점 파리와의 키스에 노출된 에실라는 벌써 눈을 까뒤집고 실신 직전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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