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7화 (187/264)

"자~ 모여볼까요? 주인님을 위해 일할 시간이에요."

리아나는 많이 해본 듯 자연스럽게 단원들을 불러 모아 간단한 수신호를 정하고 흩어졌다.

슬슬 해가 밝는다.

퓌르나울 서쪽 구역은 촉수룡 드롭으로 궤멸 상태였다.

콜린트 공작의 병사들은 하기 싫은 듯 느릿느릿하게 도시의 부서진 부분과 맞닿으려 하고 있었다.

나는 왕성 쪽으로 눈을 돌렸다.

준비되었나?

델리아와 아이라는 서재에서 밤을 새운 듯한 모습이다.

옥좌에서 무게 잡는 대신, 델리아와 함께 자료를 수집하는 아이라의 옆얼굴은 특히나 예뻤다.

…와이프 삼고 싶다.

「아이라」

어디선가 들린 목소리에 깜짝 놀라는 그녀.

델리아와 함께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벌써 날이 밝았나요?"

「다 끝났어」

어딜 봐야할지 몰라 천장을 보며 말하는 아이라.

촉수 드래곤으로 날고 있으니, 방향은 정확하다.

"클레어를 쓰러뜨렸습니까?"

「포획했다」

델리아와 눈을 마주치는 아이라.

회색머리 왕맘마통 집정관은 상당히 놀란 눈치였고, 아이라는 그거 보란 듯이 살짝 뿌듯한 표정이 된다.

두 사람의 리액션에 살짝 웃음이 나왔다.

「우리 쪽 최대 전력은 현재 휴식 중」

"콜린트 공작은 어떻게 되었나요?"

「그쪽도 잡았다」

아이라는 주먹을 꼭 쥔다.

「일 잘하지?」

"훌륭해. 작위를 내리고 싶은 정도예요."

「델리아는?」

"……."

델리아는 못마땅한 듯했다.

참고로 이 둘은 정신 오염이 그렇게 심하지 않다.

수치로 치면 0.6 정도.

그것도 약조의 츄츄로 쌓은 것. 한마디로 편향적 사고를 하기 쉬운 상태이긴 하나,

델리아의 못마땅한 반응이 사실은 정상이라고 봐도 될 만큼 자연스럽다.

"…제게 칭찬 같은 건 바라지 마십시오. 어쨌든 하나의 관문을 넘은 겁니다."

「그 관문이 엄청 두꺼웠지」

"도시를 다 박살 낼 생각입니까?"

델리아는 가슴을 쭉 내세우고 나한테 당당하게 따진다.

그 당찬 모습에 반했다. 곧 죽어도 할 말은 하는 성격이구나.

「약속대로 파괴율은 30% 정도에 머물렀어」

"10% 미만으로 억누르지 못했다면 일을 잘했다고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최소 수백 명이 죽었을 텐데, 뒷감당은 누가 합니까?"

「좀 봐줘라」

상대가 클레어였다고.

"건물은 다시 지으면 그만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이 떼죽임당하는 도시에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 클레어가 사람들을 대피시켰어」

"클레어가?"

두 사람의 눈빛이 달라진다.

「그래. 인명 피해는 최소한으로 억눌렀어」

죽은 사람이 없다고는 못 하겠지만,

사망자는 열 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강력 태풍이 불었을 때 발생하는 사상자 수와 비슷하다.

도시의 3할을 날려 버리는 드래곤 버스터를 작렬한 것 치고는 미미한 피해였다.

"……잘했네요."

델리아가 작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뭐? 나 잘했다고?」

"클레어를 칭찬한 겁니다."

모르는 체하는 델리아.

하하.

정말 따먹을 때가 기대되는 년이야.

"어쨌든, 당신이 약속을 지켰으니까. 저도 왕녀님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니지」

나는 델리아의 실수를 정정해 주었다.

「이제는 여왕이야」

"……."

끄덕.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그녀들은 알고 있다.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말해주세요. 촉괴."

「상공에서 본 것을 전달하지」

전령이 달려갈 필요도 없다.

나는 위에서 본 그대로 전달했다.

신생 왕국 기사단…… [촉수 기사단]이 현재, 콜린트 공작의 병사들을 저지 중이라고.

슈욱!!

병사들의 진입을 가로막는 것처럼,

푸른 별빛이 허공을 가르고 바닥에 꽂힌다.

위협적인 경고 사격이었다.

"정지! 정지, 정지!"

지휘관이 기수를 틀며 멈춘다.

"성법이다. 전투 준비!"

잔뜩 긴장한 백 명의 선발대 앞으로, 대뜸 흑발 폭유 미소녀가 나타난다.

푸른 교단복을 베이스로 속에는 특수 제작된 미니 슈트를 입은 티아.

<양산형 촉수 갑옷>으로 전성기 레벨의 절반 정도를 되찾았을 뿐이지만,

전투원으로 돌아온 티아의 사격은 병사들을 주눅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바닥이 3m 깊이로 패인 듯하다.

"이 앞으로는 지날 수 없어요."

"교단? 교단이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우린 괴물을 처리하고, 수도를 안정화하러 왔다!"

날개 달린 투구를 낀 지휘관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네가 괴물이 아니라면 정체를 밝히고 무장을 해제하라!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왕국 기사단입니다. 도시는 우리 기사단이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쪽이야말로 우리 구역에 다가오지 말고, 물러서세요."

"왕국 기사단이라고?"

티아는 리아나가 알려준 대로 멘트를 치긴 했지만,

믿어주는 눈치가 아니다.

대치 상황을 내가 본 그대로 델리아에게 전달하자, 그녀는 살짝 신경질적인 또각또각 힐 소리를 내며 서재를 돌아다녔다.

"왕국 기사단은 왕실을 수호합니다. 콜린트는 반란을 일으킨 죄로 붙잡혔다고 전하고, 투항을 권하세요."

그대로 전달.

티아는 작전 지령을 하달 받는 특수 요원처럼 귓가에 손을 대고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네. 왕국 기사단은 왕실을 수호합니다. 콜린트는 반란을 일으킨 죄로 붙잡혔어요."

"……우리는 간밤에 하늘을 나는 사악한 드래곤을 보았네만?"

「기밀 취급하래」

"그것은 왕실의 중대한 기밀입니다. 당신은 접근 권한이 없습니다."

"하. 괴물 드래곤이 수도 상공을 날아다녔는데 기밀이다?"

"투항하세요. 그러지 않으면 반란군으로 식별하고, 전투하겠습니다."

「잘한다」

티아는 델리아의 아바타가 되어, 그녀의 말을 조리 있게 전달해 주었다.

조금 강경하게 나가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예상대로 병사들이 앞으로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했다.

"투항? 내 생각에, 그쪽이 괴물 편에 돌아섰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이는데?"

"다가오지 마세요. 경고했습니다."

"저 가슴 큰 계집애를 잡아서 내 앞으로 끌고 와!"

"옛!"

병사들이 창칼을 들고 덤벼들자, 좌우로 시르와 리르가 튀어 나왔다.

오빠, 오빠 장난치듯 애교 부리던 때와는 사뭇 다른 진지한 표정.

두 사람은 간만에 백화 기사단의 엘리트로 돌아와, 자신들의 특수 무기인 <사복검>과 <단검>을 활용.

감히 티아한테 창칼을 향한 병사들의 무장을 가볍게 파괴하고 제압했다.

혼자서 거의 6명을 감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왕국 기사단의 무용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한 전투 기술이었다.

참고로 시르와 리르의 특수 무기는,

그날 쓰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게 아니라 시로코의 촉수검처럼…

모판들만의 <촉괴의 권능>으로 게이트에서 경질화된 광석 같은 것을 원하는 형태로 빚어내 무기로 한 것이다.

딱히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자기네들끼리 사용법을 알아내는 걸 보면 역시 재능은 재능이구나 싶다.

촉괴의 권능은 나와 붙어먹을수록 강해지는 권능 같은 건데,

그녀들은 그 사랑의 크기만큼 활용하는 법도 잘 알았다.

"왕국 기사단…인가? 정말로."

"그렇다면… 저 성법을 쓰는 여자가……! 성율 기사단의 리아나…!?"

티아는 살짝 실소를 흘렸다.

"저기…… 진짜 리아나 단장님이 오기 전에 투항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말이 씨가 된다고.

하늘에서 쏟아진 엄청난 양의 별빛 소나기가, 앞으로 돌출돼 있던 20명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콰과과과과과!!

"꺅!!"

"뭐, 뭐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

"이게 성법이라고? 물러서라! 물러서!"

"죽는다! 다 죽어!"

깔끔한 폭격 후에, 별빛 괴조를 타고 나타난 리아나는 공중에서 우아하게 착지.

한 손에 법검을 뽑고 병사들과 대치한다.

"이게 다 무슨 일일까요~?"

"리, 리아나 단장."

지휘관의 표정이 사색이 되었다.

"감히 퓌르나울에서 설치면 어떻게 되는지, 제가 예전에 보여준 적 있지 않나요?"

"아, 아니, 괴물이……."

"괴물이?"

"……그러니까…. 우리는 괴물을 처리하러 왔을 뿐…."

"아무 문제 없답니다."

…언뜻 보면 웃는 것 같지만, 리아나는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상대를 쳐다보는 중이다.

너무 무섭지. 저거.

"무, 문제가 없다면 파괴된 도시와 거대한 거미들은 어떻게 설명할 거요? 괴물의 습격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지 않소."

"그것은 반란을 일으킨 콜린트 공작에게 따져 묻기로 해요?"

역시 지능캐.

리아나는 어떻게 하면 상대를 곤란하게 할 수 있는지,

자문을 구하지 않고도 척척 후벼판다.

"아니면 당신들도 반란군 소속일까요? 우리 단원들은… 기꺼이 싸우고 싶어 하는데. 그렇게 해드릴까요?"

"아, 아니오."

기가 눌린 지휘관은 어느새 예절이 주입된 모습이었다.

"…왕국 기사단을 적으로 돌릴 생각은 없소. 우린 아까부터 말했지만 괴물 처리하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소."

"정말요? 혼란한 틈을 타 감히 여왕님을 해치려고 하지는 않았을까요?"

"……아. 아니오! 맹세코!"

"결백한가요? 정말로?"

"……."

촤악!

리아나가 휘두른 법검은, 마치 시로코의 참격처럼.

거리 제약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 지휘관이 탄 말의 머리를 갈랐다.

"으, 으악!"

"괘, 괜찮으십니까!"

병사들이 서둘러 부축한다.

그런 꼴을 당하고도, 지휘관은 두려움에 물든 모습이었다.

"각 천인장에게 전달하세요. 도시 내부에서 함부로 굴면 반란군으로 보고 죽이겠다고."

"아, 알았소…. 진정하시오…… 리아나 단장. 누구도 그대를 적으로 돌릴 생각은 없네."

"후후. 이쪽 분은 귀가 밝아서 좋네요."

푸슈우우.

말의 몸이 뒤늦게 베인 것을 깨달은 것처럼 피를 뿜는다.

시르와 리르는 뒤에서 살짝 쫄아 있었다.

"…성율 기사단은 무서운 곳이었네. 리르…."

"리아나 언니 무서워…."

티아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늘 보던 리아나 단장님이라서 안심했어요."

"부단장이라고 하세요. 티아."

"아, 넵!"

「리아나, 잘했어」

보고 있던 내가 슬쩍 칭찬하자, 리아나의 귀가 빨개진다.

부하들 앞에서 위압감 있는 부단장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지금 기뻐서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여왕님한테는 내가 전해둘게」

"으흠."

리아나는 들뜬 모습으로 말했다.

"다른 단원들을 도우러 가요. 곳곳에서 병사들이 들어오고 있으니까.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거예요."

"네, 부단장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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