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촉괴."
델리아는 혐오감을 억누르고 최대한 사무적인 어투로 말했다.
「마음에 없는 얘기는 안 해도 돼」
"우리를 아직 죽이지 않고 살려두었다는 것은, 달리 원하는 게 있기 때문입니까?"
「그렇다」
"그게 무엇입니까?"
「나는 우리의 생존권 보장을 원한다」
"생존권?"
"괴물이 살아 있을 권리를 주장하는가?"
아이라는 좀 전과 다른 근엄한 태도로 촉괴와 마주했다.
놀란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고 본래의 왕녀로 돌아온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입술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지만.
「말 그대로다. 우리를 향한 모든 적대 행위를 멈추고 생존권을 보장해라」
"우리가 그대의 요구를 들어줘야만 하는 이유는?"
아이라가 한결 왕녀다운 어투로 물었다.
「그러지 않으면 나는 내 목숨을 지키기 위해 왕국에 씻을 수 없는 타격을 가하겠다」
"……."
옥좌의 두 여자는 식은땀을 흘렸다.
촉괴가 말하는 씻을 수 없는 타격이 뭔지 바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촉괴는 굳이 풀어서 말했다.
「왕국 수도를 내 부화장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그러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요."
델리아가 말했다.
그렇다. 촉괴가 아무리 세를 넓혀도 클레어는 어쩔 수 없다.
허나 촉괴와 왕녀가 정전 교섭을 한다면 클레어를 억제할 수 있다.
애초에 그녀를 힘으로 이길 수 있었으면,
아이라와 델리아는 진작 보지에 끈덕지게 묘상 당하는 중이었겠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지금 클레어는 '지켜야 할 것들'이라는,
인간의 선의에서 비롯되는 온갖 족쇄를 달고 있기 때문에 간신히 억제가 가능한 상태이다.
그런데 쳐들어온 김에 군침 싹 돌았다고, 왕녀도 델리아도 강간해 버린다면….
그다음에 찾아오는 건 '잃을 게 없는 클레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안 돼.'
클레어가 개빡치면 어디로 굴러도 배드 엔딩 확정이다.
티아도, 다이애나도, 쌍둥이 자매도, 프라가도, 페유리도 다 죽는다.
그건 촉괴가 바라는 일이 아니다.
촉괴의 행동에 따라서는, 다이애나가 역으로 인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촉괴는 젖가슴, 엉덩이 큰 모판들과
즐거운 수태 생활이 하고 싶다.
티아가 당한 수모를 적당히 갚아준 이 시점에.
왕녀를 인질 삼아 클레어를 꼼짝 못 하게 해두고 점점 세를 불리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게 된다면 최고야.'
왕녀가 스스로 굴복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다행히 지금은 상황이 촉괴한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우리는 괴물과 상생할 수 없다."
아이라가 말했다.
"이것은 내가 내린 결정이 아니다. 모두가 상식처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대는 이 뜻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알고 있다」
'똑똑한 게 도리어 기분 나빠….'
아이라는 칼날 위를 서서 걷는 기분으로 말을 이었다.
"그대가 우리에게 끼친 피해를 생각해 보면 더욱더 명확하다."
「너희가 시작한 일이야」
델리아는 미간을 팍 찡그리고 말했다.
"우리가 원망받을 짓을 했다는 겁니까?"
「내 와이프, 티아를 납치해서 때리고 고문했어」
둘 다 누가 그랬는지는 말 안 해도 아는 표정이었다.
간밤에 리아나가 전부 보고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티아를 죽여도 된다는 허가도 내렸다.
하지만 티아는 살아있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아이라와 델리아는 상상하기도 싫었지만 점차 받아들이고 있었다.
……리아나가 졌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티아가 자기 의지로 당신의 와이프가 되었다는 겁니까?"
「말해줘. 티아」
"네. 저는 제 의지로, 촉괴 씨를 서방님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탄식이 새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당신이 8년 전의 그 촉괴라면, 모험가를 세뇌할 수단을 갖고 있었을 뿐이겠죠!"
「그러면 뭐 어쩔 건데? 재판 열어서 판결이라도 내리게?」
"……."
「영양가 없는 얘기는 관두자고, 왕가슴 집정관님」
"왕국은 신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위협이 되는 괴물을 처리해야만 합니다!"
「나 또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이었을 뿐이야」
숲에서도, 하수도에서도.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도.
그는 촉수 괴물답게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삶에 진정으로 기쁨을 느끼고 있다.
「따져보면 우리 모두 서로를 공격할 이유가 있지. 파멸할 때까지 맞찌르기를 원해?」
델리아는 아이라와 눈빛을 교환한 후, 짤막하게 답했다.
"…파멸을 원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너희 예상대로, 리아나는 내 수중에 들어와 있다」
아이라는 또다시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징그러운 마물 따위와 교섭한다는 최악의 굴욕과 수치를 견뎌내고 있는 것도
기사단장이 와서 도와주리라는 믿음이 마음속 한켠에 있었기 때문인데….
그중 하나가 꺾였다고 하면, 희망도 반절은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클레어 기사단장은 어떻게 되었지? 물어볼까?'
바보 같은 생각이다.
우리 왕국 기사단장의 상황을 왜 적한테 물어보는데?
이대로 가면 촉괴가 짜낸 벗어날 길 없는 밀실 속에서 불합리한 선택을 강요당할 뿐이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알현실에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고,
정보의 흐름은 죽은 듯 멈춰 있었다.
'클레어, 리아나. 대체 뭘 하고 있나요. 이대로 가다간…. 이대로 가다간 왕국은……!!'
「시간 끌지 마」
흠칫…!!
아이라의 가냘픈 어깨가 떨렸다.
「클레어는 제때 못 오니까」
생각하는 게 전부 읽히고 있다.
「너희가 취해야 할 올바른 태도를 내가 알려줄까?」
무서운 침묵이 감돌았다.
「수뇌부를 장악당한 건 어느 쪽이지?」
"이것은…… 무척 중대한 사안이다. 부디 논의할 시간을 주었으면 한다."
「여기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생각이라면, 공격을 재개하겠다」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왕국에 씻을 수 없는 타격을 남기겠다고. 촉괴는 말했다.
그것이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는 것은 델리아도 아이라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왕국은 내 생명권을 보장하고, 적대 행위를 거둔다는 뜻에서 왕녀가 직접 복종을 맹세한다」
"그런 치욕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델리아가 자기 일인 것처럼 크게 화냈다.
룬 왕국이 괴물한테 머리를 숙여야 한다? 용사의 후예인 그들이?
죽음보다 더한 수치다.
"…그대 역시 파멸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나와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서로를 파멸로 몰고 가는 요구다!"
아이라도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너의 빳빳한 고개를 숙이는 일이 왕국 신민의 보지가 다신 못 쓰게 되는 것보다 어렵다면 어쩔 수 없고」
"……읏!!"
촉괴의 살벌한 위협은, 치욕적인 요구를 다시 고려하게 했다.
죽음보다 더한 수치라고?
진정 실제 죽음과 저울질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할까?
어떻게든 살아야만 앞날이 있는 것 아닌가?
"왕녀님! 안 됩니다!"
"왕녀님! 괴물의 요구를 받아들여선 안 됩니다!"
"온갖 천박한 행위를 시킨 후에, 우리를 농락하다가 죽일 셈입니다. 왕녀님!"
참담한 심정을 억누르지 못한 신하들이 울면서 만류하지만,
아이라는 이미 결심을 굳힌 듯한 표정이었다.
"이것이 단순히 화려한 의자라고 생각하는가? 촉괴."
「왕이 앉는 자리지」
"그렇다. 나는 이 옥좌에 앉았을 때부터… 오로지 신민들을 위한 왕녀로 살 생각이었다."
"왕녀님!"
델리아가 일어서는 왕녀를 붙들고 늘어졌다.
"안 돼요! 조금 기다리면 지원이 올 겁니다. 그때까지만이라도!"
"델리아… 고맙다.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너의 충의를 기억하겠다."
"왕녀님…!!"
'얼굴뿐인 왕녀. 결국 궁지에 내몰리면 이토록 무력한 법인가…….'
일어선 아이라는, 우뚝 선 촉괴를 내려보며 말했다.
좀 전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공손하게 배 앞으로 모은 손.
떨리는 목소리….
"…먼저 그대의 부인에게 사죄하고 싶다. 그렇게 해도 되겠는가?"
「좋아」
"왕국을 대표해 사죄하겠다…."
아이라가 어렵게 어렵게 머리를 숙인다.
티아는 분에 넘쳐 고맙고, 송구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왕녀가 머리를 숙인다는 건 엄청난 일이다.
"부디, 사과를 받아주겠는가…?"
「네가 정해, 티아」
"네. 좋아요."
애초에 그녀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던 것처럼,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이라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말을 이었다.
"이제… 내가 무엇을 하면 되지…?"
「내 생존권 보장을 약속해라」
"알았다. 토벌 작전을 취소하고, 기사단장에게 무장 해제를 지시하겠다."
이제부터 왕국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왕녀가 괴물에게 복종하기로 선언한 후의 왕국은… 어떻게 변해가는 것일까.
그리고 머리를 숙이기로 한 자신은….
신하들 앞에서 어떤 꼴을 드러내게 되는 것일까…….
「숙이기로 했으면 끝까지 바짝 엎드려야지」
촉괴의 말 한마디에,
왕녀의 운명이 결정 난다.
그녀는 압박감 때문에 서 있기도 힘든 지경이었지만.
해야 할 일은… 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가 졌습니다. 촉괴."
「패배를 인정해?」
"패배를 인정합니다…."
「날 내려다보면서 할 말은 아니군」
아이라가 천천히 계단을 내려온다.
약한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는 듯이, 눈물을 꾹 참는 표정으로.
입술을 일자로 다물고 천천히 내려온다.
모두 탄식했다.
그녀가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갈 때마다…….
지금부터 벌어질 일은 사관조차 기록하지 못하고 종이를 찢어 버릴 만큼 수치스러운 일이 될 테니까.
왕녀의 제비꽃처럼 보랏빛이 감도는 우아한 머리카락이, 계단을 내려올 때마다 찰랑찰랑 흔들린다.
"왕녀님…."
보다 못한 델리아가 따라왔다.
"저도 같이하겠습니다."
"델리아……."
「뭘 할 줄 알고 같이 해」
"무엇을 하든… 저도 같이 하겠습니다."
델리아는 허락을 구하는 것처럼 발밑의 촉괴를 송구한 눈빛으로 내려봤다.
「좋아」
촉괴는 기분 좋게 수락했다.
촉괴와 같은 지평에 선 아이라와 델리아는, 함께 말했다.
"…패배를 인정합니다. 촉괴."
「좀 더 공손하게」
아이라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촉괴 님. 죄송합니다. 왕국을 대표하여, 아이라가 사죄하겠습니다…."
「무릎 꿇어」
아이라가 하면, 델리아도 하기로 했다.
왕가슴을 자랑하는 두 명의 여성이 수치심을 억누르며 무릎을 꿇는다.
출렁…♡
자세를 변경할 때 딱 보기 좋은 정도로, 큰 젖이 흔들린다.
"앞으로는… 촉괴 님을 건드리지 않겠습니다."
"앞으로는 촉괴 님을 건드리지 않겠습니다…."
술술, 복종을 맹세하는 말이 나온다.
어쩌면 먼저 매를 맞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그보다 더 심한 일은 하지 말아 달라고 비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촉괴 말처럼.
굽히기로 선택한 이상,
왕녀는 훨씬 심한 짓을 당할 수도 있었다.
무릎 꿇은 채 다음 지시를 기다리던 두 여자를 향한 것은…….
「……실제론 좀 더 죽음도 불사한다는 식으로 저항할 줄 알았는데, 되게 싱겁네」
촉괴의 실망감이 담긴 폭언이었다.
아이라는 그 말 한마디에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 아아…. 아아아…….'
「역시 죽는 건 무서워. 그렇지?」
심한 현기증이 난다.
자신은 왜 이러고 있는지, 눈앞에는 어째서 괴물이 있는지.
큰 눈물방울이 어쩔 도리 없이 차올랐다.
「아직 울긴 일러」
알현실에 쳐들어온 지 10분 남짓.
왕성에서 제일 젖가슴 크고 예쁜 두 여자를 무릎 꿇린 촉괴는,
몸에서 스플릿 마우스를 뽑아냈다.
'저건 대체…?'
슈루루룩.
티아한테는 익숙한 광경이지만, 두 여자는 멀뚱멀뚱 보고 있을 뿐이었다.
끝이 양쪽으로 쩍 갈라지는 촉수.
안쪽은 무수한 주름돌기가 미끈거리는 액체로 뒤덮여 있고, 마치 생물의 혀처럼 길고 주름투성이인 돌기 촉수가 돋아나 있다.
'저걸로 뭘 하려고…?'
「키스하자, 아이라」
"예?"
당황한 나머지, 아이라는 살짝 얼이 빠진 채로 되물었다.
「약조의 키스야」
"읏……!!"
따끈따끈 김이 나는 스플릿 마우스를 보고,
괴물의 의도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눈물 머금은 왕녀님은…… '텁' 하고, 자기 얼굴을 뒤덮는 개변태 츄츄에 노출되었다.
쮸웁, 쮸웁, 쮸웁♡
"흡…. 흐븝…. 흡…. 흐부…. 흡…. 흐으……!!"
"와, 왕녀님…."
"흡…. 후응…. 흡… 흐…. 흐큿…. 흡……!!"
"…아 , 아아…."
델리아가 실의에 빠진 채 지켜본다.
개변태 츄츄 당하는 아이라의 모습을.
입술을 앙다물고 도리도리하는 정도로는, 스플릿 마우스를 저지할 수 없다.
애초에 턱을 꽉 잡혀 있기 때문에 도리도리는 불가능.
입술 다물고 있어도 주름 돌기 촉수가 파고들어서, 아이라의 하얀 치아와 입속을 마구잡이로 휘젓고 타액을 교환해 버린다.
쮸웁 쮸웁 쮸웁♡ 쪼옥♡ 할짝할짝할짝♡
주름 잔뜩 달린 돌기가 아이라의 입속을 끈덕지게 휘저었다.
세상에서 가장 굴욕적인 키스였다.
"쭙…. 쭈부…. 음…. 으븝…."
「거부하기 없어. 약조의 키스니까」
아이라는 눈을 질끈 감고 견딘다.
「아, 델리아도 같은 거 하기로 했지?」
"…큭…."
델리아는 어디 빨아볼 테면 빨아보라는 듯이,
눈을 질끈 감고 아~ 하고 혀를 내밀었다.
쮸압♡
스플릿 마우스가 두 사람의 입을 봉한다.
둘은 무릎을 꿇은 채 부들부들 어깨를 떨며, 개변태 키스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쥬부붑. 쥬루루룹. 쥬붑. 쥽. 츄루루룹.
"…흐븝…. 후븝…. 후으읏…. 흐븝…."
"흡…. 흐응…. 흐븝…. 후읏…!!"
「약속 잘 지킬 수 있지?」
"흐븝…. 흐브븝…. 흐븝…."
"후응…. 흐극…. 흡…."
두 여자는 대답할 여유따위 없다.
일반적인 키스가 아니다. 촉수한테 입을 강간 당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남자와 키스해본 적도 없는 두 사람이, 촉수 괴물의 변태 짓에 노출되어….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키스에 매몰되기 시작한다.
"흐븝…. 후부부…. 흡…. 흐윽…. 흡…. 츕…. 흐브…. 흐븝…."
"합…. 아믐…. 흡…. 흐극……."
이제 누구 입에서 나는 소리인지 분간이 안 될만큼.
촉괴는 주름돌기 촉수를 써서 둘의 혀를 돌리며 찐하게 체액을 믹스했다.
"흐믐…. 흡…. 흐응…."
"흐믐…! 읍…."
숨쉬기 힘들어, 둘이 점점 눈을 치뜨며 괴로워하기 시작할 즈음.
무방비한 목구멍에 꿀럭, 꿀럭하고 덩어리진 무언가가 들어간다.
아이라와 델리아는 그것을 그대로 받아 삼켰다.
「먹어」
"꿀꺽…. 꿀꺽…."
"읍…. 으브…. 꿀꺽…."
약조의 키스는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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