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공격적인 전술을 펼칠 수 있다는 건, 본체가 여기 없다는 뜻이에요.'
리아나는 자신이 범한 중대한 실수를 깨달았다.
'설마, 지금의 촉괴는 전보다 훨씬 강하단 말인가요?'
본체의 위치를 찾아내기 위해 티아를 고문한 건 사실이다.
리아나가 분석한 촉괴의 우선순위는 1위가 생존, 2위가 여자.
자기 여자를 건드리면 이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올 줄 알고 있었다.
그러면 위치를 특정해서 죽이는 것도 간단하다.
상대가 집단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본체의 움직임도 보이니까.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건,
촉괴가 티아의 보지 속에 숨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리아나의 날카로운 직감의 기반이 되는 건 데이터였다.
8년 전,
프라가를 인질로 잡고 시로코를 압박한 게 사실이라면……
촉괴는 자기 여자를 아끼긴 하지만,
본인의 생존보다는 우선순위가 낮다.
본체는 안전한 곳에서 몸을 숨기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리아나는 티아의 보지 속에 본체가 있을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었다.
그녀의 몸을 확인할 예정은 있었지만,
촉괴가 나타난 이상 그쪽을 우선시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계산 착오야…….'
티아의 몸이 발신지라고 치면 이렇게 먼 거리까지 괴물을 조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데이터에 따르면!
리커버리 센터에서 교단 본부까지의 거리는 족히 5km를 넘는다.
하수도에 숨어 근근이 연명하던 촉괴가
고작 성율 보지 몇 번 쮸걱쮸걱 쑤셨다고 이전의 상처를 깨끗이 수복,
2~3배 이상 강해져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제는 안다.
촉괴가 얼마나 부조리한 괴물인지.
'그래…… 우리 단원들과 교미하고, 상당히 힘을 길렀군요.'
당신이 그렇게 여자의 생식기를 효율적으로 써먹는 괴물인지 몰랐어요.
리아나는 클레어와 달리, 퍼져나가는 피해를 막으러 가지 않았다.
그녀가 탐내는 건 이제 하나뿐이다.
티아의 몸속에 있는 달콤한 비밀.
"리아나 본부장님?"
"교단 본부로 돌아가요. 촉괴는 티아와 함께 있습니다."
"예!"
'좋아하는 여자랑 같이 죽여줄게요.'
촉수 강습 19분 42초 경과.
도시의 소란이 왕성에 알려질 때쯤, 프라가의 동생 아네스도 거리에서 적련을 목격했다.
"아가씨, 피해요!"
'……그 녀석이다.'
아네스는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적련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몸집은 전보다 훨씬 커졌지만, 틀림없어.'
시간이 아무리 지났어도, 복수의 대상.
증오의 대상을 못 알아볼 리 없다.
아네스는 오랜 시간 잊고 있었던 감정의 소용돌이에 살짝 당황하고 있었다.
'그놈이야. 그놈이 틀림없어.'
검을 집어 든다.
모두 이미 도망쳤고,
세 마리의 덩치 큰 적련이 아네스를 둘러쌌다.
놈이 살아있는데 왜 기쁘지?
아네스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오기를 기다린 것처럼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고 있었다.
오랫동안.
감정이란 게 없었는데.
'왜 이럴까.'
오래전,
그녀도 클레어와 마찬가지로 고향을 잃었다.
원수는 <촉괴>
아네스의 인생을 망가뜨린 괴물은, 하얀 화염을 다루는 기사단장에 의해 허무하게 토벌되었고……
그녀의 인생 목표가 '괴물에게 복수하기'가 되기 전에 모든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그날 이후 아네스는 클레어를 동경하게 되었고,
기사가 될 수는 없었지만 데세발의 학원생이 되어 실력을 기르게 되었다.
프라가도 그런 그녀를 기특하게 생각했고.
한 번 처절하게 파괴된 그녀의 인생이 모두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았다.
언뜻 보기에는 말이다.
'나는 이 순간을 원했던 거야.'
그런데, 기사단장이 멋지게 원수를 나 대신 해치워줬다고 빼앗긴 게 돌아오나?
이미 아네스는 파괴되었는데?
아네스는 복수로 향하는 첫걸음조차 주어지지 않은 자신의 인생에 싫증이 나 버렸고,
삶을 실감하지 못한 채, 그저 연명하고 있었다.
고향을 빼앗은 괴물을 다시 보게 됐을 때,
아네스의 몸속에서 기쁨이 끓어오른 건 바로 그래서였다.
그날 걷지 못했던 걸음을.
걸을 수 있게 되었어.
"하앗!"
아네스는 <진각>을 밟고 적련에게 접근했다.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파고들어서, 목을 가르는 일격!
촤악!
'좋아. 하나 죽였어.'
쿵.
옆으로 엎어진 적련을 보며, 아네스는 검을 꼭 말아쥐었다.
그때였다.
그녀 앞에 큰 촉수 원숭이가 그림자를 드리운다.
"흐읍!!"
죽일 수 있어!
아네스는 자신 있게 촉수 원숭이를 공격했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공격이 안 닿아?'
휙, 휙, 휙.
휘두를 때마다 아슬아슬하게.
닿을 듯 말 듯 하면서도 닿지 않는다.
촉수 원숭이는 마치 아네스가 어디로 검을 휘두를지 아는 것처럼 움직였다.
아네스가 헛손질하기로 합을 짜놓은 것처럼 어색한 교전이 계속 이어진다.
'…….'
아네스는 표정으로 동요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이미 상황이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깨닫고 있었다.
'이 원숭이 하나가 나보다 훨씬 강해……?'
그런 건 인정 못 해.
아네스의 레벨은 500이었다.
범재였던 아네스가 죽을힘으로 노력해서 쌓은 레벨이다.
언젠가 이런 날이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비록 타고난 스킬이 좋지 않아서 기사가 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래도 열심히 배웠다.
열심히 노력했다.
"흡! 흐읍!"
그러나.
그녀의 공격은 원숭이의 몸에 닿지 못했다.
명백히 농락당하고 있었다.
"어쨰서…."
도망쳐야 해?
이길 수 없어?
이 정도로 농락당하면 상대와의 차이를 깨닫게 될 법도 하지만,
아네스는 고집을 부렸다.
단순한 우기기는 아니었다.
'아빠의 원수를 갚을 수 있어.'
8년 전에 잃은 복수라는 길에 겨우 걸음마를 똈는데,
여기서 등을 돌리고 도망치면 모든 걸 잃는다.
아네스는 다시 공허한 삶 속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날 산산이 깨어진 자존감,
아네스라는 여자아이의 삶을 다시 찾기 위해서는…
<촉괴>의 죽음이 필요불가결.
놈의 죽음으로 나는 채워져.
아네스는 차가운 증오를 품고 검을 휘둘렀다.
챙그랑.
"아."
촉수 원숭이가 대수롭지 않게 휘두른 팔에, 아네스의 칼이 부러졌다.
"아, 아아…."
[무면숭이 Lv.1129]
"안 돼…."
꽃다발을 품에 안듯이 부러진 칼을 가슴팍에 끌어당긴 아네스는 서서히 뒷걸음질 쳤다.
옆으로,
뒤로…
촉수 원숭이들이 다가온다.
"……안 돼…."
그제야 아네스는 주변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사로잡힌 여자들이 어떤 운명에 처하고 있는지,
좁아졌던 시야에, 먹먹해졌던 고막에 울려 퍼지듯이 터져 나왔다.
"응호오오오오옷!!"
"보지 갱쟝해애애♡"
"보지해, 보지해 주세요, 원숭이 니이이임♡"
"……."
생전 들어본 적 없는 소리.
경험해본 적 없는 감정의 격류.
순진한 처녀는 창백하게 핏기 가신 얼굴로, 떠는 수밖에 없다.
"윽…!"
아네스는 부러진 칼로 촉수 원숭이의 몸과 팔을 마구 두드렸다.
귀여운 앙탈처럼 보이기도 한다.
"죽어! 죽엇…!"
휘익.
촉수 원숭이의 팔이 아네스의 한쪽 발목을 휘감아, 확 들어 올렸다.
"꺄, 꺄악…!!"
아네스는 다리를 훤히 벌린 채 어쩔 줄 모르며 몸부림쳤다.
촉수 원숭이의 힘이 너무 강해서 저항할 수 없다.
몸에 닿으니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이런 힘으로 붙잡히면, 나는…….'
아네스가 보라색 팬티를 어쩔 수 없이 보여주며 바동거리는 사이,
촉수 원숭이는 갑자기 의욕을 잃은 것처럼 그녀를 놓아주었다.
"악!"
엉덩방아를 찧은 아네스는,
자신을 둘러싼 촉수 원숭이들을 멍하니 올려봤다.
"어……?"
슥.
무면숭이들은 그대로 그녀를 지나쳤다.
"……어디 가는 거야."
엉덩방아 찧은 그녀의 옆으로 적련도 지나간다.
마치 그녀에게 관심 없는 것처럼.
아네스의 볼이 붉어졌다.
"나 같은 건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거야?"
적련을 붙잡고 늘어져 본다.
적련이 여자를 깔아뭉개고 보지 팡팡하는 건 흔하게 보여도,
여자가 나한테 신경 쓰라고 적련 붙잡고 낑낑대는 광경은 꽤 생소했다.
"이게…!"
적련과 촉수 원숭이는 아네스를 철저히 무시하고 지나갔다.
"왜…. 왜 무시하는 거야?"
상대할 가치도 없다느니,
그런 생각을 할 괴물들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아네스는 멀어지는 괴수들을 뒤에서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한편, 다이애나의 집….
아직 이곳까지 소란이 퍼진 건 아니었지만,
글로바는 원인 모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다이애나…."
다이애나의 태도가 최근 이상하다.
자신을 서방님이라고 부르질 않나.
눈앞에 내가 있어도 늘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고….
딱 꼬집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누워있을수록 불안한 기분에 지배당하는 것 같아서,
아픔을 견디며 어떻게든 일어섰다.
"끄응……."
백화 기사단 부단장이었던 내가,
이제는 걷기도 힘든 장애인 신세라니….
그러나 신세 한탄하기에는, 목숨을 잃거나 인생을 망친 단원들이 너무 많다.
'조나스….'
글로바는 힘겹게 1cm씩 전진했다.
어떻게든 움직이는 일에 집중하면 안 좋은 생각을 떨쳐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좋아. 창가까지 가보자….'
한 걸음, 한 걸음.
손으로 벽을 짚고 천천히, 창가로 간다.
바깥을 보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응?'
글로바는 옆집 창문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여자의 하반신이다.
'뭐지?'
내가 보고 있는 게 맞나?
옆집에 사는 여자라면 다이애나의 친구 니나인데, 그녀의 알몸 하반신이 보인다면…….
그야 빤히 보다가 나중에 엄청나게 구박당할 수도 있으니 눈을 돌리는 게 맞지만.
'이상하다.'
뭔가 그런…
에로틱한 이벤트가 아닌 것 같다고나 할까.
기묘한 광경이었다.
바닥에 엎어진 여자 하반신이, 불규칙하게 움직인다.
다리를 쭉 뻗기도 하고 바동바동 흔들기도 하고.
'뭐야?'
상반신 쪽은 그냥…… 뭔가로 덮여 있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무언가 거대한 원통 같은 것이 여자의 상반신을 먹었다고 표현할 수 있었다.
'…….'
…거대한 웜이 니나를 먹고 있어?
글로바는 고개를 돌려 눈앞의 상황을 외면했다.
상상이 무서운 곳까지 다다르기 전에 그만 봐야 했다.
'괜히 아픈 몸으로 일어나려고 하니까. 헛것을 보잖아…….'
무언가 다른 것을 여자 다리로 착각했겠지.
생각해 보니 아내와 몸을 겹친 지도 꽤 되었다.
여러 가지 힘든 일이 겹쳐서, 헛것을 보았다고 생각하며.
글로바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 시각, 옆집에서는…
다이애나가 낳은 촉괴수, <흑잠> 애벌레에 먹힌 니나가,
보지 즙을 질질 싸면서 흰 다리를 쭉쭉 뻗으며 저항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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