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들어가도 될까요?"
리아나 단장을 앞에 둔 티아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보지 조임을 통해 내 몸에 긴박하게 전해질 정도였다.
"단장님! 불러주시면 바로 갔을 텐데…."
"후후, 요양 중이잖아요?"
리아나는 사람 좋게 웃다가 훅 찌르고 들어왔다.
"제 허가도 없이."
"…죄송해요."
"상태를 보러 왔어요. 들여보내 주실 거죠?"
거절하기 어렵게 쐐기를 박아 버리는군.
센터는 이미 촉수 부화장으로 빌드 업 중이다.
그런 곳에 왕국 기사단장을 손님으로 맞이한다?
본래, 어떻게든 막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상대는 성율 기사단 단장 리아나.
이 여자는, 쉬쉬하는 태도만으로는 시간을 벌 수 없는 상대다.
아기 공장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티아의 레벨을 남겨둔 이유는,
언젠가 이런 순간이 온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티아는 나와 리아나를 연결해 주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일이 터지면 함께 대항할 수도 있어.'
현재 부화장 전력의 7할이 나와 티아라고 한다면,
나는 탐색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과 같다.
그녀의 보지 속에 내가 들어 있으니까.
나는 티아와 대책을 논의하던 때를 떠올렸다.
……….
…….
"촉괴 씨. 의식을 옮길 수 있다면, 신체 일부를 나누고 아무도 찾지 못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건 안 돼」
의식 이동은 리스크가 너무 커.
몸을 나누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때는 달리 방법이 없어서 했지만, 실제로 어떻게 되었지?
8년!
나는 사람으로 치면 혼수상태로 8년을 글로바의 식도에서 보냈다.
다음에는 20년, 30년이 될 수도 있고.
미래영겁 깨어나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다.
의식의 주체가 영양분이 없는 곳에서 썩는다면, 그것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다.
「그걸 시도할 정도면 사실상 죽은 거야」
"혹시 제 몸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촉괴 씨는… 안전했으면 해요."
「그런 소리 하지 마, 내가 널 죽게 둘 것 같아?」
"촉괴 씨…!"
티아가 날 인형처럼 꼬옥 껴안았다.
꾸물꾸물.
살짝 부끄럽네.
「지금 네가 끌어안고 있는 게 나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촉괴의 몸」
"네, 알아요. 촉괴 씨의 냄새…. 느낌….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았어요."
「티아도 오로지 세상에 하나뿐인 내 모판, 그러니 같이 살자」
"네!"
「이건 정면 승부야」
코인은 여러 개가 아니다.
여신님이 한 번 이어준 적은 있지만,
그 후로 나는 끈질기게, 어떨 때는 운이 좋아서 연명하고 있을 뿐이다.
인간이라는 살해에 미친 종족과 나는 소유하고, 죽이고, 때로는 연애하며……
이 세상을 힘껏 살아가고 있다.
티아의 보지 속이라고 해도,
죽으면 모든 게 끝장난다는 것은 똑같은 조건.
……지금.
나 역시 티아와 마찬가지로,
기사단장과 대치하고 있는 게 두려웠다.
「나도 무서워, 티아」
티아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함께 있을게」
꼬옥, 꼬옥.
"…티아? 듣고 있나요?"
「안으로 들여보내자」
"네. 손님 방으로 안내할게요."
티아는 나와 깊이 연결되는 따스함으로 두려움을 극복하고…
리아나 단장 앞에 똑바로 섰다.
나도 용기를 내야지.
최종 보스는 클레어다.
지긋지긋한 백화를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승부를 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시로코 이상 가는 무력이라고 하면, 솔직히 겁나는 게 사실이다.
리아나가 필요해.
그녀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클레어에게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앉아주세요. 단장님."
"다른 단원들은 어디에 있나요?"
지하 부화장에서 섹스 중이지.
이제 막 소식을 듣고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역시 티아를 믿지 않는군.'
앉자마자 페유리를 찾는 걸 보니까.
정말 노골적이다.
"쉬고 있어요. 다들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보고서는 봤어요. 수세에 몰려 단원들을 구출해서 빠져나오는 게 최선이었다고?"
"네."
「조심해. 대화 속에서 빈틈을 찾아내려는 거야」
"하지만 백화 기사단은 촉괴와 싸울 때 도움받지 못했다고 해요. 어떻게 된 일인가요?"
"교전 중 지원 사격을 날렸지만,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그쪽 기사단 부단장의 팔을 날려버렸고."
"……네."
괜찮아.
억지로 트집이라도 잡으려고 하지 않는 한,
모순점을 찾아낼 수는 없을 거야.
"교단 최고의 저격수인 당신이, 표적을 못 맞히다니……. 묘하네요."
「트집이야. 응해주지 마」
리아나가 아무리 예리하다고 해도,
사전에 입을 다 맞춰 놓은 이야기 속에서 빈틈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다른 녀석들에게 물어도 똑같을 거야.
그날, 하수도 전투에 참여한 성율 기사단은 모두 내 편─보지 가축─이 되었으니까.
"죄송합니다."
"고개 들어요. 징계까지 할 생각은 없답니다."
이 여자, 왜 웃지?
"티아가 구출한 인원은 보니 페유리를 포함해 총 12명으로 틀림없나요?"
"네."
"이상하네요. 성율 기사단은 16명이 지원으로 나갔을 텐데."
티아는 흠칫했다.
"어째서 사라진 세 명에 대한 보고는 없습니까?"
맞아. 죽은 녀석도 있었지.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신경 안 쓰고 있었어.
리아나, 이미 현장 감식을 끝내고 왔구나.
그렇다면….
「시체를 찾진 못했을 거야. 둘러대」
"전투 중에 흩어졌는데… 그 후로는 본 적이 없어요."
"보고서에 적지 않은 건 까먹었기 때문인가요?"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실 말이 안 되는 변명이다.
티아는 내 편이니까, 훼방꾼 몇 명 죽은 정도는 사소한 일이다.
하지만 리아나 입장에서 보면 기사단 동료가 죽은 일을 까먹었다니.
리아나가 티아를 신임했다면,
크게 실망했을 부분이다.
'하지만 상관없겠지.'
리아나는 티아를 의심하고 있다.
우리도 의심받는 중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티아가 인간인 이상, 같은 기사단 소속인 이상, 리아나는 선을 넘지 못해.
괴물 토벌하듯이 대뜸 칼을 찔러 넣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일 처리가 늘 좋았던 부하 단원이,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도 모자라서 단원들이 실종된 것도 보고서에 싣지 않았다면.
정신 좀 빼놓고 다녔다는 말로는 커버가 안 되는 문제지만.
"알았어요."
리아나는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면 티아는 모르겠네요."
"네?"
"시체에 왜 법검으로 베인 흔적이 있었는지."
…….
「헉」
나와 티아는 동시에 얼어붙었다.
시체를…… 찾았다고?
나도 현장에 갔었지만, 그곳은 티아와 보니가 싸운 여파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벽면이나 천장이 무너져서 주저앉은 곳도 있었고.
애초에 난리 난 곳이 너무 많아서,
그곳을 성율 기사단이 싸운 곳으로 특정할 단서가 부족했을 텐데?
현대의 중장비가 있어도 고작 며칠 조사한 정도로는 바닥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었을 거야.
그런데도 리아나가 모종의 수단을 사용해서 찾아냈다면 처음에는 왜 그런 식으로 말했지?
처음에는 [사라진 세 명]이라고 했었어.
그러면….
'우리를 낚은 건가?'
"내가 여기 찾아온 이유는."
"……네…."
어느새 티아의 목소리는 기어들어 가고 있었다.
젠장. 지금은 티아의 마음을 알겠어.
이 여자의 추궁은, 눈 깜빡임조차 없는 섬뜩한 눈빛은 보지 속에 있는 나까지 몸서리치게 한다.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배신…자요? 시체에 법검으로 베인 흔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도 아니라면… 동료에게 칼을 향할 이유가 없잖아요?"
"…네."
「티아, 심박수가 너무 올라가고 있어. 진정해」
이런 상황에 동요하지 말라는 게 무리일 수도 있지만…!
"그런…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몰랐다니…."
다행히 티아는,
어쩔 도리 없이 떨리는 목소리를 상황에 맞게 녹여냈다.
리아나는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본다.
"죄송합니다. 단장님."
"사과만 하네요. 티아 부단장."
"모두 제 잘못이에요. 저한테… 징계를 내려주세요."
"후후. 말했잖아요? 징계까지 할 생각은 없답니다."
무서운 년.
니들이 돌아선 건 알고 있으니까, 징계가 무슨 의미?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들릴 지경이다.
여기 앉아서 대화하는 게 티아가 아니라 나였으면,
진작 어버버 3연타 때리고 추하게 급발진했을 것 같다.
그만큼 리아나의 지적은 하나하나 예리하게, 우리의 살갗을 파고들었다.
'다 알고 있으니 모두 오픈하라고 압박하는 건가?'
상대가 만약 티아의 변절을 확신하고 있다면.
노리는 건 본체 위치인가?
「프라가, 들어와서 분위기 좀 풀어줘」
나는 급하게 구조 요청을 보냈다.
"실례합니다."
세상 무서운 침묵을 3분간 견디고 있던 우리 방에, 프라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당신은?"
"프라가리아. 리커버리 센터장입니다."
"의사님이셨군요?"
리아나는 좀 전까지 티아를 쪼아대던 무서운 말투는 치우고,
살살 녹아내리는 목소리로 애교 있게 웃었다.
"연락도 없이 갑자기 방문해서 죄송해요. 놀라셨죠?"
"기사단 얘기는 들었어요. 단장님이 걱정되어서 와보시는 건 당연하죠. 차를 가져왔으니, 드셔보세요."
프라가는 사전에 가져온 차를
자연스럽게 티아와 리아나에게 대접했다.
"진정 효과가 있는 차입니다."
"고맙습니다."
「잘했어, 프라가」
한숨 돌리고 생각해 보자.
상대는 어차피 혼자야.
대놓고 싸우면 당연히 우리가 지겠지만, 혼자 우리 아지트로 기어들어 온 리아나를 혼내줄 방법은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마비액을 듬뿍 넣은 차!
비겁하다고? 추잡하다고?
이것만큼 확실한 방법이 어딨냐?
레벨이 1천을 넘어간 내가 정성들여 짜낸 마비액이다. 한 방울만 혀에 닿아도 1시간 못 움직이는 건 보장한다.
그 정도면 소파에 우아하게 앉아있는 큰 엉덩이를 사로잡아서 넘어뜨리고, 그녀의 보지에 씨뿌리기 섹스 쌉가능이다.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계획!
손님 대접을 가장한, 독살!
"고마워요. 프라가."
티아는 자연스레 차를 마셨다.
리아나는 찻잔을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지만.
"단장님?"
"……."
역시 의심하고 있나?
하긴 좀 전까지 그런 대화 중이었는데…….
8년 전에 <촉괴>한테 사로잡혔었다는 이유로 티아를 수년간 의심할 정도의 미친년이면,
프라가리아도 똑같은 이유로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리아나는 무방비하게 찻잔을 들었다.
"맛있겠네요. 잘 마실게요."
……설마?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린다고?
마비액으로 간단히 무력화할 수 있다고?
설마 단장 급쯤 되면 해독할 방법이 있나?
'아니아니, 내 분비물이잖아. 무조건 효과 있어.'
성율 기사단 소속이었던 리비아도 풀지 못했잖아.
티아도 차에 마비액을 탄다는 계획에 찬동했었다.
성법을 익힌다고 해서 몸이 괴물처럼 변하는 건 아니란 소리야.
'충분히… 먹힌다!'
리아나의 예쁜 입술이 열린다.
마셔!
마시고 나한테 깔려서 질내사정 교배프레스 당해라…!
"여러분?"
프라가와 티아가 움찔했다.
"그렇게 빤히 쳐다보시면…… 부끄러워서 못 마신답니다?"
…….
리아나는 마시려다 말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농락당한 기분이다….
부끄럽게도 차 마시는 상대 얼굴을 보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네. 나조차도.
지적받기 전까지…….
암살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티아와 프라가는 이런 비열한 수단을 일삼으며 살아온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의사 선생님. 저희 단원들이 신세 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녀들의 상태를 볼 수 있을까요?"
"그건…."
프라가가 눈을 굴린다.
…됐어.
이 이상 얘기해 봐야 리아나는 빈틈을 보이지 않을 것 같아.
보니를 보여주자.
「괜찮아」
그녀도 페유리를 직접 보면……
주도권을 가져올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다.
리아나는 티아를 흑에 가까운 회색으로 의심 중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녀가 여기 온 이유는….
티아 감시를 명령했던 보니 페유리를 보기 위해서.
그녀와 얘기하고 어떠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말은 필요 없다.
나의 소행을 보여주자.
곧 문을 열고 들어온 페유리와 단원들은…….
모두 만삭의 임산부처럼 배가 부푼 상태로 어색하게 걸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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