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화 (37/264)

실버가 브론즈 두 명을 캐리해 주겠다고 데려온 느낌인가.

"거기다 위험하면 잽싸게 튀면 되지. 깊이 들어갈 생각 없어."

"어두워지면 바로 빼자…."

"그럼. 여차하면 내가 앞에서 시간을 벌 테니까, 너희는 도망치면 돼."

앞장서는 알렉스라는 탱커가 제법 신뢰받고 있는 듯하다.

왕국의 등급 판별은 꽤 정확하다.

객관적인 의미에서 확실히 실력 차가 난다.

동 등급 모험가 때문에 곤란했던 적은 거의 없지만 은 등급 때문에 애먹은 적은 몇 번이나 있었다.

'저놈 먼저 처리해야겠군.'

이미 전충이 모든 시야를 확보해 두었다.

마을 강습때도 프라가의 보지 속에 들어있던 자궁 속 애벌레로 통신하기 위해 마을 가까이 갔을 때와는 달리,

지금 나는 안전거리를 수십 배로 확보한 상태라 무슨 일이 있어도 들키지 않는다.

'에피한테 감사해야겠는걸.'

이쪽만 일방적으로 적의 정보를 얻으며 습격할 타이밍을 본다.

에피와 리비아 때처럼 상대가 충분히 안으로 들어오길 기다릴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여자도 제법 반반하고.'

이름은 모르겠지만,

평범하게 생긴 여자였다. 저 남자 둘이 어떻게 해보려고 간 보는 분위기인 걸 보면, 남자친구는 없겠지.

처녀 냄새가 난다.

이쪽에서 사용할 기물은 자모독.

티아가 낳아준 희소 개체, 맹독을 품고 있다.

"으악!"

알렉스는 외마디 비명만 남기고 자모독에 덮쳐졌다.

"꺄아아악!"

"저, 저게 뭐야!"

생각보다 쉬웠네.

숲이란 지형이 나한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걸 느낀다.

녀석들의 동선을 미리 파악해 놓고 수풀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 점프…!

머리에 자모독을 뒤집어쓴 것만으로 이미 치명적이다.

"알렉스에게서 떨어져!"

남자가 서둘러 칼을 빼 들었지만, 어쩔 줄 모르고 있다.

동료의 머리에 달라붙어 있어서 무기를 휘두를 수도 없다.

"우웁! 부부븝! 으브븝!!"

치이이익.

나는 이미 강력한 맹독과 소화액을 동시에 뿜어내고 있었다.

알렉스는 고통스러운 듯 몸부림쳤다.

"아, 알렉스…!"

살을 녹이는 섬찟한 소리에 여자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지금이다.

母 리비아의 <긴발>은 특이한 형질의 촉수를 가졌다.

긴발의 촉수는 올이 매우 가느다란 실이 수없이 뒤엉켜 하나의 촉수를 형성하는 꼴인데,

이 극세사 촉수가 평소에는 대기 중에 퍼진 채로 거북이 등껍질 같은 본체를 UFO처럼 떠받치다가

적들이 영역에 들어오면 행동을 개시한다.

지금도 그들을 정수리 쪽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 도망치자. 우리!"

남자가 먼저 알렉스를 버리자고 말하며 여자의 팔을 붙잡았다.

"떼어내 줘! 알렉스가 위험해!"

"척 봐도 독 있는 놈이잖아. 손대면 위험해! 우리 머리에도 들러붙을 수도…."

"읏……."

여자도 벌벌 떨기만 할 뿐 알렉스를 구할 용기는 없는 듯했다.

시시하다, 시시해.

티아의 파티가 참 특이한 케이스였지.

패색이 짙은데도 서로 배신하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웠다.

실력은 동급이지만 마인드는 한 단계 더 높았다는 뜻이다.

이렇게 빨리 누구 버리자는 얘기가 나온 파티는 볼 게 없다.

알렉스가 풀썩 쓰러지자, 남자는 여자도 버리고 도망칠 기세로 부추겼다.

"빨리! 빨리 도망치자고!"

"하지만…!"

"젠장!"

오. 남자 혼자 도망친다.

적어도 이놈은 오래 살아남겠어.

자모독을 보고 심상치 않다는 걸 이미 알아챘다는 거니까.

하지만 동료가 죽고 있는데 아무것도 못 하면서 도망치지도 못하는 이 여자는 탈락이다.

사이 좋게 매장해 주지.

"필스?"

알렉스 위에서 꾸물거리는 자모독을 보며 어쩔 줄 모르던 여자는,

갑자기 뒤가 조용해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미 움직였다. <긴발>의 습격이다.

긴발은 몸통 아래에 달린 입을 통해 인간의 머리를 집어삼키는 촉괴수다.

그 악력과 밀폐성은 상당해서, 내 <이빨 촉수>도 한 수 접어야 할 정도다.

마치 유압 프레스처럼 엄청난 압력으로 신체를 으깨어 버린다.

"꺄아아아악!!"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이 숲에 울려 퍼졌다.

도망친 줄 알았던 남자가 바로 뒤에서 정체불명의 살점에 머리를 뒤덮여 있으니까.

이놈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었다.

적어도 편하게 보내준 셈이다.

넓게 퍼져있던 극세사 촉수가 남자의 몸무게까지 지탱해서 마치 공중에서 목을 매단 꼴이었다.

와자작.

남자 어깨로 핏물이 주루룩 쏟아졌다.

움찔, 움찔.

신속한 죽음. 파괴된 뇌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생체 전기가 뒤늦게 몸을 움직인다.

"이, 이야앗!"

오, 검을 쓸 줄 알아?

여자는 의외로 검을 휘둘러서 긴발의 몸통을 공격했지만, 어림없다.

오히려 부러진 건 칼 쪽이었다.

전투력은 떨어지지만 긴발의 몸체는 매우 유연하고, 충격에 강하다.

평소엔 말랑말랑하지만 힘을 주면 철괴가 따로 없다.

일을 끝낸 긴발이 남자의 어깨 위를 미끄러져 지나가자, 거기엔 목 없는 시체만 남았다.

"히, 힉!"

여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칼도 가방도 전부 버리고 빤스런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또 하나의 긴발로 그녀를 내려보고 있었다.

인형뽑기 시작이다.

'하강!'

촵.

이때 긴발의 순간 속도는 눈이 부실 정도로 빠르다.

평소엔 느릿느릿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얇게 펼친 실 촉수로 공중을 유영하지만,

사냥감을 사로잡을 땐 폭발적인 힘을 발휘해 100kg 정도 되는 물건은 사라지는 것처럼 들어 올릴 수 있다.

여자 또한 매달렸다.

소리는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았지만, 나는 안다.

긴발의 몸통 속에서 엄청나게 울부짖고 있다.

쉬이이이.

곧 머리가 깨부숴질 미래를 상상한 듯, 오줌이 질질 샜다.

실금 인정. 나라도 쌌지.

방금 옆 동료 머리 깨부수는 걸 보여줬는데, 그거에 머리를 포착 당했으니.

하지만 긴발은 암살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슈루룩.

퍼져 있던 실 촉수가 여자의 몸으로 밀집한다.

평소에는 다리 역할을 하던 그것들이 쭉쭉 늘어나는 탄성 소재의 옷감이 되어 여자의 몸을 감싼다.

"아아악! 살려주세요! 누가 살려주세요!"

안에서는 몸부림치고 소리 지르고 난리가 났지만,

바깥은 고요함 그 자체.

살점 레깅스에 갇혀 이리저리 팔다리로 몸부림치는 윤곽만 보일 뿐이다.

긴발의 또 다른 능력은 바로 포획.

마치 거미가 실로 먹잇감을 칭칭 휘감아 놓는 것처럼.

긴발은 사냥감을 신속하게 포장해서 싱싱하게 보관한다.

몸부림쳐도 쭈욱쭈욱 늘어나기만 할 뿐 절대 찢어지지 않고, 사냥감은 어둠 속에서 공포감에 휩싸인다.

그동안 소화액을 분비해서 옷감을 녹이고, 약간의 최음액으로 감금 절정시킨다.

이때 최음액 농도는 약 30배 정도.

어떤 암컷도 순식간에 무력화된다.

"흐으읏!!"

동료 둘이 비참하게 죽은 그 바닥에,

꿈틀거리던 인간 여자 모양의 살점 고치는 곧 움찔움찔하며 보지 절정에 빠져든다.

'포장 완료.'

또다시 깔끔하게 정리했다.

살점 고치는 영양액, 최음액, 마비액 등 내가 분비할 수 있는 액체는 대부분 낼 수 있기 때문에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벽 자체도 미세한 촉수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통기성이 좋고, 분비물도 흡수할 수 있다.

뭐…… 그러니까 이론상 늙어 죽을 때까지 살점 고치 안에 가둘 수 있는 셈인데.

한 이틀만 내버려 둬도 저항을 포기하고 얌전해진다.

"키엑!"

"키!"

보그와 고그가 살점 고치를 회수하러 왔다.

이제 아홉명 째인가?

이름 모를 모험가 여자는 9번째 살점 고치 탑에 올라간다.

'축사를 좀 넓힐까.'

지금 이대로도 모험가 보지에서 영양을 흡수할 수 있지만.

축사에서 다양한 촉괴수와 함께 기르는 게 모판 정서상 좋을 테니까.

하지만 당장 안 해도 될 일은 미루게 되기 마련…….

그래서 이렇게 쌓였다.

아주 존나 못생겼거나 특출나게 예뻤으면 내가 어떤 식으로든 손을 썼을 것이다.

전자는 죽이고 후자는 데려와서 예뻐해 주고.

그런데 남 주긴 아깝고 평범한 처녀들은 밀봉 처리해 놓고 때를 기다린다.

사실 지금은 내부 인프라보다 우선시해야 할 일이 있었다.

「바깥 상황을 좀 보고 싶어」

나는 티아를 불렀다.

나머지는 오늘 임신섹스 담당이거나 출산 중이어서 부르지 못했지만,

일부러 이때를 본 것도 있다.

"절 고르신 거예요?"

「네가 가장 믿음직하니까」

알면서 듣고 싶었다는 듯, 티아는 꺄르륵 웃는다.

귀여워 죽겠네.

"괴물 씨를 위해서 뭐든지 해주고 싶어요."

「사랑한다고 해줘」

"사랑해요."

흠흠.

주접 좀 떨어보고 싶었다.

"더 해줄까요? 응?"

주물럭주물럭.

티아가 내 몸체에 달라붙어서 뱃살 만지듯이 하며 스킨십을 해온다.

누가 본체를 만져주는 게 어색해서 흠칫흠칫했다.

"만지는 건 잘하면서 만져지는 건 익숙하지 않아요?"

태어난 후로 누가 만져준 적이 없어, 거긴…!!

가, 간지러웟…!

티아는 잔뜩 수축해서 주름진 내 몸을 보고 쿡쿡쿡 웃었다.

"밖에서 뭘 하면 돼요?"

「그냥 둘러 보고 오면 돼」

말 그대로 바깥 상황을 보고 싶다.

나 때문에 난리가 났을 텐데 조만간 큰 움직임이 있어도 이상할 게 없기 때문이다.

티아는 바닥을 지나던 전충 한 마리를 턱, 손으로 집었다.

전충은 성인 남자도 기겁할 만큼 징그럽지만, 티아에겐 익숙하다.

"가져가면 돼요?"

「보지에 들어갈 거야」

슈루룩.

티아가 살짝 손에 힘을 푼 사이에 젖가슴을 타고 내려간다.

나는 촉수로 티아의 한쪽 다리를 감아서 들었다.

"아…!"

보지 구멍을 비집고 들어가는 전충.

티아는 움찔움찔하며 얌전히 있었다.

비좁은 보지에 푹 젖은 전충이 삽입된다.

「이게 있으면 나랑 연락할 수 있어」

"흣…. 흐읏! 응……. 대답할 때는 어떻게 해요? 사람들이 있으면 어려울 텐데."

「보지를 조여, 두 번」

"……."

티아가 빤히 날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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