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공략 LIVE-69화 (70/185)

069.

"으아아악!"

첨벙!

또 한 명이 물에 빠지고, 집채만 한 상어가 그를 꿀꺽 집어 삼켰다.

우두둑. 우두둑.

그 모습만 해도 리얼한데, 거기에 효과음까지 더해지니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덕분에 시청자들만 잔뜩 신이 난 상태.

[소리ㅋㅋㅋㅋ살벌한거봐라ㅋㅋㅋㅋ]

[가짜 확실하냐???]

[개무섭겟는데 진짜ㅋㅋㅋㅋㅋ]

"으으음."

반면 지원자들의 얼굴은 처참히 일그러졌다.

분명 하나같이 전력으로 뛰어넘은 것 같았는데, 성공하는 사람은 넷에 하나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열 명, 또 스무 명 이상이 상어에게 잡아먹혔을 때.

"시험관님, 이거 아이템이 이상한 거 아닙니까?"

"아까 그 새끼랑 결과가 너무 다르잖아! 이거 뭔데!"

초조하게 차례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결국 폭발했다.

똑같은 아이템에, 똑같은 도움닫기.

하지만 결과는 극과 극이었다.

머피는 왜 그걸 따지냐는 듯 어깨를 과장되게 으쓱했다.

"허? 당연한 거 아냐? 다들 체구가 다르잖아? 체중도, 점프력도."

"그러니까 불공평하다는 거 아닙니까!"

"원래 불공평한 거야, 친구. 그럴수록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지. 그리고 아이템도. 아까 넘어간 친구, 신발 뭐였는지 본 사람?"

"……?"

뜬금없는 머피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멈칫했다.

상현의 눈이 커졌다.

"…경량화."

아이템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효과만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무게를 줄여주는 아이템.

"경량화라고? 그게 뭐지?"

"이런, 젠장! 그거였어!"

'아차.'

사람들이 중얼거리고, 상현이 속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당황한 나머지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냉정하게 보면, 이들 모두는 경쟁자였다.

한 명이라도 더 떨어트리는 게 상현에겐 이익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었다.

'최소한의 자격이라고 했지.'

그건 말 그대로 이 시험의 마지노선일 뿐, 인원이 너무 많아질 경우 순차적으로 줄이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아이템 효과를 중첩시킨 거잖아. 왜 그 생각을……."

"크하하핫! 마침 똑같은 녀석이……."

그 외에도 같은 아이템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는지, 몇몇이 희희낙락하며 바람 정령의 허리띠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도 아이템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결국 상현 자신의 말실수 탓에, 지원자들 모두가 시험의 의도를 알아차린 것 같았다.

"시험관님! 이거 써도 괜찮습니까!"

"이것도요!"

"물론이야, 친구들!"

머피가 대답하고, 아까 항의했던 남자가 다시 분통을 터트렸다.

"젠장! 역시 불공평하잖아!"

"답은 그게 전부가 아니니까, 잘 찾아보라고. 아, 참고로. 처음 그 사람 말고, 바람 허리띠 쓰는 친구는 가산점 없어!"

"예? 어째서……."

"임팩트! 독창적인 선택! 남이 찾은 답을 따라가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잖아?"

"그래도 통과는 시켜주시는 거죠?"

머피가 다시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허연 이를 드러내며 히죽 웃었다.

"할 수만 있다면."

"으아아아!"

답은 이미 나왔는데도, 통과는 쉽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날렵한 체구의 여자 하나가 처음의 남자처럼, 신발과 허리띠를 착용한 채 뛰었다.

그러나 뛰는 순간 균형을 잃은 건지.

첨벙!

여자는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물에 처박혔다.

와드득! 와득!

그리고 여지없이 튀어나오는 상어들.

"으랴아아압!"

다음으론 체구 좋은 탱커가 뛰어 올랐다.

하지만 이번엔 힘이 너무 지나쳤는지, 쿠웅!

그는 5미터 남짓한 천정을 머리로 들이받고, 수직으로 떨어졌다.

[아이템 고른다고 되는게 아닌거같은데ㅋㅋㅋㅋ]

['사랑해요!!!' 님께서 풍선 333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제대로 생각한거맞냐?ㅋㅋㅋㅋ]

"아, 풍선 감사합니다! 아마 제 생각엔,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런 것 같은데……."

대충 짐작은 갔다.

상현 자신만 해도 실라페의 발걸음을 처음 다뤘을 때 체력 분배를 제대로 못 해 고생했었으니까.

시험장은 잠시 소강상태였다.

몇몇이 자신만만하게 덤볐다가, 물에 빠지고, 상현은 올림픽 중계라도 하듯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찍지 마! 찍지 말라고! 승질 뻗쳐서 진짜!"

"아, 넵! 죄송합니다. 그럼 옆의 분……."

개중에는 예민하게 구는 이들도 있었고, 거꾸로 카메라에 포즈를 취하는 사람도 있었다.

"형씨, 저런 놈들 말고, 날 찍으라고! 으핫핫하!"

온몸에 털이 수북한, 한 남자도 그랬다.

그는 자신만만하게 알통을 드러내더니, 장갑 낀 손으로 박수를 쳐 보였다.

분명 다른 사람과 같은 허리띠를 고른 상태인데도, 유독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 '가만… 저 장갑.'

"흣차아!"

상현이 눈썹을 밀어 올리던 순간.

남자가 뒤에서 달려와 몸을 날렸다.

그러나 방향이 이상했다.

처억!

'벽?'

"놀라운데? 잘했어!"

뒤에서 머피가 쾌재를 불렀다.

털복숭이 남자는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벽에 달라붙은 채 슬금슬금 기어가기 시작했다.

구경하던 지원자들의 입이 헤 벌어졌다.

"저, 저건 뛰는 게 아니잖아!"

"괜찮아, 괜찮아. 임팩-트가 있잖아?"

머피가 이를 드러내며 박수를 쳤다.

'어떤 방식이건 넘으면 된다는 거야.'

방송을 진행하면서도 상현이 확신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있을 터였다.

다른 지원자들도 한껏 진지해진 얼굴로, 아이템을 전체적으로 살피고 있었다.

"어이, 비켜봐. 안 고를 거면, 우리부터 좀 하게!"

"비켜라! 때린다! 때릴 거다!"

그에 혼란스러운 2인 파티가 나섰다.

"너무 멀다! 너무! 너무 멀다!"

"아, 좀 닥쳐! 시끄러워!"

"미안하다. 민혁이 말이 맞다. 시끄럽다."

무섭다는 듯 난리를 피우던 검은 머리가, 박민혁의 한마디에 금세 조용해졌다.

곧 박민혁이 아이템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넌 저거 해."

지켜보던 상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거대한 사이즈의 바스타드 소드.

공격력은 준수할지 몰라도, 멀리뛰기를 할 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녀석.

하지만 바보는 만족한 듯 해맑게 웃었다.

"민혁이가 골라준다! 고맙다!"

"그거 휘두르지 말고 기다려."

그는 그렇게 말한 뒤, 자신도 아이템을 선택했다.

스윽.

날이 아주 얇은 단검이었다.

그리고 그가 손을 가볍게 돌리자, 마치 짝이라도 맞춘 듯 반대편 손에도 단검이 하나 들렸다.

'숨겨놨던 건가?'

마술 같은 동작에 상현이 갸웃했다.

그리고 박민혁은, 바로 디딤대로 향하더니, 도움닫기조차 하지 않고 펄쩍 뛰었다.

콰악!

그리고 양 손에 하나씩, 단검을 들고 벽을 찍었다.

"맙소사."

상현이 중얼거렸다.

분명 돌로 만들어진 벽이긴 했지만, 벽돌을 쌓아 만든 형태였다.

손가락 한 마디쯤 되는 돌과 돌 사이의 틈.

박민혁은 거기에 정확히 단검을 꽂아 넣으며, 전진하고 있었다.

[개쩐다ㅋㅋㅋㅋㅋ]

[응용력ㄹㅇ;;;]

시청자들이 감탄을 터트렸다.

하지만 박민혁의 파티원은 어쩔 줄 몰라하며 머뭇거리고 있었다.

'바스타드 소드… 저걸 왜 고른 거지?'

상현은 방송을 하고 있단 사실조차 잊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야!"

박민혁이 파티원을 향해 외쳤다.

"이놈들 보이지! 이거! 상어!"

첨벙, 쏴아아아!

말하기 무섭게 상어 한 마리가 물보라를 튀겼다.

바보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 보인다! 상어! 보인다!"

"이게! 네 적이다! 깨부숴야 할 적!"

박민혁의 말에 바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스카카카칵!

그의 주위로 거센 기류가 흘렀다. 그리고 이어서, 그가 강하게 박민혁의 말을 반복했다.

"적! 적이다! 나쁜 놈이다!"

"무기는 네 손에 있어! 이놈 치고! 그렇게 뛰어 올라서 딴 놈 치고! 알았지! 중간에 떨어지면 적을 죽일 수가 없다고!"

"한번에 한다! 죽인다!"

"그럼……."

박민혁이 히죽 웃는 게 보였다.

그가 바로 이어서, 외쳤다.

"뛰어!"

그 외침에 바보, 최혁수가.

"끄아아아아!"

괴성을 내지르며, 허공으로 도약했다.

박민혁이 보여주었던 것보다도 거센 바람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처엄벙! 콰드득!

입을 쩍 벌리고 뛰어 오르는 상어의 면상에 바스타드 소드가 그대로 쑤셔 박혔다.

펄쩍! 처엄벙!

바보 최혁수는 상어를 물에 쳐 박으며 날아올랐고, 다시금 다른 상어를 후려치고, 단 두 번 만에 30여 미터는 되는 물바다를 건너가 버렸다.

모두가 입을 벌린 채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괜히 고른 게… 역시 이유가 있었어. 아니 잠깐만."

상현이 멈칫하며 눈썹을 밀어 올렸다.

"저거 홀로그램이라고 했지 않습니까, 형님들?"

***

"헤이, 감각이 있잖아?"

머피 맥그레인은 두툼한 입술을 말아 올리며 웃었다.

처음 협회에서 추가시험이라는 말이 들려왔을 때, 머피는 두 말 없이 사절하려고 했다.

A급 헌터인 그로선 그 시간에 던전 한 바퀴만 돌아도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까.

- 정말이야? 재미있는 녀석이 있는데?

- 오. 뎀! 그럼 이야기가 다르지!

하지만 동료의 그 한마디에 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그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바로 '흥미'였으니까.

'어차피 던전은 언제든 열려 있잖아?'

돈은 벌면 된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돈이 있으면 여러 가지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즐거움은, 돈을 주고도 못 사는 것이다.

머피는 반쯤 정신 나간 일종의 쾌락주의자였고, 그의 동료는 그런 자신을 잘 알았다.

바보는 바보를 알아본다. 그 역시 자신 못지않게 반쯤 정신 나간 놈이니 그 장담은 틀림없으리라 생각했다.

"Life is happy~ happiness~ my all~."

괴상한 노래를 흥얼대며 그가 상현을 지그시 응시했다.

처음엔 겁먹은 어린 양 같더니, 어느 순간 눈빛이 바뀌었다.

정확히 핸드폰을 꺼낸 순간부터 상현의 주변 공기가 변하고 있었다.

'무대가 체질이군.'

머피는 저런 종류의 인간을 꽤 자주 보아왔다.

특성 상황에 처하면, 완전히 사람이 바뀌는 타입.

그게 어떻게 피어날지는 본인도, 그도 모르는 일이었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진.

"이 맛에 그만둘 수가 없다니까?"

머피가 다시금 새하얀 이를 드러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 녀석은 어떤 자질을 지니고 있을까.

그리고 그걸 어떻게 피워낼까.

사람은 모두 제각각이었고, 결국 긁을 때마다 기대하게 만드는 복권 같은 것이었다.

처음에 허리띠를 집어 들었던 남자. 다음으로 아라크네의 장갑을 골라 건너간 털복숭이. 그리고 시끄러운 2인조.

특히 바보 최혁수가 상어를 후려치며 건너는 모습에선 자신도 모르게 갈채를 보냈다.

"으아아아! 뾰로, 뾰롱아! 안 돼애애애!"

"호?"

머피가 선글라스를 쓰윽 들어 올렸다.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예의 기대주라던, 상현이 새파란 얼굴로 질려 있었다.

그리고 지켜보던 그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굉장한 녀석을 골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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