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의 미궁-314화 (314/354)

제314화

지면이 급격하게 가까워져 온다.

온몸에 느껴지는 부유감은 자유를 느끼게 했지만, 그만큼 부자유를 강요하기도 했다.

성윤은 시각 강화 마법을 사용했다.

‘저기 있군.’

커다란 박쥐 날개, 못생긴 얼굴. 성윤이 아주 잘 아는 녀석이다.

‘찾았다! 케이빌!’

지금 연결자들, 나아가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적.

아직까지 녀석은 허공에서 접근하는 성윤 일행을 눈치 채지 못했다.

‘녀석까지 포함해서 열 마리인가.’

성윤은 모여 있는 몬스터를 셌다. 숫자가 줄었다고 하더니 확실히 그런 모양이었다.

-일단 한 방 날릴 게요!

통신기로 그레이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떨어지는 중에 그녀는 이미 마법을 준비 중이었다.

그녀의 지팡이로 시퍼런 번개가 튀었다.

우르릉!

번개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 거렸다.

케이빌과 몬스터들이 눈치를 챈 듯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일행은 느긋했다.

성윤은 품속을 뒤져 뭔가를 꺼냈다. 선글라스와 귀마개였다.

꺼낸 선글라스를 쓰고 귀마개를 낀 후 성윤은 팀과 에밀리를 쳐다봤다.

그들도 이미 성윤과 마찬가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레이스는 이미 마법을 준비하기 전에 장착을 끝낸 상태였다.

번쩍!

콰콰콰콰콰쾅!

화창한 하늘에 벼락이 내달렸다.

지금까지 그녀가 내쐈던 번개 마법과는 다르게 정말로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번개였다.

파지지지직!

그녀의 지팡이와 지면 사이로 강렬한 뇌전이 연결됐다.

몇 십 가닥의 번개가 연신 지면을 지져댔다. 휘말린 나무들이 불길에 휩싸이며 터져나갔다.

번개가 끝났다.

‘역시 바로 타격을 입진 않는군.’

케이빌의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게 보인다. 하지만 녀석의 움직임에 별다른 장애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녀석들에겐 통한 모양이네.’

하지만 모두 죽어 나자빠진 것은 아니었다. 과연 케이빌을 따라 마지막까지 남은 몬스터랄까.

죽은 녀석은 세 놈뿐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놈들도 상당한 타격을 입은 듯 비틀거렸다.

‘그래도 두 놈 정도는 아직 쌩쌩한가.’

전형적인 상처 입은 맹수의 모습이었다. 기가 죽긴커녕 오히려 커다랗게 포효하며 주변에 위협을 가했다.

성윤은 귀마개를 빼고 다시 통신기를 달았다. 바로 그레이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얼마 안 죽었네요.

자신의 공격이 잘 통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레이스는 살짝 분해했다.

케이빌은 그렇다 쳐도 다른 몬스터들마저 버틴 것이다.

“그래도 일단 첫 번째 목적은 무사히 달성했습니다.”

케이빌과 몬스터들은 눈을 뜨지 못 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번개의 섬광을 보고 잠시 눈이 먼 것이다.

-한 발 더 쏴도 될까요?

그레이스가 명예회복의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성윤은 반대했다.

“일단 낙하산부터 피세요. 슬슬 도착입니다.”

성윤은 메고 있던 낙하산 줄을 당겼다.

촤악!

허공에 네 개의 낙하산이 펼쳐졌다.

몸에 부하가 걸리며 속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들이 낙하산을 핀 곳은 고도가 너무 낮았다.

일반인이라면 크게 다치거나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연결자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아직 고도도 높고 속도도 빨랐지만 충분히 감속됐다고 느낀 성윤은 미련 없이 낙하산 줄을 끊어 냈다.

쿵!

성윤이 대지에 발을 디뎠다. 상당히 큰 충돌음이 났다.

일반인이라면 최소 어디 한 군데는 부러졌을 만한, 그런 충돌음이었다.

하지만 역시 연결자. 성윤은 멀쩡히 서 있었다.

쿵! 쿵! 쿵!

그의 뒤로 세 개의 충돌음이 더 났다.

내려온 팀이 성윤의 앞으로 나와 방패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는 멀쩡해 보였다.

에밀리와 그레이스는 성윤의 뒤에 섰다.

완전히 멀쩡한 성윤, 팀과는 다르게 아무래도 육체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둘은 조금 통증이 있는 모양이었다.

작게 신음 소리가 났다.

몬스터들도 소리로 그들이 있는 곳을 파악했는지 고개를 그들 쪽으로 돌렸다. 슬슬 시야도 회복하는 모양이었다.

‘일단….’

성윤이 손을 들었다.

‘정신 차리기 전에 한 번 더 공격해볼까.’

스윽!

그의 손에 할버드가 쥐여졌다.

쾅!

지면을 세게 밟는다. 그 충격을 전신으로 흡수, 할버드를 든 팔로 보낸다.

한껏 뒤튼 몸을 회전시키며 할버드를 던졌다.

쌔애애애앵!

창날이 햇빛에 반짝이며 긴 자취를 남겼다.

콰직!

크에에에엑!

골골대는 몬스터 한 마리의 머리에 정확히 꽂혔다.

할버드만이 아니었다. 도끼와 망치가 차례로 날아와 연신 몬스터들을 공격했다.

한 번 던진 게 끝도 아니었다. 몬스터의 머리 깊게 박혔던 할버드가 사라져 다시 성윤의 손에 잡혔다.

쌔애애애앵!

할버드가 다시 날았다.

“다섯 마리까지 줄었군요.”

방패를 들고 계속 경계를 하고 있던 팀이 말했다.

“더 줄이고 싶었는데 말이죠.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공격을 받아도 맷집으로 이겨내고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날아오는 무기를 쳐내기까지 한다.

확실히 혀를 내두를 만한 녀석들이었다.

콰아아앙!

성윤의 뒤에서 불덩이 하나가 날아갔다. 시뻘건 열기를 뿜어낸 불덩이가 폭발하며 몬스터들을 불살랐다.

성윤이 뒤를 돌아보자 그레이스가 보란 듯이 지팡이를 흔들었다.

“조금 더 줄 거예요.”

성윤은 다시 몬스터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셋 남았네요.”

에밀리의 말처럼 이제 남아 있는 몬스터는 셋.

케이빌과 가장 강한 것 같은 두 몬스터였다.

“너 이 자식!”

“오랜만이군. 네가 정말로 보고 싶었다.”

으르렁거리는 케이빌에게 성윤은 손을 흔들었다.

성윤은 정말이지 그 녀석이 반갑기 이를 데 없었다.

“친구들과 연락할 수도 없는 외톨이 상황이 됐으면 조용히 죽을 날이나 꼽으면서 얌전히 있었으면 했는데 말이야.”

성윤의 눈이 케이빌의 옆을 향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 그것들이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모은 건지 모를, 시체의 산이.

뿌득!

성윤은 이를 갈았다.

“너한테 그런 영리함을 바라는 건 무리였던 모양이군. 하긴, 인정해. 내가 어리석었어.”

“큭큭큭! 동족이 저 꼴이 된 게 가슴 아픈 모양이지?”

케이빌이 비웃었다. 정말로 욕지기가 나는 웃음이었다.

“저 자식이!”

팀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성윤은 그의 어깨를 두드려 진정시켰다.

“그래. 가슴이 아프지. 지구에 홀로 고립돼 퇴로가 막힌 쥐새끼처럼 죽어갈 너보다 더 말이야.”

“…꽤나 건방지게 말을 지껄일 수 있게 됐군. 예전에는 내 앞에서 힘이 풀려서 후들거리던 녀석이!”

“달에 처박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네 주인과는 다르게 나는 성장이란 걸 하거든.”

‘화가 단단히 나셨군.’

일그러지는 케이빌의 표정을 보며 팀은 그렇게 생각했다.

딸인 신혜의 앞이 아니라면 성윤은 보통 조용하고 냉정한,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어찌 보면 인간미가 없어 보이기까지 할 정도다.

그런 성윤이 케이빌을 힘껏 조롱하며 성질을 긁고 있다.

‘이상한 건 아니지.’

눈앞의 몬스터에게는 팀 자신도 엄청나게 화가 나 있었다.

아니, 그런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건 분노라는 표현보다는 증오란 표현이 어울렸다.

“실력이 주둥이를 따라갈 수 있을지 기대해 보마!”

“마력도 없는 곳에서 용쓰지 말고 빨리 뒈져버려!”

케이빌의 손에서 불꽃의 검이 솟아나고 성윤은 양손에 할버드와 방패를 들었다.

“갑니다!”

성윤이 너무 흥분하지 않았을까 조금 걱정도 했던 파티원들은, 그러나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성윤의 어조가 평소와 같자 안도했다.

“알겠습니다!”

팀이 대표로 대답을 하며 방패를 앞으로 내밀었다.

케이빌의 불꽃검이 쭉 늘어나며 채찍처럼 성윤 일행을 노렸다.

콰아아앙!

불꽃의 채찍과 팀의 방패가 부딪쳤다.

“큭!”

묵직한 충격이 방패를 때리자 팀이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놀랍게도 팀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케이빌은 놀랐다.

성윤은 유망한 제물 후보 및 여타 다른 사건들 때문에 케이빌의 뇌리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성윤의 파티도 케이빌은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이걸 막아?’

케이빌이 기억하는 팀은 방금 공격을 막을 수준의 연결자가 아니었다. 방금 공격이 아무리 케이빌의 전력을 다한 공격이 아니었다고 해도.

성장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설마 이 짧은 시간에 그렇게까지 성장을 할 수 있을까.

“이 자식들! 달에 있던 그놈들의 힘을 쓰는구나!”

갑옷 속에 숨겨진 팀의 디바이스에서 다른 젬과 이질적인 젬이 반짝였다.

성윤 파티는 전부 본 젬을 장착하고 있었다.

지구에서도 달과 같은 힘을 내게 만들 수 있는 젬.

게다가 사망한 연결자들의 젬을 대여 받거나 성윤이 젬을 진화시켜 그들의 전력이 상승한 상태이기도 했다.

하지만 성윤 일행이 유리해지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성윤 씨. 예상보다 녀석의 힘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

케이빌은 지구에서 약해졌고 성윤 일행은 지구에서도 달과 같은 힘을 휘두를 수 있다.

때문에 어쩌면 힘의 관계도 역전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팀이 받은 충격은 자신들의 생각이 물렀음을 확연히 알려줬다.

“아무래도 장모님의 말이 현실화된 것 같군요.”

“지구로 오는 마력 때문에 몬스터들이 더 강해질 거란 거 말이죠.”

그레이스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저 멀리 은은한 푸른빛이 세상에 흩뿌려지는 광경이 보였다. 마력이 세상에 퍼지는 광경이었다.

“쫑알쫑알 뭘 떠들고 있는 거냐!”

휘리릭!

다시 한번 케이빌이 채찍을 휘둘렀다. 이번엔 세 가닥이었다.

“그래도 예상 범위 안입니다! 오늘로 저 녀석을 쓰러뜨립니다!”

성윤이 방패를 들고 팀의 뒤에서 빠져 나왔다.

“으랴아아아아앗!”

팀이 한 걸음 전진했다. 방패를 휘둘러 채찍에 맞서 나갔다.

쾅! 쾅! 쾅!

불꽃이 튀고 열기가 흘렀다.

팀이 다시 한번 인상을 썼다. 하지만 이번에도 성공적으로 공격을 막았다.

파앗!

성윤의 망토가 변했다. 하얀 날개가 펄럭이며 그의 몸을 가속시켰다.

성윤은 지면에서 1m정도 떠 몬스터들을 향해 나아갔다.

우워어어어어어!

두 마리의 몬스터들이 포효했다. 성윤의 앞을 막고 커다란 팔을 휘둘렀다.

쿠웅!

충돌직전 성윤은 날개를 접었다. 그리고 땅을 걷어찼다.

그의 몸이 높이 튀어 올랐다.

몬스터들의 공격은 허공을 갈랐다.

허공에 뜬 상태에서 성윤의 손가락이 까딱였다.

퍼어엉!

대지가 치솟았다.

진화되어 쥬얼 7등급 골드 랭크가 된, 거기에 쥬얼 강화의 젬으로 인해 두 배로 강화된 마법은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몬스터들도 만만치 않았다.

콰앙! 콰앙! 콰앙!

올라오는 석순을 부수고 짓밟는다. 마치 커다란 분지처럼 석순의 밭에 녀석들이 있는 곳만 뻥 뚫렸다.

성윤은 마법을 몇 번 반복했다. 헛수고처럼 보였다.

몬스터들에게 대지 마법은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올라오는 석순들이 얽히고 섥혀 녀석들을 마치 거대한 구멍 안에 가둔 형태처럼 만들었다.

탁!

석순 위로 그레이스가 내려앉았다.

몬스터들이 포효하며 주변 벽을 쳐내려고 했지만 성윤이 무기들을 던지며 막아댔다.

그레이스의 마법이 완성되고 구덩이에 불덩이가 날아들었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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