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의 미궁-248화 (248/354)

제248화

조사를 나온 사람들이 다시 집결지로 모였다.

다행히 모두 별일 없던 듯 실종자나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다.

“몬스터가 나온 곳은 찾았어?”

“그래.”

현우의 질문에 몬스터가 나온 미궁을 찾으러 간 연결자 한 명이 대답했다.

“달의 환경 때문에 발자국이 아주 훤하게 남아 있었으니까 찾긴 쉬웠어. 여기서 9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던 미궁에서부터 발자국이 찍혀 있더군. 너희는?”

“우리도 찾았어.”

“그래. 그렇다면 이번 조사는 끝난 건가?”

그 누구도 몬스터를 사냥해 복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죽음은 항상 연결자의 옆에서 함께 하는 운명과도 같은 것.

게다가 하고 싶어도 발자국이 미궁부터는 사라져 실질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봐야지.”

“그런데 현우. 미궁에서 나온 발자국이 한 마리의 것만이 아니었어. 최소 수십 마리는 미궁 밖으로 나왔을 거야.”

“알고 있어. 우리가 찾아낸 미궁에도 다른 발자국들이 있었으니까.”

미궁 앞에는 미궁 밖으로 향한 발자국과 미궁 안으로 향한 발자국이 어지러이 찍혀 있었다.

“자칫하다가는 여기도 가가린·양 시티 주변처럼 몬스터로 뒤덮이는 게 아닌가 몰라.”

현우와 이야기를 나누는 연결자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 들어 있었다.

아무리 자체 방어 시설이 없다시피 하던 가가린·양 시티였다고 해도 당시 상당한 수의 연결자가 상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도시가 단시간에 멸망하고 상주하던 연결자들이 대부분 사망 혹은 실종됐다.

그런 사태가 암스트롱에도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었다.

“끔찍한 소리 하지 말라고. 게다가 우리는 그 도시랑은 달라. 연결자의 질도 수도 대비도 압도적으로 위야. 너무 그렇게 걱정부터 하지는 마.”

현우가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릴 때였다.

“이봐!”

월면주행차 안에서 암스트롱에 통신으로 보고를 넣고 있던 연결자 한 명이 황급히 뛰어나왔다.

“긴급 귀환 명령이 떨어졌어! 암스트롱 근처에서 몬스터가 발견됐대!”

순식간에 주변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

덜컹! 덜컹!

월면주행차가 덜컹거린다.

운전자가 힘껏 밟은 가속 폐달 때문에 월면주행차의 속도는 평소보다 훨씬 더 빨랐다.

지구의 포장도로도 아니니 승차감이 좋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안에 타고 있는 그 누구도 불평을 내뱉지 않았다.

“응?”

슬슬 암스트롱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간간이 팔을 흔들던 성윤이 눈을 크게 떴다.

옆에 앉아 있던 그레이스가 그를 쳐다봤다.

“왜 그러나요?”

“마력입니다.”

“네?”

“주변에 마력이 느껴져요.”

그 말을 들은 사람들 전부가 자신의 촉각에 신경을 집중했다.

성윤처럼 마력을 잘 느끼기 위해 팔을 몇 번 휘둘러보는 사람도 있었다.

“마력이군.”

“확실해.”

다른 사람들도 마력을 확인하고 한 마디씩 내뱉었다.

“암스트롱까지는 얼마나 남았지?”

현우가 무구를 소환하며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현우를 따라 무장을 하기 시작했다.

운전을 맡은 연결자가 말했다.

“한 30분 정도 남았습니다!”

“그래.”

현우가 창밖으로 시선을 내던졌다.

검을 들고 어깨에 통통 두드린다. 그러다 무언가를 발견한 것처럼 창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한 놈 발견했어.”

그가 목을 기울이며 말했다.

“몬스터다.”

다른 연결자들이 현우가 밖을 내다보고 있는 창가 쪽으로 이동했다. 그들도 몬스터를 목격했다.

“오거로군.”

“정말로 달 위를 걸어 다니고 있잖아.”

근육질의 거대한 덩치를 가진 몬스터. 하마조차 완력으로 두 동강 낼 수 있을 것 같은 강력한 힘을 가진 오거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목적지 없이 방황하는 것처럼 터덜터덜 돌아다니던 녀석의 시선이 그들이 탄 월면주행차로 향했다.

녀석이 입을 크게 벌렸다.

“포효하는 건가?”

팀이 중얼거렸다.

아마 상대를 위협하기 위한 본능적이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달에는 대기가 없다.

오거의 포효는 말 그대로 헛짓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헛수고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듯 녀석이 월면주행차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어쩔까? 죽여?”

오거에게는 유감스럽게도 암스트롱의 방위를 맡는 자들은 전부 쥬얼 젬을 다룰 수 있는 상위연결자들이다.

그 말은 곧 여기 있는 자들 중 고작 오거 따위에 겁을 먹는 사람은 없다는 소리다.

“관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성윤이 당장이라도 월면주행차에서 뛰어내리려는 사람들을 말렸다.

“지금 우선해야 할 건 암스트롱의 안전이니 최대한 암스트롱에 먼저 도착해야 합니다. 어차피 오거의 속도로는 월면주행차를 따라잡지 못하니, 이대로 무시하고 계속 달리는 게 좋을 겁니다.”

“일리 있군. 다른 사람들 생각은 어때?”

현우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동의를 표했다.

현우가 운전자에게 신호를 줬다.

운전자가 가속 폐달을 더욱 강하게 밟았다. 오거가 쫓아오는 속도도 상당했지만 월면주행차를 따라잡을 순 없었다.

곧 오거의 모습이 뒤편 저 너머로 사라졌다.

그렇게 더 달리길 얼마.

“보인다.”

그들의 눈에 육중한 덩치의 암스트롱이 보이기 시작했다.

“의외로 평온한데요?”

도끼를 손에 쥐고 잔뜩 긴장하고 있던 팀이 김이 샌다는 듯 말했다.

당장이라도 몬스터에게 함락될 듯 위급한 상황을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암스트롱이 습격 받는다는 통신이 아닌, 암스트롱 근처에서 몬스터가 발견됐다는 통신이었으니까요. 아마 미궁에서 흘러나온 마력을 따라 나온 몬스터들이 근처에서 어슬렁대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그 정도도 충분히 위험하지만요.”

성윤이 팀에게 설명을 했다.

월면주행차가 암스트롱 근처에서 멈췄다.

암스트롱과 통신을 하던 운전자가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주변을 수색하면서 몬스터들을 전부 처리해달라고 합니다!”

“자, 일할 시간이다!”

몸을 일으켜 찌뿌드드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현우가 말했다.

연결자들이 하나둘 씩 일어섰다.

“아마 상대는 주변의 일반 미궁에서 흘러나온 몬스터들일 거다. 여기서 고작 일반 미궁의 몬스터 따위에게 죽어줄 만한 머저리는 없지?”

여기저기서 피식거리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여기 있는 자들은 대미궁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자신의 미궁 정도는 옛적에 공략을 끝낸 사람들이다.

정처도 없이 월면 위를 어슬렁거리는 일반 미궁의 몬스터를 처리하는 건 과장 조금 보태서 개미를 밟아 죽이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없다고 믿겠어. 그래도 일단 뭉쳐서 움직이자고. 젬 특성상 기습에 불리한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사람들이 파티끼리 혹은 친분이 있는 사람끼리 뭉쳤다.

성윤 일행도 한 곳에 모였다.

사람들이 준비를 끝낸 걸 확인한 현우가 다시 말했다.

“그러면 출발하도록 하지. 이미 암스트롱에서 대기 하고 있던 연결자들이 몬스터 퇴치에 나선 후라 얼마 있을 것 같진 않지만 너무 여유 부리지는 말라고. 우리 자랑스러운 도시의 덩치는 만만하지 않으니까.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엄청 잡아먹을 거야.”

“자랑스러운 도시? 내가 보기엔 우리 돈을 빨아먹는 흡혈도시로밖에 안 보이는데?”

사람들 사이에서 튀어나온 말에 다른 사람들이 왁자하게 웃었다.

“피를 빨아먹어도 달에서 유일하게 꿀을 주는 도시이기도 하잖아. 불만은 나중에 시장에게 토하고 일단 움직여.”

현우의 말에 사람들이 하나 둘 월면주행차에서 내려 암스트롱 주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퍼억!

팀의 도끼에 원숭이 같은 얼굴을 한 몬스터의 머리가 날아갔다.

달의 대지 위로 몬스터의 피가 흩뿌려졌다.

“이걸로 네 마리 째군요.”

팀이 몬스터, 예티의 월석을 회수하며 말했다.

“수월하네요.”

“일반미궁의 몬스터니까요.”

에밀리와 그레이스의 대화가 평온했다.

이미 대미궁 안에도 상당히 깊게 들어간 적이 있는 그들이다. 이제와 일반 미궁의 몬스터에게 고전한다면 억울해서 잠도 자지 못할 것이다.

방금 잡은 예티 정도는 에밀리 혼자서도 사냥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예티를 잡은 팀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우리가 오지 않았어도 암스트롱에 대기하고 있던 연결자들만으로 충분히 대비가 가능했을 것 같은데, 왜 굳이 조사에 나가 있는 우리를 불렀을까요?”

“혹시나 싶은 일에 대비해서겠지. 가가린·양 시티의 사건도 있으니까. 나는 이 정도 조심성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확실히 그렇긴 하군. 그런데 여기에 습격자가 나오진 않겠지?”

지금 성윤 파티는 일행과 따로 떨어져 있는 상태다.

이 상태에서 대미궁 안처럼 습격을 받는다면 꽤 위험했다.

“너, 입 좀 조심하라고 했지?”

에밀리가 쌍심지를 켰다. 전적이 있는 터라 팀이 움찔거렸다.

“자자. 너무 그러지 말아요.”

그레이스가 에밀리를 부드럽게 진정시켰다.

“오히려 지금 습격자들이 습격을 한다면 우리로서는 좋아요. 아무리 예전처럼 습격을 당한다고 해도 우리가 작정하고 방어를 한다면 얼마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어요. 그럼 지금 근처에 있는 연결자 분들이 모두 달려오겠죠. 그렇게 되면 오히려 습격자를 격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예요.”

그건 성윤도 같은 생각이었다. 오히려 은근슬쩍 지금 습격을 가해오길 내심 기다릴 정도였다.

‘그럼 위험의 근원을 아예 뿌리 째 뽑을 수 있을 텐데.’

다른 연결자들을 제외하더라도 현우 한 명만 지원을 온다면 예전에 만난 수준의 습격자들 정도는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이 있다면 그럴 리 없겠지.’

성윤은 고개를 한 번 내젓고 다시 몬스터를 찾아 떠났다.

***

암스트롱 주변의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일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몬스터 퇴치에 나선 사람 중 죽은 사람은커녕 다친 사람조차 없었다.

암스트롱 주변을 채운 마력은 일정시간이 지나자 사라졌고, 그에 따라 암스트롱 주변을 거닐던 몬스터들도 사라졌다.

암스트롱에게 닥쳤던 위기 아닌 위기는 그렇게 사라졌다.

하지만 위기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 후로 일정한 주기로 미궁에서 마력이 새어 나오고 몬스터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다행히 대미궁에서까지 마력이 새어나오진 않았지만 일반 미궁에서 새어나오는 마력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한 일이었다.

암스트롱 상층부는 몬스터가 아예 암스트롱 근처에 다가오는 것 자체를 꺼렸다.

때문에 방위 임무를 맡고 있던 연결자들을 순찰 및 몬스터 요격을 위해 암스트롱 바깥으로 투입하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성윤 일행도 끼어 있었다.

하지만 아직 습격자의 위협에서 벗어난 게 아닌 만큼 습격자들이 또 나타난다면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게끔 성윤 일행의 순찰 영역은 꼭 고위 연결자들의 옆으로 배정됐다.

성윤 일행은 주변에 돌아다니는 몬스터들을 사냥하며 방위 임무 기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감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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