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닥터 프랑켄슈타인-162화 (162/230)

닥터 프랑켄슈타인 162화

16. 프랑켄슈타인 박사(6)

심장 초음파 검사실.

모니터를 보고 있는 장치영의 눈이 심각해진다.

‘정말 심장 이식수술을 받은 흔적이 있다.’

도대체 언제 받은 걸까? 모든 조직이 완벽히 원래의 신체에 적응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적어도 10년 전에 이식수술을 받았을 것이다.

단순히 이식수술을 증명하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한 것은 아니니 혹시 모를 작은 질환이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을 마친 장치영이 검사를 마친다.

상의를 벗고 있던 건우가 일어나 셔츠를 걸치는 것을 본 장치영이 물었다.

“10년 전의 의학 기술로 이식을 했다고 생각해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군요. 모든 조직이 완벽히 본래 조직에 녹아 있습니다. 본인 심장에 가깝다고 보면 되겠네요. 부작용이나 질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초음파 검사만으로 모든 질환을 확인할 순 없으니 원하신다면 다른 검사도 해드리죠.”

셔츠를 입은 건우가 고개를 저었다.

“문제가 있어서 검사받으러 온 게 아닙니다.”

장치영의 미간이 좁아진다.

“그럼요?”

“검사는 요식행위로 받은 겁니다. 나 스스로도 내가 이식을 받은 게 맞는지 확실히 해야 할 것 같아서.”

“그게 무슨 말입니까?”

건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나, 시리아에서 사고 났던 거 기억하시죠?”

당연히 안다. 그 일로 인해 홍보 카드로 사용되다 무릉도원 병원에 온 것이었으니까.

“압니다.”

“그때 크게 다쳤습니다. 그리고 의식을 잃었죠.”

“음, 많이 다쳤었습니까?”

건우가 왼쪽 가슴을 툭툭 두들긴다. 아무 말 없이 가슴을 두드리는 건우를 물끄러미 보던 장치영의 눈이 점점 커진다.

“서, 설마! 그럼 그때 이식수술을 받았다는 겁니까?”

건우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흥분한 장치영이 달려왔다.

“말도 안 돼! 적어도 10년 전에 수술받은 흔적이었다고! 당신이 시리아에서 사고가 났던 건 고작 3년 전인데! 3년 만에 그렇게 완벽하게 신체 적응을 하는 건 어불성설이야!”

흥분해 반말을 해대는 장치영. 하지만 건우는 말없이 가만히 장치영을 바라보기만 한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속사포같이 말을 쏘아대는 장치영.

“이식된 장기는 당신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몸은 반드시 거부반응으로 이식 장기를 공격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심장은 거의 완벽하게 신체 적응이 되어 있어요, 고작 3년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란 말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건우는 말이 없다. 흔들림 없는 눈빛을 보며 말도 안 된다며 소리치던 장치영은 건우의 눈빛을 보고 눈동자가 흔들린다.

“정말…… 이란 말입니까?”

건우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장치영은 여전히 믿을 수 없었지만 자신이 아는 모건우는 헛소릴 할 인물이 아니라는 걸 떠올리곤 황당한 얼굴이 된다. 하지만 놀라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건우가 소매를 걷은 후 팔을 내민다.

“blood test(혈액검사) 좀 해줄래요?”

장치영은 힘줄이 돋아난 건우의 팔을 보다 문득 고개를 들었다. 뭔가 눈치챘다는 표정이다.

“혹시 immunosuppressant(면역억제제) 부작용이 있는 겁니까?”

그렇다면 일련의 상황이 이해된다. 심장 이식을 받고 그것을 숨기고 있지만 면역억제제 부작용은 숨길 수가 없다.

건우는 지금 혈액검사를 통해 핏속에 녹아 있는 약물의 농도를 확인하려 하는 것이 분명하다. 의도를 파악하려 질문을 던졌지만 당사자는 가만히 팔만 내밀고 있다.

장치영이 피를 뽑은 후 검사 기계에 넣고 말했다.

“시간 좀 걸립니다.”

다시 소매를 내리고 있는 건우가 앉아 있는 침상 옆에 털썩 앉은 장치영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었습니까?”

음, 이걸 지장이 있다고 해야 하나, 없다고 해야 하나? 불쌍한 사람 보면 심장이 막 아프고 하긴 하는데.

“별로.”

“미열, 피로감, 식욕 저하, 오심이나 구토, 숨이 차거나, 체중 증가, 맥박이나 심장 리듬의 변화는요?”

건우가 실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열이나 피로감은 혜선이나 중곤이가 열 받게 할 때? 식욕은 오히려 넘쳐서 난리죠.”

장치영이 눈썹을 찡그린다.

“이식수술을 받으셨으니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셨을 텐데. 그럼 증상도 없는데 왜 비밀스럽게 밤중에 검사해 달라고 한 겁니까?”

건우가 혈액 검사기를 눈짓하며 말했다.

“결과 나오면 알 겁니다.”

“…….”

뭘까? 궁금한 마음도 있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회복력 덕에 눈알을 굴리는 장치영.

‘어쩌면 모건우 선생은 아직 개발 중인 면역억제제를 복용했을 수도 있다. 부작용이 없는 약물이라 심장이 저토록 완벽하게 신체에 적응했다면 말이 된다. 하지만 그런 약물은 보고된 바 없다고!’

만약 이게 진짜라면 의학계가 뒤집어질 일이다. 어떤 약물인지 몰라도 그것을 개발한 회사는 돈방석에 앉을 것이다.

물론 건우가 임상실험을 했다는 것은 밝혀지면 안 된다. 개발 발표도 없었던 약물이 동물실험도 아니고 인체 임상실험까지 갔다는 건 큰 문제다.

여기까지 개발한 이상 비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장치영의 귀에 들어올 뉴스이기 때문이다.

잠시 후 혈액 검사기에서 출력된 프린트를 든 장치영이 눈으로 테스트 결과를 보며 중얼거린다.

“hemoglobin(혈색소) 16g/dL, HDL 콜레스테롤 64㎎/dL, LDL 콜레스테롤 110㎎/dL. 그리고…… 음, 혈청 크레아티닌 0.9㎎/dL. 별다른 이상은 없네요.”

테스트 용지를 보겠냐며 내미는 장치영. 하지만 건우는 말없이 빤히 그를 올려다보고 있다.

장치영이 뭐냐는 눈빛을 짓다 말했다.

“왜요?”

“뭐 이상한 거 없습니까?”

“음?”

장치영이 다시 테스트 결과를 보다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곤 눈을 크게 뜬다.

“뭐, 뭐야?”

이면지도 아닌데 뒷장을 보는 장치영. 뭐에 홀린 사람 같은 표정이 된 장치영이 중얼거린다.

“저, 정상 수치? 이럴 리가 없잖아?”

장치영이 혈액 검사기로 달려가 아직 나오지 않은 프린트가 있는지 확인하며 외쳤다.

“CSA 혈중농도 수치! 이게 왜 이렇게 나오냐고!”

약물을 복용해 왔다면 당연히 CSA의 혈중농도가 증가, 감소, 혹은 효과 감소가 있어야 하며 그것은 반드시 검사 결과에 나와야 한다.

물론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을 경우는 정상치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그건 이식수술을 받은 건우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테스트 기기가 잘못되었다 판단한 장치영이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이거 어쩌죠? 검사를 다시 해야 되겠는데. 테스트 기기가 좀 이상했던 모양입니다. 여기서 또 샘플 받아봐야 고장 난 기계로 테스트한 결과는 신뢰할 수 없으니 다음에 다시 해보는 게 어때요?”

“…….”

말없이 장치영을 바라보는 건우. 아까와 비슷한 흐름에 멈칫한 장치영이 건우의 눈빛을 마주하다 말을 더듬는다.

“에이…… 아니죠?”

“…….”

“아니잖아요? 말이 안 되잖아요, 이식수술 한 사람이. 그것도 심장 이식인데.”

“…….”

“그렇죠? 하하, 당연히 기계 이상이죠.”

“…….”

말없이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는 건우에게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변명을 하고 있는 장치영의 입이 점점 다물어진다. 한참 말없이 건우를 바라보던 장치영이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면역억제제를 안 먹는 겁니까?”

건우가 슬쩍 고개를 끄덕이자 미간을 좁힌 장치영이 얼른 캐비닛을 뒤지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먹은 게 언제였습니까? 6시간 넘었습니까? 하, 여기 구비된 게 없네요. 잠깐 기다리세요. 가져올 테니까.”

약물을 늦게 쓰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마음이 급해진 장치영이 방을 나서려 하자, 건우가 나직하게 불러 세운다.

“장치영 선생님.”

얼른 나가려던 장치영이 돌아본다. 언제나와 같이 무심한 얼굴을 한 건우가 말했다.

“제 기억상으로 그 약을 먹지 않은 건 2년이 넘었습니다.”

“…….”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만화에도 너무 허구성이 짙어 나오지 않을 장면이다.

하지만 이 말을 하고 있는 건 모건우다. 이따위 거짓말을 할 시간에 밥 한술 더 처먹을 인간인데. 굳이 수원까지 와서 자신에게 헛소릴 할 이유가 없는 사람인데.

게다가 방금 혈액검사에서도 약물을 복용하고 있지 않음이 확인되었지 않은가.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장치영이 그저 놀란 얼굴로 우두커니 건우를 본다. 초음파 검사를 받느라 흐트러졌던 옷을 다시 차려입은 건우가 침대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제 내가 궁금했던 걸 묻겠습니다.”

“…….”

건우가 다가와 장치영과 눈을 맞추며 물었다.

“나, 이식수술한 거 맞습니까?”

장치영이 무슨 소리냐는 듯 미간을 좁힌다.

“스스로 수술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단 말입니까?”

건우가 변함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폭격 후 두 달이 넘게 의식이 없었습니다. 깨어났을 때 내 곁엔 단 한 명의 의사만 남아 있었습니다. 내 몸 상태에 대해서는 그가 이야기해 준 것을 믿는 수밖에 없었죠. 만약 몸에 문제가 있었다면 따로 검사를 해봤겠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지금껏 검사하지 않았던 겁니다. 다시 묻죠, 내가 이식수술을 받은 것이 틀림없습니까?”

장치영이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이자 건우가 말을 잇는다.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지 않았습니다. 의식이 없을 때와, 치료 중일 때 혹시 먹었을 수는 있지만 제 기억에는 없습니다.”

“며, 면역억제제는 치료 종료 후에도 평생 먹어야 되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제 몸에 이상이 있습니까?”

“…….”

“그걸 묻기 위해 여기 온 겁니다. 이상이 있습니까?”

장치영은 이 믿을 수 없는 일을 자기 입으로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표정이다.

가만히 그를 살핀 건우가 무심히 몸을 돌린다.

“표정을 보니 대답은 필요 없겠군요. 오늘 고마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건우가 방을 나서려 하자, 장치영이 그의 옷깃을 붙잡는다. 무심한 얼굴이지만 할 말 있으면 하라는 듯 걸음을 멈춘 건우.

장치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정말…… 이식수술을 받은 지 3년밖에 안 지났습니까? 맹세할 수 있습니까?”

건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침을 꿀꺽 삼킨 장치영이 물었다.

“정말로 2년 이상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맹세할 수 있습니까?”

건우가 다시 고개를 끄덕이자, 옷깃을 잡은 손에 힘이 풀린 장치영이 떨리는 눈동자로 물었다.

“당신을…… 수술한 사람이 도대체 누굽니까?”

비밀도 아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여러 번 방송에 나갔기에 마지막까지 살아 있던 의사가 누구였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건우가 몸을 돌리며 말했다.

“Mayo Clinic의 닥터 카터 메이슨 리드(Carter Mason Reid). 그가 날 살렸습니다. 그럼 이만.”

무심한 답을 마지막으로 방을 나서는 건우. 홀로 남은 장치영이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는다.

“마, 말도 안 돼……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닥터 카터라는 사람이 소설 속에 나오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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