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블레어가 가물가물 떠오르는 생각을 짚어 갔다. 황제의 국혼을 축하한다며, 주변국에서 선물로 보내온 커다란 사파이어와 꼭 같은 색이었다. 흠집 없이 고운 색을 가지고 있던 커다란 사파이어. 그 사파이어가 카일의 양쪽 눈에 박혀 있었다.
카일과 함께 보았던 언젠가의 바다 같기도 했다. 그 바다를 한데 모아 구슬로 만들면 꼭 저런 색이 되겠지.
카일의 얼굴은 언제나 블레어에게 참을 수 없는 시각적인 자극을 선사했다. 블레어가 충실히 그에게 주어지는 자극에 집중했다.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고는 다시 성기를 빨아들였다. 목구멍 깊은 곳까지 성기를 넣어 애무하고 있는 카일의 뺨이 홀쭉했다. 성기로 직접적으로 쏟아지는 자극도 그러했지만, 보들보들하고 곱슬곱슬한 금발 고수머리가 위아래로 흔들리는 모습도 못잖게 자극적이었다. 블레어가 카일의 고개를 밀어냈다.
“그, 그만!”
그의 목소리가 잔뜩 젖어 있었다. 블레어가 쌕쌕 숨을 몰아쉬었다.
“그만, 그만. 카일.”
고개를 떼고 물러난 카일이 팔로 몸을 지탱하고 블레어의 위로 올라갔다. 아무리 카일이 체격이 좋다고 해도, 여인의 체구에 맞게 봉긋하게 제작한 드레스의 가슴 부분이 뜨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 가슴 밑으로 카일의 하얀 몸이 보였다. 입고 있던 가운이 모두 벗겨진 데다 잔뜩 체액으로 질척질척하게 젖어 버린 블레어와 달리, 카일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건장한 남자가 체구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의복의 상태만 보면 상당히 단정했다. 여러 겹의 치맛자락이 흉흉한 존재감을 가진 것을 묻어 버렸다.
역시 오늘도 카일은 대단히 아름다웠다. 그 낯만 보면 정말 오늘 처음으로 신방에 든 아름다운 귀부인 같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흐트러진 머리카락까지도 잘 어울렸다.
몇십 분을 달려도 흐트러지지 않는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그에 맞추어 블레어가 색색 숨을 몰아쉬었다. 블레어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자 카일이 고개를 들어 입술을 쪽 맞췄다. 따뜻한 애정이 어려 있는 입맞춤이었다. 입을 맞춘 카일이 살짝 물러나 푸른 눈을 휘며 배시시 웃었다.
카일이 뒤를 돌아 앉아 블레어에게 매끈한 등을 보여 주었다. 하얗고 매끄러운 등만 보면 여인의 것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지만, 탄탄하게 짜인 근육과 널찍한 등판이 어디로 보아도 남자의 것이었다.
“풀어 주세요, 여보.”
전혀 그렇지 않으면서 부끄러운 척, 수줍은 척 이야기하는 말투와 익숙하지 않은 호칭에 더욱 부끄러워진 것은 오히려 블레어 쪽이었다.
블레어가 카일이 입고 있는 드레스의 등 뒤로 손을 올렸다. 진주 단추가 어림잡아 스무 개도 넘게 달려 있었지만, 카일은 간신히 다섯 개 정도만 여며 둔 채였다. 블레어가 천천히 단추에 손을 댔다. 진주로 만든 단추가 톡톡톡 풀렸다.
왠지 정말 첫날밤을 치르는 것 같았다. 괜히 뺨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조금 부끄러운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신부는 곱고 예쁜 귀족가의 영애가 아니고, 건장한 체구를 가진 이 제국의 황자였다. 건장한 체구를 가진 신부가 고개를 다소곳이 숙인 채 그 날의 신랑이 옷을 풀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쨌든 블레어는 신중하게, 심혈을 기울여 가며 뒤돌아 앉아 있는 드레스의 단추를 모두 끌러 주었다. 힘겹게 카일의 건장한 체구를 버티고 있던 옷이 풀어지며 상의 부분이 톡 떨어졌다. 잘 자리 잡힌 근육들이 매끈하게 드러났다. 톡 튀어나온 목울대를 감싼 흰색 레이스 초커가 무척 외설적으로 보였다.
블레어가 천천히 카일의 앞으로 가 치맛자락을 쓸어 올렸다. 왠지 미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그래, 예전에도 이랬던 적이 있었다. 카일의 치맛자락을 걷어 올리고 가죽띠에 단도를 꽂아 주었었지. 그때도, 더 자라 완연한 성년의 골격을 갖춘 지금도 카일은 과할 정도로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워낙 드레스가 풍성해 여러 번 검지와 엄지로 치맛자락을 접어야만 했다. 치맛자락을 모두 접어 올린 블레어가 천천히 드레스를 끌어올렸다. 풍성한 치맛자락 아래 감춰져 있던 하체가 드러났다. 카일은 화사하다 싶을 정도로 피부가 밝은 편이었다. 허벅지같이 옷으로 가려져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의 피부는 더 희었다. 무척 깨끗하고 보드라워 보이는 피부였지만, 카일의 다리에는 의외로 근육이 단단하고 예쁘게 잡혀 있었다. 그의 나체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니고, 체온을 나누는 게 처음도 아닌데 정말 심장이 과할 정도로 쿵쾅거렸다. 자신을 당황스럽게 할 참이라면, 오늘 드레스를 입은 카일의 선택은 정말 탁월했다.
그리고 카일은 그런 블레어의 속내를 기민하게 눈치챘다.
“블레어.”
아직 드레스를 입고 있던 카일이 상냥하게 웃으며 블레어를 불렀다.
“예?”
“왜 나를 안 봐?”
“제가 언제요.”
블레어가 작게 투덜거리면서 눈을 피했다. 카일의 얼굴은 아름다웠지만 오늘은 더욱 심했다. 얼굴에 분을 바르거나 연지를 찍어 올린 것 같지도 않은데도 그랬다.
“예뻐?”
“예, 예쁩니다. 예뻐요.”
블레어가 투덜거리며 드레스를 확 벗겨 내려 할 때였다. 얌전하게 블레어와 마주 보고 앉아 있던 카일이 체온을 실어 블레어를 반대편으로 넘어뜨렸다.
“헉!”
“네가 생각보다 이 모습을 엄청 좋아하는 것 같네.”
카일이 부드럽게 웃었다. 왠지 무척 다정한 것도 같았고, 무척 상냥한 것도 같았다. 어떻게 보면 무척 사악하고 의뭉스러운 것도 같은 미소였다. 지금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한 블레어가 눈을 멀뚱멀뚱 뜨고 카일을 올려다보았다.
블레어의 상체를 덮친 카일이 손을 뻗어 머리맡에 미리 가져다 둔 향유를 가져왔다.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렵다는 귀한 향유였다. 향유의 두 배쯤 되는 금화가 있어야만 겨우 구할 수 있다는 귀한 물건이었다. 물론, 그것은 결혼을 축하한다며 아드리아나에게 들어온 선물이기도 했다.
“아니, 그건!”
블레어가 만류했지만, 마개를 여는 카일의 손이 더 빨랐다. 짙은 향내가 순식간에 퍼져 나왔다. 이미 방 안에도 향유 냄새가 깔려 있었지만, 이쪽의 향이 훨씬 강했다. 코를 짓쳐 드는 향기가 블레어를 자극했다.
손에 기름을 충분히 덜어 낸 카일이 손가락으로 기름을 문질러 데웠다. 따끈따끈하게 기름이 데워지자 카일이 아까처럼 다시 블레어의 다리를 벌리고 그 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당신, 그거 횡령죄인 건 알죠. 황제 폐하께 들어온 선물을 가져오면 어떡합니까.”
“누님이 너그럽게 보아 넘어가 주실 거야. 아니면 기록을 누락시키면 안 될까?”
“누락시키면 진짜 횡령이죠. 하고 많은 향유 중에 왜 하필 그거, 읏!”
카일이 입술로 블레어의 입을 막아 버렸다. 카일이 기름이 묻지 않은 손으로 정강이를 잡아 밀었다. 허벅지와 정강이가 눌리자 몸이 자연스럽게 들리며 동그란 엉덩이가 드러났다. 카일의 손은 매끈하고 가늘었지만 악력만큼은 제법 셌다. 블레어로서도 전력으로 저항하지 않으면 풀려나기 어려웠다.
잔뜩 데운 기름이 묻은 손으로 카일이 천천히 밀지에 침입했다. 천천히 손가락 하나를 펴서 들어가자 잔뜩 찔꺽대는 소리가 났다.
“흐응.”
아직도 카일과 블레어의 혀는 질척하게 섞이고 있었다. 블레어의 입에서 새어 나가는 듯한 신음이 터져 나갔다. 그 소리를 들은 카일이 블레어의 입을 놓아주었다. 구박만 하는 얄미운 입술은 막아 버려야 했지만, 쾌감에 젖은 신음이 나는 입술은 풀어 주어야 했다.
단단하게 맞물려 있던 밀지가 외부의 침입에 서서히 벌어지고 있었다. 일단 가느다란 손가락 하나를 침입시키며 눈치를 살피던 카일이 중지도 찔러 넣었다.
“윽!”
블레어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카일은 블레어의 눈치를 기가 막히게 살필 줄 알면서, 이럴 때는 정말 가차 없이 굴었다. 카일이 단호하게 중지까지 함께 펴서 밀어 넣었다. 여전히 한쪽 다리는 잔뜩 밀어붙여져 제법 불편한 자세였다. 창피한 자세는 물론이고, 카일이 입고 있는 버석버석한 드레스 자락이 예민한 피부에 닿아서 왠지 더 외설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좋아?”
카일이 야릇하게 웃으며 그렇게 물었다. 선정적인 미소였다. 평범한 대사였지만 잔뜩 잠겨 낮아진 카일의 목소리로 들으니 신경이 오싹오싹 곤두섰다. 소름을 이기지 못한 블레어가 짧게 진저리쳤다.
카일이 향유의 뚜껑을 다시 열어 엉덩이 사이에 들이부었다. 이번엔 체온으로 데우지 않아서인지, 제법 차갑게 떨어지는 향유에 블레어가 카일을 노려보았다. 카일이 수줍은 척 미소 지으며 블레어의 눈가에 입을 맞추었다.
입술이 다가오기에 눈을 감았더니,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카일이 치졸하게 약지까지 마저 펴 구멍을 넓혀 갔다. 기름이 묻은 밀부에서 찔꺽거리는 소리가 났다. 카일의 물건도, 풍성한 치맛자락으로 가려지지 않을 정도로 부풀어 있었다. 카일이 천천히 치맛자락을 걷어 올렸다. 예쁜 얼굴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블레어가 볼 때마다 경악하곤 하는 물건이 잔뜩 화가 나 꺼떡거리고 있었다.
물건에 향유를 듬뿍 적신 카일이 요염한 눈빛으로 블레어를 내려다보았다. 카일 또한 흥분했는지 붉은 기가 감도는 눈매가 평소보다 훨씬 야살스러운 느낌을 더해 주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뺨이 텐션을 더했다. 카일이 입구에 천천히 선단을 문질렀다. 공을 들여 풀어놓은 구멍에 물건이 닿자 블레어가 움츠러들었다.
“카일.”
하지만 오늘 카일은 봐줄 생각이 없었다. 카일이 야하게 웃으면서 입술을 혀로 쓸었다. 블레어는 아닌 척 이런 행동을 좋아했다.
“넣어 줄까?”
카일이 블레어의 대답을 재촉했다. 블레어가 고개를 홱 돌렸다. 턱을 그러쥔 카일이 다시 고개를 돌려 블레어와 눈빛을 맞췄다. 블레어가 잔뜩 부끄러움을 타며 눈빛을 피했다. 두 사람의 대치는 그리 길어지지 않았다.
눈을 가린 블레어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했다.
“……어 줘.”
카일이 못 들은 척 블레어의 대답을 재촉했다. 카일이 다시 한번 입구에서 선단을 깔짝거리며 자극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