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 카포 (Da capo) (69)화 (69/84)

69화.

국혼에 참석해야 하니 안 그래도 평상시보다 더 힘을 주어 가꾼 날이다. 평소 카일은 곱슬곱슬한 앞머리를 손질하지 않고 이마를 덮도록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오늘 같이 중요한 날이거나 공식적인 행사가 있으면 머리를 깔끔하게 손질해 이마를 드러내곤 했다. 단정하고 깨끗한 이마를 드러내면 이마에서부터 반듯한 콧대로 이어지는 선이 도드라졌다. 갸름하지만 남자다운 턱선도 훨씬 더 눈에 띄었다. 입술에도 조금 더 색을 입히고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한 카일은 눈에 띌 수밖에 없는 미남자다.

“음, 인정하긴 싫지만. 당신도 예쁘죠. 맞아요.”

“예쁜 거랑 예쁜 게 더해지면 싫어? 더 예쁘지 않아?”

카일이 블레어의 손을 잡고 뺨에 갖다 댄 후 배시시 웃었다.

“싫을 리가요. 어쨌든 싫은 건 아니지만…….”

블레어가 말을 끝맺지 못하고 붉어진 얼굴을 남은 손으로 쓸어내렸다. 별것도 아닌데 괜히 얼굴이 홧홧했다. 아까 블레어가 감탄했던 생화도 침대 맡에 한 묶음 놓여 있었다. 부드러운 향유 냄새와 꽃향기가 방 안에 감돌고 있었다. 블레어가 고개를 가까이 가져가 꽃향기를 맡았다. 짙고 자극적이고 선명한 향은 아니었다. 은은하고 부드럽고 싱그러운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조금 떨어져서 선 카일이 블레어를 두근두근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여기가 우리 신방인 셈 치자.”

“아, 정말. 이러기예요?”

“예. 이러깁니다, 소백작님. 싫어요?”

카일이 눈을 가증스러울 정도로 울망울망하게 뜨고는 예쁜 얼굴을 들이댔다. 머리에 쓰고 있던 베일이 앞으로 쏟아지자 블레어가 고개를 뒤로 빼며 돌렸다. 불쌍한 척을 하고 있는 걸 알았지만, 그럼에도 결코 거절할 수 없는 눈빛이었다.

“너무하네.”

빙긋 웃은 카일이 블레어의 허리를 안은 채로 걸어갔다. 덕분에 블레어는 카일의 몸에 떠밀려서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탁, 오금에 침대가 걸린 블레어가 뒤로 주저앉았다. 푹신푹신한 침대가 그의 몸을 안정적으로 받쳐 주었다.

카일이 그대로 블레어를 앞으로 쓰러트렸다.

털썩.

블레어가 침대 위로 넘어졌다. 카일이 블레어의 몸을 올라탔다.

“아, 정말.”

“난 좋은데. 어울리지 않아? 나도 아까 거울 봤었다고.”

“예. 어울려요. 너무 어울려서 문제네요. 왜 이렇게 어울려요? 도대체 그걸 입을 생각은 어떻게 한 겁니까? 당신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거기까지 대답한 블레어가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카일이 요령도 좋게 블레어의 팔을 잡아 눌렀다. 양팔이 눌린 블레어가 옆얼굴을 침대 위에 붙이고 최대한 카일의 시선을 피했다. 화사하게 웨딩드레스를 차려입고 있는 카일이라니. 도대체 어디를 봐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블레어의 위로 베일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베일이 꼭 침대에 드리운 커튼처럼 두 사람을 가뒀다. 원래도 두 사람밖에 없는 방 안이었지만, 서로의 얼굴만 보이는 좁은 천 속. 카일의 선명한 푸른 눈동자가 그에게 틀어박혔다. 블레어가 홀린 것처럼 눈을 감았다.

카일이 입술을 내리눌렀다. 베일 안에서 더운 숨이 섞였다. 블레어가 자연스럽게 입을 벌려 카일의 혀를 맞아 주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입을 침범해 들어간 혀가 입천장을 간질였다. 서로의 혀가 휘감겼다.

카일의 손이 천천히 블레어가 입고 있는 잠옷 가운 안으로 침투했다. 다 식어 버린 손이 차가웠다. 차가운 손이 닿자 블레어가 몸을 움찔거렸다.

카일이 배시시 웃었다. 이렇게 질척한 분위기가 잡히면 카일은 꼭 어울리지 않게 청초하게 웃곤 했다. 저 얼굴에 홀리는 게 아니었는데. 그 얼굴을 본 블레어가 엉뚱한 생각을 했다. 카일이 블레어의 다리 사이에 자연스럽게 허벅지 하나를 밀어 넣으면서 유두에 손을 올렸다.

다 자란 블레어는 늘씬하고 호리호리한 체격이었다. 과거처럼 훈련과 전쟁에 매진하는 것도 아니다 보니, 근육도 그때보다는 비교적 적었다. 그래도 군살 하나 없이 탄탄하게 짜인 몸매가 언제나 이상적인 비율을 뽐냈다. 블레어는 자신의 외형을 상당히 좋아했다. 자기애를 떠나서, 실제로 그의 몸은 상당히 밸런스가 잘 잡혀 있었다.

카일이 천천히 블레어의 가운을 풀어헤쳤다. 늘씬한 몸매가 드러났다. 카일은 블레어의 몸을 무척 좋아했다. 잘게 쪼개진 잔근육이 언제나 손에 차지게 감겼다. 카일이 천천히 블레어의 양쪽 허리를 쓸어 올렸다. 블레어는 허리가 무척 예민한 편이었다. 지금도 카일의 손이 닿자마자 몸을 움찔거렸다. 카일이 모르는 척, 더 입을 깊게 맞췄다.

예쁘게 쪼개진 복근 위로 손이 올라갔다. 군살 없이 판판한 배가 풀어헤쳐진 가운 밑으로 드러났다. 카일이 거추장스러운 베일을 내던졌다. 그가 싱긋 웃었다.

입맞춤 때문에 붉어진 입술이 눈에 박혔다. 블레어가 살짝 홀린 듯한 표정으로 카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블레어.”

“응.”

“나 예쁘지?”

나르시시즘이 하늘을 찌르는 질문이었지만 블레어는 부정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정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카일이 방긋 웃었다.

카일이 유두를 지분거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 다 혈기왕성한 젊은 청년이니 성에 있어 담백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의 카일은 지나치게 예뻤다. 신경이 모두 모여 있는 유두에 손가락이 닿자 허벅지에 소름이 오소소 내달렸다. 그것을 용케 알아챈 카일이 블레어의 허벅지를 천천히 쓸어 주었다.

이미 블레어의 옷은 앞섶이 다 풀어져 더 이상 몸을 가린다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블레어는 이미 반쯤 나체가 되어 버렸다. 카일이 입고 있는 드레스의 풍성한 치맛자락이 드러난 몸을 덮었다. 드레스는 생각보다 거칠었고, 드레스를 장식하고 있는 레이스는 살갗 위에서 버석거리며 미묘한 기분을 자아냈다. 드레스 곳곳에 달린 빛나는 진주들이 차갑게, 또 아리게 살갗을 눌러 왔다. 블레어가 방금 전까지 입고 있던 최고급 양털로 만든 부드러운 가운과는 사뭇 다른 기분이었다.

블레어가 카일의 등을 끌어안았다. 카일은 키가 컸다. 그는 남자치고도 체격이며 키가 큰 편이었다. 보통 여성의 체구에 맞춘 샘플인 드레스가 제대로 맞을 리가 없었다. 잔뜩 퍼지게 만든 밑단조차 땅에 닿지 않는 수준이었다. 당연히 등에 있는 단추를 제대로 여몄을 리가 없었다. 늘씬한 어깻죽지에 손이 곧바로 닿았다. 블레어가 카일의 등줄기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예쁘게 자리 잡은 등 근육이 손바닥 아래에서 유연하게 움직였다.

카일이 배시시 웃으며 블레어의 목을 핥아 올렸다. 블레어가 표정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치켜들자 목울대부터 이어지는 곧은 선이 드러났다. 귀, 목울대, 허리. 모두 블레어가 예민한 곳이었다. 방금 샤워를 하고 나와서인지, 블레어의 몸에서는 향유 냄새가 나고 있었다. 왠지 조금은 풋풋하고, 왠지 조금은 농염한.

목을 따라 천천히 귀까지 올라간 카일이 귀를 질척하게 핥았다. 귓바퀴를 핥으면 곧장 소리가 귀를 타고 넘어와 박혀 들었다. 블레어는 귀를 핥는 소리가 그 무엇보다 외설적인 소리라고 생각하곤 했다. 구음을 하는 것보다, 유두를 핥고 깨무는 것보다도. 가장 선명하게 들리는 소리가 성감을 달구기 시작했다.

카일의 손은 여전히 블레어의 유두 위를 맴돌고 있었다. 카일은 손이 무척 예뻤다. 물론 그의 몸 중에서 무어가 못나게 생겼겠냐마는, 개중에서도 손은 특출 나다 싶을 정도로 섬세하게 예쁜 편이었다. 길고 곧고, 손가락의 마디가 크게 도드라지지도 않았으면서 살집이 없어 매끈한 손은 꼭 당대 최고의 조각가가 만들어 낸 작품 같았다. 크기가 작았더라면 귀부인의 것이라고 해도 흠잡을 데가 없는 수준이다.

그가 손을 움직이지 않아도 블레어는 종종 카일의 손에 시선을 빼앗기곤 했다. 그 예쁜 손이 몸에 닿을 때면 시각적인 쾌감이 엄청났다. 가느다란 손끝이 몸을 쓸어 올릴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블레어도, 카일도 서로의 몸을 잘 알고 있었다. 블레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자 귓바퀴를 충분히 애무한 카일이 목덜미를 아프지 않게 살짝 깨물었다.

카일은 꼭 영역 표시를 하듯 목덜미를 종종 깨물곤 했다. 물론 울혈을 남기진 않았지만, 블레어는 카일이 목에서 어깨로 내려가는 목덜미를 물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들곤 했다. 마음이 켕겨서 카일과 몸을 섞고 난 다음 날엔 목을 가리는 옷을 입곤 했다.

목덜미와 가슴팍에 두어 번 더 잇자국을 낸 카일이 앞니로 유두를 깨물었다. 손장난에 이미 도독하게 올라와 있는 유두가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질척하고 따뜻하고 습하고. 그런 입안에서 유두가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혀로 유두를 장난처럼 톡톡 건드리자 미묘한 쾌감이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블레어가 허벅지에 힘을 주곤 무릎을 천천히 세웠다.

카일이 천천히 고개를 들고 있는 성기를 쥐었다. 손 안에 들어찬 성기가 꺼떡거렸다. 카일이 빙긋 웃었다. 그렇게 착실하게 반응하는 블레어가 사랑스러웠다.

“블레어.”

블레어가 흐린 눈으로 카일을 돌아보았다.

“대답해야지.”

카일이 단단하게 일어서 있는 기둥을 잡았다. 기둥 끝에서 벌써부터 투명한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응, 카일.”

블레어는 침대 위에서만 흐트러지는 사람이었다. 평상시에는 반말도 좀처럼 하지 않으면서, 이럴 때만 카일을 이름으로 부르고 말끝을 흐리곤 했다. 평상시에는 온몸을 꽁꽁 감싸 꼭 성직자처럼 금욕적인 모습으로 다니다가, 침대 위에서는 요부처럼 굴었다. 그 차이가 더욱 카일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몇 번 살갗을 더 애무하자 블레어의 성기가 완전히 몸을 일으켰다. 카일이 여전히 드레스의 풍성한 치맛자락 아래 숨겨져 있는 무릎을 들어 성기를 살짝 눌렀다. 예민한 피부가 거칠고 사락거리는 천에 닿자 블레어가 몸을 파드득 떨었다.

“카일!”

“쿡쿡.”

카일이 작게 웃었다. 카일의 몸이 웃음으로 떨렸다. 블레어가 화다닥 무릎을 모아 몸을 감추려고 했지만, 이미 블레어의 다리 사이를 파고 들어가 있는 카일에게는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카일이 발목을 잡아 벌려 요령 좋게 그 사이에 자리 잡았다. 쪽쪽, 새가 쪼듯이 입을 맞춰 내려온 카일이 배꼽에서부터는 혀를 내밀어 핥으면서 내려왔다. 음모를 지나 단단히 몸집을 불려 꺼떡거리고 있는 성기를 주저 없이 물었다.

“윽!”

블레어가 다시 다리를 당겨 세우려고 했지만, 여전히 카일이 그의 발목을 단단하게 붙잡고 있어 수포로 돌아갔다. 카일이 질척하게 선단을 핥기 시작했다. 꼭 달콤하게 설탕을 녹인 후 색소와 향을 더해 굳힌 과자를 녹여 먹는 것 같은 행동이었다.

블레어가 고개를 틀어 침대에 댄 후 입술을 짓씹었다. 자신조차 제대로 만지는 일이 없는 성기에 다른 사람의 체온이 닿는다는 것은 지나치게 외설적이었고 자극적이었다.

애무는 점점 더 농밀해져 갔다. 기둥과 선단을 이리저리 핥는 것이 전부이던 카일이 그의 성기를 입에 넣고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성기를 이리저리 애무하던 카일이 눈을 뜨고 블레어를 올려다보았다. 팔뚝으로 눈을 덮어 가리고 있었지만, 하얗고 매끄러운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는 게 똑똑하게 보였다.

괜히 웃음이 났다. 착실하게 제가 주는 자극에 반응하는 블레어가 좋았다. 언제나 무척 여유로워 보이는 그도, 침대에서는 여유를 잃고 적극적으로 굴었다.

카일이 애무를 멈추자, 블레어가 눈에서 팔뚝을 떼어 내고 아래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친 카일이 금색 속눈썹 아래에서 깜빡거리던 푸른 눈동자를 접어 배시시 웃었다.

아, 저런 걸 어디서 봤던 것 같은데.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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