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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으로 가는 팀은 (267/270)

결승으로 가는 팀은

베이포트 FC와 FC 에르푸르트 간의 1차전이 끝나고, 축구팬들의 시선은 브리큰돈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2차전을 향했다. 1차전에서 양 팀의 팬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축구팬들의 흥미를 끌 만한 난타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전반전 동안 경기를 완벽하게 지배하며 3골을 몰아넣은 FC 에르푸르트와, 3골을 먼저 내준 팀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투지를 보여주며 후반전에 2골을 만회한 베이포트 FC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1차전과는 별개로 베이포트 FC로 향하는 관심도 컸다. 첫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서 준결승, 그리고 어쩌면 결승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그들의 행진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가 그들의 관심사였다. 또한 만약 베이포트 FC가 이긴다면 동민은 감독으로서 아시아인 최초로, 그리고 최연소 감독으로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 진출하는 셈이었다.

그런 여러 가지 이슈가 모두 모인 두 팀의 대결이기에 팬들은 기대를 하며 기다렸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2차전이 벌어지는 날이 다가왔다.

그날 저녁, 브리큰돈 스타디움은 독일에서부터 날아온 FC 에르푸르트의 팬들과 이번에야말로 지난 패배를 설욕하길 바라는 베이포트 FC의 팬들로 가득 찼다. 양 팀의 팬들 모두 반드시 승리를 거두고 바그너 아레나로 가길 바라며 자신들의 응원가를 목소리 높여 부르고 있었다.

“지난 경기에서 우린 희망을 봤습니다. 그리고 상대에게 결코 우리가 만만한 팀이 아니라는 걸 각인시켜 주기도 했고요.”

동민의 목소리에선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 느껴졌다.

지난 1차전에서 3골을 내주고도 FC 에르푸르트가 질색할 만큼의 투지와 열정을 보이며 따라잡았던 일은 확실한 자신감이 되어 있었다. 그런 자신감은 동민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거의 벼랑 끝까지 밀렸던 상태에서 악착같이 경기를 거의 따라잡은 경험은 선수들에게도 큰 자산이 되어 있었다.

“비록 한 골 뒤져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제 결승 진출의 열쇠는 우리의 홈 경기장인 브리큰돈 스타디움에 있습니다. 단 한 골, 그 한 골만 넣을 수 있다면 우린 결승에 갈 수 있어요.”

챔피언스 리그 결승, 유럽 최고의 팀을 겨루는 경기이자 수많은 선수들이 일생 단 한 번도 서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그 꿈의 무대에 설 수 있다는 말은 선수들에게 이기고 싶다는 열망을 부추겼다.

“더 불안하고 몸이 얼어 있는 쪽은 오히려 FC 에르푸르트 쪽일 거예요. 지난 경기에서 승리를 장담했겠지만 후반전에는 오히려 압도당한 것에 가까웠고, 심지어 여긴 우리 홈그라운드니까요.”

동민은 경기를 앞두고 위르겐 뮐러와 FC 에르푸르트가 자신들보다 더 긴장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선수들을 안심시켰다. 원정 골 우선 규칙에 의해 한 골만 넣어도 승리를 한다면 결승행이 유력한 데다가 원정 경기라는 점은 FC 에르푸르트의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깔끔하게 승리하고 결승으로 갑시다. 우승컵은 이제 멀리 있지 않아요. 앞으로 단 두 번만 이기면 빅 이어를 들어 올릴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요.”

동민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열광적인 팬들의 응원을 받는 홈경기라는 점, 지난 1차전에서 비록 패배하긴 했어도 확실하게 얻은 자신감, 선수들의 우승을 향한 열망. 그 모든 것들이 그에게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고 있었다.

FC 에르푸르트 선수들은 경기장이 떠나가라 야유를 하는 베이포트 FC 팬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긴장에 침을 삼켰다. 여러 번의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를 경험했고, 심지어 바로 직전의 8강에서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가진 FC 마드리드의 에스타디오 데 에스파냐에서 경기를 가졌지만, 지금 느끼는 압박감은 그에 비교해도 결코 적지 않았다.

챔피언스 리그라는 꿈이 계속되길 바라는 베이포트 FC 팬들의 함성은 그냥 넘길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게다가 지난 경기에서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후반전을 맛보았던 그들로서는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태도는 플레이에서도 드러나고 있었다.

브리큰돈 스타디움에서의 2차전에서도 FC 에르푸르트는 자신들의 장기인 전방 압박과 빠른 역습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무리 원정 골 우선 규칙 때문에 자칫하면 베이포트 FC가 유리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 해도, 이미 한 골을 앞서고 있는 이상 수비에 전념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위르겐 뮐러의 선택은 달랐다. 자신들에게 익숙한 플레이 스타일을 포기할 수 없었고, 여기서 뒤로 물러나 수비를 하게 되면 8강전에서 패배했던 메이클즈필드 애슬레틱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때문에 FC 에르푸르트의 선수들은 원정 경기에서도 지난 홈경기 때처럼 최대한 앞쪽으로 무게중심을 잡고 전방부터 압박을 시도했다.

하지만 홈팬들의 야유와 절대 골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부담감, 지난 1차전 후반전에 반대로 상대에게 압도당했던 불안감들은 그들의 움직임에 틈을 만들었다. 체계적이고 확실해야 할 전방 압박은 미묘하게 어긋났고, 빠르게 상대 골문까지 다다라야 할 역습은 자꾸만 중간에서 끊어졌다.

그리고 전반 18분, 결국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바스티안!”

스테판 하인리히가 해리 맥스웰에게서 공을 뺏어내고 바스티안 슈나이더에게 공을 연결하며 재빠른 역습을 하려 했지만 실수가 나왔다. 바스티안 슈나이더에게 이어진 패스는 너무 뻔하고 부정확했고, 이 패스는 조나단 케인에게 끊어지고 말았다. 공을 빼앗은 후 곧바로 템포를 올려서 역습하려던 FC 에르푸르트 선수들은 예상치 못한 실수에 수비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조나단 케인이 다시 뺏은 공은 측면의 세르히오 로드리게스에게 이어졌고, 그는 자신의 드리블 능력을 뽐내듯 FC 에르푸르트의 좌측면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지난 1차전에도 그의 돌파로 골을 내주었던 FC 에르푸르트의 수비진들은 이번에도 똑같이 당할 수 없다는 듯 터프하게 그를 막아섰지만, 이미 공은 세르히오 로드리게스의 발을 떠나 있었다. 재역습으로 혼란스러운 5명의 수비 중에서 두 명이 자신 쪽으로 붙는 것을 보자마자 조금의 지체도 없이 중앙으로 공을 패스한 것이다.

그리고 그 공은 로널드 조던의 발을 거쳐 박주현에게 이어졌고, FC 에르푸르트의 골키퍼인 마누엘 봄의 손끝을 스치며 골문을 갈랐다.

FC 에르푸르트가 가장 바라지 않던 시나리오대로 경기는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후 경기는 지난 1차전과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흘러갔다.

원정 골 우선 규칙 때문에 결승 진출에 더 유리해진 베이포트 FC는 뒤로 물러나 긴 패스로 FC 에르푸르트의 뒤를 노렸다. 무조건 골이 필요해진 FC 에르푸르트 측은 뒤를 내줄 위험을 무릅쓰고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다.

베이포트 FC가 뒤로 물러나 롱패스로 경기를 풀어갈 조짐을 보이자 FC 에르푸르트는 더욱 기를 쓰고 압박을 시도했다. 그들은 이미 롱패스로 역습을 시도하던 베이포트 FC를 무너뜨린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그때와 같지 않았다. 양 팀의 기본적인 전술은 베이포트 FC가 3골을 연달아 내주며 무너진 지난 1차전 전반전의 모습과 흡사하게 보였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베이포트 FC의 수비가 그때처럼 쉽게 공을 뺏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미 한 번 당했던 걸 다시 당할 리가 없잖아.’

동민은 차가운 눈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았다. 1차전에서 해리 맥스웰이라는 패스의 중심점을 무력화당하며 무너졌던 것을 동민은 확실히 기억했다. 그런 그가 이번 경기에서 이른 시간에 골을 기록하자마자 뒤로 물러나 선 굵은 축구로 전술을 변경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해리 맥스웰을 더 아래로 내리는 것이었다.

해리 맥스웰은 조나단 케인과 올리비에 나스리 사이에서 마치 센터백처럼 움직이며 변형된 스리백을 구성했고, 반대로 좌우 풀백은 위로 올라가면서 공수의 균형을 잡았다.

‘지난 경기에서 해리 맥스웰을 공략 했던 건 FC 에르푸르트의 압박이 그 한 명에게 쏠릴 거란 걸 생각하지 못한 탓과, 아무도 그를 보호해 줄 사람이 없었던 탓이야.’

그때 해리 맥스웰은 이안 페트로프와 함께 중원을 구성했지만 이안 페트로프 혼자서는 달려드는 FC 에르푸르트 선수들로부터 해리 맥스웰을 보호할 수도, 그에게 압박이 들어올 때 패스를 받아줄 수도 없었다. 그 때문에 해리 맥스웰은 FC 에르푸르트의 압박에 고전했고, 뒤이어 베이포트 FC는 연달아 세 골을 내줄 정도로 무너졌다.

그때의 경험에서 동민은 자신이 시도할 수 있는 해결법을 생각했다.

‘첫 번째는 해리 맥스웰와 함께 뒤에서 롱패스를 뿌려줄 선수를 구하는 것. 이건 당장 불가능한 일이었지. 올리비에 나스리는 그만큼의 정확성이 부족하고 아르센 디아라는 패스는 좋지만 경기장을 넓게 보는 시야가 부족해. 다른 선수들로 하여금 함께 롱패스를 담당하게 하면서 그의 부담을 덜어주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그러나 동민은 또 다른 해결법을 생각해 냈다.

‘하지만 해리 맥스웰을 보호하는 일이라면 가능해. 상대의 압박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그는 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도 남으니까.’

그것이 지난 1차전에서 동민이 얻은 교훈이었다. 해리 맥스웰을 센터백 라인까지 내리고, 변형 스리백으로 수비를 구성하면서 그의 패스를 이용한다면 지난번과 같은 일은 막을 수 있었다.

물론 해리 맥스웰에게서 전문 센터 백과 같은 수비는 기대할 수 없었고, 그 변화로 인해 수비진에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었지만 베이포트 FC에는 다행히 수비력이 좋고 경험 많은 센터백이 둘이나 있었다. 특히 FC 마드리드에서 여러 전술을 경험했던 올리비에 나스리는 포백과 스리백이라는 전혀 다른 수비 전술에서도 동료들을 지휘할 수 있는 베테랑이었다. 올리비에 나스리와 조나단 케인, 그 두 사람 덕분에 베이포트 FC는 FC 에르푸르트가 생각도 못했던 변형 스리 백으로의 변화를 해낼 수 있었다.

‘이걸로 지난 패배도 설욕할 수 있어.’

동민은 그렇게 생각하며 주먹을 꾹 쥐었다.

심판의 휘슬이 경기장을 가로지르자 브리큰돈 스타디움은 홈팬들의 환호로 가득 찼다.

FC 에르푸르트는 마지막에 골키퍼까지 코너킥 공격에 나설 정도로 무난히 애를 썼지만, 결국 이른 시간에 내준 골을 따라잡지 못했고, 경기는 기대에 비해 조금 허무하리만치 쉽게 베이포트 FC의 1 대 0 승리로 끝이 났다. 동시에 결승전이 열리는 바그너 아레나로 가는 팀도 함께 정해졌다.

베이포트 FC와 스톡포트 시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두 팀은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을 두고 다시 한번 맞붙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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