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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 승리의 행방 (249/270)

1차전 승리의 행방

베이포트 FC의 선제골은 바르셀로나 CF로서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일이다. 그들의 예상에는 자신들의 선제골이 늦는 경우 정도만 있었지, 오히려 베이포트 FC가 먼저 자신들의 골문을 열어젖히는 일은 전혀 없었다. 그만큼 세르히오 로드리게스의 골은 바르셀로나 CF 선수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또한 에스타디오 데 바르셀로나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언제든 골을 만들 수 있는 팀이기에 크게 불안해하지 않던 팬들도 예상치 못한 베이포트 FC의 반격에 긴장된 분위기가 흘렀다.

그리고 그 충격은 선수들에게도 전해지고 있었다. 뒤늦게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오히려 공격의 삐걱거림은 더욱 심해졌다. 골을 허용하자마자 불이 붙은 바르셀로나 CF의 분위기가 단숨에 터진 것은 고작 6분 뒤였다.

베이포트 FC의 페널티박스 안에서 루테로 알론소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자 주심의 휘슬 소리가 경기장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에스타디오 데 바르셀로나는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심판이 페널티킥을 선언한다면 바르셀로나 CF는 선제골을 허용한 지 6분 만에 동점골을 노릴 수 있는 기회를 잡는 상황이었다.

휘슬을 불어서 경기를 중단시킨 주심은 넘어져 있는 루테로 알론소와 그를 일으키며 화를 내는 올리비에 나스리에게 다가갔다. 그의 주머니에서는 노란색 카드가 나왔고, 그 카드는 한 선수를 향했다.

“나라고?!”

카드를 받은 선수는 분노를 표출하고 있던 올리비에 나스리가 아닌, 넘어져 있던 루테로 알론소였다. 주심은 올리비에 나스리의 태클이 반칙이 아니라 루테로 알론소의 할리우드 액션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카드를 본 루테로 알론소는 격분해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올리비에 나스리 또한 그런 그를 보면서 스페인어로 양심 없는 녀석이라며 일갈했다. 두 선수는 그로 인해 다시 한번 얼굴을 맞대고 으르렁댔지만 이내 심판의 제지와 구두 경고로 화를 내면서도 서로 등을 돌렸다. 그러나 루테로 알론소의 일그러진 표정은 변하지 않았고, 바르셀로나 CF 홈팬들의 야유 또한 그치지 않았다.

‘저 자식이… 더러운 자식.’

동민은 그 광경을 보면서 이를 갈았다. 실제로 올리비에 나스리의 태클은 루테로 알론소의 다리에 닿지 않았다. 태클이 닿지도 않았는데 루테로 알론소는 고의적으로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받으려 했던 것이다.

심판이 한 판단은 정확했는데도 루테로 알론소는 억울하다는 듯 연기하며 심판에게 어필을 했다. 월드 클래스의 선수가 할 짓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루테로 알론소의 모습에 분노한 동민은 반드시 이 경기를 승리로 이끌겠다며 다시 한번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몇 분 후, 다시 한번 경기장은 시끄러워졌다. 이번에도 루테로 알론소가 그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이미 조금 전 할리우드 액션 논란으로 이미 충돌했던 올리비에 나스리가 자꾸만 자신의 앞을 막아서자 짜증이 폭발한 것 같았다. 올리비에 나스리의 어깨싸움에서 밀려 공을 빼앗긴 그는 이미 공이 빠진 올리비에 나스리의 발을 뒤늦게 강하게 걷어찼고, 길게 패스를 하느라 한쪽 발이 땅에서 떨어져 있던 올리비에 나스리는 내동댕이쳐지듯 그라운드에 엎어졌다.

그 광경을 보고 동민은 분노가 일었지만 그보다도 걱정이 앞섰다.

‘저 정도면 올리비에 나스리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아무리 리더 특성을 넣은 올리비에 나스리라고 해도 그가 가진 원래의 단점인 불같은 성격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저런 위험한 반칙을 한 루테로 알론소가 카드를 받을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거기에 휘말려 폭력이라도 행사한다면 올리비에 나스리 또한 퇴장을 피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가 빠지면 베이포트 FC는 자신들이 원하던 방식으로 경기를 마무리 할 수 없었다. 아무리 루테로 알론소가 빠진 바르셀로나 CF의 공격진이라고 해도 올리비에 나스리가 없이는 마티아스 루비오와 제수스 모레노를 막을 수 없었다.

‘이런 일이 생길 걸 예상했다면 올리비에 나스리의 불같은 성격을 미리 지웠을 텐데! 오늘 경기에서는 몇 분이 남아 있든 올리비에 나스리가 빠지면 안 돼! 지금껏 작전대로 잘 해놓고…….’

조용한 조나단 케인과는 달리 강하게 팀원들을 이끄는 올리비에 나스리의 모습을 원해서 일부러 그 특성을 남겨두었던 동민이지만 지금만큼은 그 특성을 후회했다. 만에 하나를 위해, 그리고 그에게 맡긴 역할을 생각하면 위험성을 최소한으로 줄였어야 했다.

동민의 걱정대로 올리비에 나스리는 격분한 모습으로 몸을 일으켜 루테로 알론소에게 들이닥쳤고 한쪽 손을 뒤로 뻗으며 당장이라도 그를 후려치려는 듯했다. 하지만 올리비에 나스리의 손은 루테로 알론소를 향하지 않았다. 그는 루테로 알론소를 후려치려다가 손을 멈추고 분노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로만 항의를 할 뿐이었다.

주심은 곧바로 그들에게 달려와 베이포트 FC의 프리킥을 선언하면서 동시에 루테로 알론소를 불렀다.

그에게 주어진 카드의 색은 붉은색, 후반 35분이라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바르셀로나 CF는 열 명으로 싸워야만 한다는 의미였다. 바르셀로나 CF의 선수들이 주심을 둘러싸고 항의했지만 이번에는 그들의 항의도 아까처럼 격렬하지 않았다. 루테로 알론소의 반칙이 너무나도 명백했기 때문이다. 팀의 주장이자 에이스인 마티아스 루비오는 심판에게 항의하기보다는 아직까지 흥분한 듯 보이는 루테로 알론소를 진정시키며 그라운드 밖으로 데려가고 있을 정도였다.

몇몇 바르셀로나 CF의 선수들의 항의에도 판정은 바뀌지 않았고, 결국 그들은 열 명이라는 한 명 부족한 숫자로 남은 십여 분 동안 동점 골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상황 참 최악이네.’

마티아스 루비오는 머리가 복잡해진 듯 손을 쥐었다 폈다, 를 반복했다. 이번 경기에 한해서 그의 예상은 모두 틀렸다. 상대가 이렇게까지 수비가 단단한 팀이라는 것도 생각하지 못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루테로 알론소에 자극당한 올리비에 나스리가 무너질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먼저 정신적으로 무너져 버린 것은 루테로 알론소였다.

조금 전 터치라인까지 함께 걸어갔던 루테로 알론소는 완전히 올리비에 나스리에게 휘말린 경기였다며 후회하고 있었다. 경기 중 그와 계속해서 신경전을 했고, 서로 자극적인 말을 주고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점점 평정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런 루테로 알론소의 인내심을 마지막으로 끊은 것은 올리비에 나스리의 한마디였다.

“다이빙 말고는 날 뚫을 능력도 없는 머저리 주제에. 네깟 게 세계 최고의 공격진 소리를 듣는 건 마티아스 루비오랑 같이 있기 때문이겠지. 남한테 업혀가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재능도 없잖아, 너?”

그 말을 듣고 루테로 알론소는 완전히 평정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마티아스 루비오는 어리벙벙한 느낌이었다.

‘내가 알던 올리비에 나스리가 그렇던가?’

그가 알고 있던 과거의 올리비에 나스리가 그런 방식으로 심리전을 거는 공격수에게 똑같이 되받아친 적이 있었는가를 되짚어 보았지만, 그런 기억은 없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선수였지만 올리비에 나스리는 오히려 그런 공격수들에게 약했다. 그래서 상대 공격수들을 잘 막아내다가도 어이없는 태클로 페널티킥을 내주거나 심리적으로 무너져 망친 경기들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 그는 그런 심리전에 능한 루테로 알론소를 역으로 자극해 무너뜨렸다. FC 마드리드를 떠난 이후 그에게 큰 변화가 생겼거나, 베이포트 FC에서 그런 준비를 확실히 시켰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모르겠어. 확실한 것은 오늘 남은 경기뿐만 아니라 원정 경기인 2차전 또한 우리가 생각한 것하고는 다르게 매우 힘들어질 거라는 거야.’

마티아스 루비오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경기에 집중했다. 중요한 것은 그의 예상이 빗나갔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팀이 1 대 0으로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 다음 원정 경기가 배로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이곳은 그들의 홈 경기장인 에스타디오 데 바르셀로나다. 홈 팬들 앞에서 이미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며 자존심을 구기기는 했지만 패배하는 모습까지 보여줄 순 없었다.

‘아직 경기는 안 끝났으니까.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야.’

마티아스 루비오는 주먹을 꾹 쥐면서 발을 더욱 재촉했다. 그는 바르셀로나 CF의 명실상부한 에이스이며, 이런 위기를 극복한 것도 한두 번의 일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팀을 구해내는 것이 그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좋아, 이 경기는 충분히 이길 수 있어.’

동민은 오늘 승리를 자신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바르셀로나 CF의 공격을 잘 막아낸 베이포트 FC 의 수비진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그런 수비진을 상대로 이제는 10명이 되어버린 바르셀로나 CF가 골을 넣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빠진 1명이 최전방에서 계속해서 침투를 노리고 수비진을 후방에서부터 괴롭히려 하던 루테로 알론소이기에 더욱 상대가 골을 넣기는 쉽지 않았다.

‘올리비에 나스리가 잘 참아줘서 다행이지.’

오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승리하게 된다면 승리의 일등공신은 올리비에 나스리나 다름없었다. 루테로 알론소를 꽁꽁 묶어낸 것도 모자라서 그의 평정을 잃게 하고 퇴장까지 시킨 것은 경기를 완전히 기울게 한 일이었다.

‘공격진에서 마티아스 루비오를 제외한 제수스 모레노와 루테로 알론소 모두 특성 중 불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자극하면 평정을 잃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런 위험한 반칙에 똑같이 흥분해서 달려들지 않은 게 다행이야.’

동민은 경기가 끝나면 올리비에 나스리에게 어떤 찬사를 늘어놓아도 부족할 거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시간은 점차 줄어가고, 어느새 정규시간은 모두 끝이 났다. 루테로 알론소의 퇴장으로 인해 지연된 시간 때문에 주어진 추가시간 4분도 어느새 반 이상이 지나가고 있었다.

바르셀로나 CF의 선수들은 몇몇 수비수를 제외하면 모두 공격에 나서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었지만, 베이포트 FC 또한 승기를 내줄 수 없다는 듯 필사적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추가시간 4분도 끝나갈 무렵, 바르셀로나 CF는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프리킥을 얻으며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바르셀로나 CF는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알고 골키퍼까지 나와서 공격에 가담했고, 반대로 베이포트 FC는 최전방에 있던 크리스 러셀까지 모든 선수가 수비에 집중했다.

키커인 마티아스 루비오는 심호흡을 하고 공 앞에 섰고, 도움닫기 후 강하게 공을 찼다. 그의 발을 떠난 공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고, 골키퍼의 손끝을 스치듯 지나가 골 망을 출렁이게 만들었다.

그렇게 베이포트 FC는 바르셀로나 CF 원정을 1 대 1의 무승부로 마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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