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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다가오는 16강전 (245/270)

조금씩 다가오는 16강전

세르히오 로드리게스라는 핵심 자원을 잃고도 베이포트 FC는 비교적 좋은 성적으로 박싱 데이를 지나 새해를 맞이할 수 있었다. 물론 체력적인 문제나 부상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감독이 선수들의 로테이션을 중시한다고 해도 보통 3일, 길어봐야 4일마다 한 번씩 경기를 치르는 것은 선수들의 체력을 깎아내는 일이었고, 그만큼 부상의 위험도 늘어났다. 베이포트 FC에서도 에딘 페트로비치와 닉 베손이 부상을 당했다.

그나마 동민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은 두 선수 모두 가벼운 부상이었고, 오래 지나지 않아 복귀한다는 사실이었다.

‘이제 챔피언스 리그 16강전까지 앞으로 한 달가량, 가능한 최상의 상태로 맞붙어도 승산이 크지 않은 팀이니까.’

베이포트 FC에게 바르셀로나 CF는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고 해도 이길 확률이 높지 않은 팀이다. 그런데 부상 등으로 전력 이탈까지 생긴다면 그렇지 않아도 희박한 승률이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동민에게는 다행히도 베이포트 FC는 체력적으로 한계를 시험하는 박싱 데이를 장기 부상자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앞으로 한 달 정도 시간이 남아 있지만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해야만 하는 상대야.’

동민은 그렇게 생각하고 코앞으로 다가온 FA컵 경기보다는 바르셀로나 CF와의 경기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충격적일 정도로 무시무시한 팀이다.’

그것이 동민이 바르셀로나 CF의 경기 영상을 직접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지금껏 동민이 만났던 강팀들은 원래 대단한 팀들이었지만 특히나 한 가지씩은 큰 강점이 있었다.

다비드 페레즈가 이끄는 스톡포트 시티는 상대를 압박해서 공을 빼앗고 점유하며 공격을 만들어내는 팀 전체의 경기 방식이, 마르코 알베스의 메이클즈필드 애슬레틱은 상대에게 쉽게 골을 허용하지 않는 강한 수비가 강점이었다. 얼마 전 만났던 FC 마드리드 또한 모든 면에서 뛰어난 팀이었지만, 다니엘 루이즈가 이끄는 공격진과 그 밑에서 공격을 이끌며 경기를 조율하는 미드필더진, 그리고 공수에서 모두 활약하는 측면 수비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동민은 감탄하게 만든 바르셀로나 CF의 경우에는 세 명의 공격수로 이루어진 공격진이었다.

다비드 페레즈 아래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게 된 마티아스 루비오를 시작으로 루테로 알론소, 제수스 모레노로 이어지는 세 명의 공격진은 다른 팀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미드필더의 지원은 과거 다비드 페레즈가 이끌던 시절보다 줄었지만, 현 시점에서 전 유럽을 다 뒤져도 그들 이상의 공격진을 찾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는 세 명의 공격수는 엄청난 골 폭격을 이어가고 있었다.

‘골문 앞에서의 연계와 결정력을 갖춘 루테로 알론소, 드리블과 개인기, 번뜩이는 창의성을 보여주는 제수스 모레노, 그리고 완벽하리만치 거의 모든 면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마티아스 루비오. 셋 중 한 명만 막으려고 해서는 안 돼.’

바르셀로나 CF를 상대하는 팀들은 그들의 공격진을 막으려 아무리 노력해도 확실하게 그 일을 수행할 수 없었다. 세 명 중 무시무시한 공격을 시작하는 선수가 주로 마티아스 루비오라는 사실에 주목해서 그에게 거친 수비와 강한 압박을 주문해도, 바르셀로나 CF의 공격을 원천봉쇄하기는 힘들었다.

제수스 모레노의 드리블이나 미드필더진에서의 패스를 통해 공격의 실마리를 풀었고, 결국 루테로 알론소의 득점이나 아무리 노력해도 막지 못한 마티아스 루비오의 득점으로 끝이 나곤 했다. 그렇다고 루테로 알론소나 제수스 모레노에게 집중하면 마티아스 루비오에게 마음껏 날뛸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세 명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세 명 중 한 명의 수비라도 상대적으로 느슨해진다면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 뭐야, 이게.’

바르셀로나 CF의 명성이야 익히 들었지만 실제로 그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경기 영상을 보자 머리를 부여잡고 싶었다. 아무리 고민해도 저 끔찍한 공격진 트리오를 막을 만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직 시간이 꽤나 남아서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많다고 확실한 대응책을 들고 나서기도 쉽지 않겠어. 저 공격진을 막지 못하는 한 바르셀로나 CF와의 경기에서 승리는 없으니까.’

동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바르셀로나 CF의 경기 영상을 본 이후 동민은 어떻게 하면 그들의 공격진을 막아낼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그들이 진 경기들을 직접 찾아보기도 하고, 비교적 약팀들과 비긴 경기들을 보면서 어떤 방식을 벤치마킹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뚜렷한 방법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베이포트 FC가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거나, 상대가 잘했다기보다는 바르셀로나 CF에게 운이 따라주지 않는 경기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동민이 택한 방법은 하나였다.

“직접 보고 오게요?”

“네. 다행히 우리 경기가 끝난 다음 날 바르셀로나 CF와 레알 알바세테와의 경기가 있어서요. 다음 날 오전에 바로 출발하면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동민은 웃으며 샐리에게 대답했다. 감독이 된 이후 직접 다음 경기 상대를 보러가는 일은 전보다 많이 줄어든 동민이었다. 상대 팀의 경기가 베이포트 FC와 겹치거나 이동 시간상 제대로 맞지 않는 경우도 잦았고, 상대 팀의 경기를 직접 보기보다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그야말로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 해야만 했다. 영상을 보면서 도무지 어떻게 상대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바르셀로나 CF는 동민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야만 하는 상대였다.

‘경기에 나서면 스테이터스가 전부 보이니까 2차전을 노릴 수도 있겠지만 이건 토너먼트야. 1차전에서 너무 큰 점수 차로 패하면 2차전에서 그것을 뒤집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그것이 동민이 바르셀로나 CF의 경기를 직접 확인하려고 한 이유였다.

“그런데 괜찮겠어요? 경기가 끝나고 쉬지도 못한 채로 다음 날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가서 경기를 보고, 바로 돌아올 텐데. 혹시 모르니까 누군가 같이 가는 게……”

시즌이 시작되기 전, 동민이 쓰러졌던 이후로 그녀는 동민이 너무 과로하는 것이 아닌가 항상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아요. 비행기를 탄다고 해도 비행시간 자체는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니까요. 경기가 끝나자마자 국가 대표 팀 경기 때문에 출발해야 하는 선수들도 있는걸요. 그 정도 일로 피곤하진 않아요.”

동민이 걱정하는 것은 혹시나 비행기가 연착되거나 해서 다음 날 있을 트레이닝에 자신이 참석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는 것 정도였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미리 브라운 키드 수석 코치에게 이야기도 해둔 상태였다.

동민의 여유 있는 대답에 샐리는 조금 복잡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동민은 그녀의 그 표정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채지 못하고 오직 바르셀로나 CF의 경기를 볼 생각뿐이었다.

보스턴 레인저스와의 경기를 2 대 1로 끝마친 동민은 다음 날 곧바로 바르셀로나로 향했다. 스페인에서, 아니, 전 유럽에서도 가장 유명한 관광도시 중 한 곳이지만 동민은 어딘가를 둘러볼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런 여유는 지금의 그에게 사치나 마찬가지였다.

동민은 빠르게 바르셀로나 CF의 홈구장인 에스타디오 데 바르셀로나로 향했다. 그리고 경기장의 규모를 보고 압도된 듯 숨을 들이쉬었다.

“…여기서 1차전을 치러야 한단 말이지…….”

FC 마드리드의 홈구장인 에스타디오 데 에스파냐에도 가보았고 규모와 열기로만 따지면 크게 뒤처지지 않는 AC 로마의 경기장인 스타디오 디 로마에도 가보았지만, 이곳은 또 다른 느낌이 있었다. 에스타디오 데 에스파냐보다 15,000석 이상 많은 좌석 수도 그렇지만 그와는 별개로 원정 팀을 압도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예전에 다비드 페레즈가 바르셀로나 CF를 감독하던 때의 팬들은 홈구장에 오면서 승리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몇 대 몇의 스코어로 이길지,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이야기했다고 하던데…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네.’

경기장에 들어서는 바르셀로나 CF의 홈팬들은 승리를 바란다는 이야기들을 하지 않았다. 그들 사이에서는 오늘 팀이 어떤 경기력으로 얼마나 골을 넣고 이길지에 대한 희망적인 이야기만 오고가고 있었다. 오늘의 상대 팀인 레알 알바세테가 비교적 약팀인 프리메라리가의 하위권 팀이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적어도 홈에서는 절대 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팬들에게는 있었다. 그리고 팬들의 그 확신은 원정팀인 레알 알바세테를 짓누르는 압력이 되었다.

“우리가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단 말이지… 선수들이 제 기량을 다 발휘해 주어야 할 텐데.”

경기가 채 시작되기도 전이지만 10만 명에 가까운 관중들이 발하는 분위기는 뜨겁기 그지없었고, 승리를 확신하는 바르셀로나 CF 홈팬들의 응원은 자신이 직접 경기에 뛰지 않는데도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조별 리그전을 끝내면서 지금껏 원정 경기에 대한 면역력을 많이 키웠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라면 선수들이 평상심을 잃을 가능성도 컸다. 베테랑인 올리비에 나스리가 다시 한번 선수들을 잘 잡아주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동민이 그렇게 생각하며 긴장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볼 때쯤, 드디어 양 팀의 선수들은 제자리를 찾아 섰고 심판의 휘슬 소리가 그라운드를 갈랐다.

그리고 동민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마티아스 루비오]

31세

잘 쓰는 발: 양발

성장 가능성 19.4/20

현재 포지션에 대한 적합도 19.1/20

선호하는 플레이: 수비의 틈 사이로 침투, 공을 잡고 템포를 조절

특성:

장점 - 타고난 골잡이, 왼발의 마법사, 트릭스터

단점 - 제공권 장악 불가

현재 컨디션: 7/10

“미친……”

동민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한국 욕설이 흘러나왔다.

지금껏 그가 본 선수들 중에서도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스테이터스가 그의 시선을 빼앗았다. FC 마드리드의 다니엘 루이즈가 골을 만드는 것에 집중된 스테이터스를 가지고 있었다면, 마티아스 루비오는 골을 만드는 것 이외에도 직접 플레이 메이킹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이었다.

경기 영상들을 보면서도 감탄했지만, 직접 스테이터스를 보자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놀라움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루테로 알론소]

32세

잘 쓰는 발: 오른발

성장 가능성 18.5/20

현재 포지션에 대한 적합도 18.2/20

선호하는 플레이: 수비의 틈 사이로 침투

특성:

장점 - 타고난 골잡이, 침착함

단점 - 불같은 성격

현재 컨디션: 6/10

[제수스 모레노]

26세

잘 쓰는 발: 왼발

성장 가능성 19.1/20

현재 포지션에 대한 적합도 18.6/20

선호하는 플레이: 수비의 틈 사이로 침투, 공을 잡고 템포를 조절, 부드러운 터치

특성:

장점 - 왼발의 마법사, 트릭스터, 빠른 발

단점 - 불같은 성격, 깃털 몸

현재 컨디션: 7/10

“…괴물 자식들.”

동민은 멍하니 그 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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