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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209/270)

플레이오프

오를레앙 OSC와의 친선 경기에서 동민이 쓰러졌던 소동도 가라앉고, 베이포트 FC는 빠르게 정상 궤도를 되찾아갔다. 영입된 선수들도 한 달 가까이 이어진 훈련으로 점점 더 손발이 맞아 들어가기 시작했고, 다른 선수들도 지난 시즌보다 더욱 정확하고 효율적인 움직임으로 간결한 플레이를 이어갔다. 그런 그들의 경기력은 오를레앙 OSC와의 친선 경기 이후로 이어진 친선 경기들에서도 확실한 승리를 거머쥐며 더욱 두드러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전체적으로 개편된 베이포트 FC의 훈련이 있었다. 지금껏 전술 훈련을 맡았던 멘데스 코치가 기술 코치로 이동하고 브라운 키드 수석 코치가 수비 훈련을 맡는 등, 베이포트 FC의 훈련은 동민의 주도하에 큰 변화를 맞이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이 걱정하던 것과는 달리 업무가 변경된 이들은 오히려 더욱 효율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했고, 선수들도 전보다 더욱 빠르고 쉽게 훈련에 적응했다. 베이포트 FC의 프리미어리그에서의 두 번째 시즌은 충격적이었던 첫 번째 시즌보다도 더 확실하게 준비되어가고 있었다.

그들이 땀을 흘리며 준비하는 것은 시즌의 개막, 그리고 리스본 CF와의 챔피언스 리그 플레이오프였다.

‘이걸로 지금껏 모은 포인트는 거의 끝인가.’

동민은 문밖으로 나서는 선수의 뒷모습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조금 전 특성의 추가로 15 포인트를 사용하면서 지난 시즌과 프리시즌 내내 모아두었던 포인트는 이제 12포인트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생각하던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겠어.’

능력이 강화된 후 어느새 2주가 넘는 시간이 지났다. 동민은 이제 코앞까지 다가온 프리미어리그의 시작과 챔피언스 리그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모두 하고 있었다. 코치들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하고 가장 적합한 훈련에 배정하는가 하면, 새로 얻은 특성 추가를 이용해 가면서 리스본 CF와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리그의 개막도 개막이지만 이번 시즌의 목표,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인 빅 이어를 들기 위한 첫 관문이니까. 어떻게든 통과해야만 해.”

그것이 동민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가 꿈꾸고, 선수들에게 호언장담했던 챔피언스 리그 우승, 그 기적이 필요할 정도로 험난한 여정의 첫 단추가 바로 리스본 CF와의 플레이오프였기 때문이다. 그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야만 그 이상의 목표들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동민의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뭐, 그것도 이걸로 거의 마무리니까. 남은 건 곧 있을 경기에서 얼마나 선수들이 잘 따라주느냐, 그리고 내가 얼마나 빠르게 상대의 의중을 알아채고 판을 뒤집느냐, 그뿐이니까.”

그렇게 혼잣말을 하는 동민의 목소리에는 불안감도, 걱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지금까지 그가 겪어보지 못했던 거대한 무대에 대한 기대와 흥분만이 가만히 떨리고 있었다.

“오늘 경기는 이번 시즌 우리 목표의 첫 걸음입니다. 며칠 전에 있었던 시즌 개막전에서 3 대 0이라는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면서 시즌의 문을 열기는 했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오늘이에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아도 다들 이해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동민의 말에 선수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전 이번 시즌 승격 팀인 블랙풀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3 대 0이라는 깔끔한 승리를 타내기는 했지만, 이미 선수들의 머릿속에서 승리에 대한 만족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지금 챔피언스 리그라는 지금껏 꿈만 꿀 수 있었던 별들의 무대에 설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미 지난 승리의 여운에 잠겨 있을 시간이 없었다.

“오늘은 따로 할 말이 거의 없습니다. 지금껏 우리는 이 경기를 준비했고, 여러분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이야기했죠. 나가요. 그리고 이 경기에 대해서 얼마나 준비했는지 나에게, 팬들에게 보여주세요. 그러면 챔피언스 리그라는 커다란 무대가 우리 것이 될 거니까요.”

동민의 어투는 가벼웠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이 경기는 프리 시즌 내내 준비했던 그들의 노력을 확인하는 경기이자, 꿈의 무대에 다가서는 첫 관문이었다.

동민의 말 안에 담긴 의미를 잘 알고 있는 베이포트 FC의 선수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그것만이 지금껏 그들이 흘린 땀이 절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정말이지 부담스러운 상대를 만났다니까. 아니, 부담스러운 정도가 아니라 최악의 상대지.’

리스본 CF의 감독인 토마스 뢰브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곧 경기가 벌어지는 그라운드를 바라보았다.

챔피언스 리그에 나서는 팀들은 대부분 리스본 CF의 입장에서 만만치 않은 팀들이다. 이는 유럽 대항전에 자주 출전했던 토마스 뢰브가 잘 아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본선이 아닌 플레이오프라고 해도 만만한 팀을 만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고, 이 자리까지 올라온 팀들을 상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의 대전 상대가 베이포트 FC로 확정되었을 때, 그는 드물게도 안심했다. 상대인 베이포트 FC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4위로 플레이오프 최종전에 나온 팀이기는 했지만, 그가 안심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들에게 유럽 대항전의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 갓 승격한 팀이 치열한 프리미어리그에서 4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대단한 성과이며 상당히 놀라운 결과이긴 했지만, 이를 반대로 말하면 그들에게는 절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하다는 말이기도 했다.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챔피언스 리그와 유로파 리그를 들락거리는 자신들과는 다르게, 베이포트 FC는 팀 자체가 큰 무대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것이다.

‘그것이 분명히 상대의 발목을 잡게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토마스 뢰브는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안심하던 그의 반응이 갑자기 뒤집힌 것은 베이포트 FC가 프리 시즌을 보내는 것을 확인하면서였다. 반짝 좋은 성적을 거둔 하위권 팀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선수단은 공중 분해되고 팀 분위기가 바닥을 치는 상황까지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팀 분위기가 어수선할 거라 생각한 것과는 달리 베이포트 FC는 너무나도 착실하게 시즌과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었다.

선수단의 이탈이 생길 거라는 그의 예상을 철저히 빗나갔다. 오히려 그들은 주축 선수들을 한 명도 잃지 않은 채로 큰돈을 들여 네 명의 선수를 보강하면서 챔피언스 리그에 대한 대비를 확실하게 했다.

게다가 아무리 프리 시즌이라고는 해도 베이포트 FC 특유의 유동적인 전술을 능숙하게 구사하며 승리를 거두는 모습은 토마스 뢰브로 하여금 불안감을 가지게 하기 충분했다. 그리고 직접 맞부딪치는 플레이오프 1차전이 벌어지는 오늘, 그의 불안감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홈팀인 리스본 CF 팬들에게 침묵을, 반대로 베이포트 FC의 원정 팬들에게는 환호성을 이끌어내는 광경이 다시 한번 펼쳐졌다. 전반 42분, 베이포트 FC의 좌측 윙어인 야야 둠베흐가 팀의 세 번째 골을 터뜨린 것이다.

골키퍼인 폴 맥마흔이 상대의 슈팅을 잡자마자 에두아르도 산체스에게 빠르게 던져준 공이 중앙에서 공을 기다리던 해리 맥스웰에게 이어졌고, 해리 맥스웰은 곧바로 우측면을 달리던 세르히오 로드리게스에게 전달했다.

세르히오 로드리게스는 두어 번의 페이크로 가볍게 측면 수비를 무너뜨렸고 박주현이 기다리는 중앙으로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다. 박주현은 그 공을 받으려는 듯 우측으로 빠져 들어가며 순식간에 리스본 CF의 두 중앙 수비수의 시선을 잡아끌었지만, 공은 거짓말처럼 그의 발끝에 닿지 않고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 패스의 끝에서 기다리던 사람은 좌측면에서부터 부리나케 중앙까지 달려온 야야 둠베흐였다. 두 중앙 수비수와 골키퍼의 시선까지 박주현에게 붙어 있는 상황에서 야야 둠베흐가 그 찬스를 골로 마무리 짓는 것은 어린아이 손목 비틀기보다도 쉬웠다.

단 네 번의 패스, 슈팅까지 다섯 번의 볼터치만으로 유럽 대항전에서도 견고함을 자랑하던 리스본 CF의 수비가 허무하게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런 것이었나. 베이포트 FC를 상대했던 다른 팀들이 느꼈던 기분이란 게.’

토마스 뢰브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있었던 세 번째 골을 포함해서 베이포트 FC가 넣은 골들은 모두 리스본 CF의 약점을 그대로 찌르고 있었다.

촘촘하고 튼튼한 수비를 자랑하는 리스본 CF지만 그것은 명확한 수비 진형을 갖추었을 때의 이야기였다. 아무리 강력한 수비를 자랑하는 리스본 CF라고 해도 수비 진형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을 때에는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베이포트 FC는 그 점을 파고들었다.

바로 리스본 CF가 공격할 때를 노려서 빠르고 정확한 역습을 시도하는 것이다.

첫 번째 박주현의 골부터 세 번째 야야 둠베흐의 골까지 베이포트 FC의 모든 골들은 리스본 CF가 공격을 진행할 때를 노린 역습에서 나왔다. 게다가 토마스 뢰브를 더욱 절망스럽게 만드는 것은 그 모든 역습이 제대로 수비 진형을 갖추기도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모든 베이포트 FC의 역습은 많아봐야 6, 7번의 패스에서 마무리 지어졌고, 그 이상으로 넘어가기 전에 어떻게든 슈팅을 노렸다.

‘우리가 확실하게 수비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에는 단단하지만, 공격에서 수비로 넘어갈 때의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치밀하게 파고든 거야.’

박주현에게 선제골을 얻어맞을 때만 해도 수비 전환이 늦은 일부 선수들의 실책인가 싶었지만 세 번째가 되자 그도 알 수 있었다. 베이포트 FC와 강동민은 리스본 CF가 전체적으로 수비 전환이 늦다는 점을 집요하리만큼 파고들었고, 골은 그 결과였다.

‘역습을 주의하려면 후방에 더 많은 선수들을 세워야 하지만 이미 세 골이나 허용한 이상 그러기도 쉽지 않아. 여기서부터 잠그고 말라 죽느냐, 아니면 계속해서 뒤를 공략당할 위험성을 감수하고 공격을 하느냐의 선택뿐이야.’

잔인한 정도로 일방적인 이지선다에 토마스 뢰브는 어떻게 해야 이 궁지를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부디 자신의 선택이 맞기를 신에게 빌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날 때, 전광판에 적힌 양 팀의 스코어는 5 대 1을 가리키고 있었다. 베이포트 FC의 완벽한 승리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브리큰돈 스타디움에서 이어진 플레이오프 2차전 또한 리스본 CF는 2 대 0이라는 패배를 안고 침몰했다. 리스본 CF와 토마스 뢰브는 베이포트 FC라는 팀을 명확히 알지 못한 대가를 톡톡히 치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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