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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의 강화 (208/270)
  • 능력의 강화

    “하느님, 감사합니다. 강, 당신 괜찮아요?”

    동민과 샐리가 런던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들을 맞이한 것은 브라운 키드였다. 경기 때나 훈련이외의 개인 시간에는 언제나 마신 술이 다 깨지 않아 붉게 보이던 얼굴이 흰 빛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아, 동민이 쓰러진 후부터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샐리의 말은 사실이었다.

    “괜찮아요. 걱정시켜서 미안해요.”

    동민은 그런 그의 얼굴을 보면서 자신이 여러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친 것에 새삼 미안함을 느꼈다. 그런 동민의 반응에 브라운 키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이내 표정을 바꾸고 유쾌하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오늘부터는 다시 기분 좋게 한잔할 수 있겠어요.”

    “또 마시게요? 그러면 그렇… 어?”

    그렇게 이야기하는 브라운 키드의 얼굴을 보던 동민은 갑자기 관자놀이를 부여잡았다. 웃고 있던 브라운 키드의 얼굴에서 또다시 문자들과 숫자들이 떠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능력을 강화했을 때보다 적기는 했지만 지금도 충분히 그의 시야를 어지럽힐 만한 광경이었다.

    “갑자기 왜 그래요? 어디 안 좋아요?”

    동민이 머리를 붙잡고 발걸음을 멈추자 샐리와 브라운 키드가 걱정스러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의 반응에 동민은 애써 브라운 키드 쪽에서 시선을 떼면서 웃음을 지었다.

    “아뇨, 괜찮아요. 하도 잤더니 잠깐 머리가 어지러웠나 봐요. 걱정 안 해도 돼요.”

    동민의 말에 두 사람은 조금 더 그를 바라보았지만 이내 동민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걷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동민은 두 사람이 걷는 것을 보면서 심호흡을 하고 다시 천천히 브라운 키드의 뒷모습을 시야에 넣었다. 조금 전 갑자기 그를 시야에 넣었을 때 온갖 숫자와 문자들이 뛰놀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그리 심하게 어지럽지 않았다. 동민은 천천히 그 숫자와 문자들을 읽어나갔다.

    [브라운 키드]

    52세

    선수 관리: 16.7/20

    공격 훈련: 12.1/20

    수비 훈련: 14.2/20

    기술 훈련: 11.9/20

    전술 이해: 12.3/20

    특성 :

    장점 - 심리 이해

    단점 - 부정확한 전술 지시

    ‘이건…….’

    동민이 보는 것은 스테이터스였다. 그러나 평소 보던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그가 보는 사람은 선수가 아닌 브라운 키드 수석 코치였고,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시합 중인 그라운드가 아니라 공항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보이는 스테이터스는 그가 지금껏 보던 선수들의 스테이터스가 아니었다.

    ‘코치로서의 스테이터스인가? 능력의 강화라는 게 코치들의 스테이터스도 볼 수 있던 거였구나.’

    동민은 그렇게 자신이 보았던 문장을 이해했다.

    능력의 강화 이후 곧바로 쓰러져서 확인하지 못했지만 강화라는 것이 가져온 변화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 안정적이지 못한지 글자나 숫자들도 이리저리 일렁이고 머리가 욱신거리기는 하지만, 이거면 확실히 능력이 강해진 것은 맞네.’

    지금껏 선수들을 보면서 그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일을 잘하고 못하는지 알아내어 적합한 전술과 역할을 맡기는 것을 기본으로 삼았던 동민에게 코치들의 스테이터스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새로운 지평이 열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동민 자신이 직접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은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선수들에게 기술적인 부분이나 체력적인 부분을 확실하게 지도할 수 있는 타입이 아니었다. 선수들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상대 팀을 분석해서 그에 따른 최적의 전술을 찾는 것이 그의 특기였다.

    그런 그에게 코치들의 스테이터스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일을 맡길 수 있고, 그 결과 팀이 더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팀에 돌아가서 조금 더 확실하게 알아볼까.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능력을 제대로 쓸 수도 없을 테니까. 덤으로 조금 더 익숙해져야 하기도 하고.’

    동민의 눈에 비치는 브라운 키드의 스테이터스는 마치 물에 비치기라도 하듯 계속해서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동민은 명확하게 그의 새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있었다.

    “…며칠간 알아본 것은 이 정도인가.”

    동민은 자신의 사무실 안에서 수첩을 노려보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팀에 복귀하고 일주일, 그는 출근하고 퇴근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는 일에 사용했다.

    그리고 그 결과 여러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첫 번째, 코치들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하는 것은 현재 코치로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과거에 일했던 사람들을 직접 보았을 때에 한정되었다. 그 때문에 코치가 아니었던 샐리를 보았을 때는 스테이터스가 보이지 않았고, 퇴원 후 처음으로 브라운 키드를 보았을 때 그의 스테이터스가 보인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그는 베이포트 FC의 코치진들을 모두 확인했고, 앨런 휴즈를 만나기도 했다.

    두 번째, 능력의 강화 이후로 경기 중이 아닐 때 스테이터스를 볼 수 있는 대상은 코치들뿐만이 아니었다. 선수들도 경기 중이 아닐 때 스테이터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능력은 그가 있는 베이포트 FC의 선수들에게밖에 해당되지 않았다. 만일 베이포트 FC의 선수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경기 중이 아닐 때에도 스테이터스를 볼 수 있었다면, 밖을 돌아다니면서 보이는 모든 이들의 스테이터스로 그의 머리는 폭발했을 게 분명했다.

    경기 중이 아닐 때에도 소속 선수들의 스테이터스를 보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닌가, 했던 동민이지만 두 번째와 동시에 알아낸 새로운 사실은 그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

    ‘포인트로 삭제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특성을 직접 선수들에게 만들어줄 수도 있게 되었으니까.’

    동민은 환희를 느끼며 생각했다.

    동민이 그 능력을 처음 깨달은 것은 그가 퇴원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 숙소에 찾아온 주현을 보았을 때였다.

    “형, 몸은 좀 괜찮아?”

    “당연히 괜찮지. 그냥 좀 피로가 쌓였을 뿐이야. 안 그랬으면 퇴원도 못했을 거… 야?”

    현관에서부터 걱정스레 말하는 주현의 말에 웃으며 문을 열고 대답하던 동민의 목소리가 급격하게 튀었다. 주현의 앞에 익숙한 문장들이 보였던 것이다.

    [박주현]

    27세

    잘 쓰는 발: 왼발

    성장 가능성 17.7/20

    현재 포지션에 대한 적합도 14.9/20

    선호하는 플레이: 수비의 틈 사이로 침투

    특성:

    장점 - 타고난 골잡이, 왼발의 마법사

    단점 - 없음

    현재 컨디션: 6/10

    ‘스테이터스? 경기 중도 아닌데?’

    이제는 익숙해진 주현의 스테이터스지만, 경기 중이 아닌 상황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동민은 그 사실에 놀랐지만 그의 입을 막아버린 것은 경기 중이 아닐 때에 보이는 익숙한 주현의 스테이터스가 아니었다. 그 아래에 처음 보는 문장이 눈에 띠었기 때문이다.

    [능력의 강화로 특성의 추가가 가능합니다.]

    특성의 추가라는 말을 보고 동민은 굳어져 버렸다. 지금껏 포인트를 특성의 삭제나 컨디션 강화에만 사용하던 전과 달리 특성의 추가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성의 추가라니… 추가한다면 어떤 것들이 있기에…….’

    그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글자 수는 단숨에 늘어났다.

    동민이 지금껏 선수들을 통해서 봐왔던 수많은 특성들이 눈에 들어왔다. 왕년의 슈퍼스타였던 웨인 브루스를 통해서 보았던 캐논 슈터나, 당시 동료였던 파블로 다 실바나 지금 베이포트 FC에 영입된 세르히오 로드리게스가 가진 트릭스터 특성까지.

    그가 지금껏 봤던 모든 특성들 중 현재 주현에게 추가시킬 수 있는 특성들이 보이는 듯했다.

    ‘오른발의 마법사 특성이 보이지 않는 건 이미 박주현에게는 왼발의 마법사 특성이 있다는 이유겠지. 그 외에 신체적인 한계를 늘리는 스프린터 같은 특성은 불가능한 건가.’

    단순히 특성뿐만 아니라 선수가 선호하는 플레이까지 추가시킬 수 있는 것을 보면서 동민은 숨을 들이쉬고 눈을 끔벅일 수밖에 없었다. 선수의 특성과 좋아하는 플레이들을 삭제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추가까지 할 수 있다면 선수들을 그가 바라는 대로 성장시키거나 바꾸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동민에게 충격적일 정도로 엄청난 일이었다.

    ‘원하는 선수에게 원하는 특성과 선호하는 플레이를 추가할 수 있다고?’

    이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최전방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꾸려던 주현을 더욱 확실하게 그 위치에 정착시킬 수도 있고, 각 선수들에게 아쉬운 점들을 모두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많은 감독들이 선수들을 자신의 입맛이나 전술에 맞도록 적응시키는 데 긴 시간과 노력이 들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사기나 다름없는 능력이었다. 선수의 특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을 지우고 새로운 특성을 추가시키면 되는 것이다.

    게다가 그 일을 하는 데 필요한 것은 긴 시간도, 선수들의 뼈를 깎는 노력도 아닌 팀의 승리로 얻어진 포인트뿐이었다.

    “이건… 말도 안 돼.”

    “응? 뭐라는 거야? 형 뭐 해?”

    멍하게 혼잣말을 하는 동민을 현실로 끌어 올린 것은 어느새 열린 문으로 들어온 주현의 의심스러운 눈길이었다. 주현은 갑자기 말을 멈추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는 동민의 태도를 보면서 아직도 동민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인지 의심하고 있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 오랜만에 보니까 반가워서.”

    “형 입원한 지 고작 해봐야 이틀 됐는데?”

    웃으며 얼버무리려던 동민의 변명에 의심을 가득 담은 주현의 추가타가 따라붙었다.

    결국 주현의 의심이 풀릴 때까지는 꽤 오랜 변명이 필요했고, 그제야 주현은 걱정과 의심이 섞인 눈길을 거두었다.

    ‘경기 중이 아닐 때에도 할 수 있는 특성의 추가와 삭제. 이건 정말로 포인트를 이용해 더 강한 상대의 의표를 찌를 수 있는 무기가 될 거야.’

    동민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선수들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 그리고 경기 중에 한정되는 제한까지 사라진 상황이라니.

    그저 컨디션을 올리는 것 말고는 쓸 일이 거의 없었던 포인트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정도의 일이 아니었다. 상대가 예측하지 못할 선수들의 활용 폭이 더욱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좋아. 과감한 투자로 선수들의 영입도 늘어났고 능력도 훨씬 더 활용하기 편해졌어. 이거라면 충분히 더 강한 팀들을 상대로도 해낼 수 있어.’

    생각지 못한 능력의 강화로 동민의 마음속에서는 더욱 자신감이 커져갔다. 동시에 그는 어떻게 해야 새롭게 얻은 이 능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쓸지 고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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