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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해진 베이포트 FC와 능력의 강화 (207/270)
  • 더 강해진 베이포트 FC와 능력의 강화

    오를레앙 OSC가 베이포트 FC에 대해서 알고 있던 사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해서 4위를 달리며 인상 깊은 활약을 보여준 팀, 전 유럽에서도 가장 어린 나이의 감독이 지휘하는 팀, 그리고 올리비에 나스리가 이적한 팀.

    그만큼 오를레앙 OSC가 베이포트 FC와의 친선 경기를 앞두고 베이포트 FC에 대해 준비한 것은 많지 않았다. 그저 전술이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것과 수비진에 자신들의 팀에 있던 올리비에 나스리가 들어갔다는 사실 정도만 기억할 뿐이었다.

    그러나 직접 만난 베이포트 FC는 상상 이상이었다.

    ‘뭐야, 이놈은’

    오를레앙 OSC의 중앙 수비수, 로빈 셰리는 얼굴을 잔뜩 굳혔다. 아직 경기는 전반전이 채 끝나지 않았지만 자신들은 벌써 두 골이나 허용했다. 그것도 상대 공격수 한 명에게 말이다.

    ‘지난 시즌 측면에서 주로 뛰었던 선수에게 최전방을 맡기는 걸 보고 뭔가 싶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미쳐 날뛸 줄은 몰랐어. 우리 팀은 수비진에 있을 올리비에를 뚫을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전반전 내내 오를레앙 OSC를 압도하고 있는 베이포트 FC였고, 그 중심에는 중앙으로 자리를 옮긴 박주현이 있었다. 경기 시작 직후까지만 해도 최전방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허둥대는 느낌이 있었지만 어느새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전반전도 10분이 조금 지난 뒤부터 갑자기 이제야 최전방이라는 위치에 적응을 한 듯 활약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며 좌우 측면에 공간을 만들고 측면에서 이어지는 패스를 놓치지 않고 깔끔하게 골대에 꽂아 넣는 등, 그는 오를레앙 OSC의 수비진을 완전히 자신의 손에 쥐고 흔들고 있었다.

    ‘거기에 좌측에서 계속 끈덕지게 파고드는 저 놈도 문제야.’

    그의 눈은 베이포트 FC의 우측을 맡고 있는 세르히오 로드리게스를 향했다. 세르히오 로드리게스는 올 여름에 팀에 합류한 선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팀에 잘 녹아들면서 중앙으로 옮긴 박주현 대신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물론 아직 완벽하게 호흡이 맞지 않거나 몸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아서 엇갈리는 모습도 있었지만 그는 어째서 베이포트 FC가 3,500만 파운드나 되는 거금을 들여가면서 자신을 영입했는지 보여주는 듯했다.

    ‘하아…….’

    아무리 프리 시즌의 친선경기라지만 거의 난도질당하는 수비를 보면서 그는 굳은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심판의 휘슬 소리로 경기는 마무리 되었다.

    전광판에 있는 점수는 6 대 0. 아무리 프리 시즌이라고 해도 오를레앙 OSC의 팬들에게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점수 차였다.

    전반전에만 박주현에게 두 골을 내주며 끌려가던 그들은 후반전이 되어 박주현이 좌측으로 자리를 옮기고 로날드 조던이 투입되자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좌우 측면에서 박주현과 세르히오 로드리게스는 오를레앙 OSC의 수비진을 갈가리 찢어버렸고, 최전방의 로날드 조던은 그저 무너져 버린 수비수들의 틈에 파고들어서 가볍게 골을 성공시킬 뿐이었다.

    결국 후반 87분, 세르히오 로드리게스가 혼자서 측면에서부터 공을 끌고 들어와 중거리 슛으로 6번째 골을 만들어내자 그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는 자신들보다 몇 수는 위의 상대였고, 특히 박주현과 세르히오 로드리게스는 챔피언스 리스에서도 충분히 통할 만한 무시무시한 공격을 이끌고 있었다.

    [포인트를 2 획득하였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문장을 보면서 동민은 미소 지었다. 경기를 승리하고 포인트를 획득했다는 문장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그 문장을 볼 때마다 자신의 능력이 계속해서 좋은 경기력을 이끌어 나간다는 확신이 드는 것이다.

    그렇게 미소 지으며 상대 감독과 악수를 하려 걸음을 떼려는 순간, 처음 보는 문장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50번째 승리에 도달했습니다. 능력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뭐야, 이게?’

    동민은 의문스러운 눈으로 그 문장을 바라보았다. 지금껏 감독 대신 자신이 경기를 맡거나, 친선 경기 등을 합하면 50번째 승리가 대충 맞아떨어졌다. 그저 지금껏 50회 이상의 승리를 거두면 능력이 강화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기에 어리둥절한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능력이 강화된다는 말에 고개를 저을 리가 없었다. 동민은 이번 시즌 정말로 챔피언스 리그에 도전할 생각이었고, 그러려면 어떤 힘이든 필요했기 때문이다.

    “강화라면 환영이지. 강화하겠어.”

    동민이 그 말을 내뱉은 순간, 그의 시야가 모두 숫자와 글자들로 채워졌다. 이미 경기가 끝나 선수들이 서로 모여 있는 그라운드부터, 자신의 옆에 앉아 있던 다른 코치들까지 전부 온갖 숫자들과 글자들로 둘러싸인 듯했다. 그리고 동민의 의식은 그 숫자와 글자들에 파묻히듯 허물어져 갔다.

    주위에서 들리는 고함과 비명들도 마치 먼 곳에서 들리는 것처럼 울리는 것을 느끼며 동민은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동민은 하얀 빛이 눈을 찌르는 것을 느끼면서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으…….”

    평소보다 훨씬 더 밝은 느낌에 동민은 자신이 어젯밤 커튼을 치지 않고 잤는지 기억을 더듬으면서 눈을 떴다. 그러나 눈을 뜬 그에게 보이는 광경은 익숙한 자신의 숙소 천장이 아니었다. 눈에 부담이 될 정도로 밝은 색의 벽지는 그의 취향이 아니었고, 자신의 숙소 벽지를 그렇게 바꾼 기억도 없었다.

    어리둥절하면서 주위를 둘러본 그는 주위가 흰색 커튼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코끝에는 예전에 꽤나 맡았던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가 맴돌았다. 그 순간 동민은 자신이 있는 곳이 병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병원? 내가 왜…….’

    의문에 차 있던 동민의 머릿속에 오를레앙 OSC와의 경기 직후 있었던 일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능력의 강화, 주위에서 날뛰고 있던 여러 숫자들과 문자들, 신체와 정신이 무너져 내리던 순간 들리던 고함과 비명.

    제야 동민은 자신이 어째서 이곳에 있는지 기억했다. 경기가 끝난 직후 능력 강화에 동의하자마자 자신은 정신을 잃었고, 그런 자신을 급하게 병원에 데려온 것이리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장난 아니게 민폐를 끼쳤겠네. 우리 팀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오를레앙 OSC 쪽에도… 그럼 여긴 아직 프랑스인가.”

    오를레앙 OSC의 홈에서 갑자기 친선전의 상대 감독이 쓰러진 것은 그들에게도 초유의 사태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사람 좋아 보이던 오를레앙 OSC의 감독을 생각하며 동민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무 생각 없이 수락한 일에 여러 사람들이 곤란했다는 생각에 골치가 아파왔다.

    동민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한숨을 쉬고 있을 때쯤,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발걸음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고 이내 문이 열렸다.

    “아, 샐리. 여기 있었어요?”

    “강?! 언제 일어났어요!”

    조금 전까지 창피함과 곤란함에 머리를 부여잡고 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태평한 인사에 샐리의 목소리는 뒤집히고 말았다.

    “…그렇게 된 건가요. 진짜 여러 곳에 민폐를 많이 끼쳤네요.”

    놀란 샐리를 진정시키고 자신이 쓰러진 직후부터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들은 동민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본인 몸이 먼저죠! 해먼드도 그렇고 여기 의사도 그저 피로가 누적되었을 뿐 큰 문제는 없다고 했는데 정말로 괜찮은 건가요?”

    “네, 괜찮아요. 미안해요.”

    동민이 쓰러진 후, 경기장은 잠시 소동이 일어났던 모양이었다. 오를레앙 OSC의 감독인 라울 마르틴은 악수를 위해 자신에게 걸어오던 동민이 잠시 멈칫거리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경악했고, 동민의 근처에 있던 스태프들이나 선수들은 곧바로 병원에 연락함과 동시에 동민의 상태를 알아보았다.

    다행히 피로의 누적 말고는 큰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동민을 데려갈 수 없어서 근처 병원에 두고, 샐리를 제외한 다른 스태프들과 선수들은 먼저 영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제가 얼마나 누워 있었던 거죠?”

    “이틀이에요, 자그마치 이틀. 그러니 아무리 별문제가 없다고 이야기는 들었어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고요.”

    샐리의 말에 동민은 곤란하다는 듯 멋쩍게 머리를 긁적일 수밖에 없었다.

    “걱정시켜서 미안해요. 스스로는 잘 못 느꼈는데 몸에 피곤이 쌓여 있었나 봐요. 이제는 정말로 괜찮아요.”

    차마 솔직하게 능력의 강화를 선택한 순간, 시야 가득 떠오르던 숫자와 문자들의 행렬에 정신을 잃었다고 말하지 못하고 동민은 피곤했었다며 사과했다. 능력의 이야기를 해봐야 자신이 만날 의사 중 정신과 의사가 한 명 추가될 게 분명했으며, 세르히오 로드리게스 같은 여러 영입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느라 며칠간 잠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동민의 말에 긴장과 걱정으로 잔뜩 굳어 있던 샐리의 표정도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정말로 괜찮은 거예요? 그러게 그렇게 며칠이나 연속해서 밤을 새우니까 그런 거예요. 저 뿐만 아니라 다들 얼굴이 새하얘졌었다니까요. 앨런의 일도 있어서 다들 보통 놀란 게 아니었다고요. 특히 브라운 수석 코치는 아직까지 놀라서 술 한 방울도 입에 못 대고 있다고 해요.”

    동민이 갑작스레 쓰러지자 베이포트 FC 스태프들이나 고참 선수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전 감독인 앨런 휴즈가 병으로 인해 갑자기 사임을 발표했던 일이다. 그 전 시즌 챔피언십 2위를 달리며 좋은 성적은 거두던 그의 갑작스러운 사임 이후 감독을 맡았던 동민 또한 쓰러지자 선수들과 스태프들은 또다시 감독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놀랐던 것이다.

    “…미안해요. 내 체력을 너무 과신했나 봐요. 다시는 그렇게 무리하지 않을게요.”

    진심으로 놀란 기색이던 샐리의 표정과 이곳에 없어도 그의 건강 상태에 노심초사하고 있을 다른 사람들을 떠올리며 동민은 솔직하게 사과했다. 그런 그의 말에 그를 향해 기관총처럼 쏟아지던 샐리의 말도 잦아들 수밖에 없었다.

    “하아, 알았어요. 정말로 괜찮은 거죠? 어딘가 문제 있거나 한 곳은 없죠? 머리가 무겁다거나 몸 어딘가가 안 좋다거나…….”

    아직 걱정이 남아 있는 그녀의 말에 동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말로 이젠 괜찮아요. 피곤했던 것도 다 사라졌고요.”

    동민의 대답에 샐리의 눈에도 안심의 빛이 깃들었다. 그러나 동민은 그것을 보지 못하고 생각났다는 듯 한마디 말을 내뱉었다.

    “아, 오를레앙 OSC 감독하고 경기 끝나고 악수도 못 했는데…….”

    “지금 그게 문제예요?!”

    방금 전까지 잦아들던 샐리의 목소리가 다시 병실 천장까지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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