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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입 대상(1) (202/270)

영입 대상(1)

“이번 시즌도 끝났고…… 다음 시즌에도 내가 이 팀에 남아 있을 수 있으려나.”

오를레앙 OSC의 중앙 수비수인 올리비에 나스리는 씁쓸한 표정으로 하늘을 보았다. 자신이 전성기를 보내던 FC 마드리드를 떠난 지 벌써 3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는 자신이 있을 팀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 FC 마드리드에서의 마지막 시즌, 당시 감독이던 마르코 알베스와 선발 문제로 크게 다투고 팀을 떠난 후 3년간 두 팀을 거쳐갔지만 어느 곳도 그가 머물 팀은 아니었다.

“하아……”

한때 세계 최고의 센터백 중 한명이라는 평가를 받던 그였지만, 과도할 정도로 강한 자존심과 예전보다 떨어진 실력은 그가 새 보금자리를 찾기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 FC 마드리드를 떠나고, 가는 곳마다 불화를 일으키는 그를 받아줄 팀은 없었다. 오를레앙 OSC도 내년 여름으로 계약이 끝나는 그를 재계약하면서 붙잡을 마음은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이번 이적 시장에서 납득할 만한 오퍼가 들어오면 냉큼 팔아치우려는 것이 눈에 뻔히 보일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올리비에 나스리는 에이전트에게 요청해 새 팀을 찾아봐 달라고 말했지만, 새 보금자리를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번에 새 팀을 찾지 못하면 이젠 은퇴를 생각해 봐야 하나.’

아직 서른둘이라는, 중앙 수비수로서는 그리 많지 않은 나이이지만 그를 받아주는 팀이 없다면 이제는 은퇴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한때 젊은 나이에도 세계 최고의 수비수라는 이야기를 듣던 자신이 어째서 신세가 되었는지 씁쓸한 회한이 입안을 맴돌았다.

그가 가는 곳마다 문제가 생기는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고집이 센 자신의 탓이었지만, 그에게 억울한 점도 있었다.

‘그래도 늙은 퇴물 취급을 받으면서 있고 싶진 않았어.’

올리비에 나스리는 씁쓸한 표정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가 오를레앙 OSC에서 자리를 잃은 결정적인 이유는 그를 향한 감독의 신뢰 부족이었다. 오를레앙 OSC의 감독인 고든 앨러다이스는 처음부터 그를 FA로 영입할 수 있는 공짜 후보 선수 정도로만 생각했고, 그런 그의 시선은 아무리 올리비에 나스리가 자신은 더 경기를 뛸 수 있다고 주장해도 바뀌지 않았다. 게다가 FC 마드리드에서 나설 때부터 그에게 달라붙은 ‘팀의 분위기를 해치는 선수’라는 주홍글씨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출전 시간을 두고 고든 앨러다이스와 올리비에 나스리는 첨예하게 대립하게 되었고, 이는 올리비에 나스리가 더 이상은 이 팀에서 있을 자리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FC 마드리드에서 마르코 알베스와 다툴 때부터 내 선수 인생은 꼬여 버린 건가…….’

그는 한숨을 내쉬고는 얼굴을 감싸 쥐었다. 자존심을 세우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 자존심을 세웠던 자신이 지금 이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하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올해 여름은 예년보다 더욱 힘들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때 그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어댔다.

“이 시간에 누구야?”

짜증 섞인 한숨을 내뱉으며 전화를 받자, 전화기에서는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의 에이전트인 로베르였다.

“로베르?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올리비에, 당신을 영입하고 싶다는 팀이 있어요.”

로베르가 황급히 전하는 짧은 말에 그는 곧바로 대답했다.

“그게 어디죠?”

그는 다시 예전처럼 제대로 뛸 수 있다면 어느 팀에서라도 뛰고 싶다는 생각에 주먹을 쥐었다.

‘내가 지금껏 팀을 위해서 한 헌신이 고작 이 정도란 건가.’

자크 피레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라고사 CF에서 5년간 헌신적으로 뛰면서 팀에 대한 자부심과 팬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던 그였지만, 지금은 조금도 그런 것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조금 전 팀을 떠나달라는 감독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정말 구단도, 팬들도 날 믿어주지 않았구나…….’

자신의 실력이 떨어질 때까지는 이 팀에서 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빗나가기 시작한 것은 그의 아내가 준 다이어트 약에서 비롯되었다. 지난 시즌의 시작을 앞두고 체중 조절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을 때에 아내가 준비해 준 다이어트 약을 먹었던 그는 첫 번째 경기에서 도핑테스트에 적발당했다.

프로 생활 내내, 아니, 축구 선수의 꿈을 꿀 때부터 약물이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던 그는 자신이 적발당할 리가 없다며 항의했지만 원인은 그에게 있었다. 바로 아내가 주었던 다이어트 약이었다. 먹었던 그조차 몰랐지만 그 약에는 금지 성분이 들어 있었고, 그것이 도핑테스트에서 걸린 것이다.

그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협회는 그에게 6개월 출전 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그 이후, 자크 피레스와 사라고사 CF의 사이는 급격히 바뀌었다. 사라고사 CF에서 자크 피레스의 자리는 확연히 줄어간 것이다. 단순히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는 뜻이 아니었다. 팬들과 구단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큰 투자로 이번 시즌에야말로 리그 상위권을 노리겠다는 사라고사 FC는 더 이상의 손가락질을 피하고 싶어서 그에게 등을 돌렸고, 이는 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더 이상 사라고사 FC의 선수가 아니라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일 뿐이었다.

지금껏 사라고사 CF의 성실한 팀원이자 팬들의 사랑을 받던 선수가 하루아침에 더러운 약물 복용자이자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6개월의 징계 기간이 끝나고, 그는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게 되었지만 그가 나설 수 있는 경기는 오직 2군 연습 경기뿐이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나자 그에게 전해진 것은 가능한 시끄럽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 적당히 계약을 끝내고 다른 팀을 찾아보라는 감독의 차가운 말이었다.

‘그 한 번의 실수가 이런 결과는 낳다니.’

자신의 부주의 때문에 사랑하는 남편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그의 부인은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고, 지금껏 자신이 모든 것을 바쳐서 사랑하던 팀은 그를 내쳤다.

‘더 이상 내가 그라운드에 있어봐야 의미가 있을까…….’

이번 시즌 내내 벤치에도 앉지 못하고 2군 연습 경기에나 나설 때에도 다음 시즌이 된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하며 기대를 품고 있던 그였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그런 기대가 의미 없었다. 더 이상 이곳에 그의 자리는 없었다.

구단의 말처럼 이적할 다른 팀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도핑 의혹으로 이미지가 좋지 않은 데다, 자그마치 한 시즌 내내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를 영입하려 하는 팀이 많을 리 없었다. 28세라는 젊은 나이지만 그는 마음 한구석부터 진지하게 선수 생활의 은퇴를 고민하고 있었다.

“만약 이번 여름에 팀을 찾지 못한다면…….”

은퇴를 고민하는 자크 피레스에게 전화가 온 것은 그때였다. 처음에는 그냥 무시하려던 그였지만 계속해서 울리는 진동에 결국 수화기에 귀를 가져다 댔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에요?”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그의 눈은 동그랗게 커졌다.

“뭐라고요?”

그렇게 되묻는 그의 목소리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전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네.’

SC 코르도바의 측면 수비수인 에두아르도 산체스는 씁쓸한 한숨을 지었다. 2년 전, 챔피언스 리그에서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빅 클럽들의 눈길을 한 몸에 받았던 그였다. 20살 어린 선수의 충격적이라고 할 정도로 강렬한 챔피언스 리그 데뷔에 여러 클럽들이 그를 영입하고 싶어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난 시즌 막바지에 왼쪽 십자인대 부상을 당한 것이다.

결국 지난여름 그는 어느 팀에도 이적하지 못하고 팀에 남았고, 길고 긴 재활 훈련에 매진해야 했다. 그리고 팀에 복귀한 그는 이번에야말로 전보다 더 멋진 활약을 보여주리라 다짐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무릎 부상으로 전보다 둔해진 다리는 전처럼 빠른 속도와 미려한 드리블을 보여주지 못했고, 오랜 결장으로 무뎌진 경기 감각은 전과 같은 위치 선정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결국 부상에서는 복귀했지만 이적은커녕, 팀에서의 자리도 밀려 후보 선수가 되어버린 그였다.

‘그때는 스톡포트 시티든, 마드리드 FC든 온갖 빅 클럽들과 이적설이 났었는데…… 아직도 그때 같은 경기력을 못 보여주고 있는 내 탓이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은 예전처럼 완벽한 태클로 상대 공격수에게 공을 빼앗고, 수비수들을 가볍게 제치며 크로스를 올렸지만 몸은 그렇지 못했다. 반년 이상 그의 시간을 갉아먹은 부상은 마치 그의 경기력마저 함께 가져간 듯했다.

“이적은 어찌 되든 적어도 팀에서의 주전 수비수 자리는 유지하고 싶었는데… 참 마음처럼 안 되네.”

시즌이 끝나고 다른 선수들과 함께 휴가를 받았지만 그의 마음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전처럼 뛰지 못하는 자신이 다시 주전 경쟁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한때 반짝했던 다른 선수들처럼 자신도 단 한 시즌 동안만 화려하게 꽃피고 부상으로 조용히 사라지는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머리를 채웠다.

그런 에두아르도 산체스의 생각을 재촉하는 것은 감독인 톰 에릭슨 감독의 태도였다. 처음에는 전과 같은 존중을 담았던 그지만, 긴 결장 이후 자신의 폼을 찾지 못하는 에두아르도 산체스를 대하는 그 또한 지치고 있었다. 점점 에두아르도 산체스에게서 마음이 떠나고 있던 것이다. 팀에서도, 외부에서도 점차 그는 자리를 잃고 있었다.

‘내가 부상 후유증에서 제대로 돌아오지 못하면… 어디에도 내 자리는 없는 걸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미 나는 전처럼 움직일 수 없어진 게 아닐까.’

22세의 어린 선수는 불안감에 입술을 씹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적이라니?”

세르히오 로드리게스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널 데려가고 싶다는 팀이 있거든. 구단에도 쉽게 거절하지 못할 정도로 꽤나 큰 이적료 이야기가 오가는 것 같고.”

“내가 말 안 해도 대답은 알고 있잖아. 나는 안 떠나. 아니, 못 떠나.”

자신의 에이전트이자 친형에게 으르렁거리듯 말하며 세르히오 로드리게스는 단칼에 거절했다. 그는 아직 모리스톤 타운 AFC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것은 자신을 심리적으로 한 단계 위로 올려준 감독에 대한 예의와, 선수로서의 자신감을 잃고 있던 자신을 불러준 구단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그러나 그 이외에도 그가 모리스톤 타운 AFC를 떠날 수 없는 한 가지의 이유가 더 있었다.

“베이포트 FC, 그 팀을 확실하게 이기지 못하면 내가 옳다는 실감이 들지 않아.”

자신이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전에도, 팀을 위한 희생이 어떤 것인지 깨달은 뒤에도 베이포트 FC를 이기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 팀을 뛰어넘는 것만이 변화한 스스로가 옳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바로 그가 모리스톤 타운 AFC를 떠날 수 없는 이유였다.

“…바로 그 베이포트 FC에서 널 영입하고 싶대.”

세르히오 로드리게스는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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