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출근 첫날의 악몽(2) (46/270)
  • 출근 첫날의 악몽(2)

    ‘거기에 또 하나 문제는 현재 포메이션인 3-5-2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인 중앙 플레이메이커를 맡아줄 인원인 장진운의 특성이 유리 몸이야. 즉, 부상이 잦다고 되어 있는데, 그가 빠지면 이걸 또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는지 알 수가 없네. 다른 선수가 3-5-2에서 가운데 꼭짓점을 맡아주기엔 꽤 떨어져 보이는데.’

    동민은 후방에서의 빌드 업(상대 진영으로 공을 운반하여 공격을 시작하려는 작업)을 맡아줄 만한 다른 선수들을 보았지만 장진운과 비교해서 성향이 너무나도 달라 보이는 선수들뿐이었다.

    [이주성}

    25세

    잘 쓰는 발 : 왼발

    성장 가능성 11.2/20

    현재 포지션에 대한 적합도 10.9/20

    선호하는 플레이 : 수비의 틈 사이로 침투, 정확한 슈팅 선호

    특성 :

    장점 - 넓은 시야, 정확한 패스

    단점 - 느린 판단력

    현재 컨디션: 8/10

    ‘그나마 뽑자면 이주성인데 특성에 플레이메이커도 없고 단점이 느린 판단력… 장진운 자리에 이주성을 넣었다가는 빌드 업이고 자시고 제대로 된 공격을 하기도 힘들어 보이는구먼. 분명히 패스 루트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다가 집중 견제 받고서 볼 뺏기고 곧바로 턴 오버(공을 가지고 있던 선수의 실책 등으로 공격권을 뺏기는 행위.)지, 뭐. 혼자서 공격을 만들어가기보단 적어도 다른 선수들이 대신 보호해 줘야 제대로 실력 발휘할 타입이네.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스가 있다고는 해도 판단력이 떨어지면 무용지물이지. 장진운이랑은 아예 타입이 달라.’

    동민은 훈련을 보면 볼수록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지금껏 자신이 배워온 것들과 스테이터스를 생각하면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는 전술을 보는 느낌이었다.

    ‘아냐, 처음부터 차근차근 다시 생각해 보자. 지금이야 3-5-2 포메이션을 쓰지만 실제 경기에선 다를지도 모르잖아?’

    머리를 부여잡고 생각을 바꿔보려 했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계약하기로 마음먹은 뒤로 작년 성남 페가수스의 경기를 최대한 찾아보았던 이상, 작년에도 같은 포메이션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직접 보니 최종 결과가 4위라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는 전술이지만.’

    좌측면의 허술함을 뒤로 하더라도, 공격을 시작해 나가는 장진운이 부상이 잦고, 그것을 메워줄 적당한 선수가 없다는 것은 팀의 문젯거리가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사실 장진운이 빠졌을 때의 자리에 누가 들어가는지, 혹은 전술이 어떻게 변하는지는 감독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지금으로썬 전혀 감도 안 잡히네.’

    아무리 스테이터스를 확인하면서 시선을 돌려봐도 동민의 머릿속에서는 이렇다 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의문은.

    “왜 주전 중 몇몇은 아예 적합도가 확 떨어져 있느냐는 거지…….”

    그가 먼저 보았던 좌측 윙백인 마재호를 포함해서 주전으로 보이는 선수들 중 몇 명은 성장 가능성과 적합도가 전혀 맞지 않았다.

    ‘가장 차이가 큰 사람은 셋. 왼쪽 윙백인 마재호, 중앙 미드필더인 이문성, 센터백인 한영수. 이 셋은 대체 뭐지?’

    [마재호]

    28세

    잘 쓰는 발 : 왼발

    성장 가능성 11.2/20

    현재 포지션에 대한 적합도 7.8/20

    선호하는 플레이 : 경기 템포를 조절

    특성 :

    장점 - 정확한 태클, 캐논 슈터

    단점 - 느린 발

    현재 컨디션: 7/10

    [이문성]

    29세

    잘 쓰는 발 : 왼발

    성장 가능성 12.4/20

    현재 포지션에 대한 적합도 8.4/20

    선호하는 플레이 : 좌측면을 따라 드리블 선호

    특성 :

    장점 - 정확한 태클, 스프린터

    단점 - 기름 발

    현재 컨디션: 7/10

    [한영수]

    25세

    잘 쓰는 발 : 오른발

    성장 가능성 11.7/20

    현재 포지션에 대한 적합도 7.3/20

    선호하는 플레이 : 등지고 서서 공을 받음

    특성 :

    장점 - 강철 몸, 로켓 점프

    단점 - 트러블 메이커

    현재 컨디션: 6/10

    ‘나이가 어린 유망주거나 후보라면 모를까 주전 선수에서 저런 적합도가 나온단 건 말이 안 되는데…….’

    세 명의 스테이터스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동민은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 보니까 어떻게 생각해요?”

    한참을 보면서 머리를 쥐어짜던 동민의 귀에 주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팀을 보니까 어떠냐고. 할 수 있으면 한 번 이야기해 봐요. 직접 보면 그런 거 잘 분석한다며? 어떤 면이 장점 같고, 누굴 조심해야 할 것 같고 그런 거. 정확하지 않아도 대충 알 거 아닌가? 그 단장이 그렇게 치켜세우던데. 어디 대단한 능력 좀 보여줘 봐요.”

    동민을 깔보는 목소리로 주안은 다시 속을 긁어왔다. 마치 그가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는 비꼬는 말투로 동민을 몰아가고 있었다.

    ‘이 인간 진짜 말하는 게… 응? 단장이, 치켜세워?’

    동민은 부아가 치미는 와중에도 방금 주안의 말이 마음속 어딘가에서 걸리는 것을 깨달았다.

    ‘설마, 혹시 하지만…….’

    만일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가정했지만 머릿속에서 하나씩 차근차근 맞아떨어지는 상황을 생각하며 동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뭐 생각한 거 아무것도 없어요? 그건 좀 실망스러운데. 그렇게 대단한 능력을 가지셨다는 분이 아무 생각도 없으시다니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아니면 우리 팀은 분석 못 해도 상대팀은 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시려나?”

    계속해서 그를 몰아세우는 주안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동민은 입을 열었다.

    “감독님, 혹시 제가 틀릴지도 모릅니다만 마재호 선수랑 한영수 선수, 그리고 이문성 선수 이 세 명은 포지션 변경이라도 시키실 계획인가요?”

    “거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동민의 생각은 간단했다.

    성장 가능성을 따져보면 이십 대 중후반이라는 나이에 저런 포지션 적합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가능성에 비해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그런 선수들이 프로 팀의 주전일 리가 없다. 그렇게 따진 그의 결론은.

    ‘이 인간이 내가 알아보나 안 알아보나 시험한답시고 일부러 내 앞에서 몇몇 선수들의 포지션을 대충 바꿔서 뛰게 해놓았단 거지. 평소 하던 포지션 그대로가 아니라 제대로 하질 못하는 포지션으로 억지로 변경시켜 놓고 나보고 어떠냐고 묻는 거였어.’

    “아뇨, 움직임이 어딘가 어색하다고 느껴져서요. 각자 자기 포지션이 아니라 다른 포지션에서 뛰는 느낌인 데다가 억지로 자기 습관인 플레이를 안 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여서요.”

    동민이 한 말은 반은 사실이지만 반은 거짓말이었다.

    세 명의 플레이가 어색해 보이는 것도 있었지만 가장 큰 힌트는 세 사람의 특성과 선호하는 플레이였다.

    ‘중앙 미드필더가 좌측면을 따라 드리블을 선호하거나 센터백이 등지고 서서 공을 받는 게 선호하는 플레이일 리가 없지. 물론 이걸 보고서 깨달았다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지만.’

    동민의 말을 들은 주안은 눈썹을 올리며 조금이나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표정을 본 동민은 자신의 생각이 맞아 들어갔음을 깨달았다. 그 순간 동민은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딴 짓을 한 이유도 스스로 말한 셈이고.’

    그는 조금 전 주안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 단장이 그렇게 치켜세우던데, 라고? 결국 처음부터 태도가 그따위였던 것도, 지금 이 웃기지도 않는 상황도 단장이 좋게 이야기했으니 시험해 보겠다 이건가? 아니면 그냥 그렇게 말하는 게 짜증나니까? 그것도 아니면 내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었던 결국 자기 밑이니까 초장부터 기 좀 죽여보시겠다? 염병할, 어느 쪽이든 속 더럽게 좁은 놈팡이 아저씨잖아. 어떻게 이딴 인간이 감독이랍시고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거지? 이딴 걸로 날 엿 먹이려는 것도 이해가 안 가지만, 연습에서 이 지랄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가장 이해가 안 가!’

    단순히 신입에게 하는 시험이나 장난이라고 치기에는 주안의 거무튀튀한 감정이 그대로 보이는 수법에 그는 분노했다.

    동민은 아까까지 참고 있던 짜증과 분노까지 다시 올라와 주안이 혐오스럽게 보일 정도였다.

    “흐, 흠. 오기 전부터 팀에 대해서 알아보긴 했나 보네요? 저번 시즌 경기에 대해서 알아보면 간단한 거였으니 그랬나? 뭐, 그래도 그 정도면 능력은 둘째 치고라도 나름 알아보긴 알아봤나 보네. 뭐 대충 얼버무려서 이야기했지만 미리 알고 있지 않고서야 그런걸 알아볼 리 없으니까요. 말의 신빙성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준비성만큼은 있네요.”

    그러나 그 혐오도 그다음에 튀어나온 주안의 말을 듣자 황당함으로 바뀌었다.

    ‘이걸 지금 내 능력을 시험해 본 거라고 포장하겠다고? 뭐 이딴…….’

    동민은 주안의 그런 어처구니없는 말에 지금 당장에라도 화를 내고 싶었지만, 그의 눈에 비치는 것은 주위에 있는 다른 스태프들과 선수들이었다.

    처음엔 당황한 모습이었지만, 이내 능글맞은 웃음을 짓는 주안의 뒤로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민호의 모습이 보였다.

    골키퍼들을 보면서 옆에 있는 상훈에게 이야기를 하는 데이먼의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이쪽에서 고개를 돌리고 후보 팀 쪽에 시선을 고정시킨 수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결국 길게만 느껴지던 침묵을 깨고 동민은 입을 열었다.

    “아… 그렇죠. 미리 좀 알아봐 뒀… 습니다.”

    동민은 아까보다 더욱 이를 앙다물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고작 단장에게 잘 보였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딴 짓을 생각하고 움직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가 났지만 지금 화를 내봐야 그에게 좋을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래. 지금은 참아야지. 참자.’

    속으로 이를 갈면서도 그는 결국 훈련이 끝날 때까지 별다른 말 없이 그저 웃으며 주안이 묻는 것에만 대답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염병할…….”

    훈련이 끝나고 동민은 뒷정리를 자처하고는 아무도 없는 훈련장에 남아 한숨과 함께 욕을 내뱉었다.

    ‘그딴 인간이 어떻게 감독이랍시고 앉아 있을 수가 있는 거지?’

    일부러 뒷정리를 자처하고 가만히 생각을 해봐도 그는 조금 전 주안의 행동이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본인이 단장이랑 사이가 좋은지 안 좋은지는 몰라도 고작 단장이 높게 평가했다는 이유로 사람 취급을 그런 식으로 하고 깔보려 들다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냐고.”

    동민은 고개를 저으며 푸념을 내뱉었다.

    정식으로 일하는 첫날인데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지치는 느낌이었다.

    ‘저런 사람 밑에서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는 일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자신의 선택이 정말로 옳았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때 동민 자신이 경태에게 말했던 그대로 감독과 코치진은 서로 뗄려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그런 관계인 감독이 저런 사람이라면 그는 정말로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경험을 쌓고, 후에 감독으로서 좋은 밑바탕이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저기… 괜찮으세요?”

    그런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뒤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자 수연이 음료수를 들고 그의 뒤에 서 있었다.

    0